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25화 (823/1,050)

825 화

잠시 주방을 보던 강진이 입맛 을 다셨다.

“그러네요. 남편과 아버지가 아 닌…… 어머니가 해 준 음식을 먹고 싶을 거예요.”

“자식 입에는 엄마 음식이 최고 죠.”

이혜미가 물끄러미 주방을 보다 가 입을 열었다.

“나도 내 애를 낳으면…… 엄마 가 해 준 미역국에 김치 올려서 먹고 싶다.”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녀의 소원은 이룰 수 없는 것이 니 말이다.

“주방 그동안 못 쓸 것 같으니 우리는 앉아서 쉬죠.”

의자에 앉은 강진은 핸드폰을 꺼냈다.

“어디 소희 아가씨 뉴스 뭐 나

온 거 있나?”

작게 중얼거리며 강진은 김소희 에 대한 것을 검색했다.

김소희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던 강진은 주방에서 나는 덜그 렁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이혜미에게 말했다.

“용수 좀 불러 보실래요?”

강진이 작게 하는 말에 이혜미 가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용수 씨!”

이혜미의 부름에 배용수가 고개 를 내밀었다.

“왜요?”

그에 강진이 손짓을 해 앞을 가 리키자, 배용수가 다가왔다.

“왜?’’

“어떻게 돼가?”

“미역국하고 밥이야 어르신도 몇 번 해서 이제는 제법 하니 문 제없고, 고등어튀김은 불 날 뻔

하기는 했는데 뚜껑 덮어서 잘 됐어.”

“ 불?”

“기름에 물이 튀어서 불이 화 악! 그래도 민성 형 당황하지 않 고 뚜껑 바로 덮더라.”

“탄 거 아니야?”

“타지는 않았어.”

“다행이네.”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을 보았 다.

“그런데 주방에서 소리 나던 데?”

“음식 담는다고 그릇 찾다가 몇 개 떨어뜨렸어.”

“깨지지는 않고?”

“플라스틱 그릇이라 안 깨졌 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일어나서 는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에선 김성수와 황민성이 반찬통에 음 식들을 담고 있었다.

“좀 예쁘게 담게나.”

“아 네.”

“겉에 김치 국물 묻었지 않나.”

“아......" 네.”

김성수의 잔소리를 들으며 음식 을 담고 있는 황민성은 이마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 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들고 가시면 반찬통 면 에 반찬 묻는 건 마찬가지예요.”

“강진아, 그렇지?”

황민성이 급히 하는 말에 강진

이 웃을 때, 김성수가 말했다.

“다시 더러워질 거라고 청소를 안 하나?”

“그건…… 아닙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 다.

“정성이에요. 정성. 정성스럽게 양념 안 묻게 잘 담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술을 삐죽거리고는 반찬들을 반찬통에 조심히 담았다. 그렇게 음식들을 담은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너희 형수 내일 아침에 퇴원한 다.”

“벌써요?”

“며칠 더 있으라고 했는데 퇴원 하고 싶대.”

“그럼 어디 산후조리원으로 들 어가시는 거예요?”

“그러려고 했는데 형수가 그냥 집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집으로 가기로 했어.”

“왜요? 요즘은 애 낳으면 산후 조리원으로 다들 간다고 하던

데?”

“집에 가고 싶대.”

“형수가 그러고 싶다면야…… 그럼 집에 준비할 것이 많겠네 요.”

“애기 봐 줄 사람이나 하나 더 쓰고, 침대만 바꾸려고.”

“침대요?”

“병실 침대 매트리스가 마음에 든대. 그래서 그걸로 침대 바꾸 려고.”

“확실히 매트리스 푹신하면서 단단한 느낌이 좋기는 했어요.”

푹신하면서 단단하다는 것. 서 로 반대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확 실히 병실 침대가 그런 느낌이었 다. 누르면 푹신한데 단단하게 받쳐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너도 하나 사 줄까? 그 매트리 스가 천연고무로 만들어서 항균 효과도 있고 좋대.”

“저는 바닥에서 자요.”

“이번에 침대에서 자 보지그

래?”

“괜찮아요. 자, 그럼 어서 가 보 세요. 형수 음식 따뜻할 때 드시 게 해야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쇼핑백에 음식들을 담았다.

“아버님 가시죠.”

황민성의 말에 김성수가 물을 틀어 손을 씻고는 주방을 나섰 다. 그러고는 홀에서 강진을 보 고는 명함을 하나 꺼내 내밀었

다.

“돈으로 누가 괴롭히면 전화하 거라.”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명함을 받았다.

“든든하네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를 나서자, 황민 성이 웃으며 작게 말했다.

“그 명함 아무나 안 주시는 거 야. 잘 가지고 있다가 급할 때 써.”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명함을 들어 보였다. 그렇게 황 민성과 김성수를 배웅한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피식 웃었다. 주방이 난장판이었다.

“초보자 둘인 걸 생각하면 그래 도 깔끔한 건가?”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피 식 웃으며 말했다.

“불 날 뻔한 거 생각하면 다행 인 거지.”

배용수가 고무장갑을 끼고 어지 러운 주방을 정리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화 안 내네?”

음식 할 때 치우면서 하라고 잔 소리를 하는 배용수가 이런 주방 을 보며 화를 안 내니 말이다.

“화를 왜 내.”

“네 주방을 어지럽혔는데?”

“내 주방을 어지럽힌 사람이 요 리사라면 당연히 화를 냈겠지. 자신의 주방이 아니더라도 주방

은 요리사에게 성역이니까. 그런 데 민성 형하고 어르신은 요리사 가 아니라 남편이고 아버지잖아. 화를 낼 바에는 차라리 내가 청 소를 하면 되는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릇들을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강진과 강상

식은 병원에 들어서고 있었다.

“작은형수는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출근했어.”

“토요일인데요?”

“나쁜 놈의 회사……

작게 투덜거린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어제 너희 형수 회사 가서 결 혼한다고 사람 구하라고 했거

드 ”

“바로요?”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 힘드 니 일찍 말을 해야 사람을 구하 지 않겠어? 그래서 일찍 말한 거 지. 사월 한 달 정도 기간 잡고 사람 오면 인수인계하고 그만두 는 거지.”

“그런데 오늘 왜 출근해요?”

“최대한 해 놓은 일들 정리해 놓으라는 거지.”

그러고는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

다.

“그 회사만 이상한 건지, 아니 면 보통 중소기업들 대우가 다 그런 건지 모르겠다.”

고개를 저은 강상식이 병실 문 에 서서는 문을 두들겼다.

톡톡톡!

노크를 하자 문이 열렸다.

드르륵!

“들어와.”

황민성의 말에 강진과 강상식이

안으로 들어갔다.

“형수님.”

강진의 인사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이렇게 일찍 퇴원해도 되는 거 예요?”

“여기 답답해요.”

“의사들이 퇴원해도 된대요?”

“제가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애들도 건강한데 퇴원해야죠.”

그러고는 김이슬이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보았다.

“우리 아기들 아직 못 보셨죠?”

김이슬이 아기를 넘기려 하자, 강진과 강상식이 살짝 뒤로 물러 났다.

“일단 저희 손부터 씻고요.”

그러고는 강상식이 웃으며 뒤로 물렸던 손을 앞으로 뺐다.

“그리고 출산 축하드립니다.”

강상식의 손에는 장미꽃 한 다

발이 들려 있었다.

“고마워요.”

웃으며 김이슬이 강상식을 보는 사이, 황민성이 아이를 받으려 했다. 그에 김이슬이 웃으며 고 개를 저었다.

“꽃 받으라고요.”

“아…… 알았어.”

황민성은 아쉽다는 듯 강상식이 건네는 꽃을 받았다.

“지나는 오늘 출근해서 못 왔어

요. 이따 퇴근하고 놀러 오겠대 요.”

“알았어요.”

인사를 마친 두 사람은 병실 내 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고 나왔다.

“얘가 우리 황희, 그리고 여기 장인이 안고 계신 아이가 소희, 황소희야.”

황민성이 쌍둥이를 가리키며 말 을 하자, 강진과 강상식이 아이 들에게 다가갔다.

“한 번 안아 보실래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과 강상식이 난감한 듯 아기를 보았다.

“너무 작아서…… 저는 다음에 안을게요.”

“괜찮아요. 안아 보세요.”

김이슬이 황희를 내밀자, 강상 식이 어설프게 아이를 품에 안았 다. 그는 자신의 품에 안긴 아기 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렇게 작은 애가 사람인 게 안 믿기네요.”

“아이 한 번도 안 안아 봤어 요?”

“안아 본 적이 없네요.”

“친척 아이들도요?”

김이슬의 물음에 강상식이 쓰게 웃었다.

“친척 형이나 누나들하고는 안 친해서요.”

“그럼 이번에 마음껏 안아 보세 요. 이런 것도 경험이에요.”

김이슬의 말에 강상식이 조심히

황희를 안아서는 흔들었다. 그런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황소희를 보았다.

“그럼 저는 소희……

말을 하던 강진은 자신을 물끄 러미 보는 김소희를 보았다.

인사를 하는 동안 아기 근처에 서서 황소희를 보고 있던 그녀는 소희라는 말에 강진을 본 것이 다.

그 시선에 강진이 급히 말을 이 었다.

“황소희를 안아 보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눈을 찡 그렸다. 그 모습에 강진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듯 입 모양으 로 말했다.

‘이름이 소희인걸요.’

강진의 입 모양을 읽은 김소희 가 그를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 고는 말했다.

“이름만 부르지 말고 작은 소희 라 하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김성수에게 다가가자, 그가 힐끗 강진을 보고는 말했 다.

“조심히 안게나.”

“알겠습니다.”

강진은 조심히 아기를 안아 들 었다. 그 모습에 김성수가 불안 한 듯 그를 보았다. 그러면서 손 을 밑으로 내밀고 있는 것이 혹 시라도 떨어지면 바로 받으려는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안아요.” 아이 잘

“그래?”

“제가 보육원 출신이라 애들 좀 보고 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그를 보 다가 손을 내리고는 강상식을 보 았다. 그는 조금 경직된 몸으로 황희를 안고 있었다.

“애 불편하겠네.”

그는 서둘러 강상식에게 다가가 아기를 살폈다. 그 모습에 강진 이 웃으며 황소희를 보았다. 황 소희는 작게 입맛을 다시며 잠을 자고 있었다.

“작은 소희야…… 건강하게 커 야 한다. 삼촌이 맛있는 음식을 자주 해 줄게.”

황소희의 이마를 손으로 쓰다듬 은 강진은 김소희를 보았다. 김 소희는 어느새 황희 옆에 가서 그 볼을 손으로 쓰다듬고 있었 다.

“고모야 고모. 고모라고 해 봐. 아구구! 아구!”

황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작게 속삭이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 이 작게 웃었다.

‘조카 바보 하나 나왔네.’

그러고는 강진이 황소희를 보았 다.

‘너희는 좋겠다. 조선 제일의 무 신이 고모니 누가 너희들을 건드 리겠어.’

싱긋 웃으며 황소희의 부드러운

볼을 쓰다듬을 때, 황민성이 말 했다.

“그럼 이제 가자.”

“그냥 가면 되는 거예요?”

“그럼 뭐 또 있나. 가자.”

말을 하며 황민성이 황소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빠한테 오자. 아빠.”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황소희를 내밀자, 김성수가 그 위에 코트 를 덮어주었다.

바람을 막기 위해 코트로 아이 를 감싼 황민성이 김이슬을 보았 다. 김이슬도 황희를 담요로 감 싸고 있었다.

“그럼 가죠.”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문을 열 다가 안을 보았다.

“그런데 짐은 안 챙겨 가요?”

“사람들이 이따 챙겨서 보내줄 거야.”

말을 한 황민성이 병실을 나서 자, 강진과 가족들이 그 뒤를 따

라 병실을 나섰다.

황민성 집에 도착한 강진 일행 은 입구에 쳐진 금줄을 볼 수 있 었다. 금줄에는 고추와 솔방울, 그리고 숯이 걸려 있었다.

“금줄을 쳐 놨네요?”

“어머니가 해 놔야 한다고 해서 쳐 놨어.”

그러고는 황민성이 주위를 슬며 시 보며 말했다.

“소희 아가씨 금줄 있는데 들어 오실 수 있나?”

황민성도 김소희가 아이들 보겠 다고 옆에 머물고 있는 것을 알 고 있었다.

그런데 부정한 것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금줄 때문에 김소희 가 들어오지 못할까 걱정하는 것 이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금줄을

보다가 말했다.

“이건 황민성이 나를 초대해야 하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며 살며시 말했다.

“아가씨도 못 들어가세요?”

“못 들어가네.”

이러한 사실을 강진이 전달해 주자, 가족들을 먼저 들여보낸 황민성은 대문을 들어서며 뒤를 보았다.

“소희 아가씨 들어오세요.”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문 안으로 들어섰 다.

스르륵! 스르륵!

강진은 김소희가 들어서는 것과 함께 금줄이 살짝 흔들리는 걸 보았다.

‘이게 그냥 미신은 아닌 모양이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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