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14화 (812/1,050)

814화

직원들과 메신저 아이디를 교환 한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그동안 말도 못 하고 속으로 끙끙했겠다.”

“사실대로 말을 못 하니 좀 그 렇기는 했는데 끙끙까지는 아니 네요. 그리고 민성 형이 알고 있 으니 대화할 상대도 있고.”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 이자, 강 진이 말했다.

“자, 이제 귀신에 대해 아셨으 니 몇 가지 더 알려 드릴게요.”

“더 알아야 할 것이 있어?”

“몰라도 되는 귀신이 있다는 편한 사항들이

거기는 한데…… 거 알면 조금 불 있을 거예요.”

“불편?”

“사람 눈에는 귀신이 안 보이니 까. 혹시라도 주위에 있나 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잖아요.”

“아

강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 를 보았다. 주위 귀신들이 비닐 장갑을 끼고 있지만, 비닐장갑을 안 끼고 있으면 귀신이 있는지 모를 것이었다.

안 보이니 말이다. 그럼 혼자 샤워를 할 때나, 문지나와 사랑 을 나눌 때도 신경이 쓰일 것 같 았다.

“그럼 어떻게 해?”

“일단 집에는 귀신이 없고, 형 사무실에도 귀신이 없을 거예 요.”

“집에 귀신이 없어?”

“귀신이라고 아무 곳이나 다 들 어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사람 이 사는 집, 그리고 개인 공간으 로 취급되는 곳은 귀신이 들어갈 수 없어요.”

귀신이 들어오려면 주인의 허락 이 있어야지만, 강진은 그에 대 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 피 귀신을 보지 못해 초대도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개인 공간이면…… 그럼 가게 들은 들어갈 수 있다는 거네?”

자신의 말을 바로 알아듣는 강 상식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맞아요. 가게는 아무나 들어오 는 공간이니까요.”

“그럼 회사도 못 들어오는 거 아니야?”

“그건 좀 모호하네요.”

“그래?”

“전에 저 회사 다닐 때 귀신들 을 좀 본 적이 있거든요. 수호령 이라 사람들 따라온 것일 수도

있는데…… 일반 귀신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너도 다 아는 건 아니구나.”

“저도 귀신에 대해 안 지 몇 년 안 됐어요. 그래도 궁금하시면 용수한테 형 회사 한 번 돌아보 라고 할까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됐어. 지금까지도 잘 살았는 데…… 그리고 귀신이 사람 해치 지는 못하지?”

“맞아요. 귀신은 사람 못 해쳐 요.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했어 요?”

“귀신이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 도 귀신이 사람 해쳤다는 말은 못 들었으니까. 그럼 귀신이 사 람 못 해치는 것 아니겠어?”

“맞아요. 그러니 귀신 걱정할 필요 없어요.”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상식은 배용수가 있을 법한 곳 을 보다가 말했다.

“그럼…… 나도 귀신이 먹는 음 식이라는 것 줘. 나도 용수하고 다른 분들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 고 싶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뭐가 그리 급해요.”

“왜. 만났으면 얼굴 보고 이야 기하는 것이 낫지. 그리고 나도 새로 생긴 동생 얼굴도 좀 보 고.”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 에서 피가 흐르는 배용수의 모습 은…… 보기 좋은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여자 직원 들도 마찬가지였다. 물에 젖어서 축 늘어져 있는 머리카락과 몸 여기저기에서 흐르는 피까지

강진은 다시 강상식을 보며 고 개를 저었다.

“다음에요.”

“왜?”

“처음부터 너무 빠르게 다가가 면 부끄러운 법이에요. 우리 여 직원들 부끄러움이 얼마나 많은 데요.”

“아…… 그럼 다음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 다.

“그러니 귀신에 대해 너무 무서 워하지 말라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냥 형보다 먼 저 죽은 분들일 뿐이에요.”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던 강상식은 여직 원들이 있을 곳을 보며 말했다.

“여러분들은 뭐 좋아해요? 아, 여성분들이니 조각 케이크나 마 카롱 같은 디저트 좋아하시려 나?”

〈너무 좋아해요.〉

이혜미가 글을 적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다음에 올 때 예쁘고 맛 있는 걸로 사다 드릴게요. 아 음 식 드실 수는 있는 건가?”

강상식이 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먹는 것과는 달라도 드 실 수 있어요.”

“그래서 음식점에서 일하시는구 나. 좋으시겠어요. 맛집에서 일하 시니 맛있는 음식 자주 드시겠네 요.”

강상식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소주 한잔하고 싶다. 딱 소주 마시기 좋은 사건인데 말이야.”

“한 잔 드려요?”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 자, 강상식이 손을 들어 그를 잡 았다.

“아침부터 술은 무슨……

“사장이 그런 것도 따져요?”

“그런 거 안 따져도 되기는 하 지만…… 대낮부터 술 마시고 다

니면 직원들이 나를 어떻게 믿고 회사 다니겠어. 최소한 일하는 시간에는 마시지 말아야지. 나 같은 사람은 밑에 사람들 눈치도 잘 봐야 하는 법이니까.”

말을 한 강상식이 문득 강진을 보았다.

“잠깐. 혹시…… 소희 아가씨라 는 분도?”

강상식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 최고의 귀신이에요.”

“아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있 다가 말했다.

“그럼 그 드라마 주인공이 그분 인 거야?”

“네.”

“그렇구나. 어쩐지…… 민성 형 이 드라마에 손을 댄다고 했더 니.”

“민성 형이 소희 아가씨에게 은 혜를 많이 입었거든요. 그 은혜 보답하고 싶어서 드라마 만드시

는 거예요.”

“은혜? 무슨 은혜?”

“어머니 건강이 조금 좋아지신 것도 소희 아가씨가 축복을 내려 주신 덕이에요.”

“축복?”

“아! 무신의 축복이라고 아가씨 가 축복을 내려 주면 잔병 같은 거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살거든 요.”

“그런 것도 있어?”

“조선 제일의 무신이기도 하시 니까요.”

“건강하게라…… 나중에 지나하 고 애 낳으면 나도 그거 해 달라 고 해야겠다.”

“아무나 안 해 주세요. 친한 사 람만 해 주시는 거예요.”

“나도 친해지면 되지. 내가 또 아부 하나는 정말 잘하거든.”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소희 아가씨 뵙게 되면

인사 잘 드리세요.”

“알았어.”

“그리고…… 사과도 하시고요.”

“사과?”

강상식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어제 황소 같은 여자니 하셨잖 아요.”

“어제?”

무슨 말인가 싶어 의아해하던 강상식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때 여기 계셨어?”

“여기 계시지는 않으셨는데…… 자기 이야기 듣고 오셨어요. 그 때…… 아이구……

강진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고 개를 젓는 것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사과 제대로 드려야겠 다.”

“응? 근데 안 무서워하시네요?”

“왜 무서워해야 해?”

“조선 제일의 귀신한테 안 좋은 말을 했는데 안 무서워요?”

“무섭기는…… 귀신은 사람 못 해친다면서? 그런데 무서워할 이 유가 있나? 그냥 사과만 잘 하면 되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피식 웃었다.

“왜 웃어?”

“그냥…… 모르는 것이 약이라 는 생각이 들어서요.”

“왜? 무서우신 분이야?”

“무섭다기보다는…… 존경할 만 하고 존경을 표해야 하는 분이에 요. 어린 나이에 임진왜란을 직 접 겪은 데다 칼을 들고 왜구들 과 싸우신 분이에요. 그런 분이 니…… 아시겠죠?”

“음…… 알았어. 그리고 아가씨 하고는 잘 지내야지. 너하고 민 성 형한테 소중한 분인 것 같은 데 그런 분한테 밉보이기 싫다.”

일단 만나면 정중하게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강상식 이 말했다.

“그럼 내가 더 알아야 하는 건 없는 거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잠 시 보았다.

“왜? 더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어?”

강상식이 재차 물었지만 강진은 그저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그 모습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 다.

“왜 말을 안 해. 긴장되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입을 열었다.

“저……

말을 하다가 잠시 멈춘 강진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어머니 만났어요.”

“어머니? 네 어머니? 어머니가 귀신이 되셨어?”

강상식이 깜짝 놀라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 어머니는 승천하셨고요.”

“그럼 누……

말을 하던 강상식의 얼굴이 굳 어졌다.

“설마……

강상식의 떨리는 목소리에 강진 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 다.

“형님 어머니요.”

“내......" 엄마......"

그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을 보 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급히 주 위를 둘러보았다.

“어머니 여기 계셔?”

“승천하셨어요.”

“숭천? 그럼 지금 안 계셔?”

“네.”

“하아아아.”

작게 숨을 토한 강상식이 멍하 니 있다가 강진을 보았다.

“우리…… 어머니가…… 귀신이 셨어?”

“네.”

강진의 답에 강상식은 잠시 눈 을 감고 있다가 말했다.

“소주…… 줘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은 입맛을 다시고는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 내왔다. 그 모습에 배용수가 주 방으로 들어갔다.

강상식이 먹을 안주를 할 모양 이었다.

강진이 잔과 함께 소주병을 놓 자, 강상식이 뚜껑을 까서는 한

잔을 따라 그 앞에 밀었다. 앞에 놓인 소주잔을 잠시 보던 강상식 이 강진을 보았다.

“어머니…… 내 옆에 계셨던 거 야? 그것도…… 귀신으로?”

“귀신이기는 하지만 형을 지켜 주는 수호령으로 머무셨어요.”

“수호령?”

“보통은 가족을 두고 죽을 때, 남긴 가족이 걱정이 돼 수호령으 로 남으세요. 형 어머니처럼요.”

“내가…… 걱정이 되어서……

죽어서도 내 옆에 계셨던 거야?”

“네.”

“ 하아아.”

작게 숨을 토한 강상식이 소주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은 강상 식이 잔을 내려놓자, 강진이 잔 을 채워주었다.

쪼르륵!

뒤이어 식탁 위에 김치와 멸치 같은 음식들이 놓이기 시작했다.

배용수가 음식을 하는 동안 간 단하게라도 먹으라고 여자 직원 들이 반찬들을 가져다준 것이다.

음식들을 다 갖다 준 여자 직원 들은 슬며시 옆으로 물러났다.

한편, 말없이 탁자에 놓이는 음 식들을 보던 강상식이 강진을 보 았다.

“그럼…… 음…… 혹시 내가 해 달라고 한 육개장 국수…… 어머 니가 알려 주신 거야?”

강상식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육개장 국수 해 달라고 해서 제가 주방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형 식성에 대해 이야기 해 주셨어요.”

-도련님은 칼칼하고 파 많이 들어간 육개장을 좋아하세요.

-파를 살짝 구워서 해 주시겠 어요?

-먹고 싶을 때 먹어야 하는데, 육개장은 오래 걸려서 프라이팬

에 간단하게 해 드렸어요.

강진은 육개장 국수를 할 때 장 은옥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야 기를 해 주었다. 되도록 자세하 게 말이다.

“그리고 그날 형이 먹은 육개장 국수…… 어머니가 직접 하신 거 예요.”

“어머니가 한 거라고? 그날 내 가 먹은 게?”

“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날의 기억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하 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았 다.

그저 오랜만에 맛있는 육개장 국수를 먹었던 것만 기억이 났 다.

“기억이…… 안 난다.”

한숨을 쉰 강상식은 입술을 깨 물고는 소주를 마셨다. 그 모습 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까 는 회사 가야 한다고 술을 안 마 시려 했던 사람인데…….

강진이 말없이 소주를 따라주 자, 강상식이 잠시 있다가 말했 다.

“어머니는 어떠셨어? 나한

테…… 많이 실망하고 계셨어?”

“실망요?”

“그……

강상식이 한숨을 쉬었다.

“나 너 만나기 전에는…… 제대 로 된 놈이 아니었잖아.”

자책감이 느껴지는 강상식의 말

에 강진이 급히 말했다.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아니야. 그게 맞아.”

강상식은 재차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든……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하고 친하게 지내려고 목 욕탕이나 다니고…… 엄마가 그 걸 다 봤을 거 아니야.”

힘 있는 사람들과 인맥을 만들 려고 아침마다 호텔 사우나로 출 근을 했던 강상식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강진을 만났

고 말이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엄마가 봤 을 것을 생각하니…… 강상식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엄마, 미안해……. 엄마가 바라 는 내 모습은 그런 게 아니었을 텐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