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3화
강진은 다시 가게에 방문한 김 성수와 함께 주방에서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다.
보글보글!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끓어오 르는 미역국을 보던 강진이 김성 수를 보았다. 그는 옆에서 계란 말이를 조심히 말고 있었다.
스륵! 스륵!
조심히 한다고 해도…… 음식을 해 본 적이 없는 김성수다 보니 계란을 마는 것이 힘들어 보였 다.
음식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계란을 마는 것도 곤욕인 일이었 다. 이리저리 계란이 찢어지고, 말리지를 않으니 말이다.
“끄응!”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이리저리 찢긴 계란말이를 보는 김성수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대신 할까요?”
“아니네.”
김성수는 실패한 계란말이를 접 시에 옮겨 담고는 프라이팬에 기 름을 둘렀다. 그 모습에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옆에 쌓여 있는 실패한 계란말이들을 보았다.
실패했다고 해서 못 먹을 건 아 니다. 잘 펴서 계란 물 깔고 다 시 말면 멀쩡하게 다시 하나 만 들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대신…… 배용수가 불만스러운
눈으로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최선의 음식을 넘어 최고의 음 식을 손님에게 내야 한다는 생각 을 하는 배용수로서는 이것을 지 켜보는 것이 곤욕인 모양이었다.
‘최선이나 최고는 아니지만 그 래도 버릴 수는 없잖아. 잘 수선 해서 반찬으로 내야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김성수 를 보며 말했다.
“형수 몸은 좀 어떠세요?”
“좀 몸이 무거운 듯하지만……
애 낳고 그 정도는 겪어야지.”
그러고는 김성수가 강진을 보았 다.
“걱정이 되면 오지 그랬나?”
“형수 몸 좀 회복되면 가려고 요. 지금은 만사가 귀찮을 것 같 아서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걱 두 개로 조심히 계란을 말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미역국을 힐끗 보고 는 불을 껐다.
그러고는 김성수의 옆에 서서는 말했다.
“첫판은 좀 찢어져도 괜찮아요. 모양 안 예쁘게 접혀도 두 번째 계란물을 풀고 그걸로 봉합하면 되거든요.”
강진은 뒤집개로 살며시 계란을 잡았다.
“제가 조금만 도와드릴게요. 이 러다가 형수 점심 못 먹겠어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계란을 마저 말았다.
그렇게 강진의 도움으로 어떻게 계란을 말아 낸 김성수가 손으로 이마를 닦았다.
“후우! 진땀 나는군.”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식칼을 내밀었다.
“자르기도 하셔야죠.”
김성수는 한숨을 쉬고는 식칼을 받아서는 조심히 계란말이를 자 르기 시작했다.
스륵! 스륵!
계란말이를 모두 자른 김성수는 식칼을 내려놓았다.
“음…… 내가 보기에는 잘 자른 것 같은데 어떤가?”
“잘 자르셨네요.”
두께가 좀 제각각이기는 하지만 잘 잘려서 단면이 깔끔했다.
물론 이건 김성수 실력이라기보 다는 검수림 식칼이 워낙 날카로 운 덕이긴 하지만 말이다.
강진은 반찬통에 계란말이를 담 고 미역국을 보온병에 담았다.
그렇게 쇼핑백에 음식들을 담은 강진이 김성수를 보았다.
“다 됐습니다.”
“고맙네.”
김성수가 쇼핑백을 받자 강진이 말했다.
“혹시 형수 더 드시고 싶은 것 있대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작게 웃 었다.
“젓갈이 먹고 싶다고 하더군.”
“아…… 젓갈이라…… 그거 안 되지 않아요?”
강진의 물음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유를 먹일 때는 짜고 양념이 강한 음식을 먹으면 안 되니…… 조심해야지.”
김성수의 말에 배용수가 살짝 말했다.
“많이는 안 돼도 조금 먹는 건 괜찮지 않을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
각을 하다가 냉장고를 열었다. 그러고는 한쪽 통에서 새우젓을 꺼냈다.
“많이 먹는 건 안 돼도 조금 드 시는 건 괜찮을 거예요.”
“그럴까?”
“그리고 형수가 젓갈 먹고 싶다 는 건 짠 음식이 먹고 싶어서 그 런 것 같은데…… 맛이라도 조금 보는 건 괜찮을 거예요.”
강진은 새우젓을 그릇에 덜고 거기에 다진 고추와 마늘, 그리
고 고춧가루를 넣어 양념 새우젓 을 만들었다.
“드시고 싶을 때 한 마리씩 집 어 드시는 건 괜찮을 거예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새우젓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작은 새우가 짜면 얼 마나 짜겠나.”
김성수는 새우젓을 쇼핑백에 담 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음식을 할 줄 알았으면 미리 좀 연습을 할 것을 그랬
네.”
계란말이를 만드는 것이 꽤 답 답했는지 고개를 젓는 김성수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조금씩 배워 보세요. 음식 만드는 것도 재밌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쇼핑백을 보다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딸 이 자신이 만든 미역국을 맛있게 먹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남의 입에 내가 만든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게 재밌기는
하더군.”
작게 중얼거린 김성수가 쇼핑백 을 들고는 말했다.
“저녁에 또 보세.”
“기다리겠습니다.”
김성수가 가게를 나서자, 가게 밖까지 나와 그를 배웅한 강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버님이 너무 자상하세요.”
이혜미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 녀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이혜미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버지는 라면 하나 못 끓이는데…… 아버님은 이슬 언 니 매 끼니를 직접 하고 챙기시 잖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혜미 씨 아버님도 혜미 씨가 아기 낳았으면 어르신보다 더 잘 했을 거예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쓰게 웃 으며 허공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
다.
“그랬겠죠?”
“그럼요. 딸이 아이를 낳았는걸 요. 직접 하지는 못하셔도 좋아 하는 걸로 가져다주셨을 거예 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빠도…… 나 아이 낳으 면 해 주고 싶었던 거 많았을 텐 데.’
속으로 중얼거린 이혜미는 작게
고개를 젓고는 의자에서 일어났 다.
“자, 점심 준비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에 들어갔다.
* * *
점심 장사를 마무리할 때쯤 가 게에 최동해가 들어왔다. 그는 또래로 보이는 청년들 몇과 함께
였다.
“왔어?”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같이 온 청년들에게 말했다.
“자, 앉아.”
“무슨 여기까지 점심을 먹으러 와.”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니야. 그 리고 내일 되기 전에 정말 맛있 는 걸로 먹자고.”
최동해는 청년들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점심이 늦었네.”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말했다.
“딱 점심때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강진의 가게는 직장인 손님들 덕에 점심이 좀 일찍 시작이 된 다. 일찍 와서 먹고 일찍들 우르 르 빠져나가니 말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지금이 딱 점심때였다.
“형, 저 내일 시험 봐요.”
“소방 시험이 내일이야?”
“네.”
“형이 미처 생각을 못 했네.”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저하고 같이 공부하는 애들하고 밥 먹으러 왔어요. 영 양가 많고 속에 부담 안 되는 걸
로 부탁드릴게요.”
“알았어.”
그러고는 강진이 청년들을 보았 다.
“혹시 몸에 안 맞는 식재 있어 요? 알레르기 식품이나?”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내일 중요한 시험 보는데 음식 잘못 먹고 탈 나면 안 되죠. 그럼…… 혹시 국물 음 식 좋아하세요? 아니면 구운 거 나 찐 거?”
강진은 청년들에게 음식에 관한 여러 질문을 했다. 그러자 강진 의 물음에 답하던 청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냥 적당히 주세요. 저희 빨 리 먹고 공부하러 가야 하거든 요.”
청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주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 던 청년들이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서는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청년 중 한 명이 최동 해를 보았다.
“사장 형 마음에 드네.”
청년의 말에 최동해가 그를 보 았다.
“내가 좋은 형이라고 했잖아.”
최동해의 말에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일이 우리 식성하고 알레르 기 식품 물어보는 거 귀찮을 텐 데……
보통 식당 사장들은 손님에게 이런 것을 물어보지 않으니 말이 다.
“내일 시험 보고 여기서 저녁이 나 먹자.”
청년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 개를 끄덕였다. 특히 적당히 주 라고 말을 했던 청년의 얼굴에는 살짝 미안함이 어렸다.
강진에게 너무 날 서게 말을 한 것이 아닌가 싶어 미안한 것이 다.
그로부터 잠시 후, 식탁에 음식 들이 놓이기 시작했다.
“소화 잘 되는 두부로 음식을
좀 했어요. 그리고 고기 맛 좀 보라고 안심을 좀 구웠고요.”
“고기……
소화에 안 좋을까 봐 청년이 안 심을 불안하게 보자,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기름 없는 부위라서 속에 부담 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고기도 먹어 줘야 힘내서 내일 시험 잘 보죠. 어서 식사들 하세요. 아! 그리고 오늘 점심은 제가 살게 요.”
“형 저희 돈 있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돈 없을까 싶어 그러는 게 아 니라 앞으로 불 끄러 다니며 고 생하실 예비 소방관분들에게 고 맙다고 드리는 거야. 맛있게 드 시고 내일 파이팅 하세요.”
음식을 편히 먹도록 강진이 자 리를 비워 주자, 최동해가 웃으 며 그를 보다가 젓가락을 들었 다.
“자, 먹자.”
최동해의 말에 청년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들을 먹기 시작 했다.
“두부 되게 고소하네.”
“그러게. 안심도 되게 맛있다. 질기지도 않고 되게 부드럽고 담 백하다.”
“고기 먹으니 좀 입맛이 도네.”
청년들은 웃으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들은 시험이 다가올수록 긴장 이 되다 보니 그동안 음식을 최 대한 속에 부담이 안 가는 거로 먹었다. 혹시라도 속이 안 좋아 서 시험을 망칠 수도 있고, 공부 에 차질을 줄 수도 있으니 말이 다.
주방에서 강진은 홀을 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아저씨 귀신 한 명이 바닥에 앉 아 소주와 안심 구이를 먹고 있 었다.
“이야! 이거 완전 꿀맛이구만!”
“입에 맞으세요?”
“맞다마다. 정말 맛이 좋아. 우 리 아들 따라다니다 보니 이렇게 좋은 음식도 먹고 술도 먹고 하 는구먼. 하하하!”
기분 좋게 웃는 아저씨 귀신을 보던 강진은 청년들 중 한 명을 보았다. 자신이 말을 했을 때 조 금은 날카롭게 반응을 했던 청년 이 아저씨 귀신이 따라다니는 아 들이었다.
강진은 청년의 반응이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인생이 걸린 시험을 내일 치른 다. 그 하루로 몇 년 동안 해온 노력이 꽃이 되어 필 수도, 눈물 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저 정도 신경이 날카로운 건 받아줄 수 있었다.
강진은 다시 아저씨를 보았다.
“내일 아드님 시험 보니 긴장 많이 되시겠네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잠시 있
다가 한숨을 쉬었다.
“나보다야 저놈이 더 긴장을 하 겠지. 이게 벌써 몇 년인데……
그러고는 아저씨가 고개를 저었 다.
“저놈이 마음고생이 심해.”
“공무원 준비라는 것이 다 힘들 죠.”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전에…… 저 녀석 면접까지 갔
었어.”
“면접요?”
“그래서 그때 우리 집은 당연히 합격을 하겠다고 생각을 했지.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고는 하지만 1차나 2차에서 떨어 지는 것보다는 덜할 것 아니겠 어?”
“그렇죠.”
무의식적으로 답을 한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떨어졌군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입맛을 다셨다.
“썩을......"
아저씨가 소주잔을 잡자 강진이 소주를 따라주었다. 지금 아저씨 가 마시는 소주와 잔은 모두 JS 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그래서 직접 만질 수도 있고 마실 수도 있었다.
소주를 마신 아저씨가 한숨을 쉬었다.
“집에 오니 애 엄마가 울고 있
더라고. 그래서 왜 그러냐고 하 니까 애가 자기 방에서 펑펑 울 고 있더라는 거지.”
아저씨는 홀을 보며 중얼거렸 다.
“그때…… 마음이 아프더라고. 차라리 내가 대신 힘들면 힘들겠 는데…… 자식 마음이 꺾인 것 같아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