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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845화 (843/1,050)

844화

이쪽에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보는 신수호의 시선에 강진이 입 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돌렸다.

‘문지혁 씨가 이야기해 주겠지.’

그러고는 이혜미 옆에 앉아 있 는 최호철을 보았다.

요즘 최호철은 밖에서 수사를 하더라도 저승식당 시간에는 이 곳으로 돌아왔다. 물론 강진이 불러서 말이다.

요즘 지방으로 수사를 떠나는 일이 많아서 자주 자리를 비우지 만, 강진이 불러 줘서 이렇게 오 는 것이었다.

아무리 먼 지방이라고 해도 강 진이 부르면 바로 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놈은 잡았어요?”

“잡았지. 어찌나 잘 도망을 다 니는지 말도 하지 마라.”

웃으며 최호철이 말을 이었다.

“그놈 잡는다고 경찰 귀신들 여

럿 고생했다.”

“경찰 귀신들요?”

경찰 귀신들이라는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최호철이 웃으 며 말했다.

“내가 말을 안 했는데 경찰 출 신 귀신들하고 같이 일을 좀 하 고 있어.”

“경찰 귀신들하고 같이요?”

“돌아다니다 보니 경찰 귀신들 몇 만났거든. 그중에는 자기 죽 인 놈한테 붙어 있던 귀신도 있

고, 그냥 떠돌아다니던 이도 있 었는데…… 그런 경찰 귀신들 모 아서 같이 수사하고 있어.”

“이야, 형 대단하네요.”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귀신이 되어서도 나쁜 놈들 잡으려고 힘 을 보태주시는 그분들이 대단한 거지.”

“그런데 자기 죽인 놈한테 붙어 다니던 분들은 어떻게 같이 일을 하시는 거예요?”

“다는 아닌데 법의 심판을 받으

면 묶여 있는 분들이 승천을 하 거나 지박이 풀리더라고. 그래서 지박이 풀린 귀신 중에 일하고 싶다는 분들하고 같이 다니고 있 어.”

말을 하던 최호철이 고개를 저 었다.

“그래서 일이 많아졌어.”

강진이 보자 최호철이 입맛을 다셨다.

“살아있는 동안 범인을 잡지 못 했던 사건이 있으니까. 그 사건

에 최광현 씨가 가져오는 사건들 까지…… 우리가 귀신이니 어떻 게 버티는 거지, 아니었으면 벌 써 과로사 했을 거야.”

그러고는 최호철이 이혜미를 보 았다.

“내가 야근을 좀 해서 당신 혼 자 오래 두고 미안해요.”

“아니에요. 열심히 나쁜 놈들 잡으세요. 그래서 우리처럼 가족 들과 헤어지고 슬퍼하는 일 없어 지게요.”

“고마워요.”

최호철이 이혜미의 손을 잡으며 쓰다듬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말했 다.

“그렇지 않아도 가끔 TV 에서 옛날 미제 사건 해결된 것들 봤 는데 그럼 형하고 그분들이 해결 한 건가요?”

“어떤 사건들인지는 몰라도 많 이 해결하기는 했지.”

사건을 해결해 기분이 좋고 뿌 듯한 듯 어깨를 으쓱이는 최호철

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좋은 일 하시네요.”

좋은 일이라는 말에 최호철이 입맛을 다셨다.

“좋은 일은…… 일 터지기 전에 막는 건데. 일이 터지고 난 후에 는 피해자가 생기잖아. 그게 좀 많이 아쉽지.”

최호철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술을 따라 주었 다.

“그건 어쩔 수 없죠. 경찰이 무

당도 아니고 ‘이놈이 사고 칠 거 니 미리 잡아들여.’ 할 수도 없잖 아요.”

“그건 그렇지. 그리고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경찰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고.”

자책감을 느끼며 한숨을 쉰 최 호철은 소주를 마시고 잔을 내려 놓았다. 그에 강진은 그의 잔에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그분들 좀 모시고 오세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는 못 오고 한둘 정도는 데 리고 올 수 있겠다.

“둘? 다 데리고 오세요.”

강진이 웃으며 말하자, 최호철 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기는 한데, 서울에 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사는 귀신이 몇 없어. 올 수 있 는 귀신은 지박령이었다가 풀린 경찰 둘 정도야.”

“그래요?”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쉽다 고 해야 하나. 다른 경찰들은 죽 은 지 일 년 정도밖에 안 돼. 그 래서 여기까지 오기는 힘들어.”

전국 여기저기 다 갈 수 있을 만큼 귀신으로 오래 떠돌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 에 저승식당에 올 수가 없으니 그건 아쉬웠다.

귀신 생활 중에 유일하게 행복 한 것이 저승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니 말이다.

“지방에 계시는군요.”

“ 많아.”

“흠…… 그럼 금요일에 그분들 최대한 가까이 올 수 있는 지역 에서 출장 영업 한 번 할게요.”

“그래도 돼?”

“다른 분들도 아니고 죽어서도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인데 제가 식사 대접해야죠.”

“그럼 좋지.”

“그리고 제가 얼굴 한 번 보면,

거리가 멀어도 소환이 가능하니 그다음부터는 제가 저희 식당으 로 모셔도 되고요.”

“아! 그게 되는구나.”

전에 제주도로 놀러 갔을 때, 그런 식으로 배용수를 불렀었다.

거리가 멀다 보니 배용수가 직 접 갈 수는 없었지만, 강진이 소 환해서 부르면 어느 정도는 그 옆에 머물 수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죽은 땅이 배용수를 끌어당겨서 다시 서울

로 이동을 했지만 말이다.

“근데 지역마다 저승식당 있는 데 거기는 못 가신대요?”

“생각보다 못 가는 귀신들이 많 더라.”

“그래요?”

“이 좁은 서울 땅덩이에서도 여 기 못 오는 귀신들이 많잖아. 서 울보다 더 넓은 도를 생각하면 못 가는 분들이 더 많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이

넓다고 해도 한국 땅을 생각하면 좁다.

그런 서울에서도 못 오는 귀신 들이 많으니, 지방에 사는 귀신 들은 더 가기 힘들 것이다.

“저승식당에 못 오시는 분들이 참 많네요.”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최호철을 보았다.

“그런데 형은 어디까지 가요?”

“전라남도하고 경상남도 쪽까지 는 아직 못 가.”

“형도 아직 한국 전부는 못 가 는군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래서 형이 지금 공조 수사 중이야.”

“공조 수사?”

“전라남도하고 경상남도에 내가 못 가지만, 그 지역에도 경찰 귀 신 있지 않겠어?”

“그렇죠.”

“그래서 거기 갈 수 있는 귀신 보내서 수사 좀 도와주라고 했 어.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문제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보 들어 두면 나중에 알아볼 수 있으니까.”

“이야…… 형이 산 경찰 수십보 다 낫네요.”

“그건 아니지. 내가 귀신이라 이런저런 거 더 하는 거지, 살아 있는 경찰들도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야.”

최호철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사건이 너무 많은 거 야. 구십 개를 해결해도 해결 못 한 열 개가 더 크게 느껴지는 거 지.”

살아 있을 때 겪었던 고충이 떠 오른 듯 고개를 젓는 최호철에게 강진은 소주를 따라 주었다. 그 렇게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신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신수호가 가게를 나가려 하자,

강진이 급히 일어났다. 이렇게 바로 가려 할 줄은 몰랐던 것이 다.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저승에 가서 서류 넣고 만나 봐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 일은……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말했 다.

“일을 맡았으면 잘 처리합니다. 그럼.”

신수호가 작게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강진이 그를 배웅하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곧장 문지혁에게 다가갔다.

“이야기는 잘 되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문지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만 원 정도로 해결을 봐 주 신다고 했습니다.”

“천만 원이라……

천만 원이면 충분히 큰돈이다. 게다가 이승 돈도 아니고 저승

돈이니 더 컸다. 하지만 생각했 던 것에 비하면 그리 큰돈은 아 니었다.

전에 이승 일에 관여했던 귀신 들이 지불한 돈을 생각하면 말이 다.

“그럼 변호사 선임료는요?’’

강진이 알기로 신수호는 무료로 일을 해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김소희와 연관된 일이라 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돈을 받 는 건 돈을 밝혀서가 아니라, 무

료로 일을 해 줄 수가 없기 때문 이었다.

저승의 법칙상 대가 없이 일을 해 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것도 천만 원이라고 하시더 군요.”

“그럼 이천만 원이네요.”

“네.”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천만 원도 큰돈인데…… 그

럼 원래는 얼마를 내야 한다는 거죠?”

강진의 물음에 문지혁이 웃으며 말했다.

“대본이 다 나오지 않아서 정확 한 액수는 변호사님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요즘 드라마가 16회 정도이니 회당 삼천만 원 정도로……

“삼천만 원?”

“네.”

“회당 삼천만 원이라고요?”

강진이 놀라 보자, 문지혁이 고 개를 끄덕였다.

“회당 삼천만 원씩 이승에 영향 을 끼친다고 보고 계산하면 사억 팔천 정도가 나올 거라고 했습니 다.”

“사억 팔천?”

강진이 정말 놀란 듯 자기도 모 르게 큰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승 돈으로 오천만 원만 되어 도 엄청 큰돈이다. 그 돈을 기준 으로 VIP를 선별하니 말이다. 물

론 높은 등급은 아니고 가장 기 초적인 VIP 등급이다.

신용카드를 좀 사용하고 연체 이력이 없으면 VIP 고객으로 선 정되었다는 문자가 오지만, 이렇 다 할 혜택이 딱히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사억 팔천? 어마어마한 돈이다. 아마 이승 돈으로 따지 면 그 열 배 정도 가치가 될 것 이다.

“그 돈을 이천으로 막아주신다 고요?”

“변호사님 말이 목소리가 나오 기는 하지만, 이승 사람들은 컴 퓨터 작업으로 만든 것으로 알 지, 귀신의 목소리라 생각을 하 지 않을 거라는 점을 강하게 어 필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문지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귀신의 목소리지만, 귀신인 것 을 모르면 이승에 끼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거라면서요. 그저 사 람들이 보고 지나가는 수준이니 까요.”

“그건 그렇죠.”

“다만..

문지혁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 다.

“저승에서 재방송 문제를 지적 하면 돈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 다고 했습니다.”

“재방송요?”

“지금 이 금액은 본방만을 기준 으로 산정한 금액이거든요. 그런 데 혹시라도 저승에서 재방송에 서 나오는 제 목소리를 지적하면

그에 대해서 금액이 더 나올 수 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승에서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하지 않기만 바라야겠네요.”

“저도 그러기를 바라야 할 것 같습니다.”

웃으며 답한 문지혁이 대본을 지그시 보았다.

“제가 다시 연기를 할 수가 있 네요.”

“좋은 연기를 하세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는 문지혁을 보며 강 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 밀었다.

“저도 대본 좀 주세요.”

“보세요.”

강진은 대본을 받아 보았다. 그 의 대본에는 접힌 곳들이 있었는 데 검둥이가 나오는 장면을 접어 놓은 것이었다.

그것을 본 강진이 대본을 훑어 보았다. 어린 검둥이와 복실이가

대화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문지혁을 보 았다.

“나중에 대본 연습 필요하시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옆에 있던 강선영 이 웃으며 말했다.

“여자 배우하고 하는 장면일 때 는 저희가 도와줄게요.”

그에 문지혁이 웃으며 직원들을 보았다.

“상대가 대사를 쳐 주면 제가

대사 외우기도, 치기도 쉽죠. 정 말 고맙습니다.”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술을 따라 주었다.

“오늘은 편히 술 드시고 내일부 터 열심히 대사 연습하세요.”

“감사합니다.”

문지혁은 드라마에서 목소리라 도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 분이 좋은 듯 웃으며 술을 마시 기 시작했다.

그런 문지혁을 보던 강진이 문

득 최호철을 보았다.

‘그런데…… 호철 형도 범인 잡 으면서 이승에 영향을 끼치는데 그건 왜 문제가 안 되는 거지?’

최호철도 수사에 참여하는 것으 로 이승에 영향을 끼치니 말이 다. 강두치에게 물어볼까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 다.

‘하긴. 돈 달라는 것이 문제지, 돈 달라고 안 하는 것이 문제겠 어?’

그리고 돈을 안 받아도 되니 안 받는 것일 터였다. 저승은 이승 처럼 실수로 계산이 잘못되거나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호철 형 일은 으에서 알아서 하기를 바라고, 지혁 씨 일은 JS 에서 설렁설렁 해 주기를 바라야 겠네.’

생각을 마친 강진이 웃으며 문 지혁에게 소주를 따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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