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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96화 (794/1,050)

796화

아이들 간식을 사 준 강진과 강 상식은 서울로 올라왔다. 다행히 6시가 되기 전에 가게에 도착한 강진은 서둘러 아크릴 판을 치우 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띠링!

풍경 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 가자 배용수가 고개를 내밀었다.

“왔어?”

“그래!”

강진은 서둘러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는 얼굴을 가볍게 씻고 나왔다.

“가게에 온 사람은 없죠?”

“손님 몇이 가게 문 혼들어 보 다가 가셨어요.”

“몇 분 일찍 왔다 갔나 보네 요.”

“나가서 봤는데 다행히 기분 나 빠하지는 않고 가셨어요.”

문은 잠겨 있었지만 귀신들이야 문을 뚫고 드나들 수 있으니, 이 혜미가 가게 앞에 왔던 손님들을 확인한 것이다.

이혜미가 건네는 수건으로 얼굴 과 손을 닦은 강진이 미소를 지 었다.

“혜미 씨가 있어서 참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형수라고 안 부르시는 거예 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버릇이 돼서…… 고치겠습니 다.”

“농담이에요.”

웃으며 말을 한 이혜미가 물었 다.

“그래서 내려가 보니 어때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쓰게 웃 으며 말했다.

“제 양심에 가책은 받지 않을 분이더군요.”

“그럼…… 유트브에 올라가는

거네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에 들어갔다.

“그 이야기 계속 하면 용수한테 혼납니다. 이야기는 있다가 장사 끝나고 해 드릴게요.”

음식 하기 전에 안 좋은 이야기 를 하면 음식에도 영향을 준다고 배용수가 싫어하니 말이다.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홀 로 나가자, 강진이 배용수를 보 았다.

“음식 뭐 할 거야?”

“기본은 육개장.”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끓고 있 는 솥뚜껑을 열었다. 붉은 고추 기름이 떠다니는 육개장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소주 당기네.”

“육개장이 소주하고 좋지. 건더 기도 많고.”

배용수가 웃으며 한 그릇 떠서 는 내밀었다.

“장사하기 전에 밥 한 숟가락 해라. 술은 이따가 먹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내가 도울 건 없어?”

“다 했어.”

말을 하면서 강진이 밥통에서 밥을 떠서는 육개장에 말았다.

“도울 것 없냐면서 밥을 말아?”

“그냥 묻는 거지.”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도울 것 없지?”

“ 없다.”

“ 봐.”

강진은 웃으며 밥을 육개장에 말아서는 건더기와 함께 크게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살짝 매운맛과 함께 고사리와 고기가 씹히자 강진이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다.”

“내 음식은 늘 맛있지.”

강진은 엄지를 세워 보이고는 후루룩 육개장 국물을 들이켠 뒤 그릇을 내려놓았다.

“후우! 좋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배 용수가 물었다.

“그래서 나쁘다고?”

“선생?”

"응."

"O" •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음식 장사하는데 그런 이야기 해도 돼?”

“음식 다 됐어. 그리고 내가 하 면 돼.”

“네가 한 음식은 맛 안 변하 냐?”

“내 수준이 너와 같냐.”

어서 말을 하라는 듯 보는 배용 수에게 강진은 홍유정에 대한 이 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배용수가 작 게 한숨을 쉬었다.

“제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스승이 됐으면 참 좋았을 텐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재차 입 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으면 참 좋았겠지.”

말을 하던 강진은 문득 피식 웃 었다.

“고1 때 선생 생각난다.”

“왜, 잘 해 주셨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많이 때렸어.”

“많이 때리는 선생이었어?”

“근데......"

잠시 말을 멈췄던 강진이 웃었 다.

“맞아서 아픈 기억은 있는데 기 분 나쁜 기억은 없네. 애들도 그 선생 좋아했어.”

“왜?”

“뭔가 좀 이상하기는 한데. 맞 을 때 그냥 아프기만 하지, 감정

같은 건 안 느껴진다고 해야 하 나?”

“감정?”

“선생님들이 체벌을 할 때 가끔 은 감정으로 때리거나 하잖아. 기분 좋은 날하고 기분 나쁜 날 때리는 것이 다른 것처럼 말이 야. 그리고 기분 나쁜 날 맞을 때는 더 아프기도 하고 기분 드 럽기도 하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도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 선생님은 그런 것이 없었어. 그냥 내가 못 했으니 맞 는구나, 그런 느낌으로 때리셨어. 그래서 애들이 그 선생님을 무서 워하면서도 좋아했어. 감정 같은 것 없이 때리셨거든. 그리고 때 린 후에도 웃으면서 또 맞고 싶 으면 언제든지 그렇게 하라고도 하시고.”

“특이한 선생님이네.”

“많이 때리기는 하셨는데 애들 악감정 없이 대하는 것만 봐도

좋은 선생님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가려 할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띠링!

풍경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내 밀었다.

“어? 왔어?”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건 정인 섭과 그 또래의 친구였다.

“안녕하세요.”

정인섭이 친구와 온 것을 본 강

진이 웃으며 손을 닦고는 홀로 나왔다.

“잘 왔어요.”

강진의 말에 덩치가 좀 크고 묘 하게 부티가 나는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 학교 선배님이라는 이야 기 들었습니다. 말 편하게 하세 요.”

“그럼 그럴까?”

강진은 웃으며 바로 말을 놓았 다. 학교 후배기도 하고, 후배들

이 먼저 말을 놓아 달라고 하니 편하게 대하려는 것이다.

강진은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 다.

“여기 앉아. 그런데 강남에 놀 러 온 거야?”

“네.”

“금요일도 아닌데 놀러 나왔 어?”

“저번에 금요일에 오니 클럽에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 서 오늘은 평일에 와 봤어요.”

“강남은 평 일 하고 금요 일 하고 그리 차이 없어.”

“그래요?”

“그래도 불금보다는 사람 적기 는 해. 아! 사고는 치면 안 된다. 놀다가 적당히 들어가야 해.”

“물론입니다.”

친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정인섭을 보았다.

“그럼 뭐 먹을래?”

강진의 말에 정인섭이 주방을

보며 말했다.

“육개장이 에요?”

“냄새 좋지?”

“그럼 육개장하고 전에 아버지 하고 먹은 소금 돼지구이 주세 요.”

정인섭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는 육개장을 그릇에 담 고 반찬과 함께 바로 가지고 나 왔다.

“고기는 볶아야 하니까 조금 기 다리고.”

“고맙습니다.”

강진이 다시 주방에 들어갔을 때, 배용수는 이미 고기를 볶고 있었다.

“형, 저 소주 좀 꺼낼게요.”

“벌써 먹으려고?”

“엔진 달구고 가야죠.”

“그래. 적당히 먹어.”

“네.”

말을 하며 강진은 배용수에게서 프라이팬을 건네받고는 고기를

뒤적거렸다.

“소금 안 넣었지?”

“네가 해야지. 그래야 이분이 맛있게 드시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옆을 보 았다. 주방에는 홍진주가 조금은 어설프게 반쯤 들어와 있었다.

“오늘 오신 것까지 하면 세 번 이나 오셨는데 아직도 제가 불편 하세요?”

“아니에요.”

“그럼 편하게 들어오세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는 한 걸음 더 부엌으로 들어왔다.

“커피 좋아하세요?”

“네.”

고개를 끄덕이는 홍진주의 모습 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 는 이미 냉장고에서 JS 커피를 꺼내 들고 있었다.

“저승에서 온 커피인데 한번 드 셔 보세요. 향이 좋아요.”

“감사합니다.”

홍진주는 커피 캔을 받으며 웃 었다.

“내가 커피 좋아하는 거 알면서 제 제사상에 커피는 안 올리더라 고요.”

“제사를 지내세요?”

“제사라고 하기는 그렇고…… 제 제삿날에 사진 두고 음식들 두고 가족들끼리 식사해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그럼 인섭이도 진주 씨 알아 요?”

“ 알아요.”

홍진주는 쓰게 웃으며 홀을 보 았다.

“대신 제가 엄마인 건 몰라요.”

“엄마인 건 몰라요?”

“아무래도…… 주위 사람 시선 도 있고, 혹시라도 애가 상처를 받을까 싶어서 남편이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럼?”

“그냥 이모인 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일찍 죽은 이모 제삿날이 라고 알아요.”

“서운하시겠네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홀을 보 다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저한테 이모…… 하면 좀 그렇 기는 해요.”

홍진주의 목소리에 담긴 씁쓸함 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라는 소리 못 들으셨죠?”

“듣기는 했죠. 다만…… 제 동 생한테 하는 소리였지만요.”

말을 하던 홍진주가 미소를 지 었다.

“그때 무척 기뻤어요.”

“기쁘셨어요?”

“저도 모르게 ‘어머!’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저를 보고 하는 소리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 홍

진주는 웃으며 홀을 보았다. 그 런 홍진주를 보며 강진이 물었 다.

“진주 씨한테 이모라고 하는 거 서운하지는 않으세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고개를 저었다.

“저희 집 환경이 보통 집하고는 다르잖아요. 어릴 때 알고 혹시 라도 친구들에게 말을 했다가 놀 림당하는 것보다는 그냥 모르는 것이 나은 것 같아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처제가 형부하고 결혼해 서 살고 있다는 건…… 쉬운 일 이 아니지.’

친구뿐만 아니라, 친구 부모들 도 이상하게 볼 수도 있었다. 정 말 평범하지 않은 관계이니 말이 다.

그러니 정학봉과 홍진해가 그것 을 말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말을 하지도 못할 때부

터 홍진해가 엄마처럼 키웠으니,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정인섭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었다.

홍진주를 보던 강진은 작게 한 숨을 쉬고는 다 볶아진 고기를 접시에 조금 덜어서는 그녀의 앞 에 두었다.

“커피보다는 소주가 나을 것 같 은데……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니 지금 은 이게 좋네요.”

홍진주가 작게 웃으며 커피를

마시는 것에 강진이 큰 접시에 고기를 담아 들고 홀로 나갔다.

“여기 고기 나왔다.”

“고맙습니다.”

정인섭이 웃으며 식탁 가운데를 벌리자, 강진이 거기에 고기를 놓고는 그를 보았다.

‘엄마라고 불러주면…… 진주 씨 승천을 할 것 같은데.’

잠시 정인섭을 보던 강진이 말 했다.

“그럼 맛있게 먹어.”

“형은 식사하셨어요?”

“나는 먹었지.”

웃으며 답한 강진이 몸을 돌렸 다.

띠링!

그때, 풍경 소리와 함께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자 강진은 그들 을 맞이했다.

정인섭은 육개장에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친구를 보았다.

“어때, 맛있지?”

정인섭의 말에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좋다. 얼큰하면서 건더기도 많고.”

땀이 나는 듯 티슈로 이마를 닦 은 친구가 고기를 하나 집어 입 에 넣고는 웃었다.

“이거 그냥 뒷고기 같은데 뭐가 이렇게 맛있냐.”

“앞다리 살인데 소금 넣고 구운 거야. 삼겹살도 아닌데 맛있지 않냐?”

“응. 조금 짭짤하면서 단맛이 솔솔 올라오는 것이 맛이 좋네. 그리고 삼겹살처럼 지방이 많지 도 않아서 색다르네.”

친구의 말에 정인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하고 왔을 때 먹었는데 맛이 좋더라고. 그리고 여기 되 게 싸다.”

“그래‘?”

“아마 학교 앞 국밥집보다 쌀 걸.”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를 따라 마시던 친구가 문득 말했다.

“아버님 그날 이야기 안 하셔?”

“너희 이야기?”

“그 아버님 좀 당황하시던 것 같던데.”

“아. 그때?”

"응." "6“ •

친구의 말에 정인섭이 웃었다.

“왜 그걸 네가 신경 쓰냐?”

“신경 쓰이지. 친구 아버님이 우리 때문에 불편했을 수도 있는 데.”

그러고는 친구가 말을 이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 만…… 우리 엄마는 시골에서 농 사하신다.”

친구의 말에 정인섭이 잠시 멈 칫했다.

‘엄마가 농사?’

보통 아빠가 농사를 짓는다고 말을 할 텐데 싶은 것이었다. 하 지만 정인섭은 티 내지 않고 가 볍게 대꾸했다.

“그래?”

“그러니까, 음……

잠시 머뭇거리던 친구가 머리를 긁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다. 그 모습에 정 인섭이 피식 웃으며 잔을 들었 다.

“무슨 말인지 알았다.”

“알겠어?”

“그리고 고맙다.”

정인섭의 말에 친구가 웃으며 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치고는 말 했다.

“방학 때 알바 자리 필요하면 우리 농장 와. 일자리는 많으니 까.”

“오! 그거 좋지.”

웃으며 소주잔을 부딪치는 두

사람의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 다.

‘친구처럼 좋은 것이 없지.’

둘을 보던 강진은 슬쩍 고개를 돌려 홍진주를 보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아들과 아들 친구를 보고 있었다. 아들 이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아 그 녀도 기분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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