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9화
강상식의 손을 잡고 운동장을 걷던 문지나가 주위를 보았다.
“초등학교도 오랜만이네요.”
“지나 씨가 다닌 학교도 한 번 가 보고 싶네요.”
“다음에 한번 같이 가요.”
“그래요.”
웃으며 기구들이 모여 있는 곳 으로 간 강상식은 놀이기구들을
손으로 만져 보고는 고개를 끄덕 였다.
“튼튼하게 잘 해 놨네.”
“그러게요.”
강진은 기구를 잡고 흔들어 보 았다.
“꿈쩍도 안 하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도 기구를 잡고는 이리저리 흔들어 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이 매달리고 노는데. 꿈쩍
도 안 해야지.”
두 사람의 말에 문지나가 웃으 며 기구들을 보다가 말했다.
“색도 예쁘게 잘 칠했네요.”
“애들이 좋아하게 화려한 걸로 했죠.”
말을 한 강상식이 그네를 가리 켰다.
“지나 씨 앉아요. 내가 밀어 줄 게요.”
“ 괜찮아요.”
“아니에요. 앉아 봐요.”
강상식은 문지나를 그네에 앉히 고는 뒤에서 천천히 밀어주기 시 작했다. 그에 문지나가 천천히 그네에서 발을 굴렸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은 한 쪽에 있는 철봉을 보았다.
철봉에는 귀신들이 모여 있었 다. 아마도 이 동네 귀신들인 것 같았다. 어느 동네든 귀신이 없 는 곳은 없으니 말이다.
조용한 시골에 화려한 놀이기구
들이 생기니 구경 차 이곳에 온 모양이었다.
그 귀신들 옆에는 배용수가 서 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사람이 여기 놀이기구 해 준 강 사장인가?”
“들으셨어요?”
“들었지.”
“참 좋은 사람이네.”
“그러게 말이야. 가끔 여기 지 날 때마다 녹슨 기구들 흉물스러
워서 보기 싫었는데 이렇게 하니 보기 좋네.”
귀신들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형이죠.”
“그런데 자네는 수호령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사람하고 같이 다 녀?”
한 귀신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 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귀신이 사람에 붙어 있으면 그 사람 몸에 변고가 생
기는 법인데.”
귀신들이 걱정스럽게 보는 것에 배용수가 웃으며 강진을 가리켰 다.
“저 친구가 저승식당 사장이라 괜찮아요. 저 녀석은 늘 귀신하 고 같이 있거든요.”
“저승식당?”
“아! 저승식당! 나 들어 봤는 데!”
한 귀신이 손뼉을 치며 하는 말 에 다른 귀신들이 그를 보았다.
“귀신들에게 밥을 주는 식당인 데 전국에 몇 개 있다고 하더라 고요.”
“그런 곳이 있어?”
“그렇대요. 그리고 엄청 맛있다 고 하던데……
귀신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 강진이 슬며시 강상식을 보 았다.
문지나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 누며 그네를 미는 강상식을 보니 금방 자리를 이동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은 귀신들에게 다가가 며 철봉을 잡았다.
“안녕하세요.”
“헉! 우리가 보여요?”
“말올 거네!”
귀신들의 반응에 강진이 웃었 다.
‘어떻게 사람하고 귀신이 만나 면, 사람보다 귀신이 더 놀라는 것 같아.’
자신이 귀신에게 말을 걸 때면 사람인 자신보다 귀신이 더 놀라 는 것이다.
속으로 웃은 강진이 말했다.
“용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저는 저승식당 사장이니 당연히 귀신 들을 보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 래야 귀신 장사를 하죠.”
“진짜…… 귀신에게 음식을?”
“이따가 보육원에서 음식 만드 니 거기 와서 좀 드세요.”
“음식요? 저승식당 음식?”
떨어지지만, 것보다는 더
“저희 가게에 직접 와서 먹는 것에 비하면 맛은 장례식장에서 먹는 맛있습니다.”
“그래요?”
“그럼요. 귀신한테 을 해 주는 사람이 요.”
맛있는 음식 바로 저니까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제 손맛이 귀신에게는 MSG이 거든요.”
“손맛이 좋은가 보네요.”
자신의 말을 농으로 받는 아주 머니 귀신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죠.”
강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매주 오지는 못하지만, 한 달 에 한 번 정도는 오니 일요일에 시간 되시면 보육원에 와서 드세 요. 아! 보육원 어디에 있는지는 아시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따가 오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서로를 보다가 웃었다.
“세상에, 귀신한테 밥을 주는 식당이라니……
“그러게 말입니다. 아! 이럴 것 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한테 말하 러 가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우리 귀신들도 잔치 한 번 합시다.”
“그래. 그러자고.”
웃으며 귀신들이 가려고 할 때, 강진이 급히 말했다.
“저기, 잠시만요.”
강진의 부름에 귀신들이 그를 보았다.
“저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어떤?”
“요즘 학교 분위기 어때요?”
“학교 분위기? 아!”
중년의 아주머니 귀신이 눈을 찡그리며 학교를 보았다.
“여선생 이야기 들으셨구나.”
여선생이라는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네.”
“에잉! 그것 때문에 학교 분위 기 아주 안 좋았어요.”
“그래요?”
“마을에 소문나서 사람들 학교 와서 이야기 막 하고…… 난리도 아니었지.”
“그럼 그 선생님은요?”
“뻔뻔한 건지 학교 잘만 다니더 라고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한 귀신
이 말을 했다.
“뻔뻔한 건 아니던데.”
“왜요?”
“자동차 안에서 울더라고요.”
“울어요?”
“그 유트브 보면서 펑펑 울다가 가는 거 봤어요. 미안하다고, 미 안하다고…… 휴!”
고개를 젓는 귀신의 모습에 아 주머니가 눈을 찡그렸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봤어요?”
“나쁜 사람 같아서 내가 좀 같 이 다니려고 했지. 몸이나 좀 나 빠지라고 말이야.”
“김 씨 이 사람…… 아니, 이 귀신 큰일 날 귀신이네. 그러다 가 죄 지으면 JS 금융에 잡혀가 서 얼마나 줄을 서려고 그래.”
“나쁜 놈 괴롭히는 것만큼 재밌 는 것이 어딨다고. 그리고 뭔가 착한 일 하는 것 같잖아.”
그러고는 귀신이 웃었다.
“그리고 그런 걸로 JS 금융 애
들이 오면 한 달 정도 줄 좀 서 다 오지 뭐.”
말을 하던 귀신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펑펑 울면서 미안 하다고 하는데 좀 불쌍하더라.”
“불쌍한 사람 다 죽었나 보다. 애들 괴롭힌 선생이 뭐가 불쌍 해.”
“그러게 말이야.”
“에잉! 그렇게 울 거면서 왜 애 들은 잡아. 잡기를……. 그렇게
후회할 거면서 말이야.”
“후회한다고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한 귀신의 말에 다른 귀신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여자인 줄 알았으면 내가 좀 들러붙어 있을 것을 그랬어.”
“그러게요. 우리는 까맣게 몰랐 어요.”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여러분들은 모르셨어요?”
사람들이야 그런 상황을 보기 어렵겠지만, 귀신들은 가까이 있 었으면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 다.
“귀신이 사람 옆에 있으면 몸에 안 좋다는데 우리가 어떻게 학교 에 오겠어. 그것도 교실에 말이 야.”
“맞죠. 우리 때문에 애들 몸이 안 좋으면 어떻게 해요.”
“가끔 타지에서 온 귀신들이 학 교에서 보이면 우리가 내쫓기도 하지. 애들 몸 상할까 봐.”
고개를 젓는 귀신들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홍 선생님보다 여러분들이 더 선생님 같으시네요.”
“네?”
“최소한 여러분들은 애들 생각 해서 교실에 안 들어가시잖아요. 그리고 타지 귀신들도 막으시 고…… 아주 훌륭하십니다.”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귀신 들이 머리를 긁었다.
“뭐, 사람한테 가까이 가면 안
좋다고 하니까.”
“여기 있는 애들 다 우리 동네 애들이기도 하고.”
쑥스러워하는 귀신들을 보며 강 진이 말을 했다.
“보육원에서 맛있게 식사 챙겨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아! 그리고 식사하러 오실 때 는 몇 분씩 떨어져서 와 주세요. 뭉쳐서 계시면 아이들이 힘들어 하거든요.”
“걱정하지 말아요. 저희도 사람 들 있을 때는 떨어져서 움직이니 까요.”
강진이 귀신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강상식이 소리를 쳤다.
“강진아! 강진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 나를 못 보시나 보네.’
철봉 있는 곳에 귀신들이 몰려 있으니 이쪽을 보지 못하는 모양
이었다. 그에 강진이 다시 귀신 들을 보며 말했다.
“그럼 보육원에서 뵙겠습니다.”
“네”
웃으며 인사한 귀신들은 서둘러 학교를 나갔다. 자신들뿐만 아니 라 아는 귀신들도 모두 불러서 보육원으로 가려는 것이다.
귀신들이 가는 것을 보던 강진 이 강상식에게 걸음을 옮겼다.
“저 여기 있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 고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 다.
“어? 거기 있었어?”
“그럼요.”
“방금 전까지 안 보였는데?”
“러브 스토리 찍으시느라 저를 못 보신 거겠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웃었다.
“그런가 보다.”
그러고는 강상식이 하늘을 보았 다.
“햇살은 따스하고 하늘은 파랗 고, 거기에 내가 지나 씨 그네를 밀어주고 있으니…… 네가 눈에 보이겠냐.”
“그러게요.”
강상식은 문지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가죠.”
“네.”
문지나는 강상식의 손을 맞잡고 걸음을 옮기다가 강진을 보았다.
“오늘은 무슨 메뉴예요?”
“오늘도 야채 튀김하고 통닭, 떡볶이하고 어묵 꼬치죠. 아! 잡 채 하나 좀 더 할 생각이고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말을 했 다.
“메뉴를 좀 바꿔야 하지 않아?”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메뉴가 늘 같기는 하지만, 애 들은 격주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튀김 먹는 거니까 굳이 바꿀 필 요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애들 은 튀김 좋아하잖아요. 통닭도 마찬가지고.”
강진은 푸드 트럭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잡채는 오늘 날씨가 좋아서 면 좀 먹고 싶어서 제가 하나 더 준 비한 거고요.”
원래 잡채는 할 생각이 없었지 만, 아까 동네 귀신들이 온다고
했으니 그들을 위해 할 생각이었 다.
통닭이나 튀김도 남녀노소 가리 지 않고 좋아는 하지만, 그래도 어른들은 그런 것보다 한식을 좋 아할 테니 말이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좀 사다가 수육을 좀 할까?’
이왕 준비하는 김에 수육도 좀 할까 하는 생각을 할 때, 강상식 이 웃었다.
네가 먹고 싶어서 준비한 거
네.”
“그런 셈이죠.”
말을 하며 주차장에 도착한 강 진이 푸드 트럭에 오르자, 강상 식도 문지나와 함께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보육원에 도착한 강진은 차를 세우다가 문득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홍유정?’
운동장 한쪽에 있는 수돗가에선 홍유정이 이불을 빨고 있었다.
“홍 선생이 왜?”
“홍 선생?”
“저기.”
강진이 가리키자 배용수가 홍유 정을 보았다.
“저 이불빨래하는 사람?”
“ o ”
강진이 의아한 듯 그쪽을 볼 때, 아이들이 달려왔다. 그에 강
진이 급히 차를 세웠다.
아이들은 반가워서 뛰어오는 거 지만, 그래서 더 위험했다. 반갑 다고 달려오다 사고가 날 수 있 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무조건 빨간불 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보 이는 순간 멈추는 것이 가장 안 전했다.
차를 멈춘 강진이 내리며 손을 흔들었다.
“형 왔다.”
“우리 보러 왔어요?”
“그래.”
강진은 가장 먼저 달려온 황태 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슬쩍 홍 유정을 보았다. 이쪽을 보고 있 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 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강진도 일단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홍유정이 다시 이불을 밟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 이 황태수를 보았다.
“어떻게 된 거야?”
“선생님이 어제 와서 사과를 했 어요.”
“사과?”
“네.”
“사과를 했어?”
강진은 의아한 눈으로 홍유정을 보았다. 사과라는 건 쉬운 것이 아니었다.
물론 타인의 강요로 고개를 숙 이는 것은 쉽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지만, 강요로 인해 사과를 하는 것이라며 내 자신에 대한 변명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시켜서 하는 사과는 쉽지 않았다. 자신 의 잘못을 깨닫고 그것을 뉘우쳐 야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 다.
‘차에서 울었다고 하던데……
귀신이 했던 말을 떠올린 강진 이 입맛을 다셨다.
‘정말 후회를 하기는 하는 건
가?’
홍유정을 보던 강진은 고개를 젓고는 푸드 트럭 캡을 열었다.
“자! 형이 맛있는 거 해 줄게!”
웃으며 말한 강진은 음식을 준 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