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6화
강상식이 음료를 건 네 자, 김 성 수가 말없이 그것을 받아서는 옆 에 놓았다.
그에 강상식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오 실장에게도 음료를 하나 건네고는 돌아왔다.
“이거 좀 드세요.”
강상식이 다시 커피를 내밀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받았 다.
“따뜻한 거네?”
“긴장되실 텐데 차가운 거 드시 면 속 안 좋을 것 같아서 따뜻한 걸로 했어요.”
“고맙다.”
자신을 생각해서 일부러 따뜻한 걸 준비한 강상식을 보며 웃은 황민성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는 작게 눈을 찡그렸다. 커피가 단 것이다.
그 모습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 했다.
“시럽 안 넣는 거 아는데 당 필 요할 것 같아서 좀 넣었어요.”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고맙다.”
달달한 커피는 안 마시지만…… 시럽도 자기 생각해서 가져온 것 이니 말이다. 그리고 살짝 당이 필요한 것도 같았다.
황민성이 커피를 한 모금 더 마 시고는 출산실을 보는 人}이, 강 상식이 문지나를 보았다. 그녀도
출산실을 보고 있었다.
“내일 출근 괜찮겠어요?”
“아침에 가서 반차라도 내면 돼 요.”
“거기 그런 거 내는 거 싫어한 다고 하지 않았어요?”
“싫어도 내가 필요하면 내야 죠.”
“뭐라고 하지 않겠어요?”
“뭐라고 하기는 하지만…… 설 마 자르겠어요. 그리고 자르면
다른 데 취업하죠. 중소기업이 대우가 안 좋아서 그렇지, 취업 하려고 하면 할 곳은 있거든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자기 비서 실로 들어오라고 하고 싶었다. 그럼 매일 같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지나가 그 런 것을 싫어하는 걸 잘 알기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하면 나한테 이야기해 요.”
“왜요? 와서 한 마디 하게요?”
“한 마디만 하겠어요? 두 마디 세 마디 해 줘야지. 요즘 세상이 어떤데 나라에서 정한 월차를 못 쓰게 해요.”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내일 쓰려고요.”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이야기를 더 하려고 하자, 문지 나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이슬 언니 애 낳는 것
만 생각하게요.”
“알았어요.”
웃으며 강상식이 출산실을 보았 다.
새벽 세 시가 넘어갈 무렵, 김 소희가 출산실에서 나왔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출산실 앞으로 다 가가며 그녀에게 작게 물었다.
“아가씨, 어떻게 되었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아이의 머리가 나오기 시작했
네.”
“머리요? 그럼……
“머리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
도 시간은 더 걸릴 것이네.”
“그럼 언제쯤 두 아이 다 나올
까요?’’
“그것이야 아이들 마음이니 내
가 어찌 알겠는가. 빨리 나오고 싶으면 엄마 고생시키지 않고 말 그대로 쑤우욱 나오겠지만, 그렇 지 않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테 지.”
“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황민 성이 다가왔다. 강진이 허공에 대고 뭔가 리액션을 작게 취하는 것을 보고는 김소희가 나왔나 해 서 다가오는 것이다.
“황민성에게는 산모도 아이도 건강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 하게
나.”
“아이가 아직 안 나왔는데 그걸 어떻…… 알겠습니다.”
김소희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 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 소희는 다시 출산실 안으로 들어 가려 했다.
그에 강진이 말을 걸었다.
“저기 아가씨.”
강진의 부름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 뭔가?”
“저 혹시 아까 여기 계실 때, 저기 어르신 옆에 귀신 있는지 보셨나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건 왜 묻나?”
“어르신이 사채...... 대금업을 하시는데 그 일이 사람들 원한을 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원한을 지고 죽은 사람들이 혹시 귀신이 돼 어르신을 따라다닐까 싶어서
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김성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이 몇 있기는 하더군.”
“아…… 혹시 원한령인가요?”
“아니네.”
“아니에요? 그럼 수호령?”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수호령도 아니고 일반 귀신이 었네.”
“일반 귀신?”
“보여서 밖으로 내보냈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출 산실 안으로 들어가려던 김소희 는 고개를 돌려 황민성을 보았 다.
그는 강진에게 상황을 물으려고 옆에 와 있었다.
“황민성에게 전하게. 김성수라 는 자, 돈을 많이 버는 재주가 있을 뿐 악인은 아닐세. 돈을 버 는 방법만 다를 뿐…… 그저 장
사치일 뿐이네.”
그러고는 김소희가 출산실 안으 로 들어갔다. 그런 김소희를 보 던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소희 아가씨지? 뭐라고 하셔?”
“지금 아기 머리 나왔대요.”
“아기 머리? 그럼 애가 나온 거 야?”
“아직 그건 아니고요. 머리만 나왔대요.”
“머리 나오면 다 나온 거 아니
야?”
“몸이 있잖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초조한 얼굴로 출산실을 보다 말했다.
“그래서 언제 나온대?”
“그건 아가씨도 모르신대요.”
“아가씨가 모르시는 것이 있 어?”
“애가 나오는 거야 애들 마음이 죠.”
강진이 긴장 풀라는 듯 웃으며
황민성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가씨가 산모와 아이 들 다 몸이 좋다 하셨어요. 그러 니 걱정하지 마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건강하면 된 거지. 기다 리면 나오겠지. 안 그래?”
짐짓 괜찮다는 듯 출산실을 보 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다가 김성수를 보았다.
“아! 그리고 아가씨한테 물었는
데, 어르신을 따라다니는 귀신이 있대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악령이야?”
“그냥 일반 귀신이래요.”
“일반 귀신? 근데 왜 따라다닌 대?”
“그건 모르신대요. 보여서 나가 라고 하셨대요.”
“아…… 고맙네. 그래. 애 낳는
데 귀신이 있으면 안 되지.”
고개를 끄덕이던 황민성이 흠칫 하더니 급히 주위를 보았다.
“용수……도…… 같이 왔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한쪽을 보았다. 그에 배 용수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괜찮아. 애기 낳는 데…… 귀신이 있으면 안 좋지.”
작게 웃지만 상처받은 것이 분 명해 보이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 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기 낳는 곳에 귀신이 있으면 안 된다는 말은 상처받기 충분한 말이었다. 그도…… 귀신이니 말 이다.
강진은 다시 황민성을 보았다. 그 시선에 황민성은 강진이 보던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작게 말 했다.
“형 무슨 마음인지 알지?”
“알아요. 괜찮아요. 형 말이 맞 아요. 애 낳는 곳에 귀신이 있으 면 안 되죠.”
그러고는 배용수가 웃으며 출산 실을 보았다.
“금줄이라도 하나 해 둬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배용수가 웃으며 하는 말에 황 민성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뭔가 말을 하려던 황민성이 강 진을 보았다.
“향수 가지고 왔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주머니에
서 향수를 꺼냈다.
“용수는 매일 향수 뿌려서 귀기 없어요.”
배용수에게 향수를 뿌리려고 하 는 건가 싶어 말하자, 황민성이 고개를 젓고는 향수를 받았다. 그러고는 향수를 입안에 뿌렸다.
치익! 치익!
향수를 두 번 입안에 뿌린 황민 성이 입맛을 다시며 그것을 삼켰 다.
“형 그걸 왜?”
“먹어도 되는 거라며?”
“그건 그렇죠.”
향수라고 해도 그저 물하고 비 슷한 액체이니 말이다.
배용수도 의아한 듯 황민성을 볼 때, 그는 잠시 입맛을 다시다 가 배용수를 보았다. 정확히 자 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배용 수가 “아!” 하고는 미소를 지었 다.
“저 보려고 향수를 드신 거예 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말실수했으니까. 직접 말 하고 싶었다.”
“아니에요. 형 말이…… 맞죠.”
“그래. 형 말이 맞아.”
“네?”
배용수가 의아한 듯 황민성을 보았다. 사과를 할 줄 알았는데 자기의 말이 맞다고 하니 말이 다.
그런 배용수를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애 낳는 곳에 귀신은 안 돼.”
“그야…… 그렇죠.”
황민성은 배용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너하고 소희 아가 씨, 그리고 저승식당 분들은 괜 찮아. 너는 태어날 아이들의 삼 촌이고 혜미 씨, 선영 씨, 정숙 씨는 고모들이니까.”
황민성은 배용수의 눈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너는 괜찮아. 하지만 다른 귀신은 안 돼. 앞으로 네가 우리 애들 크는 거 보면서 다른 귀신들이 다가오면 잘 지켜줘 라.”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웃었다.
“충성.”
배용수가 경례를 척 하는 것에 황민성이 웃으며 그 어깨를 두들 겼다.
“그래. 고맙다. 애들 태어나면 이렇게 든든한 삼촌 있어서 너무 좋겠다.”
“그럼요. 다른 애들은 없는 귀 신 삼촌이 있으니까요.”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배용 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애들하고 잘 놀아 줄게 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놀아 줘라.”
“형 괜찮아요?”
말을 하던 황민성은 강상식의 목소리에 옆을 보았다. 강상식이 의아한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아차 싶었 다.
배용수 마음 풀어 주는 데 몰두 하느라 목소리나 행동이 커진 걸 자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강상식의 눈엔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허공에 말을 하고 손짓을 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그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야 괜찮지. 그냥 스트레칭한 거야.”
황민성은 배용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가볍게 몸을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황민성의 몸에서 들리는 소리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출 산실을 보았다.
“많이 초조하……
말을 하던 강상식이 입을 다물 었다. 닫혀 있던 출산실 문이 열 리며 의료 가운을 입은 의료진이 나온 것이다.
“선생님.”
황민성이 급히 다가가자, 의료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 아들입니다.”
“ 아들.”
황민성이 웃으며 강진과 강상식 을 보았다.
“형 아들 낳았다.”
“축하드려 요.”
“큰아들이 네요.”
“하하하!”
크게 웃은 황민성이 의료진을 보았다.
“아내하고 아들은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그럼.”
의료진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 자, 환하게 웃던 황민성이 김성 수에게 다가갔다.
“아버님 첫째가 아들이랍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성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무표정하고 냉 막한 김성수도 손자가 나왔다는 이야기에 기분 좋은 것이다.
미소를 짓던 김성수가 눈을 떴 다.
“아들 이름은 지었나?”
“아직 안 지었습니다.”
“그럼…… 내가 하나 생각한 것 이 있는데.”
아들 이름을 김성수가 지어 주 겠다는 것에 황민성의 얼굴에 잠 시 당황이 어렸다.
사실 딸 이름은 이미 생각해 놓 은 것이 있었고, 아들 이름은 김 소희에게 지어달라고 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김성수가 지어 준다고 히- 니.•
‘그래. 아들 이름은 아버님에게 지어 달라고 하자.’
그에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이슬이도 좋아할 겁니다.”
“그래. 그러면…… 황희 어떤 가.”
“황희?”
“그 조선 시대 황희 정승의 이
름이 네.”
“아…… 그 황희 정승요?”
“그렇네.”
김성수의 말에 황민성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말했다.
“황희 정승이 위인인 건 맞지
만, 삶이 편안하지는 않지 않습 니까? 세종대왕한테 노예처럼 부 림 당한 걸로 유명한데.”
황민성의 말에 김성수가 웃으며 말했다.
“황희 정승처럼 사는 것도 좋겠 지만…… 황희 정승처럼 살라는 의미가 아니네. 그저 기쁠 희라 는 이름처럼 인생을 즐겁게 살았 으면 해서 희라는 이름을 썼으면 하네.”
김성수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저도 마음에 듭니다. 이름처럼 인생 편하고 즐겁게 살았으면 합 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럼 딸 이름은……
“아버님, 사실 딸 이름은 이미 생각해 둔 게 있습니다.”
“그래? 뭔가?”
김성수의 물음에 황민성이 미소
를 지으며 말했다.
“소희…… 황소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