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00화 (798/1,050)

800화

촤아악! 촤아악!

기름 냄새를 풍기며 튀겨지는 통닭을 귀신들이 옆에서 구경하 고 있었다.

“이야! 냄새 죽이네!”

“빨리 먹고 싶다.”

두 귀신이 입맛을 다시며 튀겨 지는 통닭을 볼 때 멀찍이 떨어 져 있던 귀신들이 소리를 질렀

다.

“그만 좀 나와!”

“그래! 우리도 좀 가서 보자!”

통닭을 보던 귀신들이 마지못해 멀찍이 떨어지자 다른 귀신들이 그 자리로 바로 뛰어갔다.

냄새라도 가까이서 맡겠다고 자 리를 교대하는 귀신들을 보던 강 진이 웃으며 아이들에게 말을 했 다.

“잠깐만 뒤로 가 있을래?”

“왜요?”

“지금 튀겨서 뜨거우니까. 좀 식으면 형이 부를게.”

“네.”

황태수가 동생들을 뒤로 물리 자, 강진이 귀신들을 보았다. 그 러자 귀신들이 우르르 와서는 반 투명한 통닭을 하나씩 들고 물러 났다.

“진짜 맛있다!”

최고예요!”

귀신들이 신나게 통닭을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아이들 을 보았다.

“이제 좀 식었겠다. 이제 먹어.”

“네!”

아이들은 식판에 통닭과 무를 덜은 뒤 한쪽에 자리를 잡고는 먹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강진은 빠르게 통닭들을 더 튀기기 시작했다.

처음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서 그렇지, 두 번째부터는 통닭이

빠르게 튀겨진다.

튀김은 두 번 튀겨야 맛있는 것 처럼, 통닭도 한 번 튀기고 한숨 식힌 후에 다시 한 번 튀기면 더 바삭하고 맛이 좋다.

그래서 오늘처럼 미리 한 번 튀 겨 왔을 경우, 살짝만 더 튀기면 완성이었다.

강진이 닭을 더 튀기던 찰나, 아이들 눈에 안 보이게 쭈그려 앉은 채 야채 튀김에 쓸 반죽을 만들고 있던 배용수가 강진의 다 리를 툭 쳤다.

“야. 저기 봐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가 보 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황태 수가 식판을 들고 홍유정의 앞에 서 있었다.

식판에 통닭을 담은 황태수는 황미소의 손을 잡고 홍유정에게 다가갔다.

“나 가기 싫은데……

한 손에 닭다리를 든 황미소가 머뭇거리자 황태수가 웃으며 말

했다.

“그래도 담임 선생님이잖아. 예 쁘게 보여야지.”

그렇게 말을 하는 황태수도 홍 유정에게 가는 걸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 을 잘 아는 법이다. 그러니 홍유 정에게 가는 걸음이 가벼울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황태수는 다가가길 택 했다. 그는 황미소의 보호자이니

말이다. 아이를 맡긴 보호자로서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은 다 똑같았다.

근처에 도착한 황태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홍유정을 불렀다.

“선생님.”

“응? 응.”

이불을 빨고 있던 홍유정이지 만, 그녀라고 두 아이가 자신에 게 다가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 다.

맛있게 튀겨지는 통닭 냄새에

푸드 트럭 쪽을 힐끗 보다가 황 태수와 황미소가 다가오는 것을 본 것이다.

홍유정이 보자, 황태수가 통닭 이 담긴 식판을 내밀었다.

“이거…… 드세요.”

식판에 담겨 있는 통닭을 보던 홍유정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괜찮으니 너희 많이 먹 어.”

“저희는 많이 있어요. 드세요.”

황태수는 수도가 한쪽에 식판을 놓고 고개를 숙인 뒤 황미소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렸다.

“저기…… 태수야.”

홍유정의 부름에 황태수가 그녀 를 보았다. 그 시선에 잠시 머뭇 거리던 홍유정이 입을 열었다.

“나…… 안 밉니?”

홍유정의 말에 황태수가 잠시 있다가 황미소의 손을 꼬옥 잡으 며 말했다.

“저는…… 괜찮아요.”

“선생님 안 미워?”

홍유정의 말에 황태수가 황미소 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작년에…… 아빠가 사람들 구 하려다가 화재로 돌아가셨어요.”

“화재?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 셨어?”

처음 들어 본다는 듯 말하는 홍 유정을 보며 황태수가 고개를 끄 덕였다.

“그래서 제가 미소 보호자예 요.”

말을 하던 황태수가 고개를 숙 였다.

“저희 미소 잘 봐 주셨으면 좋 겠어요.”

다시 고개를 든 황태수가 황미 소를 보았다.

“맛있게 드시라고 인사해야지.”

“맛있게 드세요.”

황미소의 말에 홍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먹을게.”

홍유정의 말에 황태수가 황미소 의 손을 잡고는 푸드 트럭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 을 보던 홍유정은 입술을 깨물었 다.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 어?’

그것도 화재로…… 사람을 구하 려다가 돌아가셨다니…….

홍유정은 그런 것을 알지 못했 다. 보육원 출신인 두 아이의 생 활기록부를 보지 않았으니 말이 다.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두 아이 는 보육원에 살면서도 공부를 잘 하는 아이일 뿐이었다.

원래 공부를 잘한다는 걸 알기 전엔, 보육원 출신인 아이가 점 수가 높은 걸 보고 커닝을 했다 고 생각해 손이랑 책상을 뒤지기 도 했었던…….

거기까지 떠올린 홍유정의 얼굴 이 굳어졌다.

유트브에 올라온 이야기 중 자 신이 시험 시간에 소지품 검사를 했다는 내용이 떠오른 것이다.

‘내가 의심하고 상처를 준 애들 이 한둘이 아니구나.’

한숨을 쉬던 홍유정은 한쪽에 놓여 있는 통닭을 보았다. 잠시 간 통닭을 보던 홍유정은 슬며시 주저앉았다.

커다란 이불 빨래를 하는 통에 서 주저앉아 엉덩이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 다.

‘태수…… 너는 학부모구나.’

황태수는 학생이 아닌…… 황미 소의 학부모로서 통닭을 가져온 것이었다. 자기 동생 잘 봐 달라 고 말이다. 자기도 보호를 받아 야 할 나이에…….

“하아! 내가 이 착한 아이들에 게 무슨 짓을……

빨래통 속에 앉아 있는 홍유정 을 보던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 다.

“사람 쉽게 안 변한다는데……

저 사람은 변한 것 같네.”

말없이 홍유정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강상식은 공을 옆구리에 끼운 채 홍유정을 보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강상식에게 손짓을 했다.

“형!”

강진의 부름에 홍유정을 보던 강상식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통 닭 조각을 하나 집어먹으며 홍유

정을 보았다.

“너도 저 여자 보고 있었지?”

“형도 보고 있던데요?”

“애들이 그러는데, 어제 와서 사과를 했대.”

“들었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게 진심이려나? 아니면 후환 이 두려워서 그러는 건가?”

“후회는 하는 것 같네요.”

“네가 보기에 그래?”

강진은 귀신들이 했던 말을 떠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 에게 보여 주려는 거라면 자동차 안에서 미안하다며 혼자 울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홍유정을 보다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안 내려 줘.”

“네?”

“영상 안 내려 준다고.”

그러고는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 다.

“후회하고 개과천선한다고 죄가 사라질 거면 경찰이 왜 있고 감 옥이 왜 있어? 죄를 저질렀으면 몸으로 갚든 마음으로 갚든 죗값 치러야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인가요?”

“용서가 가장 큰 복수라고 하는 데…… 나는 그 정도로 큰 사람 은 못 되거든.”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상 식이 고갯짓으로 홍유정을 가리 켰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돌리 니 홍유정이 물에 젖은 채 걸어 오고 있었다.

한 손에 식판을 든 채 걸어오던 그녀는 강상식과 강진에게 고개 를 숙였다.

“안녕 하세요.”

“네.”

강진이 마주 고개를 숙이자 강 상식이 홍유정을 보며 말했다.

“애들한테 사과하셨다면서요.”

강상식이 돌직구로 말을 하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하지만 강 상식은 능글맞은 얼굴로 홍유정 을 볼 뿐이었다.

그런 강상식을 보며 홍유정이 재차 고개를 숙였다.

“그 영상……

“영상이 왜요?”

강상식의 삐딱한 모습에 홍유정 이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 했다.

“감사하다는 말 하고 싶었습니 다.”

“감사요?”

홍유정의 말에 강상식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영상 이야기를 하기에 ‘왜 그런 것을 만들었느냐. 나를 타깃으로 한 거냐. 나하고 무슨 원수를 졌 기에 그러느냐.’라고 할 줄 알았 는데…… 감사하다니?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았으니까요. 그 영상을 보지 않

았다면, 저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았을 거예요. 그래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개를 깊이 숙이는 홍유정의 모습에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홍유정을 보 던 강상식은 입맛을 다시고는 자 세를 바로 했다.

홍유정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지 니, 삐딱하게 있을 수 없었던 것 이다.

그런 강상식을 보며 홍유정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 영상…… 보여주셔서 감사 합니다.”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 영상을 봐서…… 제가 후회 를 할 수 있었습니다. 후회라는 것이 아무리 빨라도 늦는 건 알 지만, 그래도……

잠시 머뭇거리던 홍유정이 입술 을 깨물었다.

“앞으로 가르칠 아이들에게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기회 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일은 계속 할 생각입니 까? 아직 화제가 되지 않아서 그 렇지만…… 이거 화제가 되면 교 육청에서 징계가 내려올 겁니다. 게다가 학부모님들과 사람들에게 지탄도 받을 겁니다.”

강상식이 제대로 알고 있냐는 듯 상황을 말해주자, 홍유정이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징계는…… 상관없어요. 어떠 한 징계라도 달게 받을 생각입니 다. 사람들한테 욕을 많이 들을 각오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그만두면 제가 다치게 한 아이들에게 사죄를 할 방법이 없 어요. 그래서 교직은 계속 유지 하고 싶어요.”

“좋은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에 게 사죄를 하겠다는 건가요?”

“제가 일을 그만두는 건 피하는 것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욕을 먹고 사람들 눈총을 받더라도 아 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 어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손가락을 주무르며 말을 한 홍

유정이 강상식을 보았다.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 부탁요?”

“그…… 영상 속 제자…… 아 니, 그 아이들 연락처를.... 좀

알 수 있을까요?”

“연락처요?”

“미안하다고…… 내가 너무 미 안하다고…… 사고}를 하고 싶어 요.”

홍유정의 말에 강상식이 그녀를

보다가 말을 했다.

“그건…… 일단 그 사람들과 이 야기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함부로 연락처를 그쪽에게 줄 수는 없으니까요.”

“아…… 그렇겠죠.”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홍유정을 보며 강상식이 말했다.

“그리고…… 그 학생들에게 그 쪽은 좋은 기억이 아닐 겁니다. 그럼 만나고 싶지도, 연락을 받 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강상식의 말에 홍유정이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잠시 있다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홍유정이 몸을 돌리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저기요.”

강진의 부름에 홍유정이 그를 돌아보았다.

“음…… 저는 그쪽이 싫어요.”

“……네.”

고개를 숙이는 홍유정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것이 있어요. 물어도 될까요?”

“물어보세요.”

“후회를 한다는 건 자기 잘못을 깨달았다는 거죠?”

말이 없는 홍유정을 보며 강진 이 말했다.

“그럼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안다는 건데…… 왜 그런 일을 하신 거예요?”

강진의 물음에 홍유정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 를 저었다.

“제 잘못이에요.”

변명을 하고 싶지 않은 듯 홍유 정이 몸을 돌려 빨래가 있는 곳 으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았다.

그러다가 힐끗 푸드 트럭 난간 을 보았다. 그곳에는 홍유정이

들고 온 식판이 놓여 있었다.

‘수호령이라도 붙어 있으면 무 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홍유정에게는 귀신이 안 붙어 있으니 그녀가 왜 이런 모습이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