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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826화 (824/1,050)

826화

집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아 이들을 침대에 눕혔다. 아이를 봐 주러 온 사람은 오십 대의 아 주머니였는데, 인상이 푸근한 것 이 사람이 좋아 보였다.

방에 아이들을 눕•힌 강진과 식 구들은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은 김이슬이 웃으 며 말했다.

“집에 그렇게 오고 싶더라고

요.”

“찬바람 쐬면 안 좋지 않아요?”

강진이 걱정스럽게 보자, 김이 슬이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손을 들어 햇살을 손바닥에 받았다.

“햇살이 이렇게 따뜻한 걸요. 그리고 바람 좀 쐬고 다시 들어 갈 거예요.”

그러고는 김이슬이 산을 보았 다.

“집 옆에 이렇게 산이 있으니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보기만 해

도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아요.”

잠시 산을 보던 김이슬은 말을 이었다.

“애들도 좀 데리고 올까요?”

김이슬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저었다.

“옛날하고 다르다고는 해도 갓 태어난 애들은 집 밖에 나오는 거 아니다.”

“그래요?”

“원래는 삼칠 이십 일 동안은

집에 사람도 못 들어오게 해.”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옛날에는 약이 별로 없어서 어 린애들이 많이 죽었죠. 그래서 백일하고 돌을 챙기는 것도 그 시기를 무사히 넘겼다는 의미로 축하해 주는 거고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그를 보 았다.

“잘 아는구나.”

“교양 수업으로 좀 들었습니

다.”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집 근처에 있는 산과 길, 그리고 마당을 보던 김성수가 흐뭇한 얼 굴로 중얼거렸다.

“서울 한복판에 산도 있고 정원 도 있고…… 집을 잘 구했군.”

“감사합니다.”

“공기도 좋고……

“서울에서 이만한 위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군. 그래서 말인 데……

김성수는 황민성을 보았다.

“저기 나무 보이나.”

마당 한쪽에 있는 담 너머로 보 이는 큰 소나무를 가리키는 김성 수의 모습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 덕였다.

“보입니다. 나무가 참 좋죠.”

“그래. 나무가 좋아.”

“저기가 제일건설 최양식 사장

집입니다. 여기 이사 올 때 강원 도에서 가져다 심었다고 하더군 요.”

황민성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건설 회사 사장이 직접 지은 집이라 그런지 집이 좋더군요.”

“가 봤나?”

“저와 한 번 거래를 한 적이 있 어서 인사차 다녀왔습니다.”

“최양식 사장이 사람이 괜찮 지.”

김성수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집은 좋은 가족을 만든다 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 번 손해 보는 셈 치고 투자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손해를 봤나?”

“그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 그런지 고객들이 집을 알아보더 군요. 그래서 손해까지는 안 봤 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군. 나무는 제발 뽑지 말고 잘 길러 달라고도 했 고.”

“네? 길러 달라고요?”

황민성이 의아해하자, 김성수가 말을 이었다.

“저 집에서 살 생각이네.”

“이사 오시려고요?”

깜짝 놀라는 황민성을 김성수가 보았다.

“왜, 싫나?”

“그럴 리가요. 저야 장인어른이 가까운 곳에 사시면 좋죠. 애들 도 자주 보시고 이슬이하고도 자 주 보고요.”

“그렇게 생각해 주니 다행이 군.”

“그럼 이사는 언제 오시는 건가 요?”

“최 사장이 짐을 뺄 시간이 필 요해서 삼 일 정도 있다가 이사 들어올 생각이네.”

“그럼 그동안은 저희 집에서 지 내시죠.”

“아니야. 나이를 먹으니 남과 지내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것이 좋아.”

“저희가 어디 남인가요? 장인께 서 저희 집에서 지내시면 어머니 도 좋아하실 겁니다.”

“말은 고맙지만…… 괜찮네.”

김성수는 고개를 돌려 산을 보 았다.

“산은 오를 만한가?”

“산이 높기는 한데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다니기 좋습니다.”

“집 근처에 저런 산이 있으니 자주 오르게나. 저런 산 옆에 사 는 것도 복이야.”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강진은 황민성 집 귀신들과 이야 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이원익은 미소를 지으며 집을 보았다.

“애가 정말 잘 태어나서 다행이

야.”

이원익의 중얼거림에 장춘심이 미소를 지었다.

“괜히 우리가 여기 있어서 산모 몸이 안 좋으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다행이에 요.”

두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수님 몸 안 좋을까 봐 걱정 을 하셨나 보네요.”

“그럼. 귀신이 가까이 있으면

몸이 안 좋다고 하는데, 걱정이 됐지. 정말 다행이야. 다행.”

이원익의 말에 강진이 미소 짓 는 사•이, 장춘심이 슬며시 말했 다.

“우리…… 애 얼굴을 좀 보고 싶은데.”

“아기요?”

“음…… 우리 집에서 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보고 싶은데.”

장춘심의 말에 강진이 집을 보 았다. 두 귀신은 집에 들어가려

고 하면 들어갈 수 있다. 두 귀 신은 이 집에 엮인 지박령이니 말이다.

하지만 두 귀신은 강진과의 약 속을 지키려고 그동안 단 한 번 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마당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은 허락을 받 지 않으면 안 들어갈 생각인 모 양이었다.

그런 두 귀신을 보며 강진이 말 했다.

“민성 형한테 물어볼게요.”

강진의 말에 두 귀신의 얼굴이 밝아졌다.

“잘 부탁해요.”

장춘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성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집은 어떻게……

“그 집이 예전에 힘들 때 내가 한 번 도와준 적이 있지. 이야기 하니 집 비워 주겠다고 하더군.”

집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 옆에 선 강진은 황민성을 보았다. 그

시선에 황민성이 김성수에게 양 해를 구하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 강진에게 말했다.

“왜?’’

“이원익 어른하고 장춘심 어른 이 아이들 보고 싶대요.”

“두 분이?”

“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살짝 불 안한 눈으로 귀신들이 있는 곳을 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평 소 그곳에 머물고 있다 하니 그

쪽을 보는 것이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살며시 물었다.

“그 귀신이 사람 몸에 안 좋은 데 애들은…… 더 안 좋은 거 아 니야?”

“제가 향수가 있으니 이거 뿌리 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그래?”

황민성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

감이 어려 있었다. 정말 어렵게 가진 아이였기에 아이 옆에 좋은 것만 두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 데 귀신이라니…….

불안해하는 황민성을 보고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옆에 소희 아가씨도 있으니 괜 찮아요.”

“소회 아가씨……

김소희라는 이름에 황민성의 얼 굴에서 불안감이 사라졌다.

“그런데 나 한 가지 궁금한 것

이 있어.”

“뭔데요?”

“소희 아가씨 왜 여기 계시는 거야?”

“그야 애들 보려고 계시죠.”

“그러니까. 왜 내 애들을 그렇 게 옆에서 지켜보시는 거야? 애 낳고 나서 가실 줄 알았는데 계 속 계시다면서?”

김소희와 자신의 관계는 그렇게 중요한 관계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자신에게 있어 김소희는 중요한 존재였다. 김소희 덕에 애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어머 니 몸도 많이 좋아졌으니 말이 다.

하지만 그녀에게 자신은…… 그 저 강진과 친하게 지내는 형일 터였다. 그것만으로 이렇게 자신 의 애들 옆에 김소희가 붙어 있 는 게 조금은 의아한 황민성이었 다.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글쎄요. 전생에 인연이라도 있 나 보죠.”

“내 전생에?”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하실래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은 귀신들이 있다는 곳을 보다가 그쪽으로 걸 음을 옮겼다. 그에 강진이 황민 성의 뒤를 따라갔다.

귀신들이 있는 곳 근처에 선 황 민성이 주위를 보자, 강진이 한 쪽을 가리켰다.

“여기 계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두 귀신 을 보았다.

“저희 애들 보고 싶어 하신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집과 밖으로 나눠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아 침에 저희 아내가 한 밥을 같이 나눠 먹는 사이니 한솥밥 먹는 가족이라 생각을 해도 될 것 같 습니다. 일단 오늘은 강진이가 가지고 있는 귀기 없애는 향수를 뿌리고 들어가시고…… 다음에 또 보고 싶으면 애들 좀 더 커서

마당에서 뛰어 놀 때 그때 보시 는 것으로 하시죠.”

그러고는 황민성이 집을 가리켰 다.

“자, 그럼 따라오세요. 저희 집 새 식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 다.”

황민성이 앞장서서 집으로 가 자, 두 귀신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들은 서둘러 황민성을 따라갔 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장춘심이 연신 고개를 숙이는 것에 이원익이 웃었다.

“뭐가 그리 고마워. 황 사장 말 대로 한솥밥 나눠 먹는 사이끼리 새 식구가 생겼으면 서로 인사도 하고 하는 거지.”

이원익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 었다.

‘하여튼, 어르신들 허세란.’

웃으며 집으로 들어간 강진과 황민성은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더워.’

후끈후끈한 집안의 열기에 강진 이 놀란 눈을 할 때, 황민성도 살짝 당황한 듯 집을 둘러보았 다.

“집이 왜 이리 덥지?”

황민성의 말에 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장 여사가 웃으며 말 했다.

“갓난아기가 있으니 집안 온도 를 올렸어요.”

“이렇게나요?”

“그럼요. 애들은 바람 쐬면 안

되니까요.”

장 여사는 과일과 음료를 쟁반 에 담아 들고 집 밖으로 나갔다. 그것을 보던 황민성은 1층에 있 는 한쪽 방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따뜻한 바닥에 누워 있는 두 아기가 웃으며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그런 아기들 옆 에는 조순례와 아이 보는 아주머 니가 웃으며 아기들을 보고 있었 다.

“애들이 기분이 좋은가 봐요.”

“그러게…… 얼굴이 웃음이 떠 나지를 않는구먼.”

두 사람의 말대로 아기들은 연 신 웃음을 짓고 있었다. 다만 아 기들은 그냥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니라 김소희 덕에 웃고 있었다.

아기들 옆에 김소희가 무릎을 꿇고 앉아 엎드린 채 아이들의 배에 머리를 묻고 배방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푸우욱! 푸우욱!

“꺄하!”

“캬르륵!”

김소희의 배방구와 손짓에 아이 들이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고모가 제일 좋지? 우리 희는 앞으로 커서 늠름하게, 우 리 작은 소희는 이 고모처럼 꽃 같이 화사하고 달 같이 우아하게 커야 해.”

평소라면 자신이 들어오는 것을 알아챘을 김소희가 조카들에 빠 져 못 알아채는 것에 강진이 작

게 헛기침을 했다.

“험!”

그에 김소희가 강진을 보고는 상체를 들었다. 그녀는 평소의 단아한 자세로 고쳐 앉더니 입을 열었다.

“찬바람 들어오니 문 닫게.”

쑥스러움이 느껴지는 김소희의 목소리에 강진이 작게 웃으며 문 을 닫았다.

귀신 셋과 사람 넷이 있는 방이 었지만 그리 좁게 여겨지지는 않

았다. 방이 꽤 컸던 것이다.

“방이 크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방을 보 며 말했다.

“게스트 룸이야. 손님들 오면 여기서 재웠는데…… 우리 집에 손님 올 일도 없어서 애들 방으 로 바꿨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이원익과 장춘심을 보았다. 두 귀신은 김 소희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 무리 향수를 뿌려 귀기를 지웠다

고 해도, 두 귀신에게 김소희는 여전히 어려운 존재였다.

“아이를 보러 왔으면 와서 보게 나.”

말과 함께 김소희가 살짝 옆으 로 물러났다. 말 그대로 아주 살 짝 물러나는 것이, 와서 보는 건 좋지만 너무 가까이는 오지 말라 는 의미로 보였다.

그런 김소희의 모습에 두 귀신 이 조심히 아기들 옆으로 다가갔 다. 그와 동시에 아기들의 시선 이 두 귀신에게 향했다.

‘흰둥이와 놀던 아이처럼 아직 은 귀신을 보는 건가?’

흰둥이는 승천하기 직전, 자신 의 주인인 어린아이와 신나게 놀 고 갔었다. 그때의 아이처럼 두 아기도 귀신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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