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 화
문지혁은 맥주와 오징어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꿀꺽! 꿀꺽!
시원하게 맥주를 마신 문지혁이 오징어를 씹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2층에서는 뭐해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
문지혁이 강진을 보았다.
“둘이 결혼을 빨리 할 것 같습 니다.”
“위에서 결혼 이야기 하고 있어 요?”
“최대한 빨리 하고 싶어 하더군 요. 지나도 빨리 하고 싶어 하고 매제도 빨리 하고 싶어 하고. 그 래서 이번 달에라도 할 수 있으 면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달은 너무 빠른 거 아니 에요?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이혜미가 놀라 하는 말에 배용
수가 웃었다.
“여건만 되면 문제 있겠어요? 상식 형이 돈이 없는 사람도 아 니고, 돈만 있으면 드레스나 식 장 구하는 것 일도 아닐 텐데.”
“그건 그래도…… 주위에 말도 해야 하고.”
이혜미의 말에 문지혁이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 미니 웨딩으로 할 생 각인 것 같습니다.”
“미니 웨딩요?”
“날씨 좋은 날, 경치 좋은 곳에 지인들을 모셔 놓고 미래를 약속 하는 걸로 결혼식을 할 생각인 듯합니다.”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좋죠.”
“그럼 그때 결혼 음식은 우리가 하면 되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지. 이왕이면 강가에
서 했으면 좋겠다.”
“ 강가?”
“경치 좋은 강가에서 햇살 좋을 때 하면 좋을 것 같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경치야 좋겠지만, 음식 하기 번거롭다.”
“그런가?”
“음식 하려면 물이 있어야 하고 조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강가 에서 어디 쉽겠어? 그리고 불법
이야. 한다면…… 강이 보이는 펜션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지.”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지혁을 보았다.
“그래도 너무 빠른 건 좀 그렇 겠네요.”
“무슨 문제라도?”
“다른 건 아니고…… 어떻게 보 면 별일도 아니지만, 큰형수가 지금 애 낳은 지 하루밖에 안 됐 잖아요. 두 사람 결혼이면 형수 도 참가해야죠.”
남의 사정에 맞추기 위해 결혼 을 미루는 건 좀 아닌 것 같지 만, 강상식에게 있어 김이슬은 결혼식에 참석해야 할 중요한 가 족이었다.
그리고 김이슬도 직접 축하를 해 주고 싶어 할 테고 말이다.
“매제도 그런 생각을 할 겁니 다. 그리고 결혼식이라는 것이 아무리 작게 한다고 해도 내일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요.”
“하긴, 상식 형도 생각을 하겠
죠.”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이 문지혁 을 보았다.
‘아마…… 결혼을 하는 그날 승 천을 하시겠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그의 잔에 맥주를 따라주었다.
“오늘 즐겁게 마시세요.”
“감사합니다.”
문지혁이 기분 좋게 오징어와 맥주를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은
주방에 들어갔다. 맥주에 마른 오징어도 좋지만, 맥주 하면 떠 오르는 안주는 역시 통닭이니 말 이다.
촤아악! 촤아악!
강진이 통닭을 튀길 때, 풍경 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띠링!
그에 강진이 홀을 보았다. 가게 에 들어온 이를 확인한 강진은 홀로 나오며 배용수를 보았다.
“통닭 좀 봐 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따라 놓 은 맥주를 비우고는 주방으로 들 어갔다.
“오셨네요.”
강진이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가게에 들어온 두 귀신이 서로를 보다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 다.
“저희가……
자신들이 사람의 모습이 된 것 에 놀라워하는 두 귀신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승식당이니까요.”
오늘 찾아온 두 사람은 다름 아 닌 김성수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따라다니던 이충만과 서성식이었 다.
“찾아오기 힘들지 않으셨어요?”
“지하철 타고 오니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지하철 타고 오셨어요?”
“버스 노선은 복잡해 보이는데
지하철은 보면 딱 알겠더군요.”
이충만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자리를 안내했다.
“음…… 일단 이쪽으로 오세 요.”
강진은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 로 그 둘을 데려왔다.
“오늘은 손님들이 많아서 자리 가 없네요. 저희하고 합석해서 드세요.”
“죄송하네요. 살아있으면……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하겠는데
그게 어려워서 염치 불고하고 합 석 좀 하겠습니다.”
“죄송해하실 필요 없어요. 저희 식당은 귀신인 분들이 왕이니까 요.”
웃으며 말하던 강진은 문지혁을 가리켰다.
“이쪽은……
“어? 문지혁 씨?”
서성식이 놀란 눈으로 문지혁을 보자, 문지혁이 의아한 둣 그를 보았다.
“저를 아세요?”
“예전에 강원랜드에서 드라마 찍을 때……
“아! 꾼요?”
“맞습니다.”
서성식의 말에 문지혁이 그를 보다가 손뼉을 쳤다.
“아! 서 씨 아저씨?”
“기억하시는군요.”
“그때…… 아……
뭔가 말을 할 듯하다가 입맛을 다신 문지혁이 그를 보았다.
“결국 거기서 그리되셨나 보네 요.”
“그렇게 됐습니다.”
서성식의 말에 문지혁이 맥주잔 을 내밀었다.
“한잔 드세요.”
“고맙습니다.”
“고맙기는요. 저도 여기 손님일 뿐인데요.”
말을 하며 문지혁이 맥주를 따 르자, 서성식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 역시 문지혁처럼 손 에 느껴지는 맥주의 시원함에 기 분이 좋은 것이다.
“두 분이 어떻게 아세요?”
강진의 물음에 문지혁이 답했 다.
“예전에 ‘꾼’이라고 도박하는 드 라마 있었습니다. 그때 조연으로 출연했는데 제대로 하고 싶어서 강원랜드에서 도박하시는 분들하 고 며칠 지냈습니다.”
“강원랜드에 가셨어요?”
“배역이 거기서 도박하는 폐 인……
말을 하던 문지혁이 서성식을 보았다. 그 모습에 서성식이 웃 었다.
“폐인의 삶이라서 제가 도박하 는 방법도 알려주고 그러다 알게 됐습니다.”
“강원랜드 한 번 빠지면 위험하 다고 하던데?”
문지혁은 웃으며 서성식을 보았
다.
“그때 서 씨 아저씨가 여러 모 습 보여줘서 도박에 절대 빠지지 말아야지 했었습니다.”
“여러 모습요?”
강진의 말에 서성식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냥 도박하다 거지가 되 어 모여 살던 사람들하고 며칠 어울린 것뿐입니다. 정신 제대로 박힌 사람이면 그거 보고 도박에 손을 못 대죠.”
잠시 말을 멈췄던 서성식은 뒤 늦게 입을 열었다.
“우리한테는 그게 생활이었지 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지 옥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서성식의 말에 문지혁이 작게 웃었다.
“서 씨 아저씨 말대로 제 눈에 도 지옥처럼 보이더군요. 그래서 아저씨 고향 가기를 바랐는데.”
“그……
서성식이 작게 한숨을 쉬며 말
했다.
“그때 문 배우가 고향 가라고 줬던 돈…… 정말 고마웠습니 다.”
“고향은 안 가신 거죠?”
“후우! 그때 정말 그 돈 받고 집에 가야지 했는데…… 발은 강 원랜드로 향하더군요. 죄송합니 다.”
서성식의 말에 문지혁이 고개를 저었다.
“돈 드리고 돌아설 때……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문지혁의 말에 서성식이 입맛을 다시다가 웃으며 말했다.
“조연이기는 했지만 그때 연기 좋았어요. 정말 우리 중 한 명 같더라고요.”
“감사합니다.”
문지혁의 말에 서성식이 그를 보다가 재차 한숨을 쉬었다.
“뉴스로 문 배우 죽었다는 거 알고 참 아쉽단 생각을 했습니 다. 조금만 더 했으면 한국 감초
배우로 유명해졌을 텐데.”
“그러면 좋았을 텐데……
문지혁이 쓰게 웃다가 말했다.
“맥주 한잔 시원하게 드세요. 맛이 정말 좋습니다.”
문지혁의 말에 서성식이 입맛을 다시고는 맥주잔을 보다가 이충 만을 보았다. 이충만도 어느새 잔에 맥주를 가득 따른 상태였 다.
“한잔하시죠.”
서성식의 말에 이충만이 입맛을 다시고는 잔을 들어서는 가볍게 부딪혔다.
챙!
그러고는 두 귀신이 맥주를 시 원하게 마셨다.
“크으윽! 좋다.”
“정말 좋네요. 목구멍이 깨끗하 게 씻겨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두 귀신이 웃으며 말하는 사이, 강진이 새 잔을 가지고 와서는 문지혁 앞에 놓았다.
“맥주 맛이 정말 좋습니다.”
서성식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건 맥주 공장에 감사할 일이 네요. 음식도 좀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문지혁이 오징어를 가리켰다.
“두 분도 저승식당 처음이시면 오징어 좀 드셔 보세요. 씹는 맛 이…… 아주 좋습니다.”
문지혁의 말에 두 귀신이 오징 어를 집어 입에 넣고는 씹었다. 오징어 특유의 식감과 짭조름한
즙에 둘은 미소를 지었다.
“좋네요.”
이충만은 흐뭇한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어르신이 앞으로 서울에서 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 앞으 로 자주 올 것 같습니다.”
“어르신 서울에서 사신대요?”
“쌍둥이 자주 보고 싶어서 그런 지 서울에서 사실 것 같습니다.”
“집은요?”
“황 사장 집 근처에 한 채 구입 하기로 했습니다.”
“민성 형 동네 집값…… 아! 그 러면 되겠네요.”
서울에서 가장 비싼 동네 집이 라고 해도 김성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럼 자주 볼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두 귀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 던 강진이 말했다.
“민성 형 집에 가면 귀신이 둘 있을 거예요.”
“황 사장 집에 귀신이 있습니 까?”
“나쁜 분들 아니고 집 지박령이 에요. 좋은 분들이니 너무 걱정 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지박령이 있는 곳은 기 운이 나쁜데.”
“그것도 걱정하지 마세요. 집 안에는 안 들어가시고 마당에서 만 생활하시니까요.”
“그렇군요.”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은 귀신들 에게 맥주를 따라주었다.
“그런데 어르신이 서울에서 지 내시면 두 분도 여기에서 머무시 겠네요?”
“그래야죠.”
“그럼 전주 가족들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요?”
“전주가 외국에 있는 것도 아니 고 가족들 보고 싶으면 버스 타 고 가면 됩니다.”
“아…… 그것도 그러네요.”
어차피 두 귀신은 지박령도 아 니니 가족들이 보고 싶으면 가면 될 일이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사장님은?”
“저 음식 좀 해야 해서요.”
강진은 주방에 들어가며 배용수 를 보았다. 배용수는 양념을 만 들고 있었다.
“양념으로 먹게?”
“이왕이면 골고루 먹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주걱과 볼을 잡았다.
“내가 할 테니 밖에서 놀아.”
“ 알았다.”
배용수가 사양하지 않고 주방을 나가자 강진이 통닭을 살피고는 양념을 비볐다.
* * *
아침 일찍 해장국으로 상을 차 린 강진은 그것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닫혀 있는 문을 살짝 두들겼다.
“형, 아침 드시고 출근해야죠.”
강진의 목소리에 잠시 후 방 안 에서 강상식이 나왔다.
“어제 어디서 잤어?”
“밑에서요.”
“불편했을 텐데 미안하네.”
“괜찮아요. 형수는요?”
“ 자.”
“그럼 식사는?”
“깨우고 같이 내려갈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화장실 찬장 열어 보면 새 칫 솔 있어요.”
그러고는 몸을 돌리던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지혁 형님한테 이야기 들었어 요. 결혼하기로 하셨다면서요?
정말 축하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기로 했어.”
“그래서 언제 하기로 하셨어 요?”
“마음 같아서는 바로 하고 싶은 데…… 형수 아직 병원에 있고 움직이는 데 시간 걸릴 것 같으 니 오월에 하려고.”
“오월이라…… 날씨 좋겠네요.”
오월이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기이니 결혼하기 참 좋은 시기 였다.
“어린이날에 결혼할 거야.”
“어린이날에요?”
“결혼기념일을 어린이날로 하 면, 우리 아이들도 같이 즐길 수 있잖아. 어린이날 놀러 가면서 결혼기념일도 같이 챙기는 거 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형수가 그렇게 하재요?”
“형수가 그렇게 말했어. 아이들 도 축하해 주고, 아이들도 우리 축하해 주고. 그런 날이 되면 좋 겠다고.”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 정말 장가 잘 가시는 거예 요.”
“그래. 고맙다.”
강상식의 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1층으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