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3 화
“오빠!”
강진은 웃으며 달려오는 황미소 를 안아들었다.
“으쌰!”
강진이 안아들자 황미소가 웃으 며 말했다.
“오빠! 우리 학교에는 어떻게 왔어?”
너희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
해서 왔지.”
강진의 말에 황미소가 웃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근데 푸드 트럭은 안 가져왔 어?”
“오늘은 잠시 너 보러 온 거야. 왜, 푸드 트럭 안 가져와서 오빠 싫어?”
“아니. 오빠만 와도 좋아.”
둘이 인사를 나누는 걸 옆에서 보던 강상식이 웃었다.
“이 나는 안 보이고 강진이만 보이는 거야?”
“아니야! 아저씨도 와서 좋아.”
피식 웃은 강상식이 손을 내밀 자 황미소가 그 품에 안겨들었 다.
“근데 강진이는 오빠고 나는 왜 아저씨야?”
“글쎄? 그냥 아저씨는 아저씨 같아.”
황미소의 말에 강상식이 상처받 았다는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내가 늙어 보이냐?”
“저보다야…… 조금 그렇죠.”
“쳇!”
한편, 이운찬 교장은 임상우 교 감을 봤다가 눈짓으로 황미소를 가리켰다.
누구냐는 의미였다. 하지만 임 상우 교감이라고 학교 아이들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었다. 시골 학교라 학생들의 수가 도시에 비 해 적기는 해도 일일이 알 정도 는 아닌 것이다.
그저 우리 학교 학생이라는 것 정도만 얼굴을 통해 알 뿐이었 다.
“저희 학교 학생인 것 같습니 다.”
임상우 교감이 작게 속삭이자, 이운찬 교장이 눈을 찡그렸다.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 놀던 아 이가 그럼 다른 학교 학생이겠 나?’
교감을 강하게 쏘아본 이운찬 교장은 슬쩍 강상식과 황미소를
보았다.
‘조카인가? 아니야. 오성화학 사 장 친척이 학교를 다니면 내가 모를 리 없는데…… 그리고 대기 업 아이가 왜 시골 학교를 다 녀?’
교장이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강상식이 황미소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집에 안 가고 여기 있어? 요즘은 일 학년도 오후 수 업 하나?”
“아니야. 오빠 수업 끝나면 같
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어.”
“혼자?”
“일 학년은 나 혼자고 이 학년 오빠하고 언니들은 먼저 갔어.”
“그럼 같이 가지?”
“오빠하고 같이 갈래.”
“그럼 여기에 혼자 계속 있었 어? 안 심심했어?”
“그네도 있고 시소도 있어서 안 심심해. 그리고 저기 창문에서 오빠가 계속 나 보고 있어서 괜
찮아.”
황미소의 말에 강진은 그녀가 가리키는 창문을 보았다. 햇빛이 반사가 돼 안은 보이지 않았지 만, 아마도 거기가 황태수가 있 는 교실인 모양이었다.
그쪽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럼 점심은?”
“오빠가 급식 가지고 와서 나눠 먹었어.”
“아이구. 그럼 배고프겠다.”
“괜찮아. 오빠하고 보육원 가서 더 먹을 거야.”
황미소의 말에 이운찬 교장의 의문이 풀렸다.
‘태운 보육원 아이구나.’
이운찬도 자기 학교에 태운 보 육원 학생들이 다니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보육원 아이 들이 어떻게 대기업 사장을 아느 냐가 의아할 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미소를 품에 안은 강상식이 말을 했다.
“그럼 학교 좀 둘러보지요.”
“네? 알겠습니다.”
걸음을 옮기던 강상식이 손을 내밀자, 오 비서가 서류철을 하 나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강상 식은 이운찬에게 서류를 넘겼다.
“학교에 후원하기로 하기는 했 는데…… 뭐가 필요한지 몰라서 일단 제가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필요 해 보이는 것이라 생각해서 적었 을 뿐이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이 더 있다면 이야기 나누기로
하지요.”
“감사합니다.”
강상식의 말에 이운찬이 고개를 숙이고는 서류철 내용을 확인했 다.
‘정수기, 태블릿……
물품들은 대부분 초등학교에 필 요한 것들이기는 했다.
서류에 적힌 물품들을 보던 이 운찬이 눈짓을 하자, 임상우가 앞장서서 학교를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강상식은 황미소를 안은 채 임 상우의 안내를 받으며 학교 건물 로 다가갔다.
초등학교 건물은 좌우 끝에 입 구가 있었고, 가운데에도 입구가 있었다. 그중 가운데 문으로 들 어가려 하자 황미소가 말을 했 다.
“우리 여기로 못 들어가.”
“왜?”
“여기는 선생님들만 들어가. 우
리 여기로 가면 선생님한테 혼 나.”
“혼나?”
“전에 여기로 갔다가 선생님한 테 혼났어.”
황미소의 말에 강상식이 이운찬 을 보자, 그가 급히 말했다.
“그럴 리가요. 괜찮으니 들어가 도 된단다.”
이운찬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 다.
“아저씨하고 있으니 괜찮아. 들 어가자.”
말을 하며 강상식이 먼저 안으 로 들어가자, 급히 따라 들어간 임상우가 손님들이 신는 실내화 를 꺼내 앞에 놓았다.
그 실내화를 신고 구두를 신발 장에 넣은 강상식이 안으로 들어 가자 황미소가 내려달라는 신호 를 보냈다.
그에 강상식이 내려주자, 황미 소가 실내화 가방에서 신발을 꺼 내 신었다. 그러고는 원래 신고
있던 신발을 강진의 신발 옆에 나란히 놓고는 웃었다.
“오빠가 사 준 신발이야.”
“그래. 예쁘네.”
강진이 웃으며 말하는 사이, 이 운찬이 슬며시 강상식에게 물었 다.
“저기 이쪽은......
“제 동생입니다.”
“아! 그렇군요.”
강상식의 말에 이운찬은 강진을
보았다.
‘오성그룹 사람으로는 안 보이 는데.’
좋아 보이는 정장을 입은 강상 식과 달리 강진은 청바지에 가벼 운 잠바를 걸치고 있어 부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강진을 살펴보던 이운찬은 강상 식의 시선에 헛기침을 하고는 학 교를 설명했다.
“일 층에는 교무실과 일 학년, 이 학년 교실이 있습니다. 그리
고 이 층에는 삼사 학년, 삼 층 은 오육 학년입니다.”
“조용하네요.”
“지금 일이 학년은 수업이 끝나 서 조용합니다.”
그러고는 이운찬이 2층으로 올 라가는 계단을 가리켰다.
“올라가시죠.”
이운찬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2층으로 올라가려 하 자, 강진이 말을 했다.
“형, 나 미소 공부하는 교실 좀 보고 올게요.”
“그럼 같이 가지.”
“아니에요. 먼저 올라가 보세요. 형이 보고 애들한테 뭐가 필요한 지 체크해 줘요. 교실 구경하고 금방 올라갈게요.”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2 층으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황미소를 보았다.
“너희 교실은 어디야?”
“여기!”
황미소가 웃으며 복도로 걸음을 옮기다가 작게 말했다.
“여기 교무실 앞이니까 천천히 걸어야 해.”
황미소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교무실을 보았다. 그저 교무실이라고 적혀 있는 문을 보 던 강진이 물었다.
“미소는 교무실 들어가 본 적 있어?”
“없어.”
“다행이네.”
“왜?”
“교무실 가는 건 좋은 일이 아 니거든.”
보통 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라고 하는 건 칭찬보다는 혼내려고 하 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황미소와 작게 이야기를 나누며 걸음을 옮긴 강진은 1학년 1반이 라 적힌 교실 앞에 섰다.
1학년은 반이 딱 2개 있었는데, 황미소는 1반이었다.
‘그런데 황희승 씨는 태수 옆에
있나?’
황희승은 황태수와 황미소 둘의 수호령이라 둘의 사이를 왔다 갔 다 하는 편이었다.
보통 수호령은 한 명에게 붙는 데, 아무래도 황희승은 아들과 딸 둘 다 걱정이다 보니 둘에게 동시에 붙은 모양이었다.
수호령으로는 조금 특이한 경우 였다.
“여기가 내 교실이야.”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복도 쪽
으로 나 있는 창으로 교실 안을 보았다. 교실에는 스무 개 정도 의 책상이 교탁을 향해 U 자 형 태로 배치가 되어 있었다.
“한 반에 몇이야?”
“우리 열다섯 명.”
시골 학교라 반 인원수가 적은 모양이었다.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어?”
“응. 애들하고 친해.”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교실을
보다가 슬쩍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것에 강진이 고개 를 갸웃거렸다.
“문을 안 잠가?”
“나는 모르는데?”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1학년이니 문단속은 고학년들이 와서 하거 나 담임이 하는 모양이었다.
“들어가도 되나?”
강진이 중얼거리는 사이 이미 황미소는 교실에 들어가 있었다.
“여기가 내 자리.”
황미소가 뒷문 바로 옆에 있는 자리를 가리키자, 강진이 의아한 듯 자리를 보다가 말했다.
“미소가 반에서 키가 커?”
“나 애들보다 키가 조금 더 커.”
“그럼 앞에는 미소보다 키가 작 은 애들이 앉아?”
“아니. 나보다 큰 애도 있어.”
“근데..
왜 네가 여기냐고 하려던 강진 이 입맛을 다셨다.
‘선생이 자리 정했겠지.’
고학년이 되면 이 자리가 노는 아이들 자리겠지만, 1학년 교실 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고개를 저은 강진이 황미소 자 리를 보았다.
“여기서 칠판이 보여?”
“응. 잘 보여. 나 눈 좋아.”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공부 열심히만 하면 되 지. 굳이 앞자리가 필요한가.”
“응! 나 공부 열심히 해.”
웃는 황미소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강진이 교실을 둘러볼 때, 문 이 열렸다.
“누구세요?”
젊은 여성의 목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교실 문 쪽에 한 삼십 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가 서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담임인가? 근데 젊은데?’
동영상 속 학생 중엔 대학생도 있었다. 그러니 황미소의 담임이 라면 최소한 사십 대는 되어야 하는데 눈앞의 여자는 너무 젊었 다.
“안녕하세요.”
황미소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를 숙여 인사를 하자, 여자 선생
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미소야. 그런데 누구셔?” 선생님의 말에 황미소가 웃으며
강진의 손을 잡았다.
“우리 오빠예요.”
“ 오빠?”
의아한 듯 선생님이 보자, 강진
이 고개를 숙였다.
“황미소 오빠 이강진입니다.”
“아, 보……
보육원이라는 말을 하려던 선생
님이 급히 입을 다물고는 말을 바꿨다.
“미소 오빠 분이시군요.”
그 모습에 강진은 그녀가 황미 소의 담임이 아닌 것을 알았다.
황미소가 상처를 받을까 싶어 보육원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 니 말이다. 이런 배려를 가진 사 람이 동영상 속에서 언급되었던 나쁜 선생님일 리가 없었다.
“미소야, 누구셔?”
“우리 옆 반 선생님이야. 강유
미 선생님.”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애 맡겨 두고 한 번 오지도 못 했습니다.”
“아......" 네.”
대답을 하는 강유미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보육원 분이신가? 그런데 못
보던 분인데.’
강유미도 이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태운 보육원 아이들 담임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몇 번은 보육원에 가서 원장님과 인사하 기도 했다.
보육원 사람들을 모두 다 안다 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안면 정도는 익은데 강진은 처음 보는 것이다.
‘정말 미소 오빠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유미가 황
미소를 보았다.
“미소 또 오빠 기다리고 있어?”
“응. 곧 있으면 수업 끝나니까 같이 갈 거예요.”
“그럼 점심은 또 오빠하고 나눠 먹었어?”
“네.”
“배 안 고파?”
“집에 가서 밥 먹으면 돼요.”
황미소의 말에 강유미가 작게 고개를 젓고는 주머니에서 초콜
릿을 꺼내 내밀었다.
“이거라도 먹고 있어.”
“고맙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황미소가 초콜릿 을 받자, 강유미가 강진을 보았 다.
“그럼.”
고개를 숙인 강유미가 문을 열 고 나가자, 강진이 황미소를 보 았다.
“선생님이 무척 좋아 보이시
네.”
“응. 아주 착해. 우리 담임이 저 선생님이었으면 좋겠어.”
“그래?”
“오빠도 유미 선생님 좋은 분이 라고 했어. 유미 선생님이 옆 반 담임이라고 아주 아쉬워했구.”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강유미가 나간 문을 보았다. 아주 짧게 인 사를 나눈 것뿐이지만 좋은 선생 님인 것 같았다.
‘최소한 학생 이름은 기억하고 있으니까.’
자기 반 학생도 아니고 다른 반 학생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 은 그만큼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 지고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