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5 화
“꽃 피어나다……
김소희가 작게 중얼거리는 것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김소희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소주를 따라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 다.
‘제목 참 좋네요.’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주
방에서 배용수가 불렀다.
“육개장 국수 다 됐어!”
배용수의 부름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는 육개장 국수를 쟁반 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 그러고 는 두 그릇을 김소희 탁자에 가 져다 놓았다.
“맛있게 드세요.”
“육개장에 국수를 넣었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남은 육개장 국수를 가 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상식 형의 추억의 음식, 육개 장 국수 나왔습니다.”
추억의 음식이라는 말에 강상식 이 웃으며 육개장 국수를 보았 다.
“나중에 지나 씨하고 해 먹어 봐야겠다.”
“형이 하게요?”
“내가 해 주면서 어머니 이야기 해 주고 싶어서.”
“제가 레시피 잘 적어서 드려야 겠네요. 아니면 저하고 한 번 해
보고 해 드리세요.”
“그것도 좋지. 어서 먹자. 형 드 셔 보세요.”
강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은 육개장 국물을 떠먹고 는 고개를 끄덕였다.
“국물 시원하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육개장은 육수를 내야 해서 한 번에 많이 하고, 오래 끓여야 하 는데 이건 간단하고 짧게 하는 음식이에요. 형도 배워뒀다가 형
수가 라면 먹고 싶다고 하실 때 해 보세요. 좋아하실 거예요.”
“그래?”
“그럼요.”
이야기를 나누며 국수를 먹을 때, 황민성의 전화기가 울렸다.
띠링! 띠링!
핸드폰 벨 소리에 황민성이 입 가를 닦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지금요? 아 니…… 아! 알겠습니다.”
서둘러 전화를 끊은 황민성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러세요?”
뭔가 급해 보이는 황민성의 모 습에 강진과 강상식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형수 지금 진통 시작했대.”
“지금요?”
“출산 예정일 아직 아니잖아 요.”
“맞아. 그런데…… 지금 진통을
시작했다네.”
황민성은 핸드폰으로 대리를 부 르려다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택시 타고 가야겠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차 키를 강 진에게 내밀었다.
“고경수 씨 오면 이거 줘.”
“그……
강진은 차 키를 받으며 입맛을 다셨다. 마음 같아서는 같이 가 고 싶은데…… 저승식당 영업시
간까지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아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알아. 이따가 연락할게.”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등에 걸치고 있던 외투를 제대로 입으 며 말했다.
“저도 같이 가요.”
“그래. 같이 가자.”
두 사람이 서둘러 일어나는 것 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 다.
“연락 주세요.”
“그래. 알았어.”
말을 하며 가게를 나서려던 황 민성은 문득 김소희가 있는 테이 블을 보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는 김소희가 없었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황민성의 옆에 서 있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황민성에게 말했 다.
“문자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가게를 나섰 다. 그런 황민성의 뒤를 김소희 가 천천히 따라 걸었다.
그런 김소희의 얼굴을 본 강진 이 미소를 지었다. 김소희는 조 금은 초조한 듯 보였다.
‘조카 본다 생각하니 홍분되시 나 보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가게를 나서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 나왔 다.
“택시!”
강상식이 길가로 나가 손을 흔 들며 택시를 잡고는 문을 열었 다.
“형 타세요.”
“그래. 고맙다.”
황민성이 뒤에 타자 강상식이 앞에 올라탔다.
그렇게 택시에 탄 두 사람이 출 발하는 걸 지켜보던 강진은 김소 희를 보았다. 그녀는 택시 지붕 위에 올라가 서 있었다.
지붕에 탄 김소희가 미동도 없
이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은 핸드 폰을 꺼내 황민성에게 문자를 보 냈다.
〈소희 아가씨도 같이 가셨어요. 그러니 별일 없이 순산하실 거예 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알았다. 형이 가서 상황 보고 연락할게.〉
〈새벽 한 시에 영업 끝나고 저 도 가 볼게요. 병원 이름 보내 주세요.〉
알았다는 의미로 이응 두 개만 적힌 황민성의 문자에 강진이 미 소를 지으며 택시가 간 방향을 지켜보았다.
“소희 아가씨가 같이 갔으니 조 카들 순산하게 도와주시겠지?”
배용수의 목소리에 강진이 그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희 아가씨한테는 정말 친조 카잖아. 친조카한테 못 하는 사
람이 어디……
말을 하던 강진은 입을 다물었 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을 해 보 니 있는 것이다. 자기 친척들 말 이다.
“저승식당 영업 끝나고 같이 가 보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다가 입맛을 다셨다.
“나도 뭐라도 하나 해 주고 싶 은데.”
“뭐?”
“아기 용품 말이야.”
“내가 사서 줄게.”
“그건…… 네가 사는 거지, 내 가 사는 것이 아니잖아.”
자기가 해 주고 싶다는 배용수 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럼 일당을 이승 돈으로 줄
게. 그걸로 네가 사고 싶은 거 사면 되지.”
“이승 돈으로?”
“오늘 일한 일당 JS 금융에 입 금하지 말라고 하고 현금으로 내 가 주면 되지 않겠어? 그걸로 아 기 용품 사면 네가 사는 거지.”
강진의 말에 같이 가게 앞에 나 와 있던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 다.
“그럼 저희도 그렇게 해 주세
요.”
“여러분도요?”
“저희도 민성 씨한테 뭐라도 해 주고 싶어요. 저희 돈 모아서 아 기 용품 사면 좀 좋은 거 살 수 있지 않겠어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되겠어요.”
귀신들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죠. 저도 돈 보 태서 좋은 걸로 하나 사 보자고
요.”
웃으며 강진이 식당 안으로 들 어가자 직원들도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정리들 하죠.”
직원들이 그릇을 치우기 시작하 자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주방에 들어가 저승식당 영업 때 팔 음 식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새벽 한 시가 넘어 장사를 마무 리한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택시 를 타고 강남성모병원으로 향했 다.
금방 병원 앞에 도착한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병원 안으로 들어 섰다.
출산실 앞에는 황민성과 오 실 장이 같이 있었다. 그리고 한복 을 입은 노인이 의자에 앉아 눈
을 감고 있었다.
‘누구지?’
황민성과 같이 있는 것을 보면 가까운 사이인 것 같은데, 한 번 도 보지 못한 사람이었던 것이 다.
의아해하던 강진은 황민성과 함 께 있는 김소희를 보고는 그쪽으 로 걸음을 옮겼다.
“형.”
강진의 부름에 초조한 얼굴로 출산실을 보고 있던 황민성이 고
개를 돌렸다.
“왔구나.”
“아직인가요?”
“진통을 한다고 바로 애가 나오 는 것이 아니래.”
“그래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입 을 열었다.
“애가 순풍순풍 나오는 줄 아는 겐가?”
강진이 보자 김소희가 출산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오래 걸리는 여인은 열 시간 넘게 산통을 하다가 애를 낳기도 하네.”
“열 시간요?”
“그래서 애를 낳은 여자들은 진 이 다 빠지는 것이네. 피를 그리 쏟으며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열 시간이 넘게 겪으니 말이네.”
“아가씨는 그걸 어떻게 아세 요?”
처녀귀신인 그녀가 알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산채에서 애를 몇 받은 적이 있네.”
“아가•씨가•요‘?”
아기가 아기를 받았다는 것 같 아서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하면 하는 것이네.”
“그건…… 그렇죠.”
당장 어떻게든 해야 하는 상황 이라면 김소희가 아니라 자신이
라도 애를 받기는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강진은 문득 김소희를 보았다.
“그런데 산채요?”
“왜구와의 싸움이 꼭 성곽에서 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 산에서도 살았지.”
출산실에서 눈을 못 떼던 김소 희가 말했다.
“내 잠시 안에 들어가 어찌 돌 아가는지 보고 오겠네.”
김소희는 출산실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마침 그도 강진을 보고 있었다.
“아가씨하고 이야기한 거야?”
“네.”
“아가씨가 뭐라고 하셔?”
“딱히 하신 이야기는 없어요.”
“방금 아가씨가 어떻게 아냐고 하지 않았어? 애 낳는 거 말한 거 아니야?”
강진이 하는 이야기만 들었기에 황민성은 둘이 무슨 이야기를 했 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아가씨가 애를 받아 본 적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
평소라면 더 물어봤겠지만, 황 민성은 지금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안 지금 어떻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출산실을 보며 말했다.
“방금 막 들어가셨으니 나오시 면 여쭤볼게요.”
“후우! 별일 없겠지?”
“그럼요. 소희 아가씨가 지켜보 고 계시잖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상식 형은요?”
“상식이 지나 씨 데리러 갔어.”
지나 씨요?”
“오고 싶다고 해서 데리러 갔 어.”
“그렇군요.”
“아!”
황민성은 강진을 툭 치고는 한 복을 입은 노인에게 다가갔다.
“아버님.”
황민성의 부름에 노인이 눈을 떴다.
“여기는 제가 형제처럼 지내고 있는 이강진입니다.”
강진을 소개한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이슬 씨 아버님이셔.”
황민성의 소개에 강진이 노인을 보았다.
‘혹시 했는데 맞네.’
강진은 고개를 숙였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이강진입 니다.”
강진의 인사에 노인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슬이한테 자네 이야기는 많 이 들었네. 식당을 한다고?”
“작은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강진이 고개를 숙이며 답하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전주 사는 김성수라고 하 네.”
뭔가 목소리에 무게감이 느껴지 는 김성수가 손을 내밀자 강진도 공손히 손을 내밀어 맞잡았다.
“손주가 생겨서 무척 기쁘시겠 어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작게 고 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았다. 더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이 었다. 그에 황민성이 강진을 데 리고 옆으로 나왔다.
“아버님이 말이 좀 없으셔.”
“그런데 전주에 사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전주에 사셔.”
“그런데 어떻게?”
“방금 오셨어.”
“이 시간에요?”
“외국도 아닌데 오려고 하면 올 수 있지. 헬기 타고 오셨어.”
“헬기요?”
“아버님이 헬기가 한 대 있거 드 ”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김성수를 보았다.
‘현금 부자라고 하더니.... 스
케일이 다르네.’
딸 손주 낳는 것 보러 전주에서
헬기를 타고 오는 스케일이라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는 강진에 게 황민성이 말했다.
“근데......"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김성수를 살며시 보고는 말했다.
“혹시 장인어른한테 귀신 붙은 거 없어?”
“귀신요?”
“수호령이 있으면 원한령도 있 지?”
“있다고는 하는데 저는 아직 본 적이 없네요. 혹시 아버님한테 원한령 붙어 있나 물어보시는 거 예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성수를 보았다.
“아버님 사채하시면서 사람들 힘들게 하셨을 거야. 돈처럼 사 람 힘들게 하는 것이 없으니까.”
황민성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귀신은 안 붙어 있어요.”
“그래? 다행이네.”
황민성이 안도를 하는 것에 강 진이 그를 보았다.
“아버님 걱정을 하셨나 보네 요.”
“당연히 걱정이 되지. 이슬 씨 아버님인데.”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김성수를 보고는 말했다.
“귀신이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지만, 사람처럼 직접 해를 끼 칠 수는 없으니 그런 걱정 하지
마세요.”
“그래?”
“귀신이 사람을 해치려고 하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해요. 저승에서 귀신이 이승에 영향을 끼치는 꼴을 못 보거든요. 그러 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작게 한 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를 나누는 人}이, 복도에서 강상 식이 문지나와 함께 걸어왔다.
“강진이 왔구나.”
“네.”
강진은 문지나에게 고개를 숙였 다.
“오셨어요?”
“ 언니는요?”
문지나의 물음에 황민성이 출산 실을 보았다.
“아직입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
니다.”
“아니에요.”
문지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출 산실을 보는 사•이, 강상식은 들 고 있던 봉투에서 커피를 꺼내 내밀었다.
“커피 좀 사 왔어요.”
“나는 괜찮아. 아! 아버님에게 먼저 좀 드릴래?”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봉지를 들고는 김성수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