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35화 (833/1,050)

835 화

이혜미가 옷걸이를 보다가 웃었 다.

“그냥 반찬투정 같이 투정한 건 데. 그 투정 못 들어줘서 엄마는 계속…… 신경이 쓰였나 봐요.”

표정이 점점 굳어지다가 끝내 고개를 숙이는 이혜미의 모습에 강진이 몸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최호철, 최호철, 최호철

자신이 위로를 해 줄 수도 있지 만, 그녀에게는 최호철이 있으니 말이다.

화아악!

강진의 부름에 최호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응? 여기 어디야?”

최호철이 의아한 듯 주위를 보 자, 강진이 말했다.

“신부 너무 혼자 두는 거 아니 에요?”

“응?”

“일만 하는 가장은 멋이 없어 요. 일과 가정 둘 다 지키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걸음을 옮겨 침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뭐래는 거야?”

고개를 갸웃거리던 최호철은 옷 걸이 옆에 있는 이혜미를 보고는 그녀에게 웃으며 다가갔다.

“여……

여보라는 말을 하려던 최호철은

이혜미가 애잔한 얼굴로 옷걸이 를 보고 있는 것에 멈칫하고는 침대로 다가가는 강진을 보았다.

‘무슨 일이야?’

상황을 물으려 했으나, 강진은 이미 침대 쪽으로 가 있었다. 그 에 최호철은 다시 이혜미를 보았 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이혜 미의 표정을 보니 위안이 필요한 듯했다. 그에 최호철이 슬며시 이혜미의 옆에 섰다.

“ 괜찮아요?”

최호철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았다.

“일은 어떻게 하고 왔어요?”

“당신 보고 싶어서 왔죠.”

“나쁜 놈은요?”

“누군지는 찾았어요. 곧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다행이네요.”

말을 하며 이혜미가 옷걸이를 보자, 최호철이 같이 옷걸이를

보았다.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최 호철은 묻지 않았다. 기다리면 그녀가 말해 줄 것이니 말이다.

침대가 있는 곳으로 간 강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최호철과 이혜 미는 나란히 서서 옷걸이를 보고 있었다.

‘나도 살 물건이 하나 생겼네.’

갈 때 저 옷걸이를 사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강진은 강상식의 옆

으로 다가갔다. 강상식과 문지나 는 조금은 두툼한 쿠션이 있는 침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 었다.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침대를 보았다.

“이백오십이라…… 가격 괜찮네 요.”

침대 가격은 말 그대로 천차만 별이다. 싸게 살려면 십만 원 대 에서도 살 수 있지만, 신혼부부

들 건 오백, 비싸면 천이 넘는 것들도 있었다.

강진은 침대 쿠션을 손으로 눌 러 보았다. 살짝 단단한 느낌이 들었지만…… 너무 푹신해도 허 리가 아픈 법이었다. 그리고 프 레임이나 다른 것도 괜찮아 보이 고 말이다.

강진이 침대를 살피고 있을 때, 문지나가 그를 불렀다.

“강진 씨.”

그에 강진이 보자, 문지나가 웃

으며 말했다.

“화장대하고 서랍장들도 여기서 사려고요.”

“어? 그 침대하고 소파만 사시 려는 거 아니었어요?”

“여기 오니 싸고 좋은 물건들 많아 보여서요. 그래서 돈 되는 대로 여기서 골라 보려고요.”

문지나의 말에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상식이 웃 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문 지나가 원하면 자신은 상관없다

는 의미였다.

아니면…… 문지나를 이길 수 없다는 의미 같기도 했다.

사실 강상식은 문지나와 신혼 생활에 쓸 물건들을 최고로 좋은 걸로 준비를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 능력도 있으니 말이다. 하 지만 최고로 좋은 건 역시 사용 하는 아내의 마음에 들어야 하니 그녀가 원하는 걸로 고르려는 것 이다.

‘하긴, 두 사람이 쓸 건데 가격

대야 무슨 상관이야. 두 분이 좋 으면 된 거지.’

그런 생각이 든 강진이 침대를 보며 말했다.

“그럼 침대는 이걸로 정하신 거 죠?”

“이게 가장 좋은 것 같아.”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격표를 뒤집었다.

“왜 그래?”

“이렇게 뒤집으면 누가 예약을

했다는 표시예요.”

“예약?”

“여기 있는 물품들은 공장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서 팔리면 못 사요.”

그러고는 강진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럼 이제 화장대하고 서랍장 보러 가시죠.”

강진의 말에 두 사람이 앞장서 서 가자, 배용수가 말했다.

“나는 저기 주방 용품점 있는데 구경 좀 하고 있을게.”

“그래.”

배용수가 한쪽으로 걸음을 옮기 자, 강진은 두 사람을 데리고 서 랍장과 화장대가 있는 코너로 향 했다.

강진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문지나가 고른 물건 가격을 협상 하고 있었다.

“좀 더 해 주세요.”

“여기서 일을 하셨으면 아시잖 아요. 여기에서 십 프로 정도가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예요.”

“에이, 저 일해서 아는데……

강진은 계산기에 찍혀 있는 금 액을 지우고는 금액을 다시 찍었 다.

“자! 이렇게 하죠. 깔끔하게 이 렇게.”

“아이고! 이거 안 돼요. 저 혼 나요.”

“에이! 안 혼나요. 대신 제가

짐 옮기는 곳 옆에서 밥장사 하 거든요? 배달해 주시고 난 후에 저희 가게에서 맛있는 식사 대접 해 드릴게요. 아! 사장님한테 말 씀해서 같이 오세요. 저 사는 것 도 좀 보고 가시라고 하세요.”

말을 하며 강진은 강상식에게 받아 온 지폐를 주머니에서 꺼냈 다.

“그리고 현금으로 계산할게요.”

“이러면 안 되는데……

직원이 작게 한숨을 쉬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금액을 계산했다.

“여기 오백오십만 원이요.”

강진은 돈을 세어 건넸다. 침대 와 여러 물품들을 사다 보니 예 상보다 금액이 많이 나왔다.

직원은 잠시 돈을 보다가 고개 를 끄덕였다.

“이강진 씨라고 하셨죠.”

“사장님한테 말하면 반가워하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돈을 건네받아 다시 세어 본 직 원이 그것을 금고에 넣고는 말했 다.

“그럼 이틀 후에 보내드리면 될 까요?”

“네.”

“시간 차이는 좀 있을 수 있겠 지만, 오후 두 시나 세 시쯤 배 송해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아! 오실 수 있으 면 같이 오세요. 저희 가게 정말 맛집입니다.”

강진이 명함을 내밀자, 직원이 그것을 받아 보고는 고개를 끄덕 였다.

“알겠습니다.”

직원의 말에 강진이 주문서를 받아 강상식에게 다가갔다.

“다 됐어요.”

“그 할인된 것에서 또 할인을 한 거야?”

강상식이 웃으며 종이를 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인된 가격에서 또 할인을 받 아야 돈 벌어가는 느낌이죠.”

“그런데 더 깎는 것 같던데?”

“저 같은 진상들이 있어서 조금 더 할인해 주기도 하거든요.”

“그럼 그것도 할인 범위 내라는 거네.”

“그렇죠. 근데 잘 안 해 줘요. 진짜 ‘아, 이 사람 고수다.’ 할 때 해 주는 거죠.”

강진은 웃으며 문지나를 보았 다.

“어떻게, 물건들은 다 마음에 드셨어요?”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혼수를 다 하고 싶어요. 냉장고 같은 건 없어요?”

“가끔 기스 제품으로 들어오기 는 하는데…… 지금은 없는 것 같아요.”

“저쪽에 냉장고 있던데.”

“그건 중고 제품들이고요.”

“깨끗하고 좋아 보이던데?”

“중고는 중고인 이유가 있어요. 자취 잠깐 할 때는 살 만해도 오 래 쓸 제품은 새 걸로 사는 것이 좋아요.”

“제 자취방 냉장고 중고인데 잘 돌아가는데.”

“전기세가 많이 나올걸요.”

“전기세?”

의아한 둣 보는 문지나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전기세 얼마나 나와요?”

“육만 원 정도요.”

“냉장고만 바꿔도 반 정도는 줄 걸요.”

“에이! 무슨 냉장고만 바꾼다고 전기세가 그렇게 줄어요.”

“중고 냉장고가 겉은 멀쩡해도 속으로는 골병이 든 것이 많아 요. 그래서 전기를 많이 잡아먹 어요.”

“아……

“그러니 냉장고나 가전제품은 새 제품 쓰는 것이 좋아요.”

“몰랐어요.”

“많이들 몰라요.”

설명을 마친 강진이 센터 안으 로 걸음을 옮기자, 강상식이 그 를 보았다.

“왜?’’

“저도 뭐 하나 사려고요.”

말을 하며 강진은 아까 본 스탠 드 옷걸이에 다가갔다. 스탠드 옷걸이 앞에는 최호철과 이혜미 가 여전히 이야기를 나누며 서 있었다.

그에 그 옆에 가서 선 강진이 스탠드 옷걸이를 집었다.

“이건 집에 가서 보는 걸로 해 요.”

“응? 사게?”

“네.”

“너 옷 다릴 일도 없잖아.”

평소 청바지에 가벼운 티셔츠 정도만 입는 강진이라 다림질이 필요한 옷이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좀 다려서 입어

보죠.”

그러고는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 다.

“형수님이 가끔 제 옷 좀 다려 주시면 되겠네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었다.

“입고 나갈 일만 만들면 제가

예쁘게 다려 드릴게요.”

이혜미의 말에 최호철이 눈을 찡그렸다.

“왜 내 여자가 네 옷을 다리

냐?”

“그럼 형 옷을 다리던가요.”

“내 옷?”

“결혼식 때 입었던 옷 그대로 있잖아요. 가끔씩 다려 보세요. 그것도 신혼 재미 아니겠어요?”

강진은 옷걸이와 옆에 있는 스 팀다리미를 챙겨서는 카운터로 가지고 갔다.

“이것도 계산할게요.”

“사만 구천 원입니다.”

“그럼 이건 사만 오천 원?”

강진의 말에 직원이 그를 보다 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그에 강진이 사만 오천 원을 꺼 내 내밀며 말했다.

“다른 분들 보내지 말고 배달 꼭 하러 오세요. 저희 가게 정말 맛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직원이 옷걸이를 보며

말했다.

“지금 가져가실 건가요? 아니면 배송할 때 같이?”

“이건 제가 가져갈게요.”

“분리해 드릴게요.”

“제가 할게요.”

강진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스탠 드 옷걸이를 분리해 봉투에 넣고 는 손을 흔들었다.

“그럼 다음에 또 봐요.”

강진의 말에 직원이 피식 웃으

며 말했다.

“부자 되시겠어요.”

직원의 투정 어린 목소리에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쪽도 부자 되세요.”

웃으며 인사를 한 강진은 강상 식과 문지나와 함께 센터를 나왔 다.

이틀 후, 한끼식당 앞 도로가에 멈춘 이삿짐 차량에서 짐들이 내 려지고 있었다.

“조심히! 조심히!”

이삿짐을 옮기는 직원들을 강진 과 강상식, 그리고 황민성이 지 켜보고 있었다. 강상식이 오늘 이곳으로 이사 온다는 말에 황민 성도 나와 본 것이다.

“강진이 옆집으로 이사를 오고, 좋겠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형도 이리로 오세요. 여 기 일 충 가게 인테리어해서 형 살면 되겠네요. 생각을 해 보니 정말 좋네요. 이사 오시죠.”

같이 모여 살면 좋겠다는 강상 식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어머니 몸 생각하면 번화한 곳보 다 한적한 곳이 좋지.”

“맞아요.”

맞장구친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

다.

“땅 가까이에서 사시니 어머니 몸이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의 어 깨를 두들겼다.

“그게 다 네 덕이지.”

“제가 뭐 한 것이 있나요.”

강진의 말에 웃어 보인 황민성 은 이삿짐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 다. 강상식의 짐이 강진의 옆집 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니 뭔가 색다른 느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강상식과 지 금의 강상식…….

그때는 강상식과 이렇게 친해질 줄은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아 마 강상식과 자신 둘 다 외로운 사람들이라 친해진 것 같았다.

물론 그 중간에 강진이라는 다 리가 있어서 가능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제수씨는?”

황민성은 강상식을 보았다.

“짐이야 일하시는 분들이 옮긴 다고 해도 자리는 제수씨가 봐야

하지 않아?”

“며칠 전에 반차 내서 일을 빼 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이사한다 말하고 사정 좀 봐 주라고 하지?”

“중소기업이 그렇게 하기 쉽나 요. 일 빨리 끝내고 반차 낼 수 있으면 온다고 했어요.”

강상식은 짐을 옮기는 직원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사하시는 분들한텐 짐 놓을 자리 미리 알려 줬어요. 몰랐는

데 지나 씨 그림을 잘 그리더라 고요.”

“그림?”

강상식은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 내 내밀었다.

“잘 그리죠?”

“아직 보지도 않았다.”

장난스럽게 답한 황민성은 그림 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잘 그렸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내밀어 그림을 보았다. 방과 가 구들이 그려져 있는 그림이었는 데, 색연필로 색칠까지 해 놓은 게 화사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강 상식을 보았다.

“형은 이 그림이 잘 그렸다고만 생각해요?”

“왜, 못 그렸어?”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도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다.

“왜? 잘 그렸는데?”

두 남자의 반응에 강진이 웃었 다.

“왜 웃어?”

“남자란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고는 강진이 그림을 보았 다.

“저는 이 그림에서 형수님이 행 복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결혼에 대한 핑크빛 로망도요.”

“ 응‘?”

강상식이 다시 그림을 보자,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화사하잖아요. 색도 밝고……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이에요. 그림만 봐도 이 집 에서는 행복한 일들만 생길 것 같아요.”

그러고는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 다.

“형수 지금 정말 행복한 것 같 아요. 앞으로도 형수 행복하게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그저 잘 그린 그림이라 고만 생각을 했는데 강진의 말을 들으니 이 그림을 그리면서 문지 나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느껴졌 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를 생각하면서 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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