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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838화 (836/1,050)

838화

가구를 옮기고 조립까지 마친 사장과 직원은 한끼식당에서 늦 은 점심을 하고는 밖으로 나왔 다. 사장은 가게를 한 번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이번에 가구들 가격 싸게 가져 가서 죄송하네요.”

“됐어. 마진이 조금 남아서 그 렇지, 손해 보고 파는 것도 아닌

데.”

웃으며 가게를 보던 사장이 강 진을 보았다.

“너 어떻게 잘 사나 걱정을 했 는데……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면 이렇게 좋은 일이 있어야지.”

사장은 웃으며 주머니에서 봉투 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이건 밥값이다.”

“물건 싸게 받아서 제가 점심은 대접하려고 했는데요.”

“우리 가게에서 일하던 애 가게 에서 공짜로 먹을 정도로 나 안 힘들어.”

말을 하며 사장이 다시 봉투를 내밀자, 강진이 웃으며 그것을 받았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런 데…… 밥값이 생각보다 많을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봉투 안을 보지 않았지만 어쩐 지 밥값보다는 더 들어 있을 것 같아 강진이 웃으며 말하자, 사 장이 고개를 저었다.

“내 밑에 있던 애가 잘 된 것 보니 기분이 좋아서 그래. 그리 고 정말 조금 넣었어.”

그러고는 사장님이 손을 들었 다.

“나중에 가구든 그릇이든 뭐 필 요한 거 있으면 연락해. 내가 싸 게 보내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사장은 웃으며 강진을 보다가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너 잘 사는 것 보니 정말 기분 이 좋다. 그럼 간다.”

사장이 먼저 트럭에 올라타자, 직원이 따라 타고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정말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가세요.”

트럭이 출발하는 것을 보던 강

진이 미소를 지었다.

‘기분 좋네.’

사장님에게 인정을 받아서 기분 이 좋은 것이 아니라, 사장님이 자신이 잘 사는 것을 보고 좋아 하는 것에 강진의 기분도 좋았 다.

강진은 몸을 돌려 한끼식당을 보았다. 식당 건물을 올려다보던 강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나 이강진…… 성공했구나.”

강진이 속으로 웃을 때, 황민성

이 강상식 집에서 나오며 다가왔 다.

“손님들 갔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아직 멀었구나.’

황민성에 비하면 자신은 그저 식당 사장이니 말이다. 하지만 강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을 생각 못 하는구나.”

“개구리?”

황민성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 이 웃으며 식당을 보았다.

“오늘 내 식당을 보니 내가 참 성공한 것 같아서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다가 한끼식당을 보았다.

“하긴, 가게가 작기는 해도 강 남 한복판에서 식당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게다가 자가 잖아.”

“그러니까요. 저 참 성공했네

요.”

강진은 식당을 보다가 황민성을 보았다.

“상식 형은요?”

“눈치 주더라.”

“눈치요?”

“안 가냐고.”

“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은 강상식의 신혼집이 있는 곳을 보다가 웃었 다.

“신혼집에서 첫날이네요.” 작게 웃은 강진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문지혁은 문지나와 강상식을 지 켜보고 있었다. 그 둘은 이번에 새로 들여온 침대 위에 이불을 깔고 나란히 누워 있었다.

침대도 새 거고 이불도 새 거였

다. 원래 두 사람이 쓰던 이불이 있었지만, 강상식이 이불만은 좋 은 걸로 하고 싶다고 해서 새로 깔은 것이다.

편안하고 따스한 이불의 감촉을 느끼며 강상식은 슬며시 문지나 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내 집에서 당신과 누워 있으니…… 정말 우리 함께 사는 것 같네요.”

“내 집?”

문지나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

았다.

“맞죠. 여기는 상식 씨 집이지. 내 집이 아니었어.”

문지나가 서운하다는 듯 손을 빼며 하는 말에 강상식이 급히 말했다.

“아이고 왜 이러실까. 제 말 무슨 말인지 아시잖아요.”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웃었 다.

“ 알아요.”

“그리고 내가 당신 거니까 이 집도 당신 거예요.”

“그래요?”

“그럼요.”

강상식은 웃으며 문지나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러니 다시는 내 손 그렇게 놓지 말아요. 나 서운해.”

“칭얼대는 거예요?”

“앞으로는 종종 하고 싶네요.”

웃으며 답한 강상식은 몸을 옆

으로 돌린 뒤 문지나의 머리카락 을 걷어 얼굴을 드러나게 했다.

“당신 정말 행복하게 해 주고 싶고, 당신 덕에 나도 정말 행복 해지고 싶지만…… 살다 보면 우 리 싸울 일도 있을 거예요.”

“그렇겠죠.”

“그럴 때는 우리 그냥 손잡고 싸워요.”

“손잡고 어떻게 싸워요?”

“그러니 손을 잡아야죠. 덜 싸 우게.”

웃으며 강상식이 문지나를 보았 다.

“다른 사람들은 화가 나고, 슬 프고 힘들 때 엄마한테 투정도 하고 화도 내지만……

강상식은 문지나의 눈을 보았 다.

‘우리는 엄마가 없으니까.’

가만히 바라보는 것으로 내뱉기 힘든 말을 대신한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우리는 서로한테 해요. 당신이

화가 나고 힘들 때 나한테 투정 도 하고 화도 내요. 그럼 내가 엄마처럼 다 받아 줄게요.”

“그럼 당신이 화가 나고 투정을 부리고 싶을 때는 나한테 해요. 그때는 내가 엄마처럼 받아줄게 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내가 알던 여자애가 있 었어요.”

“여자요?”

눈을 가늘게 뜨는 문지나의 모 습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 었다.

“그런 여자 말고요.”

“여자가 여자지.”

“아무튼, 대학 때 알던 애인데 괜히 화가 나서 엄마한테 짜증을 냈다고 그러더라고요.”

“나쁘다. 엄마한테 짜증 내고.”

“그래서 내가 엄마한테 사과 전 화 하라고 했어요. 제 가정사가 있어서 그런지 엄마 속 썩이는

애들 꼴 보기가 싫더라고요.”

젊을 때 강상식은 싸가지가 없 고 갑질을 했지만, 직원들의 경 조사는 잘 챙겼다.

특히 직원들 부모님 생신이나 가족 생일이 있을 때는 축하한다 는 메모와 함께 상품권을 보냈었 다.

그래서 강상식의 인성과 다르게 그를 따르는 부하 직원들이 많았 다.

열 번 갑질을 해도, 이렇게 한

번씩 챙겨 주면 ‘그래도 우리 대 표가 사람은 착해.’라는 말이 나 오니 말이다.

“잘 했네요.”

“그래서 걔가 전화를 했는 데……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하 니까 엄마가 ‘네가 나 아니면 누 구한테 화를 내겠니. 엄마는 괜 찮아.’ 그러셨대요.”

“아……

“그 말 들으니까 나도 화내고 짜증내고 싶을 때 받아 주는 엄

마가 그립더라고요.”

“그 엄마 마음은 아프잖아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원래 엄마는 그런 거래요.”

“원래 그런 것이 어디 있어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 다.

“나중에 당신도 엄마가 되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원래 엄마는 그런 거라는 거 요?”

“피 흘리면서 애 낳는 고통도 엄마라서 참을 수 있고, 나는 배 고파도 애가 배부르고 맛있는 거 먹는 것 보면 행복한 것도…… 엄마란 그런 거래요.”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눈을 찡그렸다.

“으…… 싫다. 엄마는 참 힘들 고 외롭네요.”

“그래서 난 당신한테 참 잘할

거예요. 당신은 엄마가 될 테니 까요.”

“당신도 아빠가 되잖아요.”

“나는 아빠보다 남편 일을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웃으며 강상식이 슬며시 주위를 보았다.

‘눈치 있으시면 자리 비워 주시 겠지.’

문지혁이 눈치가 있기를 바라며 강상식은 문지나의 얼굴에 자신 의 얼굴을 가까이 댔다.

그에 문지나가 눈을 감았다. 오 늘은 방을 합친 첫날이었다.

*  # *

사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저녁, 황민성은 한끼식당에 들어왔다.

“오셨어요?”

강진의 인사에 황민성이 시계를 보았다.

<10:50>

저승식당 오픈 시간까지 십 분 남은 것에 황민성이 웃으며 강진 을 보았다.

“상식이 오늘 왔다 갔어?”

“요즘 잘 안 오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의아한 둣 그를 보았다.

“집이 바로 옆인데 잘 안 와?”

“신혼이잖아요. 요즘은 퇴근하

고 바로 집에 들어가시는 모양이 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혼인 신고도 했겠다. 완전 신 혼이구만.”

얼마 전에 두 사람은 혼인 신고 를 했다. 그래서 결혼식만 안 했 을 뿐이지 법적으로 진짜 부부였 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그렇게 말하는 형도 요즘 잘

안 오시잖아요.”

강상식이 신혼 생활 때문에 가 게를 잘 오지 않는다면, 황민성 은 애 키우는 재미에 빠져 가게 에 잘 오지 않았다.

“너도 결혼하고 애 키워 봐. 아 이들 눈에 아른거려서 빨리 퇴근 해서 집에 가고 싶을 뿐이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 다.

“소희 아가씨 아직도 우리 집에 계시지?”

“전에 갔을 때 계시더라고요. 왜요? 소희 아가씨 있어서 불편 해요?”

“불편할 것이 뭐 있나. 아가씨 가 있으면 악운 같은 것도 다 막 아 주실 텐데.’’

“그건 그렇죠.”

“이따가 식당 오픈하면 아가씨 좀 모셔라.”

“아가씨요?”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들고 온 쇼핑백을 탁자에 올렸

다.

“책 나왔다. 그리고 대본하고.”

“ 진짜요?”

“그럼.”

황민성은 쇼핑백에서 책을 꺼냈 다. 책은 옛날 서책 모양이었는 데, 표지에 붉은 꽃봉오리가 그 려져 있었다.

〈꽃 피어나다

백성을 위해 화려하게 피고 지

다〉

책을 본 강진이 웃으며 그것을 받았다.

“디자인이 옛날 서책이네요.”

“소희 아가씨한테 익숙할 것 같 아서 이렇게 했어. 그리고 깔끔 하게 하얀 배경으로.”

“그런데 ‘꽃 피어나다.’인데 이 건 봉오리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책을 뒤

집었다. 그러자 책 뒷면에 활짝 피어 있는 꽃이 보였다.

“뒷면에 꽃이 활짝 피었군요.”

“책을 읽을수록 꽃이 활짝 피는 느낌으로 만들었어.”

황민성이 책을 펼치자 책 모서 리에 꽃이 그려져 있는 게 보였 다. 꽃을 보여준 황민성은 책을 말아서는 촤르륵! 넘겼다.

“오!”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면서 책 모서리에 그려진 꽃이 화려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 피어나다.”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그림을 보다가 웃었다.

“시간의 흐름 같은 거군요.”

“맞아. 책을 읽으면 이야기가 진행이 되고, 소설 속 아가씨의 시간이 흐르지. 그리고 아가씨는 꽃처럼 피어나는 거야. 그래서 봉우리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피 어나게 해 놨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책을 보

다가 입맛을 다셨다.

“아가씨 책이 나온 건 좋고 의 미도 좋은데…… 좀 씁쓸하네요. 슬프기도 하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책 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야기가 진행이 될수 록 아가씨는 더 힘들어지고 외로 워지고…… 결국은……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황민 성은 이미 책을 읽어 봤기에 책 내용을 알고 있었다.

이야기가 진행이 될수록 김소희 는 의지하고 사랑하고 믿던 사람 들을 하나둘씩 잃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녀 역시…….

“꽃이 핀다는 건 곧 진다는 것 과도 같은 거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려하게 활짝 핀 꽃 은 머지않아 지는 것이다.

강진은 다시 책을 반쯤 말았다 가 펼쳤다.

촤르르륵!

봉우리에서 활짝 피는 것을 보 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아가씨는 좋아하실 거 예요. 이 안에 아가씨가 좋아하 고 의지하던 이들의 이야기가 담 겨 있으니까요.”

“그러실까?”

“그럼요. 글을 읽으며 그들을 떠올리실 테니까요.”

‘그리고 저승에서 기다리고도 있고.’

강진이 책을 보자 황민성이 웃

으며 말했다.

“어쨌든 책 잘 나왔어.”

“그래요?”

“우리 직원들한테 읽어 보라고 했는데, 여직원 몇은 보면서 울 기도 하고 복실이 같은 언니 있 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대.”

“복실 씨요?”

김소희가 아니라 복실이라니. 의아한 눈으로 보자 황민성이 웃 었다.

“의외로 복실이라는 분 인기가 더 좋더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그건 아가씨한테 비밀로 해야 겠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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