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797화 (795/1,050)

797화

“인섭이가 좋은 친구를 만났네 요.”

강진이 작게 속삭이자, 홍진주 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찬이는 좋은 녀석이에요.”

“강찬? 저 녀석 이름이에요?”

“네. 최강찬이에요.”

홍진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대학에서 배우는 것도 좋지만,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도 큰 것 같아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같이 클럽 다니는 친구요?”

“나이 들어서 가 보는 것보다는 저 나이 때 몇 번 가 보는 것이 더 낫죠.”

그러고는 홍진주가 강진을 보았 다.

“사장님은 클럽 가 보셨어요?”

“안 가 봤습니다.”

“한 번 가 보세요. 젊은 아가씨 들이 아주 많더라고요.”

“진주 씨는 가…… 아! 가 보셨 겠구나.”

정인섭을 따라다니는 수호령이 니 그와 함께 클럽에 가 봤을 것 이다.

“재밌으셨어요?”

“저는 재밌던데요.”

싱긋 웃는 홍진주의 모습에 강

진이 웃었다. 나이로 따지면 중 년이라 할 수 있지만, 젊었을 때 죽었다 보니 클럽도 재밌게 느껴 지는 모양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손님들의 반찬 을 챙기던 강진은 문득 시계를 보았다.

‘학봉 씨가 늦으시네? 다른 곳 에서 식사하시나?,

보통 정학봉은 이 시간대쯤 와 서 식사를 하고 대리운전을 시작 하는데 오늘은 좀 늦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잠시 하던 강진은 손님이 반찬을 더 달라고 하자 웃으며 다가갔다.

여덟 시가 넘어가는 시간, 정인 섭과 최강찬은 여전히 소주를 마 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탁자에 놓인 소주 세 병을 본 강진이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 다.

“엔진 너무 열 올리는 거 아니 야? 이러다가 클럽 가서 잠이나

잘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정인섭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그냥 여기서 먹고 클럽 은 다음에 가려고요.”

“클럽 가려고 온 건데?”

“사실 클럽 시끄럽고 해서 별로 안 좋아해요.”

“근데 왜 클럽을 가려고 해?”

“제 나이 때 하는 건 다 해 볼 생각이거든요.”

정인섭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왜?”

“나쁜 짓만 아니라면 여러 경험 해 보는 것이 좋다고 아빠가 그 랬거든요. 그리고 저도 아빠 말 이 옳다고 생각하고요.”

“하긴, 젊었을 때 여러 가지 해 보는 것이 좋지.”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은 테이블 위를 확인하곤 주방에 들어가 육 개장을 덜어서는 리필을 해 주었

다.

“고맙습니다.”

“안주 잘 놓고 먹어. 어리고 젊 다고 새우깡 같은 거 두고 소주 먹으면…… 엄마가 슬퍼한다.”

강진의 말에 정인섭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가끔 아빠가 소주 먹 고 싶다고 하면 엄마가 있는 반 찬들이라도 다 꺼내서 안주를 해 주시더라고요.”

엄마라는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어머니가 잘 해 주셔?”

“그런 질문이 어디에 있어요?”

정인섭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들한테 못하는 엄마도 있어 요?”

“그러게. 내가 잘못 말했네. 그 럼 좋은 시간 보내.”

강진의 말에 정인섭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주위를 보았다.

“어? 혹시 이 시간에는 영업 안

하시는 거예요?”

“손님이 있으면 영업을 하지.”

“그런데 왜 이렇게 손님이 없어 요?”

정인섭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술집들 갈 시간이니 까.”

“여기도 술 팔잖아요.”

정인섭의 말에 최강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여기 음식도 이렇게 맛있는데.”

최강찬은 반찬으로 나온 계란말 이를 하나 집어먹으며 말했다.

“이런 안주면 술이 술술 들어가 겠다.”

최강찬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강남에 술을 마시러 오는 분들 은 이런 맛집보다는 분위기에 먹 으려고 오는 거니까.”

“분위기요?”

“그런 것이 있어.”

강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 시간대에는 한가하 지.”

강진은 잘 먹으라고 말을 하고 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 한 쪽에서는 귀신 직원들이 핸드폰 을 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쉬는 시간일 텐데.”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인섭이한테도 그랬지만, 손님 이 있는 동안은 영업합니다. 물 론 저승식당 영업시간에는 할 수 없지만요.”

홍진주가 그래도 미안한 듯 직 원들을 보자, 이혜미가 웃었다.

“저희야 장사 잘 되면 좋죠. 신 경 쓰지 마시고...... 아! 심심하 실 텐데 저희하고 드라마나 보실 래요?”

“드라마요?”

“저희가 죽고 나서 얼마나 재밌

는 드라마가 많이 나왔는데요. 진주 씨도 드라마 좋아하시죠?”

“그야 좋아하죠.”

“보고 싶었는데 인섭이가 없어 서 못 봤던 드라마 있지 않아요? 못 봤던 회차라든지.”

수호령인 그녀로서는 정인섭이 틀지 않는 한 TV를 보지 못할 테니 말이다.

“있어요.”

“뭐예요? 우리 같이 봐요.”

홍진주가 드라마 이름을 말하 자, 이혜미가 그것을 찾아서 틀 고는 같이 보기 시작했다.

“형 그럼 잘 먹고 갑니다.”

정인섭의 말에 강진이 최강찬을 보았다.

“저 녀석은 괜찮겠어?”

최강찬은 탁자에 머리를 박은 채 자고 있었다.

“취해서 자도 깨우면 정신 차리

더라고요.”

그러고는 정인섭이 최강찬을 흔 들었다.

“야, 가자.”

정인섭이 흔들자 최강찬이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주위를 휙휙 둘러보더니 말했다.

“ 계산은?”

“내일 만 칠천 원 줘.”

정인섭의 말에 최강찬이 눈을 찡그리며 뭔가 생각을 하다가 말

했다.

“삼만 사천 원? 그것밖에 안 나 왔어?”

“좋지?”

“좋다.”

웃으며 대답한 그는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형님 잘 먹고 갑니다.’’

최강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런데 너는 자취하니?”

“어떻게 아셨어요?”

“아까 이야기하는 거 들으니 집 이 농사짓는다며?”

“충청도에서 농사짓습니다.”

“그럼 자취하는 거네?”

“신림에서 자취해요.”

최강찬의 말에 강진은 잠시 기 다리라 하고는 주방에서 쇼핑백 을 들고 나와 건넸다.

“가져가서 먹어.”

“어…… 아이고! 거절을 흐fl 야

하는데 감사하게 먹겠습니다.”

최강찬은 안에 든 게 뭔지도 모 른 채 웃으며 쇼핑백을 받아 들 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와.”

“알겠습니다. 아! 저희 사과 익 으면 제가 박스로 좀 가져다드릴 게요.”

“주면 잘 먹을게.”

최강찬은 재차 고개를 숙이고는

정인섭과 함께 가게를 나갔다. 그런 둘을 보던 강진이 홍진주를 보았다.

“인섭이가 저희 가게 좋아하니 자주 오시겠네요.”

“그럼 저야 좋죠. 이야기할 친 구들도 있고.”

홍진주가 여직원들을 향해 웃으 며 손을 들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언니, 자주 와요.”

“인섭이가 자주 오면 나도 자주

올게. 그럼 갈게.”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홍진주의 몸이 그대로 문을 통해 빨려나갔 다. 아마 정인섭이 가게 나가자 마자 택시를 잡아 탄 모양이었 다.

홍진주가 사라지는 것을 보던 이혜미가 한숨을 쉬었다.

“엄마 소리 한 번 못 듣고…… 언니 너무 안쓰럽다.”

이혜미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인섭이 다 컸으니…… 학봉 씨 가 언젠가는 말을 하겠죠.”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주방에서 나왔다.

“근데…… 그건 너무 어머니 입 장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왜요?”

“인섭이가 받을 충격도 생각해 야지. 평생 엄마라고 생각했던 분이 이모고, 자기 엄마는 죽었 다는 것 알면 얼마나 충격이겠

어.”

잠시 생각하던 강진은 한숨을 쉬었다.

배용수의 말을 들으니…… 정인 섭이 받을 충격이 얼마나 클지 가늠이 되질 않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자신이 알던 엄마가 바뀌 는 것이니 말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겠지.’

고개를 저은 강진은 가게 문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귀신들 사연은 들어도 들어도

답답하네.’

그리고 가슴도 아프고 말이다.

재차 한숨을 쉰 강진은 시간을 보았다.

“한 시간 남았다. 영업 준비하 자.”

강진의 말에 직원들은 홀을 정 리하기 시작했고, 배용수는 냉장 고에서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 다.

태운 초등학교 교장과 교직원들 은 흐뭇한 얼굴로 운동장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운동장에서 들어온 장비들이 기존에 있던 놀이 기구 들을 철거하고 있는 걸 보고 있 었다.

끼이익! 끼이익!

철로 만들어진 놀이기구들이 하 나둘씩 철거가 되는 것을 보던

이운찬이 미소를 지었다.

“속이 다 개운하군.”

이운찬의 중얼거림에 임상우가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녹이 쓸어서 좀 흉물스럽기는 했죠.”

“그거 가리려고 매년 페인트 예 산 정하는 것도 머리 아팠는데 이제 그런 신경은 안 써도 되겠 어.”

임상우의 말에 이운찬이 미소를 지으며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철거한 놀이기구 대신 새로 들어 오는 기구들이 있었다.

“내일이면 공사가 끝이라고?”

“네.”

“공사가 되게 빨리 끝나는군.”

“오늘 철거하고 땅 다지고 기구 설치하고 콘크리트 붓는다고 하 는군요. 그리고 내일 콘크리트 잘 굳었는지 확인하고 안전 검사 하면 끝이랍니다.”

“콘크리트가 하루 만에 굳나?”

보통 며칠 걸리지 않나 생각을 할 때, 중년 남자가 다가오며 말 했다.

“원래는 며칠 걸리죠.”

그는 이번 공사를 맡은 태운건 설이라는 작은 회사의 사장인 차 장진이었다.

강상식은 이번 공사가 워낙 작 기도 하고 이왕이면 태운 초등학 교와 관련이 있는 곳에 일감을 주길 원했던 터라 차장진을 선택 한 것이었다.

차장진의 딸이 이 학교에 다니 니 말이다. 자기 딸이 다니는 학 교인 만큼 다른 업체보다 더 공 사를 깔끔하게 할 것이라 생각돼 맡긴 것이다.

차장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강상식 사장님이 아이들 놀이 기구 없으면 심심하다면서 안전 하고 빠르게 완공하라고 해서 빨 리 굳는 특수 시멘트를 사용했습 니다. 내일이면 다 굳을 겁니다.”

“그럼 뭐 흔들리거나 하는 건 아닙니까?”

이운찬의 말에 차장진이 웃었 다.

“제 딸이 타고 놀 기구들인데 제가 그렇게 만들겠습니까?”

“그렇지요.”

이운찬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 고는 기구들을 보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웃으며 인부들을 보던 차장진은 이운찬에게 살며시 말했다.

“저기 그런데……

차장진의 은근한 어조에 이운찬 이 그를 보았다.

“하실 말씀이라도?”

“유트브 보십니까?”

“제가 나이가 있지만 유트브도 보고 합니다.”

“그럼 혹시 선생님 이야기 담은 유트브 보셨습니까?”

차장진의 말에 이운찬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그 참 스승 유트브라면 봤습니 다. 저도 보고 참 감동을 했습니 다.”

이운찬의 대답에 차장진이 입맛 을 다시며 슬며시 말했다.

“그거 말고…… 나쁜 선생님에 대한 유트브도 있는데.”

“나쁜 선생 유트브요?”

‘혹시 그건가?’

이운찬은 일전에 강상식이 보여 줬던 두 번째 영상을 떠올렸다. 그 사이 차장진은 핸드폰을 꺼내

자신이 본 영상을 보여주었다.

“음…… 이거 봤습니다.”

“아…… 그렇군요.”

“참 나쁜 선생님이에요. 이런 사람이 저희 동료라니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고개를 젓는 이운찬을 보던 차 장진이 입맛을 다시며 핸드폰을 보다가 슬며시 말했다.

“저기……

“하실 말씀이라도?”

“제 딸이 그러는데, 이거 꼭 홍 유정 선생님 같다고……

차장진의 말에 이운찬의 얼굴이 굳어졌다.

“험! 그럴 리가요. 저희 홍 선 생님 이런 사람 아닙니다.”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을 했는 데……

차장진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위 로 주우욱 올렸다. 그러고는 댓 글들을 가리켰다.

〈어? 얘 나하고 동창인데. 얘 홍유정한테 되게 많이 혼났지.〉

〈홍유정? 그게 선생님 이름 임?〉

〈저 애하고 나하고 같은 반일 때 담임이 홍유정인데…… 저 애 말하는 것 보니 그 선생 같은 데?〉

〈이야…… 여기 무슨 홍유정 담 임 반 동창회인가? 팔성에서 나 도 그 사람 밑에서 2년 있었는 데. 1, 3학년 때 한 번. 그런데 나하고 다른 초등학교 이름도 많

은데…… 그 사람 여러 학교 다 니면서 애들 많이 괴롭혔나 보 네.〉

댓글 중에는 홍유정과 관련된 사람들이 남긴 글들이 많았다. 그것을 본 이운찬의 얼굴이 창백 하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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