790화
최환에 대해 궁금해하는 강진의 모습에 강두치가 웃었다.
“이런 건 개인 신상이라 말을 해 줄 수가 없어요.”
“안 됩니까?”
“본인 동의가 있다면야 알려 줄 수 있지만…… 동의가 없으면 개 인 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됩니 다.”
강두치가 태블릿을 손으로 툭툭 치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은 참 이런 거에 철저하네 요.”
“법대로 돌아가는 곳이 저승이 니까요.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 는 이승하고는 달라요.”
웃으며 말을 한 강두치가 최환 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기 사장님이 고객님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나 본데 좀 알려
줘도 되겠습니까?”
“저에 대해서요?”
“어떻게 VIP가 되셨는지 궁금하 신 모양입니다.”
VIP 라는 말에 귀신 손님들이 모두 최환을 보았다. VIP라고 생 각을 하기는 했지만 강두치가 대 놓고 이야기하니 시선이 가는 것 이다.
그런 귀신들의 시선에 최환이 민망한 듯 머리를 긁었다.
“딱히 한 건 없는데……
그러고는 강두치를 보았다.
“그렇게 하세요.”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최환을 보며 강진이 무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 가게 오시던 분이 귀신이 되어 오시니 조금 궁금해서요.”
“아닙니다. 저도…… 이런 일이 있으면 궁금할 것 같습니다.”
괜찮다는 둣 고개를 젓는 최환 의 모습에 강진이 재차 고개를
숙이고는 강두치를 보았다.
“그렇게 대놓고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해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을 했다.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 리고 최환 씨가 동의를 해야 하 니까요.”
말을 하며 강두치가 태블릿을 꺼내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말을 했다.
“그리고 저도 최환 씨 이야기
좀 하고 싶고.”
‘‘이야기요?”
“오랜만에 본 자잘한 분이라서 요.”
“ 자잘?”
“반은 농이고, 반은 진담입니다. 아! 물론 좋은 의미입니다.”
기분 좋게 웃은 강두치가 태블 릿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까운 나이네요. 서른다섯이 면.”
“그러게요. 그런데 왜 갑자기 돌아가신 거예요?”
귀신이라면 죽을 때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사고인지 병사인지 알 수 있지만, 들어올 때는 이미 현신을 한 상태라 살아서 가게 올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 래서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고예요.”
“사고요?”
“내리막길에서 유모차가 홀러가
는 거 보고 급히 달려가 잡다가 넘어졌는데…… 잘못 넘어진 거 죠.”
고개를 젓는 강두치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다가 물었다.
“그럼 유모차에 있던 아이는 요?”
“아이는 무사합니다. 다행이죠.”
“다행이네요. 그럼 VIP는?”
“먼지도 쌓으면 태산이 된다는 말 아십니까?”
“압니다.”
“어떤 사람은 먼지가 쌓여도 먼 지라고 하지만…… 최환 씨는 말 그대로 먼지가 쌓여서 태산을 이 룬 격입니다. 자잘한 선행이 쌓 여서 뒷동산이 된 격이라고 할까 요?”
“아! 그래서 자잘하다고 하신 거군요.”
“물론 좋은 의미였습니다.”
강두치는 태블릿을 보며 웃었 다.
“정말 자잘하게 선한 일을 많이 하신 케이스예요. 저금된 내역들 보면 오백 원, 천 원 그런 식으 로 꾸준히 쌓인 케이스입니다.”
“오백 원 천 원요?”
“길에 떨어진 담배꽁초 줍기 이 백 원, 사람들이 먹다 남은 커피 쌓아 놓은 거 청소하는 아주머니 도와주기 천 원. 이런 식이네요.”
“커피 쌓아 놓은 거 청소 도와 주기요?”
“그 요즘 지하철 타러 내려가는
계단 쪽에 보면 음료수 담긴 잔 들 쌓여 있는 것 보지 못하셨습 니까? 여기 논현역에만 가도 가 득 쌓여 있던데.”
“아, 봤습니다.”
“그거 보면 다 먹은 것보다 조 금 남은 것이 태반이잖아요. 그 럼 청소하시는 분들이 그 음료 다 버리고 분리수거해서 버려야 하거든요. 그런 거 하시는 분들 도와줬다는 거죠. 음료 버리고 분리수거하는 거.”
“그렇군요.”
“선행이라는 것은 큰일이 아닙 니다.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 을 돕는 것이 선행인 거죠.”
웃으며 강두치가 최환을 보며 말을 했다.
“최환 씨는 말 그대로 작은 선 행을 지속적으로 하신 분입니다. 쓰레기 줍기 같은 거요.”
“쓰레기 줍기요?”
“그렇습니다.”
강두치는 다시 강진을 보았다.
“이 내역 보고 제가 최환 씨한 테 쓰레기를 자주 주웠네요 하고 물었습니다.”
강진이 보니 강두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귀찮지 않으셨냐고, 쓰레기 줍 다 보면 손도 더러워지지 않느냐 고 물으니 최환 씨가 그러더군 요. ‘쓰레기 보면 기분 안 좋잖아 요. 더럽고.’ 강진 씨는 어때요
저도 그렇죠. 쓰레기 보고 기 분 좋은 사람 있겠어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환 씨가 그러더군요. 다른 사람이 봐도 기분 안 좋겠다 싶 어서 그냥 보이면 주웠다고요. 그럼 자기는 쓰레기 치워서 기분 이 좋고, 다른 사람은 지나갈 때 이 쓰레기 안 봐서 기분이 좋지 않겠느냐고요.”
“ 아.”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강두치가 웃으며 말을 했다.
“최환 씨 보면 정말 선행이라는 것이 별거 아닌 것 같아요.”
환하게 웃는 강두치를 보며 강 진이 웃었다.
“기분이 좋으신 것 같네요.”
“착하고 선한 사람 보면 기분이 좋죠. 요즘은 VIP보다 악성 채무 자들이 더 많은 시대니까요. 그 리고……
강두치는 손가락을 오므려 원을 만들었다.
“VIP를 상대하면 저에게 이게
생기거든요.”
“돈요?”
“일종의 보너스입니다. 그러니 저희가 우량 고객에게 최선을 다 해 서비스를 하는 것 아니겠습니 까? 그리고 이런 저승식당에도 모시는 거고요. 하하하!”
기분 좋게 웃는 강두치를 보며 김소희가 작게 혀를 찼다.
“그렇게 돈을 좋아하다가는 자 네도 지옥에 가네.”
“하하하! 지옥도 좋죠. 거기 가
면 특별 수당도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열화지옥에서 구워 먹는 삼겹살이 진짜 또 별미거든요. 거기는 진짜 일 초 삼겹살인데.”
입맛까지 다시며 웃는 강두치를 보며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그에 강두치가 웃으며 그녀의 잔 에 소주를 따르고는 말을 했다.
“그나저나 누님 일대기로 드라 마가 나온다니…… 우리 누님 승 급하시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 다.”
“승급요?”
강진이 묻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이순신 장군처럼 사람들이 많 이 믿고 하면 성웅이라는 단계가 되지요. 지금이야 우리 누님이 처녀귀신의 몸으로 무신의 반열 에 올랐지만, 사람들이 누님을 많이 믿고 하면…… 무신의 단계 를 넘어서 성웅이 될 수도 있지 요.”
“성웅이 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 까?”
“그건......"
강두치는 웃으며 검지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비밀입니다. 하하하!”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그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 었다.
“최환 씨 잘 부탁드립니다.”
“그거야 강진 씨가 말을 하지 않아도 제가 알아서 잘 모실 겁 니다. VIP는 그럴 자격이 있지 요.”
기분 좋은 얼굴로 소주를 마시
던 강두치가 최환을 힐끗 보았 다.
최환은 소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안주에 손을 대고 있지 않았다. 그것을 보던 강두치가 슬며시 말 을 했다.
“최환 씨가 볶음밥을 좋아한답 니다.”
“볶음밥요?”
“장례식장에 어머니가 끼니때마 다 볶음밥을 해서 올리더라고요. 최환 씨가 그렇게 볶음밥을 좋아
했다고 하면서요.”
“그래요?”
“볶음밥을 뚝딱뚝딱 금방 해서 만들어 먹고는 했답니다.”
강두치가 최환을 슬쩍 보고는 말을 이었다.
“제가 여기로 모시고 온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던 음식을 드시고 가게 하 고 싶어서요.”
강진은 최환을 보다가 강두치로 시선을 돌렸다.
“두치 씨는 좋은 분입니다.”
“제가 상대한 돈 없는 귀신들이 사장님이 한 말을 들으면 치를 떨 겁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JS 금융은 돈 있는 사람에게는 선량한 천사의 모습으로 다가가 지만, 돈 없는 사람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의 모습으 로 다가가니 말이다.
“그럼 어디……
말을 하던 강진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 에서 일어나 최환에게 다가갔다.
“술은 어떻게 입에 맞으세요?”
“술이…… 참 달아요.”
“술이 단 날은 많이 마시게 되 는데……
말을 하던 강진이 웃었다.
“취해도 상관없기는 하겠네요. 많이 드세요.”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웃으며 잔에 소주를 채우는 최 환을 보며 강진이 말을 했다.
“그 두치 씨가 최환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볶음밥이라고 하더군요.”
“볶음밥요?”
“제가 해 드릴까 했는데 자신이 만든 볶음밥을 가장 맛있어했다 고 하셔서요. 괜찮으시면…… 그 볶음밥 만드는 비법 좀 전수받을 수 있을까요?”
강진의 말에 최환이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제 볶음밥은 정말 맛 이 좋습니다.”
최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진 이 그를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갔 다.
그리고 프라이팬을 건네주자, 최환이 웃으며 그것을 가스레인 지에 올리고는 말을 했다.
“마늘하고 계란, 그리고 간장 좀 주시겠어요?”
“생 마늘요? 아니면 빻아 놓은
마늘? 어떤 걸로 드릴까요?”
“빻은 걸로 주세요.”
강진이 재료를 주자, 최환이 그 것을 보다가 웃으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는 불을 켰다.
불을 켜는 것과 함께 최환은 마 늘 빻은 것을 반 숟가락 정도 넣 고는 기름에 잘 섞이도록 뒤적였 다.
“바로 넣으시네요?”
“센 불로 하면 마늘이 타 버려 서요. 저는 바로 넣고 뒤적입니
다.”
말을 하다가 마늘의 향이 올라 오자 최환이 바로 계란 두 개를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계란을 이리저리 휘젓는 최환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다른 재료는 안 필요하세요?”
“정말 간단하게 먹는 볶음밥이 라 이것만 넣습니다. 아! 햄 좋 아하시면 햄 넣어 드릴까요?”
“아닙니다. 최환 씨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최환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계란을 이리저리 못살 게 굴었다.
“두치 씨가 제 어머니가 한 말 을 들은 모양이네요.”
요무스
말요?”
“제가 볶음밥 좋아한다는 이야 기요. 후! 어머니가 매끼 시간마 다 볶음밥을 만들어서 제 사진 밑에 놓으시더라고요. 밥 좀 주
시겠어요?”
강진은 밥을 한 그릇 퍼서 주었 다. 그것을 프라이팬에 부운 최 환은 뒤집개로 밥을 자르는 것처 럼 부수기 시작했다.
촤아악! 촤아악!
그러자 밥이 부서지며 으깨진 계란과 섞였다.
‘확실히 잘하네.’
이렇게 자르는 것처럼 해 줘야 밥알이 안 부서지면서 낱알이 흩 어지며 고슬고슬하게 볶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계란과도 잘 섞 이고 말이다.
촤아악! 촤아악!
계란과 밥을 이리저리 섞으며 최환이 쓰게 웃었다.
“그런데…… 사실 저는 볶음밥 별로 안 좋아해요.”
“안 좋아하세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만들면서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볶음밥을 잘 만 들어요. 근데…… 자주 먹으니 맛있게는 먹어도 좋아하지는 않 아요.”
“그런데 왜 어머니는……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하셨거든 요. 그래서 학교 갔다 오면 저 혼자 밥을 먹을 때가 많았어요. 그게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혼자요?”
“지금이야 초등학생 혼자 집에
있으면 난리 날 일이지만, 저희 때는 일 학년만 되어도 혼자 학 교 가고 집에 오고 다 할 때잖아 요. 그것도 학교까지 이십 분 삼 십 분 걸리는 거리를요.”
“그건 그렇죠.”
말을 하며 최환은 대충 볶아진 밥과 계란들을 한쪽으로 몰았다. 그러고는 간장을 조금 프라이팬 빈 면에 부었다.
촤아악! 촤아악!
간장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나자
최환이 밥과 재료를 탄 간장 자 국에 대고는 비비며 혼들었다.
“그때 엄마가 저 먹으라고 이것 저것 챙기시면서 미안해하시더라 고요. 그래서 저는 내가 만든 볶 음밥이 가장 맛있다고 하면서 자 주 볶음밥을 해 먹었어요.”
최환은 볶음밥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
“접시하고 밥공기 하나만 주시 겠어요?”
강진이 접시와 밥공기를 주자,
최환이 밥공기에 볶음밥을 꾸욱 꾸욱 눌러 담았다.
그러고는 접시를 밥공기 위에 올려 덮더니 그대로 뒤집었다.
스르륵!
밥공기를 조심히 돌리며 빼내자 접시에 예쁘게 뭉쳐진 볶음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볶음밥 안 좋아해요.”
최환이 쓰게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볶음밥을 보 았다.
‘안 좋아하는데
음식이구나.’
잘하게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