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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828화 (826/1,050)

828화

이원익과 장춘심이 승천했다는 것을 안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을 보고 가신 건가? 하 긴…… 두 분은 아이가 없으시니 아이 보고 승천을 하신 걸 수 도……

두 사람이 왜 승천을 했는지 자 세한 사정을 알 수 없는 강진은 그저 추측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승천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승천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했으니 말이다.

잠시 쪽지를 보던 강진은 황민 성에게 문자를 보냈다.

〈형 집에 계시던 두 분 승천하 셨어요. 아마도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승천하신 모양이에요. 형 말대로 한솥밥 먹던 형과 형수가 아이를 낳은 것이 기쁘셨던 모양 이에요.〉

그렇게 문자를 보내자 잠시 후, 황민성에게서 답신이 왔다.

〈두 분이 승천을 하셨구나. 두 분이 같이 승천을 하셔서 다행이 다.〉

황민성의 문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마따나 둘이 같이 승천을 해서 다행이었다. 혹시라 도 한 명만 승천을 했다면 남은 한 명이 너무 외로울 테니 말이

다.

같이 귀신이 됐으면 승천도 같 이 하는 것이 둘에게는 가장 행 복한 일일 것이다.

미소를 지으며 두 귀신을 떠올 린 강진은 주머니에 쪽지를 집어 넣었다.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생전에 봉사 활동을 자주 하러 가던 둘 이라 좋게 승천을 한 것 같아 기 분이 좋았다.

‘봉사 활동 많이 하신 분들이니

저승에서 잘 지내시겠지.’

이승이나 저승이나 돈 많으면 지내기 편하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강진이 미소를 짓자, 오 실장이 웃으며 말했다.

“기분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봅니 다.”

오 실장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 다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는 어르신 부부가 있는 데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셨다고 해서요.”

“부부 여행이라…… 저도 나이 먹으면 아내하고 캠핑카 하나 만 들어서 경치 좋은 곳 여행을 자 주 갈 생각입니다.”

“여행 좋아하세요?”

강진의 말에 오 실장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냥 집에서 쉬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데…… 일한다고 아내와 어디 놀러 가지를 못했어 요. 그러니 나이 먹어서라도 좀 해야죠.”

말을 하던 오 실장이 웃었다.

“나이 먹으면 힘 떨어지는 것이 남자인데, 그렇게라도 해야 밥이 라도 얻어먹지 않겠습니까? 최대 한 우리 여사님 기분 맞추면서 살아야지 요.”

오 실장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참 이상한 것 같아요.”

“뭐가요?”

“실장님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데…… 열심히 일하는

것 때문에 가족에게 소홀하게 되 니까요.”

강진의 말에 오 실장이 쓰게 웃 었다.

“그게 가장의 고뇌인 것 같습니 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해 서 일을 하는데, 그 일하는 시간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없는 것 말입니다.”

말을 하던 오 실장은 작게 고개 를 저었다.

“전에 TV 보니 어떤 연예인이

그러더군요. 집에서 자고 아침에 나가려고 하니 딸이 ‘또 오세요.’ 했다고요.”

“또 오세요, 라……

“어린 딸은 아빠를 가족이라기 보다 가끔 와서 자고 가는 손님 이라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오 실장은 쓰게 웃으며 말을 이 었다.

“아빠들도 가족들과 같이 시간 보내고, 어디 놀러 가고 싶지 않 겠습니까? 아빠들도 자식들하고

놀러 가고 싶고 맛있는 것 먹고 싶지요.”

그러고는 오 실장이 웃었다.

“일하는 것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거 두 개를 잘하는 분들 은 참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저 는 일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지치 던데요.”

“그러게요. 아빠와 가장의 딜레 마가 있네요. 가족을 위해서 일 을 하는데…… 가족과 함께할 시 간이 적은 건요.”

“그러게 말입니다.”

오 실장은 웃으며 강진을 보았 다.

“강진 씨는 좋은 아빠와 좋은 가장의 중간에서 잘하실 것 같습 니다.”

“제가요?”

“자기가 아닌 남을 위해 시간을 쓰는 사람은 자상하고 좋은 사람 이지요. 남을 위해서도 자신의 시간을 내시는데 나중에 가족이 생기면 얼마나 더 잘하시겠어요.

좋은 아빠와 좋은 가장 둘 다 되 실 겁니다.”

오 실장의 말에 강진은 자신이 가정을 이루는 상상을 해 보았 다. 그러고는 작게 웃었다.

상상 속 자신의 가정 속에 배용 수도 있고, 김소희도 있고, 여자 직원들도 있는 것이다.

배용수가 음식을 하고, 그 옆에 서 아이들이 음식을 하나씩 집어 먹고, 아내와 여자 직원들이 한 쪽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살아서 만났으면…… 정말 좋 았을 텐데.’

*  # *

강진은 냉장고에서 돼지고기와 소고기, 그리고 햄과 어묵들을 꺼내 놓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시험 끝나는 날이니 정말 맛있 게 먹이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재료를

보다가 말했다.

“시험 준비하느라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 많을 거야.”

배용수는 소고기를 냉장고에 넣 으며 말했다.

“1차로 아주 매운 쪽갈비를 하 자. 스트레스는 뜯는 거하고 매 운 것이 좋지. 그리고 2차로

배용수는 어묵을 집으며 말했 다.

“아주 매운 어묵볶음을 하자.

국물 좀 있게. 땀 줄줄 흘리면 스트레스 풀리고 좋겠다.”

배용수는 공부하느라 스트레스 를 많이 받았을 청년들을 생각해 먹으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메 뉴들을 생각했다.

“너무 매운맛만 있는 거 아니 야?”

“메인은 이렇게 하고 중간에 계 란찜하고 계란말이, 그리고 두부 같은 것도 같이 내야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꺼내 놓

은 재료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 다.

“다른 거 먹고 싶다고 하면 그 렇게 하고 일단 두 개로 하자. 아, 매운 갈비는 좀 넉넉하게 하 자. 저녁 손님 중에 스트레스 있 는 분들 드시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장고에서 돼지갈비 를 꺼냈다. 그러고는 음식에 쓸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너 콩나물 손질 좀 해.”

“콩나물?”

“매운 돼지갈비만 먹으면 너무 맵잖아. 그 위에 콩나물 삶은 거 올리자고. 아니면 그 옆에 사이 드로 내서 싸 먹게 하든가.”

“그것도 좋겠다. 콩나물 살짝 들기름만 둘러서 매운 쪽갈비하 고 먹으면 맛있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네. 매운 거 먹고 기름을 먹으면 매운맛이 씻겨 내

려가니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겠 다.”

강진은 냉장고를 열어서는 콩나 물이 담겨 있는 봉투를 꺼냈다.

촤아악

싱크대 물을 틀고 콩나물을 부 은 강진은 콩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가게에 살짝 매운 냄새가 퍼져 나갈 때, 최동해와 친구들이 가 게 안으로 들어왔다.

띠링!

풍경 소리에 고개를 내민 강진 은 손을 닦으며 홀로 나왔다.

“일찍 왔네?”

“시험도 끝났겠다. 오늘은 일찍 먹고 좀 자려고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잘 왔어. 일단 앉고…… 스트 레스 풀라고 음식은 좀 매운 걸 로 준비했어. 물론 따로 먹고 싶 은 거 있으면 말해. 그것도 해

줄게.”

“형이 준비한 거면 어련히 맛있 겠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그런데 동해 너는 음식 어떻게 할래? 다이어트 식단으로 차려 줄까?”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입맛을 다시며 주방을 보았다. 주방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를 맡으며 최동 해가 고통스럽다는 듯 눈을 찡그

렸다가 한숨을 쉬었다.

“저는…… 휴! 돼지고기 뒷다리 있으면 그거나 좀 삶아 주세요.”

“단백질만 먹게?”

“휴우!”

길게 한숨을 토한 최동해가 말 했다.

“앞으로 칠 킬로 더 빼야 해 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 술 마실 때 힘들겠다.”

“ 익숙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친구들을 보았다.

“혹시 따로 먹고 싶은 음식 있 어요?”

“준비해 주신 걸로 먹을게요. 대신 많이 주세요.”

한 친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알겠어요. 아! 그리고 오늘은

제가 사는 거니 여러분들 손님 아닌 거예요. 그러니 술하고 필 요한 것들은 알아서 챙기는 걸 로.”

웃으며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 자, 최동해가 냉장고에서 소주와 맥주들을 꺼내 가지고 나왔다.

“결과 나오기 전까지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우리 다 열심히 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편히 먹 자.”

“그래.”

“그리고 결과 나오기 전까지 답 안 생각도 하지 말기.”

“오케이.”

최동해와 청년들은 잔에 맥주를 가득 따랐다.

“일단 시작은 맥주로 하자. 아! 그리고 우리 오랜만에 먹는 거라 확 갈 수 있으니까 적당히 먹다 가 아니다 싶으면 말하자. 실수 하면 안 되니까.”

최동해의 말에 최창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야! 말이 길다. 어서 먹자. 이 놈의 맥주…… 정말 오랜만이 네.”

그러고는 최창수가 잔을 들자, 최동해와 친구들도 웃으며 잔을 들었다.

그렇게 건배를 한 최동해는 맥 주를 조금 입에 머금었다. 마음 같아서야 꿀꺽꿀꺽 시원하게 마 시고 싶지만…… 이것도 살이니 말이다.

한 모금도 친구들하고 분위기 맞추려고 마신 것이었다.

한편, 홀에서 최동해와 친구들 이 맥주를 마시는 것을 보던 강 진은 밑반찬과 갈비를 가지고 나 왔다.

“오늘은 스트레스 좀 풀라고 매 운 음식으로 준비했어요. 혹시 매운 거 못 먹는 사람 있어요?”

“괜찮습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먹고 있으면 계란찜하고 다른 안주들도 가져 다 줄게요.”

강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동안 수고들 했고 고생들 했 어요.”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그를 보 았다.

“시험 잘 봤냐고는 안 물어봐 요?”

“그거야 결과 나와야 아는 거 지. 벌써부터 시험 결과 생각하 고 기대하거나 걱정하면 무슨 소 용이야. 오늘은 시험 생각하지 말고 많이 먹고 스트레스 풀어. 아! 그래도 너무 많이 먹어서 정 신 줄 놓지는 말고. 공무원은 사

고 치면 안 되는 거 알지?”

강진의 말에 최창수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요. 정말 고맙습니다.”

최창수는 정말 강진의 말이 고 다웠다. 시험 끝나고 만나는 사 람마다 묻는 말이 ‘시험 잘 봤 어?’였다.

그 말이 다 자기 걱정해서, 생 각해서인 것은 알지만…… 스트 레스였다. 시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

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강진은 시험에 대해 묻 지 않고 스트레스를 풀라고 말을 하니 고마운 것이다.

말을 마친 강진은 주방으로 들 어가며 최창수 옆에 서 있는 최 고진을 보았다. 그에 최고진이 그 뒤를 따라왔다.

“음식이 되게 맛있어 보이네.”

최고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실제 맛도 있죠.”

그러고는 배용수가 매운 쪽갈비 를 놓았다.

“콩나물하고 같이 드시면 좋아 요.”

“아이고! 맛있겠다.”

최고진이 환하게 웃는 것을 보 며 강진이 솥을 열었다. 솥에서 는 선지 해장국이 끓어오르고 있 었다.

안을 잠시 보던 강진이 최고진 을 보았다.

“살짝 국물이 덜 난 것 같아

요.”

“지금 봐도 딱 맛있어 보이는 데.”

입맛을 다시며 선지 해장국을 보는 최고진을 보며 강진이 고개 를 저었다.

“아니에요. 이건 조금 있다 드 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선지라도 좀 줘.”

강진은 피식 웃고는 그릇에 선 지와 소 내장들을 담았다.

“드셔 보세요.”

말을 하며 강진이 간장에 겨자 를 풀어 놓자, 최고진이 웃었다.

“이야! 분위기 있네.”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선지해장국 건더기들을 가리켰 다.

“정말 질 좋은 선지와 내장들이 에요. 드셔 보세요.”

최고진은 입맛을 다시며 선지를 잘라서는 소스에 찍어 입에 넣었 다.

“음…… 맛있어. 아주 맛이 좋 아.”

최고진이 웃는 것에 강진이 미 소를 지었다.

“해장국을 좋아하시나 봐요.”

“보통은 해장할 때 먹는데 나는 이거에 소주 하면 그렇게 좋더라 고.”

기분 좋게 웃는 최고진을 보며 강진이 소주를 하나 꺼내 소주잔 에 따라 주었다.

“많이 드세요.”

“고마워.”

최고진이 소주를 마시는 것을 보던 강진은 계란말이와 계란찜 을 하기 시작했다. 계란말이와 계란찜은 해서 바로 먹는 것이 맛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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