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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837화 (835/1,050)

837화

기분 좋게 가게를 둘러보는 문 지혁에게 황민성이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황민성의 인사에 문지혁이 그를 보았다.

“저승 음식을 드셨나 보군요.”

“저희 아이 태어날 때 인사는 드렸지만,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 못 한 것 같아서요.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황민성 입니 다.”

황민성이 손을 내밀자 문지혁도 손을 내밀어 맞잡았다.

“문지혁입니다. 지나하고 상식 이한테 잘해 주셔서 감사합니 다.”

“가족인걸요.”

가족이라는 말에 문지혁이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문지혁의 말에 미소를 지은 황 민성이 자리를 가리키고는 말했 다.

“혹시 이야기 들으셨는지 모르 겠는데, 제가 이번에 드라마 하 나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소희 아가 씨 일대기로 드라마를 만드신다 고요.”

문지혁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수 씨 있을 때 이야기했으니

그때 다 들으셨겠네요.”

“네. CG로 제 배역을 만드시겠 다고요?”

“그래서 지혁 씨 의견을 받고 싶습니다. 하시고 싶으세요?”

“저야 좋습니다.”

문지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배우가 배역 마다하는 것 보셨 습니까. 작은 배역이라도 제가 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 연기 할 뿐입니다.”

“배역이 작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배님이 그러셨죠. 작은 배우는 있지만, 작은 배역은 없 다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주연, 조연으로 나뉘지만…… 모 두 그 드라마와 영화에 필요한 배역이니까요. 주연만 있으면 드 라마나 영화가 되나요. 배역 주 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을 한 문지혁이 머리를 긁었 다.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지만요.”

“할 수 없는 것이 없다니요. 여 러 가지 하실 것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정말 최선을 다해 주셔야 합니다. 저 여기에 돈 많이 들였 으니 말입니다.”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문 지혁이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문지혁의 답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을 했다.

“캐릭터는 문지혁 씨 얼굴을 CG로 만들어 낼 거고, 음성은

컴퓨터로 조합해서 만들 겁니다. 음성과 영상 나오면 문지혁 씨가 보고 이야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 니다.”

웃으며 답한 문지혁이 슬며시 물었다.

“대본이 나오면 저도 좀 볼 수 있을까요?”

“배우가 물론 대본을 봐야죠.”

한편, 이야기를 나누는 둘을 보 던 강진은 핸드폰을 꺼내 강상식

에게 전화를 걸었다.

“라면 다 됐어요.”

그리고 전화를 끊자 잠시 후 강 상식과 문지나가 가게 안으로 들 어왔다.

“자, 식사하세요.”

강진이 김치와 함께 해물라면을 들고 나오자, 문지나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맛있겠다.”

라면을 내려놓은 강진은 다시

주방에 들어가 차와 과일을 가지 고는 홀로 나왔다.

“우리는 다과나 하죠.”

쟁반을 탁자에 놓으며 강진이 문지나를 보았다.

“어떻게, 이사한 건 마음에 드 세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면발을 들어 올려 후후 불고는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들어요. 제가 그린 그 림하고 딱 맞게 놓여 있어요. 게

다가 청소도 깔끔하게 돼 있어서 너무 좋아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청소를 몇 번이나 하시더라 고.”

“그러게요. 구석에 먼지 하나 없더라고요.”

“걸레를 일회용으로 계속 바꾸 면서 하시더라고.”

“이야기는 일단 저 라면 좀 먹 고요. 나 배고파요.”

“아! 미안해요. 어서 먹어요.”

웃으며 문지나가 라면을 먹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한 시간쯤 있으면 가구들 오겠 네요.”

“그럼 이사 끝이네.”

그러고는 강상식이 문지나를 보 았다.

“오늘은 우리 집 합치고 첫날밤 이네요.”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입맛을 다시며 라면을 보았다. 배도 고 프고, 라면도 맛있어서 계속 먹 고 싶지만…… 강상식이 계속 말 을 거니 말이다.

그에 젓가락을 내려놓은 문지나 가 피식 웃었다.

“좀 얼렁뚱땅 후딱 해 치우는 느낌이에요.”

“얼렁뚱땅요?”

“며칠 사이에 결혼하기로 마음 먹고 이렇게 방까지 구했잖아

요.”

“그래서 아쉬워요?”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현실이 아 닌 것 같아요. 꿈꾸는 것 같아서 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꿈에서 깨지 않게 행복하게 해 줄게요.”

“고마워요. 나도 상식 씨 꿈에 서 안 깨게 해 줄게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강진이 살짝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거…… 그런 이야기는 벽 있 고 지붕 있는 집에서 다른 사람 들 없을 때 하시죠.”

“미안 미안.”

강상식이 웃으며 문지나를 보았 다.

“식사부터 하세요.”

“그럼 더는 말 안 걸 거죠?”

“알았어요. 드세요.”

문지나가 라면을 먹는 것을 보 던 강진이 말했다.

“형수 식사 다 하면 형 집 구경 좀 가야겠어요.”

“그래. 너도 와서 구경 좀 해.

집이 아주 좋다.”

*  *  *

강상식의 신혼집에 들어선 강진 은 거실에 깔린 대리석에 웃었 다.

“대리석을 까셨네요.”

“입구가 좀 밝았으면 좋겠어서 좀 깔았어. 들어와.”

강상식을 따라 거실로 들어온 강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벽지 되게 고급스러워 보이네 요.”

“신경 좀 썼지.”

말을 하며 강상식이 벽지를 가 리켰다.

“우리 회사에서 나온 건데 정말 최고급 벽지야. 환경 호르몬도 안 나오고 항균 효과도 있고. 그 리고 저기 등은 불이 조절돼.”

강상식의 손동작에 따라 거실 조명이 밝아졌다가 조금씩 어두 워지길 반복했다.

“그리고 여기 간접 조명등이 야.”

강상식이 가리킨 곳엔 벽 안쪽

에 숨겨져 있는 조명이 있었다.

신혼집을 구석구석을 소개해 주 는 강상식을 보며 강진이 웃었 다.

“정말 인테리어 잘했네요.”

신혼집 안방까지 구경을 한 강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지박령은 없네.’

강상식의 집을 보러 온 건 신혼 집이 어떤지 보려는 것도 있지 만, 집에 귀신이 있는지 확인하 기 위해서였다. 지박령이 있으면

저승식당으로 데리고 오려고 말 이다.

강진 일행이 집을 둘러볼 때, 문지나는 주방 서랍을 열어 보고 있었다. 아까 와서 보기는 했지 만 서랍 안까지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주방 서랍 안에 그릇들이 잘 정 리되어 있는 것에 문지나가 미소 를 지을 때, 강진의 핸드폰이 울 렸다.

핸드폰에 찍힌 번호는 가구 센 터 사장님 번호였다.

“사장님.”

강진이 반갑게 전화를 받자, 상 대방이 웃으며 말했다.

[왔다는 이야기 들었어. 지금 목적지까지 오 분 거리야.]

“알겠습니다.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렇게 통화를 끝낸 강진이 사 람들을 보았다.

“오 분 안에 오신대요.”

“그럼 밑에서 기다리자.”

말을 하며 황민성이 강진을 보 았다.

“근데 우리가 도와야 해?”

일반 배달이면 도울 생각을 하 지 않겠지만, 강진이 아는 가게 사장님이니 그냥 있기 뭐한 것이 다.

“배달 오시는 분들이 알아서 잘 옮기지만, 거들어 주면 좋죠.”

웃으며 답한 강진은 집 밖으로 향했다. 그러곤 잠시 기다리자 트럭 한 대가 다가왔다.

스르륵!

강진의 앞에 부드럽게 멈춘 트 럭에서 전에 본 직원과 중년의 남자가 내렸다.

“강진아!”

반갑게 웃으며 다가오는 중년 남자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고 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하하하! 너 왔다 갔다는 이야 기 듣고 아주 반가웠다. 연락이 라도 하고 오면 내가 기다렸을

텐데.”

웃으며 사장이 손을 내밀자 강 진이 악수를 나누고는 건물 2층 을 가리켰다.

“배달할 곳은 여기 2층이에요.”

강진의 말에 사장이 웃으며 트 럭 뒤로 가며 말했다.

“근데 너 식당 한다면서?”

“여기예요.”

강진이 자신의 식당을 가리키자 사장이 웃으며 어깨를 토닥여 주

었다.

“가게 좋네. 그것도 강남에 서……

웃으며 강진의 어깨를 두들긴 사장은 트럭 뒤를 열었다. 그런 사장에게 가며 강진이 말했다.

“저도 장갑 좀 주세요.”

“도와주게?”

“그럼요.”

“조수석 보면 장갑 있어.”

사장의 말에 강진이 조수석에서

장갑을 꺼낼 때, 황민성이 말했 다.

“형도 줘라.”

“형도요?”

“동생 이삿짐 옮기는데 나도 하 나 정도는 옮겨야지.”

“그럼 나도 줘.”

강상식도 손을 내미는 것에 강 진이 둘을 보다가 장갑을 건넸 다. 그렇게 장갑을 낀 사람들이 트럭에 다가오자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신혼부부는 어느 분이 세요?”

강상식이 손을 들었다.

“접니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사장은 강상식에게 축하 인사를 하다가 그가 장갑을 끼고 있는 것에 웃었다.

“도와주시려고 이렇게 장갑까지 하하하! 고맙습니다.”

“저희 가구인 걸요.”

“그럼 작은 것들 옮겨 주세요. 큰 건 저희가 옮기겠습니다.”

“저희도 힘셉니다. 큰 거 주셔 도 됩니다.”

강상식의 말에 사장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힘이야 젊으신데 당연히 좋으 시겠죠. 아마 헬스장에서 드는 철은 저보다 많이 드실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잡을 곳이 있을 때 이야기고, 이런 큰 가구들은 힘 보다는 요령으로 들어야 합니 다.”

사장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든 요령이 실력보다 나은 법이죠.”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일하는 요령을 모르면, 그 실력을 모두 쓸 수 없는 법이었다. 사장이 작 은 가구들을 들어 내밀자 강상식 과 황민성이 그것을 받았다.

“아! 그리고 강진이 형님이 결 혼을 하셨다고 해서 이건 제가 서비스로 가져왔습니다.”

사장이 내민 건 좌식 의자였다.

“이게 척추에 좋다고 하더군요. 자동차나 소파에 앉으실 때 이거 놓고 앉으시면 허리에 부담이 덜 하답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이 내미는 좌식 의자 두 개를 받은 강상식이 그것을 보았 다. 의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져 있었는데, 일반 좌식 의자와 는 조금 달랐다.

좌식 의자와 작은 책꽂이를 들

고 강상식이 올라가자, 황민성도 작은 가구 하나를 들고 올라갔 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손을 내 밀었다.

“저도 주세요.”

“강진이 힘은 그대로인지 모르 겠다.”

사장이 침대 프레임을 분해해 종이로 묶어 놓은 것을 내밀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일을 힘으로 하나요. 요령으로 하는 거지.”

가볍게 나무 프레임을 빼낸 강 진이 그것을 어깨에 올리고는 계 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사장은 힐끗 한끼식당을 보 았다.

“녀석 성공했네.”

흐뭇한 얼굴로 한끼식당을 보는 사장의 모습에 직원이 물었다.

“친하셨나 봐요?”

직원의 말에 사장이 잠시 한끼 식당을 보다가 말했다.

“넘어지면 어떻게 하냐?”

“일어나야죠.”

“그렇지. 넘어지면 일어나고 또 넘어지면 또 일어나고. 그런 녀 석이라 예뻐할 수밖에 없지.”

사장의 말에 직원이 건물을 보 다가 말했다.

“강진 씨 삶이 많이 힘들었나 보네요.”

“힘들어도 열심히 사는 녀석이 지.”

“그럼 알바 말고 정직원 시키지 그러셨어요?”

“그러려고 했는데…… 학교 다 녀야 한다고 해서. 그래서 가끔 알바나 하러 왔지.”

그러고는 사장이 직원을 보았 다.

“너도 강진이처럼 열심히 살 아.”

“아이고! 저만큼만 열심히 살라 고 하세요. 해 뜨면 일하고 해 져도 일하는데 여기서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요.”

직원의 말에 사장이 피식 웃었

다.

“그래. 그렇게만 살아.”

그러고는 사장이 차에 내리자 직원이 매트리스를 잡아 천천히 그에게 내밀었다.

두툼한 매트리스는 무게도 무게 지만, 일단 크기가 크고 낭창낭 창해서 들기가 쉽지 않다. 하지 만 사장은 요령껏 그것을 등에 지고는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사장을 보던 직원은 서랍 장을 보고는 그것을 조심히 밑으

로 내렸다.

혼자 내리기에 어려울 것 같은 서랍장을 능숙하게 내린 직원이 그것을 등에 지고는 일어났다.

“끄응!”

작은 신음과 함께 몸보다 큰 서 랍장을 등에 멘 직원이 조심히 건물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귀신들과 함께 보던 배용 수가 감탄을 했다.

“와! 저걸 저렇게 드네.”

“그러게요. 보통 두 사람이 앞

뒤로 잡아서 옮길 것 같은데.”

“저게 요령이라는 건가 보네 요.”

대단하다는 듯 직원을 보며 한 마디씩 하던 귀신들은 슬며시 건 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도 강 상식의 신혼집이 궁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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