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18화 (816/1,050)

818화

문지혁의 얼굴에 걱정이 어렸 다. 강상식이 귀신을 본다니 걱 정이 되는 것이다.

한편 강진은 문지나를 보았다.

“그래도 앞 그릇은 바꿔야죠. 그릇 가져올게요.”

강진은 슬쩍 문지혁에게 시선을 주고는 주방에 들어갔다. 그에 문지혁이 서둘러 강진의 뒤를 따 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된 겁니까?”

“저승 사탕을 먹어서 잠시 동안 귀신을 보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됐어요.”

강진은 그릇을 꺼내고는 프라이 팬 불을 올렸다.

“저승 사탕?”

“가끔 제가 드리는 저승 음식 있잖아요. 그것처럼 으에서 가져 온 사탕이에요.”

문지혁도 JS 음식을 자주 먹은 편이었다. 문지나가 식당에 올

때 종종 먹었으니 말이다.

현신해서 먹는다면 강진의 음식 도 훌륭하지만, 귀신인 상태에서 는 아무리 저승식당 요리사가 한 음식이라도 JS 음식을 따라갈 수 가 없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문지혁이 홀을 보 며 말했다.

“그…… 귀신이 먹는 음식인데 사람이 먹어도 이상 없는 겁니 까?”

“많이만 안 먹으면 상관없어

요.”

강진의 말에 문지혁이 놀란 눈 으로 그를 보았다.

“설마 몸에 안 좋은 겁니까?”

많이만 안 먹으면 상관없다는 말은, 많이 먹으면 상관있다는 말이니 말이다.

“그렇지는 않아요. 그냥 많이 먹으면 귀신을 자주 볼 수 있는 데…… 그건 아주 많이 먹어야 할 겁니다.”

말을 하며 강진은 프라이팬 위

에 손을 살짝 올려 보고는 팬 위 에 잘라 놓은 돼지비계를 올렸 다.

촤아악! 촤아악!

돼지비계를 프라이팬에 문댄 강 진이 그 위에 양념 삼겹살을 올 렸다.

촤아악! 촤아악!

살짝 탄내와 함께 삼겹살이 익 어가는 것을 보며 문지혁이 물었 다.

“그럼…… 정말 괜찮은 겁니

까?”

“제가 설마 상식 형한테 못 먹 을 것 주겠어요? 저 상식 형하고 형 동생 하는 사이예요.”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강상식 이 주방에 들어왔다. 주방에 들 어온 강상식은 문지혁을 보았다.

“저…… 안녕하세요.”

강상식이 말을 거는 것에 문지 혁이 흠칫해서는 그를 보았다.

“정말…… 저를 보시는군요.”

문지혁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이가 저승 음식을 줘서요. 사탕 먹은 약발 떨어지면 다시 못 본다고 하네요.

그러고는 강상식이 문지혁을 보 았다.

“이렇게 뵙게 돼서 아쉽지 만…… 이렇게라도 인사를 드리 게 되어서 좋습니다. 강상식입니 다.”

강상식이 손을 내밀자 문지혁이

그를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스윽!

손을 맞잡은 순간 강상식의 얼 굴에 살짝 놀람이 어렸다. 손이 차가운 것이다.

“아!”

강상식의 표정 변화에 문지혁이 급히 손을 떼어냈다.

“문지 혁 입니다.”

문지혁의 말에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형수한테 그릇 가져다줘. 나는 형님하고 이야기를 좀 해야겠 어.”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 조금만 더 익히고요.”

말을 하고는 강진이 고기를 뒤 집었다.

촤아악! 촤아악!

기름이 튀는 것을 보던 강진은 토치를 가져다가 불을 붙이고는 고기 윗면을 지졌다. 그렇게 고

기에 불 맛을 입힌 강진은 고기 를 다시 한 번 뒤집어 상태를 확 인하며 말했다.

“형 주방에 있으면 형수가 이상 하게 생각할 텐데.”

“내가 음식 하나 만들어 준다고 했어.”

그러고는 강상식이 배용수를 보 았다.

“여자 좋아할 만한 음식 하나만 해 줄래?”

“알겠습니다.”

배용수는 주방에서 밀가루를 꺼 내며 말했다.

“너무 고난도 음식은 형이 했다 고 하면 못 믿을 테니 간단한 팬 케이크로 할게요.”

“고마워.”

나름 알리바이를 만들고 주방으 로 들어온 강상식을 보던 강진은 양념 삼겹살을 접시에 담았다.

강진이 접시를 들고 주방을 나 가자, 강상식이 문지혁을 보았다.

“저…… 음…… 그동안 저와 지

나 봐서 아시겠지만, 저 지나 많 이 사랑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순서가 바뀌기는 했지만…… 지나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싶 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강상식이 고개를 숙이자, 문지 혁이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 다.

“부족한 아이입니다. 많이 예뻐 해 주시고 행복하게 해 주십시 오.”

문지혁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저야말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 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문지혁은 뭔가 말을 할 듯하다 말더니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러세요?”

“지나 결혼할 때 혼수 해 주려 고 적금을 든 것이 있었는데

문지혁은 재차 한숨을 쉬며 고 개를 저었다.

“그 사람이 그것도 다 가져갔더 군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그 사람이 가져간 돈 다 돌려받 았습니다.”

“그렇지요.”

말을 하던 문지혁이 쓰게 웃었 다. 자신이 직접 주는 것과, 이렇 게 돌려받은 건 많은 차이가 있 으니 말이다.

문지혁이 쓰게 웃는 것을 보며 강상식이 말했다.

“형님이 지나 씨 위해 저금한 돈이라 생각하고 소파를 사겠습 니다.”

“소파요?”

“집에서 편하게 쉴 때, 소파에 앉거나 눕잖아요. 그리고 소파에 앉아서 TV도 보고 이야기도 하 고…… 형님이 저금한 적금 금액 에 맞게 소파를 사고 거기서 지 나 씨와 함께 늘 같은 시간을 보 내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문지혁이 미소 지었다.

“소파 좋네요.”

“그 소파에서 저와 지나 씨 늘 행복하고 편안하게 쉬겠습니다.”

“행복하고 편안하게…… 그리고 제 조카들도 같이 했으면 좋겠습 니다.”

문지혁의 말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형님이 사 주신 소파에서 애들 똥 기저귀도 갈고 밥도 먹이고

재밌는 TV도 보고 웃으면서 지 내겠습니다. 그리고 그 소파 오 래오래 아끼면서 살겠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문지혁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며 말했다.

“지나 씨 꼭 행복하게 해 주겠 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문지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저 지나하고 같이 행복하게 살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강상식의 답에 문지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이런 날을 상상해 본 적 이 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문지혁은 웃으 며 홀을 보았다.

“지나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남자를 데리고 와서 나한테 소개 를 해 주는 모습요. 그때가 되 면…… 그 사람하고 술 마시면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주사도 있는지도 보고 요.”

“저 주사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지나하고 술

마시는 거 자주 봤습니다.”

문지혁은 다시 강상식을 보았 다.

“우리 지나 술 잘 마시죠?”

문지혁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 귀신과 한 사람이 인정을 할 정도로 문지나는 술을 잘 마셨 다. 그것도 엄청 잘 마셨다.

소주 두 병은 한자리에서 마실 정도였고, 두 병을 마셔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 니 같이 술을 마시면 강상식이 먼저 취해서 쓰러질 정도였다.

“술에 대한 부심은 없지만, 지 나 술 많이 마시면 상식 씨가 잘 컨트롤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강상식이 문지혁 을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상식이 말고 매제라고 불러 주세요.”

매제라는 말에 문지혁이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매제.”

매제라고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말까지 편하게 놓는 문지혁을 보 며 웃은 강상식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은 시각, 강진은 홀에서 문지 나와 함께 술잔을 나누고 있었 다. 소주를 한 모금 마신 문지나 는 상추에 김밥과 고추장 삼겹살 을 올렸다.

“상추에 김밥을 싸 먹을 줄 누 가 알았겠어요.”

“어떠세요?”

“맛이 좋아요. 게다가 먹을 때 단무지가 씹히는데, 단무지가 특 히 맛있네요. 식감도 좋고.”

문지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전주에서 유명한 야식집에서 이렇게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이슬 언니가 알려 준 건가 봐 요?”

김이슬이 전주 사람인 것을 아 는 문지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큰형수가 먹고 싶다고 해서 만 들어 드렸죠. 레시피가 어려운 건 아니고 조합이 특이한 거니까 요.”

“하긴 그러네요.”

말을 하며 문지나가 김밥을 들 었다.

“그런데 김밥이 작은데 일부러 이렇게 작게 만든 거예요?”

쌈에 싸 먹는 김밥은 그리 큰 사이즈가 아니었다. 충무김밥 사 이즈 정도에 당근과 단무지, 그 리고 작은 계란 지단이 조금 들 어 있었다.

만약 이걸 김밥 가게에서 판다 면 바로 문을 닫을 정도로 부실

해 보였다.

“쌈에 싸 먹는 거고, 양념 삼겹 살하고 먹는 거라 일부러 작게 만들었어요. 일반 사이즈로 만들 면 쌈 싸 먹기에 너무 크잖아 요.”

“하긴, 일반 김밥 사이즈면 싸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을 것도 같네요.”

웃으며 이야기를 하던 문지나가 문득 주방을 보았다.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이리 안

나와?”

“냄새 나는 것 보니 팬케이크 하나 본데요.”

“팬케이크? 나 먹을 거 하나 해 준다고 들어가기는 했는데…… 그런데 상식 씨 음식 할 줄 모를 텐데?”

“용수가 알려주겠죠.”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주방을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용수 씨 상식 씨하고 얼굴 봤으면 나하고도 봐도 좋을

텐데.”

“작은형수하고는 조금 더 나중 에 인사하는 걸로 할게요. 상식 형도 거의 일 년 걸렸어요. 그리 고 큰형수도 아직 용수 못 봤어 요.”

“용수 씨가 정말 숫기가 없기는 한가 봐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주방에서 강상식이 접시를 들고 나왔다.

“짠! 팬케이크!”

강상식은 팬케이크를 놓으며 문 지나를 보았다.

“맛있겠지?”

“이거 상식 씨가 한 거 아니 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상식 씨 음식 할 줄 모르잖 아.”

“그래도 용수 할 때 배웠으니 다음에는 내가 잘 해 줄게.”

“그래. 고마워.”

웃으며 문지나가 팬케이크를 젓 가락으로 찢어 입에 넣고는 눈을 반짝였다.

“어머…… 진짜 맛있다. 완전 부드럽고 푹신해.”

“용수가 음식을 잘해요.”

“한식 요리사 아니었어요?”

문지나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한식 전문이라도 서양이나 일 식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더 라고요. 그래야 다른 나라 음식

기법을 배울 수 있고 더 맛있는 음식을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용 수 대부분의 요리는 다 할 줄 아 는 것 같아요.”

“그래요?”

“손님들이 외국 음식 부탁해도 제법 다 하더라고요.”

“인사 한 번 하면 좋을 텐 데……

문지나는 팬케이크를 입에 넣으 며 주방을 보았다.

“저도 다음에는 얼굴 좀 보여주

세요.”

“아주 나중에 인사드릴게요.”

문지나가 듣지 못할 배용수의 답을 들으며 강진이 말했다.

“많이 드세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강상식을 보았다.

“그런데 오늘 무슨 좋은 일 있 어요? 왜 아침부터 술을 마셨어 요?”

문지나의 물음에 강상식은 힐끗

탁자 한쪽에 잘 접힌 채 놓여 있 는 어머니의 쪽지를 보았다.

어딘가를 보는 강상식의 시선에 문지나가 의아한 듯 그가 보는 곳을 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수저통만 있을 뿐,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에 의 아한 듯 보자 강상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어머니 이야기했었지?”

어머니라는 말에 문지나가 자세 를 바로 했다.

“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 이니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어머니가 남긴 메모를 찾았 어.”

“어머니께서 남기신 거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집에 하나 있더라고……

“무슨 내용인데요?”

문지나의 물음에 강상식이 미소 를 지으며 말했다.

“내 친구한테 나하고 친하게 지 내라고 쓴 쪽지야.”

“어머니들은 자식이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을 가장 원하시 죠.”

웃으며 강상식을 보던 문지나가 물었다.

“아…… 그런데 왜 그게 집에 있어요? 상식 씨 친구가 가지고 있거나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글쎄……

강상식은 미소를 지으며 쪽지를

보았다.

“엄마가 나 보라고 남겨 두신 것 같아. 엄마는 늘 아들을 생각 했다면서 말이야.”

미소를 짓는 강상식의 모습에 문지나가 웃으며 그 손을 잡았 다.

“그래서 오늘 우리 상식 씨 기 분이 좋았구나.”

“엄마 글자 보니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

웃으며 강상식이 문지나의 손을

쓰다듬었다. 엄마가 남긴 쪽지를 보며 문지나의 손을 잡으니 기분 이 편안했다.

‘엄마 며느리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