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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822화 (820/1,050)

822화

강상식이 금방 내려오는 것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말했다.

“안 씻으셨어요?”

“이빨은 닦았어.”

“안 씻으려고요?”

날씨가 추운 시기는 아니라 땀 을 흘리며 자지는 않았겠지만, 술 마시고 자서 냄새가 좋지 않

을 터였다.

“회사 가서 씻으면 돼.”

“회사에 씻는 곳이 있어요?”

“회사에 헬스장 있어서 샤워실 도 있어.”

“회사에 헬스장이 있어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강상식 이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건강해야 능률도 살지. 운동하라고 헬스장 하나 만들었 어.”

“이야, 회사 복지 좋네요.”

“근데 많이들 안 해.”

“왜요?”

“피곤하기도 하고…… 운동 좋 아하는 사람들 있나. 그리고 헬 스장 가면 직장 상사들도 있는데 거기서 마음 편히 운동하겠어?”

“아……

“내가 미처 그 생각을 못 했어. 돈 낭비한 것 같아.”

고개를 저은 강상식은 고개를

돌려 옆쪽 벽을 보았다.

“여기 옆에 건물이 뭐지?”

“핸드폰 가게죠.”

“ 친해?”

“왜요?”

“네 성격에 옆 가게 사람들하고 도 친하게 지내지 않을까 해서.”

“핸드폰 가게 사장님하고는 친 해요. 아! 그분도 저승식당에 대 해 알아요.”

“ 알아?”

“그분이 무당이시거든요.”

“무당? 그런 것도……

말을 하던 강상식이 입맛을 다 셨다. 무당은 사기꾼이라고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생각을 해 보니 귀신이 있으면 그 귀신의 말을 듣는 사 람도 있을 것이다. 강진처럼 말 이다.

“ 있겠구나.”

그러고는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 다.

“네가 무당이라고 하는 거 보면 진짜 무당이겠네.”

“네.”

“그리고 너하고 무척 친하고.”

“그렇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은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그럼 이쪽 건물은?”

“여기는 딱히 안 친해요.”

“그래? 뭐하는 건물인데?”

“지하는 노래방이고 일 층은 옷 가게, 이 층은 집인 것 같던데 요.”

“집이라……

잠시 생각을 하던 강상식이 강 진을 보았다.

“형 여기로 이사 오려고.”

“설마 옆 건물로 이사 오려는 거예요?”

으 O ”

흐.

“아니…… 왜요? 여기 집값만

비싸지, 살기는 좋지 않아요.”

땅값이 비싸서 그렇지, 살기 좋 아서 건물 가격이 비싼 것이 아 니다. 게다가 도로 옆이라 자동 차 경적 소리도 자주 들려서 자 다가 깨는 경우도 많다.

여기보다는 차라리 공원 옆에 있는 부자 동네나 황민성이 사는 곳이 더 살기 좋을 것이었다. 집 값이 비싸기는 해도 여기 건물보 다는 쌀 것이다. 여기는 논현 중 심지이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

았다.

“그 11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 저승식당 운영하는 것 맞지?”

“네.”

어제 강진은 자신이 저승식당 사장이라는 것과 이곳이 어떠한 곳인지도 설명을 해 주었다.

“어제 형님 식사하셨어?”

“네.”

“맛있게 드셨지?”

“그럼요.”

강진의 말에 미소를 지은 강상 식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너네 가게에서 가까운 곳에 살려고 해.”

“형님 식사하시게요?”

“네 말대로 외롭기만 한 귀신 생활에서 먹는 재미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 옆 건물에 살면 거리 가까우니 너희 저승식당 영 업할 때 와서 식사하고 갈 수 있 잖아. 게다가 여기 용수나 직원 분 같이 이야기할 상대라도 있고 말이야. 최소한 외롭지는 않겠

지.”

“그래서 가까운 옆 건물에서 사 시려고요?”

“직선으로 십오 미터 정도면 아 슬아슬하지만 닿을 것 같은데?”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될 거예요. 전에도 한 번 그렇 게 식사를 하고 가신 귀신이 있 거든요.”

일전에 오혁의 어머니도 이런 식으로 한끼식당에서 식사를 했

었으니 말이다.

“그래? 잘 됐네.”

“그래서 정말 옆 건물로 이人} 오시려고요?”

강진이 재차 묻자 강상식이 고 개를 끄덕였다.

“결혼식은 오월에 하더라도…… 살림은 미리 합치려고.”

“동거부터 하시게요?”

“결혼하기로 하고 날짜도 잡았 으면 동거라고 하기는 그렇지.

그리고 요즘 결혼식 하기 전에 신혼집 구해서 먼저 사는 신혼들 도 많으니까.”

“하긴, 요즘은 그렇게들 많이 하니까요.”

말을 한 강진이 옆을 보다가 말 했다.

“그런데 신혼집 살림 꾸미기 좋 지 않을 텐데.”

“인테리어 새로 해야지. 우리 회사 제품들로 예쁘게 말이야.”

“그럼 이 층에서 살림하실 건가

요?”

“마음 같아서야 건물 통으로 사 고 다 인테리어해서 살고 싶지 만…… 그러려면 시간이 너무 오 래 걸릴 것 같고. 2층만 먼저 해 야지.”

“근데 옆에 사람 사는 것 같던 데?”

“내가 좋은 집으로 전세 주면 그쪽도 오케이 하겠지. 네 말대 로 여긴 땅값이 비싼 거지, 살기 가 좋은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죠.”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쿵쿵 소리를 내며 서둘러 내려온 문지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나 씨 식사하세요.”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고개를 저었다.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하려면 시간 없어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지나 씨 갈아입을 옷 올 거예요. 식사하세요.”

“갈아입을 옷요?”

“어제 비서님한테 지나 씨 갈아 입을 옷 좀 가지고 오라 했어 요.”

“그냥 집에 가서 갈아입어도 되 는데.”

“집에 갔다가 옷 갈아입고 하면 출근 늦어요.”

강상식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리고 아침도 못 먹고.”

“알았어요. 그런데 옷 비싼 거 가져오는 건 아니죠?”

“걱정하지 말아요. 비서님 아내 분 옷 가져오라고 했어요.”

문지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 에 앉자, 강상식이 밥을 먹으며 말했다.

“그 우리 신혼집을 생각해 봤는 데요.”

문지나는 밥을 서둘러 먹으며 말했다.

“상식 씨 집 있잖아요. 괜히 이 사 가지 말고 거기서 살아요.”

“그것도 좋은데…… 여기 옆 건 물 2층에 새살림 차리면 어떨까 해서요.”

“옆 건물 2층요?”

문지나가 의아한 듯 보자, 강상 식이 웃으며 말했다.

“맛집 옆에서 살면 밥 먹기 좋 잖아요.”

“설마 내가 굶길까 봐 그러는 거예요?”

“그건 아니에요. 그냥…… 모여 살면 즐거울 것 같아서요.”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모여 산다 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가족이 없는 두 사람에게 강진 은 가족과 같으니 말이다.

“그래요.”

“정말 괜찮겠어요?”

“집이 어디면 어때요. 우리가 같이 있으면 그걸로 된 거지.”

“오케이! 그럼 제가 알아보고 빨리 이사 갈 날짜 잡을게요.”

“결혼도 안 했는데…… 이사부 터 해요?”

“소원입니다.”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싱글벙 글 웃으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밥을 거의 다 먹을 때쯤, 가게 문이 열렸다.

띠링!

가게 안으로 들어온 비서는 쇼 핑백과 세탁소에서 찾아온 듯 비 닐이 씌워진 여성 정장을 들고 있었다.

“오셨어요?”

강상식이 일어나서 옷들을 받 자, 문지나가 서둘러 그것을 받 으며 고개를 숙였다.

“귀찮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 다.”

“아닙니다. 그리고 옷은 제 아

내가 입던 거라 사이즈가 좀 클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옷을 받은 문지나가 2층으로 서 둘러 올라가자, 강상식이 비서를 보았다.

“식사 안 하셨죠?”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여기 맛있어요. 강진 아, 여기……

강상식이 밥 한 상 더 차려 달

라고 부탁하려던 찰나, 강진이 이미 주방에서 음식을 가지고 와 서 옆에 세팅을 하고 있었다.

“그냥 밥만 한 그릇 여기 놓지 그랬어.”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운동도 직장 상사하고 안 하는 데 밥이라고 편하겠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비서를 보았 다.

“제가 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드시라고 여기 차린 겁니

다. 편하게 식사하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피식 웃 고는 비서를 보았다.

“식사하세요.”

“저는......"

“이미 드신 거면 모르겠지만 안 드셨으면 식사 편하게 하세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합니다.”

“알겠습니다.”

비서는 자리에 앉으며 국을 보 았다. 김치 콩나물국이었는데 냄

새만 맡아도 무척 시원하고 얼큰 할 것 같았다.

“냄새가 좋네요.”

“맛도 있습니다. 국에 밥 말아 서 그 위에 김 올려 먹어도 맛있 습니다.”

웃으며 답한 강진이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에 앉자, 비서는 콩 나물국을 수저로 떠먹었다. 곧 그의 얼굴이 밝아졌다.

‘맛있다.’

개운하고 얼큰한 맛에 미소 지

은 비서는 국에 밥을 말아서는 그 위에 조미김을 하나 올렸다.

그렇게 한 숟가락 먹은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먹으니 맛있네.’

조미김의 단맛과 짠맛에 기분이 좋았다.

‘역시 맛은 짜고 달아야지.’

그는 계란말이를 하나 집어 먹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다.”

자기도 모르게 말을 한 비서는 웃으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힐끗 본 강상식도 마저 밥을 다 먹기 시작했다.

“잘 먹고 간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지나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부응!

차가 출발하자, 강상식이 비서 를 보았다.

“바로 지나 씨 회사로 가세요.”

“아! 나는……

“그냥 가요. 그리고 이제 결혼 할 건데 회사 사람들한테 알려져 도 상관없잖아요.”

“그건 그런데…… 알겠어요.”

“그리고…… 음……

“왜요?”

“결혼하고…… 일 계속 할 거예 요?”

“나 일 그만뒀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원하면 계속 해도 되는 데…… 당신 피곤해하고 직원들 이 스트레스도 준다고 해서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만뒀으면 좋다는 의미였다.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피식 웃었다.

“내가 더 일하고 싶어도 결혼하

면 일 그만둬야 할 거예요.”

“왜요?”

“제 선임도 결혼하니 그만두라 는 압박이 들어와서 그만뒀어요. 애 가지고 하면 일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식으로요.”

“아니, 무슨 그런 회사가 다 있 어요? 결혼했다고 퇴사 눈치를 주다니.”

강상식이 눈을 찡그리자 문지나 가 웃었다.

“그래서 대기업이 좋은 거예요.

작은 회사는 한 사람이 비면 그 만큼 다른 사람이 감당할 것이 커지거든요.”

고개를 젓는 문지나를 가만히 보던 강상식은 그녀와 결혼에 관 한 이야기를 마저 나누었다. 그 렇게 이야기를 나눌 때, 비서가 말했다.

“회사 도착했습니다.”

비서의 말에 강상식이 먼저 차 에서 내려서는 문을 잡았다. 그 에 문지나가 웃으며 내리고는 서 둘러 말했다.

“그만 가요.”

“지나 씨 가는 거 보고.”

“그러다 사람들이 봐요.”

“보면 뭐 어때.”

웃으며 강상식이 주위를 보자, 문지나가 웃으며 그를 밀었다.

“어서 가요.”

“그래요. 그럼 이따가 퇴근하고 봐요. 우리 소파 보러 가게요.”

“알았어요.”

이야기를 마친 강상식이 차에 오르자 문지나가 차 문을 닫아 주었다. 차에 타자마자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드는 강상식을 보고 문지나는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 었다.

그가 탄 차가 멀어져 가자 문지 나는 회사로 걸음을 옮겼다.

“지나 언니!”

회사로 걸어가던 문지나는 자신 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 다. 그곳에는 여자 한 명이 차도 쪽을 바라보며 뛰어오고 있었다.

“언니! 방금 누구예요?”

“봤어?”

“네. 차 진짜 좋다.”

여자의 말에 문지나가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언니 누구예요?”

“남자친구.”

“언니 남자친구 있었구나.”

여자의 말에 웃던 문지나가 그 녀를 보았다.

“아. 나 곧 결혼해.”

“정말요?”

문지나의 말에 여자가 아쉽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

“그럼 언니 그만두겠네요?”

“그래야겠지. 나 결혼한다고 하 면 인 과장이 얼마나 들들 볶겠 어.”

“에휴! 이런 회사 나도 빨리 그 만둬야는데……

한숨을 쉬던 여자가 문득 문지

나를 보았다.

“그런데 뭐 하는 사람이에요? 차 되게 좋아 보이던데.”

여자의 말에 문지나가 작게 웃 었다.

“좋은 사람이야.”

“뭔데요?”

여자가 궁금해하는 것에 문지나 가 웃으며 그녀의 팔에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 가자.”

문지나는 미소 띤 얼굴로 회사 건물에 들어갔다. 그런 문지나의 뒤를 따르며 문지혁이 미소를 지 었다.

“정말 네가 결혼을 하는구나.”

문지나가 다른 사람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는 것을 들으니…… 정말 문지나가 결혼을 한다는 것 이 실감이 나는 것이다.

미소를 지은 채 동생을 바라보 던 문지혁은 서둘러 그 뒤를 따 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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