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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832화 (830/1,050)

832화

배용수와 악수를 한 강상식이 웃으며 그 손을 두들겼다.

“정말 좋다.”

“저도 좋네요. 이리 오세요.”

배용수가 한쪽으로 그를 데리고 가자, 자리에 앉아 있던 이혜미 와 강선영, 임정숙이 일어났다.

“혜미 씨, 선영 씨, 정숙 씨?”

강상식이 자신들을 알아보자,

강선영이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귀신일 때하고는 많이 다르죠?”

“그러게요. 정말 많이 다르네 요.”

강상식은 세 여자를 보며 미소 를 지었다.

“이렇게 보니 세 분 다 정말 미 인이시네요.”

귀신일 때는 그저 무섭고 안쓰 러웠지만 사람으로 현신한 그녀 들은 그 나이대의 아름다움을 가

지고 있었다.

“미인인 건 맞죠.”

강선영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상식이 들고 온 쇼핑백을 내밀었 다.

“이건 세 분에게 드리는 제 선 물이에요.”

강상식이 내미는 쇼핑백에 강선 영이 그것을 받아 보았다.

“어머! 이게 다 뭐야.”

강선영은 환하게 웃으며 쇼핑백

에 든 것들을 꺼내 식탁에 놓았 다. 예쁘고 화려하게 생긴 조각 케이크와 마카롱, 그리고 여러 디저트들이었다.

“전에 약속했잖아요. 제가 정말 맛있는 디저트 사다 드리겠다 고.”

“안 사다 주셔서 잊어 먹고 있 었나 했는데.”

“현신해서 먹어야 맛있다고 해 서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웃으며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이거 백제 호텔에서 사 온 거 예요.”

“백제 호텔이 디저트를 잘하 죠.”

배용수가 아는 척을 하자, 강상 식이 그를 보았다.

“ 알아 2”

“맛집은 형보다 제가 더 많이 가 보고 먹어 봤을걸요.”

“근데 이건 디저트인데 한식 요 리사도 이런 걸 먹어 봐?”

“한식에는 어디 디저트가 없나 요?”

배용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 전문이 한식이지만 먹어 보 는 건 한식만 먹는 것이 아니에 요. 서양식, 일식, 중식, 한식 맛 있는 건 다 입에 넣어보는 거죠. 그래야 어떠한 맛이 있고 어떠한 조리법이 있는지 아니까요.”

“이놈은 입에 들어갈 수 있는 거면 다 먹는 놈■이에요.”

강진이 웃으며 말을 하자, 배용

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요리사의 중요한 덕목이 야. 쓰고 떫은 식재라도 일단 먹 어 봐야 그게 어떠한 맛인지 아 니까. 그리고 쓰고 떫은 식재도 어떠한 식재와 같이 쓰느냐에 따 라 그 맛도 오묘해지거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피식 웃 을 뿐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덕목 때문에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고 죽은 녀석이 저렇게 말을 하니…….

“앉으세요. 오늘 육개장은 용수

가 형 해 준다고 자신의 레시피 로 한 거예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의자를 빼며 말했다.

“형 어머니가 알려 준 레시피도 훌륭하지만, 제가 만든 것도 드 셔 봤으면 해서요.”

배용수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럼 어디 동생이 해 준 육개 장 좀 먹어 볼까?”

강상식은 육개장 국물과 건더기

를 함께 떠서는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육개장 맛을 본 강상식이 웃었 다.

“얼큰하고 좋네. 고기 되게 쫄 깃하다.”

“소고기 손질하잖아요. 그때 나 온 지방이나 힘줄 같은 잡고기예 요.”

“그래?”

잘 모르겠다는 듯 자신을 보는

강상식에게 배용수가 웃으며 말 했다.

“잡고기로 취급되고 상품성 없 어서 안 파는데 친한 정육점 있 으면 거기서 모아 주기도 해요. 그걸로 육개장 끓이면 고기가 쫄 깃하고 식감이 있죠.”

“그럼 못 사?”

“못 살 건 없죠. 돈 주면 정육 점에서 모아 줄 거니까요. 드세 요.”

배용수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육개장을 먹을 때,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까는 긴장하시던 것 같던데 지금은 긴장 풀리셨나 봐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가게를 둘러보며 말을 했다.

“역시 사람은 알아야 되는 거 야. 모르니 겁나는 거지, 이렇게 보니 그냥 한끼식당이고 내가 좋 아하는 사람들이네.”

강상식은 돌연 ‘아!’ 하고는 핸 드폰을 꺼내 앞에 놓았다.

“지나 씨하고 소파 보고 왔어. 어때?”

강상식이 소파 사진을 보여주자 강진과 귀신들이 그것을 보았다.

천으로 된 소파였는데, 그 위에 씌우는 천들이 색색으로 놓여 있 는 것을 보니 천을 갈아 끼울 수 있는 모양이었다.

“예쁘네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소파를 보다가 말했다.

“되게 푹신해 보이네요.”

“앉아 보고 누워 봤는데 정말 편하더라고.”

“그런데 소파가 가죽이 아니네 요. 요즘 대부분 가죽 소파 하지 않아요?”

“가죽으로 하려고 했는데 지나 씨가 천으로 된 거 하자고 하더 라고. 그리고 나중에 애들이 소 파에 뭐 흘리고 하면 천 걷어서 빨면 된다고 이게 좋대.”

“천으로 된 건 먼지도 나고 그 럴 텐데?”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래도 편하기는 하더라. 푹신 하고.”

“가죽이 조금 단단한 느낌이기 는 하죠.”

강상식은 웃으며 사진을 보다가 말을 했다.

“그리고 아마…… 가죽으로 된 건 비싸서 그런 것 같아. 좀 싼 걸로 고른 느낌이랄까?”

“그 지혁 씨가 적금 넣은 돈 꽤

되던데?”

문지혁이 십만 원씩 차곡차곡 모은 돈은 약 팔백 정도였다. 그 정도면 충분히 가죽 소파를 살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그 팔백이 고스란히 있지 는 않았다. 아버지란 사람이 다 가져가 썼었으니 말이다.

추후 법정 싸움을 통해 돈을 돌 려받기로 했지만, 문지혁이 모았 던 원래의 팔백은 없어진 지 오 래였다. 그러니 그 통장에서 나 온 돈은 없다고 봐야 했다.

그래서 대신 강상식과 문지나는 그 통장에 찍혀 있는 금액 내에 서 소파를 사려는 것이다. 그 금 액만큼 문지혁이 줬다 생각을 하 고 말이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 돈이 대충 팔백 조금 넘거 드 ”

“그거면 가죽 소파 살 수 있을 텐데?”

“가격대를 좀 아나 보네?”

“제가 가구점에서도 아르바이트 했었거든요.”

“넌 참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구 나.”

“먹고살아야 했으니까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 상식이 말했다.

“소파만 사려고 했는데 지나 씨 가 그 돈으로 침대도 사고 싶은 모양이야. 오빠가 남긴 돈으로 소파에서 쉬고,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말이야.”

“침대까지요? 돈이 오버가 될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재차 고 개를 끄덕였다.

“오버되지.”

말을 한 강상식이 한숨을 쉬며 핸드폰 속 소파를 보았다.

“침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기 돈으로 사도 됐지만, 강상 식은 문지나의 뜻대로 하고 싶었 다.

“침대가 비싸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싸기는 해도 싸게 사려고 하 면 싸게 살 수 있지. 가격대가 여럿이니까. 근데 침대는 좋아야 허리가 안 아픈데.”

강상식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남자는 허리가 아프면 안 되 죠.”

“맞아. 게다가 신혼인데…… 침

대가 얼마나 중요하겠어.”

강상식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 던 강선영이 말했다.

“그럼 세일 상품으로 알아보세 요.”

“세일 상품?”

“말이 세일 상품이고…… 금액 에 맞게 침대를 사면 되는 거잖 아요? 매장에 상식 씨가 원하는 침대를 하나 세팅해 놓으세요. 그리고 지나 씨 오면 거기 직원 한테 이번에 할인 상품 하나 들

어왔다고 그거 보여주라고 하면 되죠. 상식 씨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오!”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그렇게 하면 되겠다. 한 천만 원짜리 사다가 삼백 정 도로 가격표 달아 놓으라고 하면 되겠네.”

“일반인이 침대 가격을 제대로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다 고 하면 좋은 줄 알지. 겉으로

보기에는 이게 왜 비싸고 싼지 모르죠.”

귀신들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방법이기는 한데…… 지나 씨 속이는 것 같아서 좀 그 러네.”

강상식의 말에 이혜미가 잠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러네요. 신혼부부가 시작부터 속이는 건 좀 그렇죠.”

이혜미도 최호철과 영혼결혼식

을 했으니, 강상식이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강상식을 보았 다.

“그럼 기스 상품으로 알아보시 죠.”

“기스?”

“가끔 공장에서 물건 나온 거 배송하다가 흠집이 나는 상품들 이 있어요. 그런 건 누가 쓰지도 않았는데도 세일해서 팔거든요.

그리고 흠집 있는 것도 알고 봐 야 알지, 모르고 보면 모르는 것 들이 많아요.”

“아! 뭔지 알겠다.”

“아세요?’’

“우리 공장에서도 물건 나가다 가 박스 훼손돼서 세일 상품으로 팔리는 것들이 있거든.”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 를 끄덕이는 강상식을 보며 강진 이 말했다.

“제가 아는 곳 있는데 한 번 가

보실래요?”

“아는 곳이 있어?”

“중고 매장인데 거기에 사람이 쓰지 않은 상품들도 들어오거든 요. 그중에 침대도 있어요.”

“음…… 그럼 어떻게, 내일 갈 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 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내일은 봉사하러 안 가?”

“내일은 저 혼자 가려고 했는 데, 다음에 가야죠.”

“그래도 괜찮겠어?”

“봉사는 앞으로도 계속 할 건 데, 제가 하고 싶은 것도 못 하 면서 봉사를 하면 그건 일이 되 잖아요. 제 일 하면서 가야죠.”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 강진이 말을 이었다.

“일단은 제 할 일이 우선이에 요. 그래서 보육원에 봉사하러 간다고 해도 미리 일정 안 잡고

말도 안 하잖아요. 혹시 일 생겨 서 못 가면 애들 실망할까 봐 요.”

“그래. 봉사도 좋지만, 본인 생 활을 뒤로하고 그것만 할 수는 없지. 내 생활을 하면서 봉사도 하는 거니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강진은 딱히 보육원에 음식 봉사하는 것을 봉사라고 생

각하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되 면 아이들 보고 힐링하러 가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저 가고 좋은 시간 보 냈어요?”

황민성 집에서 자신은 일찍 나 왔지만 강상식은 저녁까지 있다 왔을 테니 말이다.

“애들 좀 보다가 민성 형하고 산 올라가서 이야기 좀 했지. 그 러다 지나 씨 와서 거기서 식사 했어.”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경치가 좋아서 그런지 마당에 서 고기 구워 먹어도 고급 레스 토랑에서 먹는 것 못지않더라.”

“경치 좋고 좋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김밥 한 줄도 최고급 정 식처럼 맛있죠.”

“맞아. 그래서 그런지 보육원 가서 먹는 밥이 그렇게 맛있더 라.”

“맞아요. 보육원에서 먹는 밥이 참 맛있죠.”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은 강상식 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그럼 작은형수는 집에 가셨어 요?”

“여기 데려오기는 그렇고 해 서……

말을 하던 강상식이 귀신들을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럼 이 시간에 이 가게에 들 어온 귀신들은 이렇게 사람처럼 보이는 거지?”

“네.”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강상식을 보았다.

“그래도 작은형수에게 문지혁 씨를 보여 주는 건 안 돼요.”

자신의 생각을 읽은 강진을 강 상식이 보았다.

“안 되는 거냐?”

“자기 오빠가 죽어서 귀신이 됐 고, 이곳에서 만난다는 거…… 어떨 것 같아요?”

“귀신이 된 건 슬퍼도 여기서라 도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는 건

기쁘지 않을까?”

“기쁜 다음은요?”

“그야……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자, 강진 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별이에요. 작은형수는 오베바’ 의 장례를 두 번 치르는 셈이에 요.”

“장례를 두 번이라……

“기쁨도 크겠지만, 그 기쁨만큼 슬픔도 클 거예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재차 입 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문지나가 문지혁을 만나 기뻐할 것만 생각했지, 그녀가 다시 오 빠를 보내며 슬퍼할 것은 생각하 지 못했던 것이다.

그에 잠시 있던 강상식이 강진 을 보았다.

“그럼…… 혹시 형님 여기서 동 영상 하나 촬영하는 건 안 될 까?”

“동영상요?”

강진이 보자, 이혜미가 미소를 지으며 강상식을 보았다.

“돼요.”

이혜미는 강상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를 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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