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16화 (814/1,050)

816화

강진은 주방에서 홀을 보고 있 었다. 홀에 있는 강상식은 육개 장 국수에 소주를 먹으며 쪽지를 읽고 또 읽고 있었다.

그런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입 맛을 다시며 직원들을 보았다.

“형이 사탕을 통째로 먹어서 한 두 시간 정도는 영향이 있을 겁 니다.”

“그동안 주방에 있으면 돼요.”

이혜미의 말에 강선영이 웃었 다.

“우리 보면 자지러질걸요.”

강선영의 농담에 배용수도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지 갈아입어야 할지도 모르 지.”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귀신들이 농담을 하는 것에 강 진은 그저 웃었다. 그들이야 본 인이 귀신이니 농담을 할 수 있 지만, 자신이 농을 거드는 건 좀

아니니 말이다.

식구들의 농담을 들으며 강진은 프라이팬을 불에 올리고는 계란 을 꺼냈다.

얼큰한 육개장에 소주를 마시고 있으니 부드럽고 고소한 계란말 이라도 하나 해서 나갈 생각이었 다.

강상식이 어머니가 쓴 쪽지를 물끄러미 보며 소주를 한 모금 마실 때, 그의 앞에 계란말이가

놓였다.

그 계란말이에 강상식이 고개를 들 때, 강진이 앞에 앉으며 말했 다.

“계란말이도 좀 드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티슈를 꺼내 눈가를 닦았다.

“후우!”

길게 숨을 토한 강상식이 강진 을 보았다. 그러고는 소주를 마 시더니 빈 잔을 내밀었다.

강진이 그 잔을 잡자 강상식이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고맙다고는 안 할 거야.”

강진이 보•자, 강상식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말했다.

“아들 친구는 아들이니까. 친구 엄마한테 그 정도는 해야 당연한 거지.”

“그럼요.”

강진의 답에 강상식이 숨을 뱉 으며 말했다.

“그리고…… 아까 내가 일찍 말 안 해줘서 서운해한 거……

“괜찮아요.”

강상식이 사과를 하려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라도 제 엄마가 그런 상황이 었는데 말을 안 해 줬다면 서운 하고 그랬을 거예요.”

“이해해 줘서 고맙다. 그리 고…… 고맙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는 말 안 한다면서요.”

“…… 그러게. 안 하려고 했는 데 절로 나오네.”

입맛을 다신 강상식이 소주잔을 보자, 강진이 소주를 마시고는 빈 잔을 건넸다.

쪼르르륵!

잔을 들어 강진이 소주를 따라 주는 것을 받은 강상식이 물었 다.

“우리 엄마는 행복하게…… 웃 으며 가신 거지?”

“네.”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상식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 는지 그를 보았다.

“아버지 장례식에 어머니가 가 셨다고 했잖아.”

“승천이라고 해요.”

“승천?”

“말 그대로 하늘로 올라간다는 거죠.”

“그럼 승천하기 전에 혹시 아버

지도 만났어? 아버지도 죽었으니 그런…… 쪽으로 되신 거 아니 야?”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 런 쪽이라 표현을 한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혹시 두 분 만났어?”

강상식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셨어요.”

두 사람이 만났다는 말에 잠시 멍하니 있던 강상식이 눈을 찡그

리며 말했다.

“엄마가 막 화를 내면서 아빠 혼을 냈으면 좋았겠지만…… 그 러지 않으셨지?”

“형 생각하는 것하고 비슷해 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생전 엄마와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엄마가 아빠 에게 화를 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살아 있을 때도 거의 얼굴을 마

주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죽어 서 만났으면 내가 잘못했다, 미 안하다 사과 좀 하시지. 죽어서 도 무게 잡았던 거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조금 그런 면이 있었지만…… 사과하셨어요.”

“정말? 아버지가 사과를 했어?”

“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그 영감이 마지므]’ 에는 사과는 하셨네.”

그러고는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 다.

“아버지도 잘 가셨지?”

“네.”

“다행이네.”

작게 중얼거린 강상식은 앞에 놓여 있는 쪽지를 보았다.

“이거…… 나 주면 안 되냐?”

“드리는 건 상관없는데…… 음 식 먹은 효과 떨어지면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을 거예요.”

“아……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한숨을 쉬며 종이를 보았다.

“그럼 사탕 좀 더 주면 안 돼? 아니면 내가 돈 주고 살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승 음식 많이 먹어서 좋을 것이 없어요.”

“그래‘?”

“약하고 비슷하다 보면 돼요. 많이 먹으면 내성이 생기기도 하 고…… 약을 먹지 않아도 귀신을 보게 될 수도 있고요.”

“귀신 보는 건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요. 혹시라도 운전하다가 귀신 보면 사고 날 수도 있고요. 그러니 이번만 드 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 다가 쪽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가끔은 먹게 해 줘라. 엄마가 남긴 건…… 이게 전부 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도 쪽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이야기를 마친 강상식은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핸드폰을 꺼냈 다. 그러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먼저 퇴근들 하세요. 저는 여기에서 퇴근하겠습니다.

네.”

그걸로 통화를 끝내는 강상식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비서님이 에요?”

“지금 밖에 있거든. 나는 여기 에서 술 더 할 것 같으니 퇴근들 시켜야지.”

“밖에 계셨어요? 들어오라고 하 시지.”

강진이 밖을 보자, 강상식이 고 개를 저었다.

“퇴근하라고 했으니 갔을 거 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미안한 듯 밖을 보았다.

“다음에는 같이 들어오세요.”

“너하고 편하게 이야기하려고 같이 안 들어온 거야. 그리고 나 하고 같이 안 있는 것이 그분들 은 편한 거야.”

“그런가요?”

“직장 상사하고 같이 밥 먹는 자리가 편하겠어? 차라리 밖에서

대기하면서 자기들끼리 간식 사 먹는 것이 속 편하지.”

“그건 그러네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상 식이 핸드폰을 보다가 말했다.

“지나 씨 보고 싶다.”

“그럼 부르세요.”

“그럴까?”

그러고는 강상식이 전화를 걸었 다.

“지나 씨, 난데요. 보고 싶어서

요. 일은…… 저도 반차 냈어요. 그럼 강진이 가게로 오세요. 네. 조심해서 와요.”

빠르게 통화를 마친 강상식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형수 오늘 반차 냈어요?”

“갑자기 월차 쓸 수 없으니 회 사 가서 반차 쓴다고 하고 오전 근무 하고 퇴근했어.”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아!”

“왜? 또 무슨 할 말이 있는 거 야?”

“그……

“왜? 엄마 일이야?”

“그건 아니고요. 형수님 일요.”

“형수? 지나 씨? 뭔데?”

강상식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 형님 지나 씨 옆에 계 세요.”

“형님?”

되묻던 강상식은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지혁 형님?”

“지혁 형님 수호령으로 형수 옆 에 계세요.”

지금 강상식은 저승 사탕을 먹 어서 귀신을 본다. 그럼 문지나 와 함께 들어오는 문지혁을 보고 놀랄 수 있으니 미리 말을 한 것 이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하나뿐인 동생을 남 겨두고 가려니 발이 떨어졌겠어? 게다가 아버지란 사람은 또 그렇 게 하고 있는데. 나 같아도 발 안 떨어졌겠다.”

강상식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남으셨을 거예요.”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강상식 을 보았다.

“그래도 지혁 형님, 형한테 고 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한테?”

“형이 만든 광고 보고 감동 많 이 하셨거든요. 광고 너무 잘 만 들었다고…… 부끄러워하시기도 했고요. 자기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라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왜, 내가 알아보니 형님 정말 좋은 분이시던데.”

작게 웃은 강상식이 말을 이었 다.

“생전에 인사 못 드리고 점수 못 땄는데, 그래도 형님한테 점 수를 좀 따기는……

말을 하던 강상식이 문득 강진 을 보았다.

“잠깐…… 수호령이면 옆에 붙 어 다니는 거지?”

“그렇죠.”

“그럼......"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 다.

“그 나하고 지나 씨…… 다 보 신 건가?”

“뭘......" 아!”

무슨 의미인지 안 강진이 웃으 며 고개를 저었다.

“지혁 형님이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럴 분위기면 밖에 나가 계셨을 거예요.”

“밖에?”

“수호령이라고 늘 붙어 있는 건 아니에요. 한 십오 미터 정도는 떨어질 수 있거든요. 그러니 문

밖에 나가 계셨을 거예요.”

“휴우! 그럼 다행이고. 완전 식 겁했네.”

강상식이 정말 놀랐다는 듯 한 숨을 쉬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뭘 어떻게 하길래 그리 놀라 요.”

“어떻게는…… 그냥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 하는 거지.”

말을 하던 강상식이 웃으며 쪽 지를 보았다.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왜요?”

“방금 전까지 엄마 생각하면서 애잔했는데…… 지혁 형님 있다 는 것을 아니 애잔함보다 놀람이 컸으니 말이야.”

강상식은 쪽지를 보며 웃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핸드 폰에 내장되어 있는 펜을 꺼내서 는 쪽지를 보며 글을 적기 시작 했다.

스스슥! 스슥!

어머니의 필체와 다르기는 하지 만 자신의 핸드폰에 엄마가 남긴 글을 옮겨 적은 강상식은 잠시 그것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는 소주를 한 모금 마셨다.

“후우! 그래도 엄마 소식 이렇 게 들어서 좋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 저하고 있다 보면 생각 지 못한 여러 일들이 있을 거예 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런데 넌 귀신을 어떻게 보게 된 거야? 태어날 때부터 보게 된 건 아니지?”

“왜 그렇게 생각해요?”

“아까 귀신 본 지 얼마 안 됐다 고 했잖아.”

“아……

강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을 했다.

“저희 가게는…… 음……

강진은 강상식을 보다가 말을 이었다.

“저승식당이에요.”

“저승식당?”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상식을 보 며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귀신이 있다는 건 이제 믿죠?”

“믿지.”

“사람도 밥을 먹지만, 귀신도 밥을 먹어요. 저는 그런 귀신들

에게 밥을 주는 저승식당 사장인 거예요.”

“귀신이 밥을 먹는 식당?”

“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멍하니 그를 보다가 웃었다.

“귀신이 밥을 먹는 식당? 그 럼…… 우리 엄마도 식사 차려 줬어?”

“당연하죠.”

“맛있게 드셨어?”

강상식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맛있게 드셨어요.”

맛있게 먹었다는 말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 고맙다.”

“고맙다는 말 안 한다면서요.”

강진이 웃으며 보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 고맙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의 앞에 놓인 소주잔을 들었 다.

“크윽! 좋다.”

강진이 단번에 비운 잔을 내밀 자, 강상식이 웃으며 소주를 따 라 주었다.

쪼르륵!

“어머니 뭐 해 드렸어?”

강상식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그가 먹는 육개장 국수를 가리켰 다.

“그것도 드시고…… 튀김도 드 시고, 앞다리살 양념에 구운 것 도 드시고. 아! 전에 형 민성 형 하고 합석했을 때 상추에 김밥 싸서 먹었던 거 기억하시죠?”

“그 양념 돼지고기도 같이 넣고 싸 먹은 거?”

“기억하시네요.”

“그때......"

잠시 말을 멈춘 강상식이 미소 를 지었다.

“너한테 처음으로 내 속 이야기

를 했으니…… 기억나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맛있게 드셨어요.”

“다행이네.”

강상식은 미소를 지은 채 소주 를 따르며 말했다.

“그래서 네가 귀신한테 밥을 주 는 저승식당 사장이라는 거지?”

“네.”

“저승식당이라…… 후! 신기하

네.”

“쉽게 믿으시네요.”

“못 믿을 수가 없지.”

강상식은 주방 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

“직접 봤는데.”

그러고는 강상식이 다시 강진을 보았다.

“민성 형은 다 아는 거지?”

“그렇죠.”

“그렇구나. 아, 그럼 지금은 용

수하고 식구들 볼 수 있는 거 지?”

“지금은 볼 수 있는데…… 지금 말고 좀 나중에 보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