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8화
맥주를 시원하게 마신 최고진이 돼지고기를 하나 집어서는 입에 넣고는 씹었다.
“아, 이 씹는 맛……
최고진이 고기를 씹는 식감이 취해 입맛을 다시자 강진이 웃으 며 말했다.
“어떻게, LA 갈비라도 좀 구워 드릴까요?”
“씹는 맛은 역시 갈비지. 주면 맛있게 먹을게.”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홍진주를 보았다.
“인섭 어머니도 뭐 다른 거 해 드릴까요?”
인섭 어머니라는 말에 홍진주가 또 미소를 짓다가 고개를 저었 다.
“아니에요. 저는 이거면 돼요.”
“그럼 LA갈비 좀 더 구울 테니 드시고 싶을 때 같이 드세요.
LA갈비 구울 건데 드실 분?”
강진의 말에 귀신들 몇이 손을 들었다. 그에 강진이 그 수를 세 고는 주방에 들어갔다.
프라이팬에 LA갈비를 올린 강 진은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 그 러고는 소금을 툭툭 쳐서 굽기 시작했다.
보통 LA갈비는 양념을 해서 굽 지만, 그냥 소금만 툭툭 쳐서 구 워도 맛이 좋았다.
촤아악! 촤아악!
LA 갈비가 익어 가면서 붉은 땀을 홀리기 시작하자, 강진이 그것을 뒤집었다.
소고기인 만큼 완전히 익히지 않고 살짝 핏기가 있게 구운 강 진은 그것을 최고진 자리에 주고 는 다른 테이블에도 서빙을 했 다.
최고진이 홍진주에게 갈비를 권 했다.
“드셔 보세요.”
“네.”
홍진주는 사양하지 않고 뼈가 붙은 갈비를 집어서는 먹기 시작 했다.
배용수가 아침에 손질을 해서 넣어 둔 LA갈비는 기름 한 점 붙어 있지 않아 깔끔했다.
“맛있어요.”
그에 최고진도 갈비를 집어서는 입으로 잡고는 뜯었다. 육즙과 함께 살코기를 맛 본 최고진이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
최고진이 갈비를 뜯는 것을 보 며 강진이 그 옆에 와서 앉았다.
“어떻게 입에 맞으세요?”
“아주 맛있네. 씹는 즐거움이 있어.”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홍진주를 보았다. 그 시선에 홍진주가 고 기를 뜯다가 말했다.
“다음에 저희 아들 오면 이것도 좀 해 주세요. 아들이 정말 잘 먹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그러니 많이 드세
요. 고기가 연해서 좋아요.”
“식감이 있어서 좋기는 한데 좀 더 질겼으면 좋겠어.”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연한 것이 마음에 안 드시면 어떻게 조금 더 익혀 드릴까요?”
소고기는 너무 많이 익으면 질 기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최고 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것도 좋아
최고진이 갈비를 손으로 들고 뜯는 것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이번에 창수가 꼭 합격했으면 좋겠네요.”
강진의 말에 최고진이 먹던 갈 비를 내려놓고는 고개를 끄덕였 다.
“체력 시험하고 서류 전형이야 저번에도 통과했으니 이번에도 면접이 문제일 거야. 근데 면접 보는 놈들도 양심이 있다면 면접 에서 한 번 떨어뜨린 애 또 떨어 뜨리겠어?”
“맞죠. 한 번 떨어뜨렸으면 이 번에는 좀 붙게 해 줘야죠.”
“그러게 말이야.”
말을 한 최고진이 고개를 저었 다.
“면접 보는 놈들도 이 시험 쳐 보라고 하면 합격할 놈이 몇이나 되겠어. 그 힘든 시험 통과해서 온 애인데 두 번 떨어뜨리는 건 애 죽으라는 거지.”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맞지. 면접관들 이 시험 보라고
하면 아마 다 떨어지겠죠.’
면접관들이라고 해서 지금 소방 관 시험을 본다면 다 합격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 다 떨어질 것이다.
소방관이 알아야 할 문제만 시 험에 나온다면 합격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소방관 시험에는 소방 과 관련이 없는 필기 과목들이 있으니 말이다.
최고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잘 될 거야. 느
낌이 아주 좋아.”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최고진과 이야 기를 나누던 강진은 홍진주를 보 았다.
“인섭 어머니도 한잔하세요.”
강진이 잔을 들자, 홍진주가 미 소를 지었다.
“인섭 어머니라는 말 듣기 좋은 데…… 저 듣기 죻으라고 계속 불러주니 민망하네요.”
“듣기 좋으면 계속 들으셔야죠.
그리고 제가 어머니뻘인 분한테 진주 씨라고 계속 부르는 것도 싸가지 없어 보이잖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인섭 어머니라고 부를게요.”
“그럼 많이 불러 주세요.”
“그러려고요. 자! 인섭 어머니, 한 잔 같이 하시죠.”
홍진주가 웃으며 잔을 들자, 강 진이 웃으며 잔을 맞부딪혔다.
저승식당 영업시간이 끝나고 귀
신들이 나가자, 강진은 자리에 앉아 있는 홍진주와 최고진을 보 았다. 두 수호령은 멍하니 서로 를 보고 있었다.
현신이 풀렸다는 것을 상대의 모습이 바뀐 걸 보고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서로를 보던 두 귀신은 작게 한 숨을 쉬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 으로 있다가 귀신이 되자, 상실 감이 큰 모양이었다.
그런 두 귀신에게 다가온 강진 이 웃으며 말을 했다.
“현신 풀리니 좀 그렇죠?”
강진의 말에 최고진이 젓가락을 손으로 들었다.
화아악!
불투명한 젓가락이 들리는 것에 최고진이 피식 웃었다.
“방금 전에는 진짜 젓가락을 들 었는데 지금은 이런 거나 들리는 구먼.”
최고진은 입맛을 다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를 또 언제 오려나. 여기 나 와야 사람 기분이 들 텐데.”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하지만 뭐라고 할 말은 없 었다.
두 귀신은 아들이 가게 근처에 있어야 저승식당에 올 수 있었 다. 여기에서 식사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노래방이나 가야 저승 식당에 올 수 있을 것이다.
“소방관 결과 나오면 그때 다시 한 번 제가 초대할게요. 그때 더 맛있는 음식 해 드릴게요.”
“우리 아들 합격하면 유월 말에 나 다시 오겠네.”
쓰게 웃는 최고진의 모습에 홍 진주가 웃으며 말했다.
“오빠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는 법이에요.”
“그건 그렇지. 쩝!”
입맛을 다신 최고진이 강진을 보았다.
“우리 애들 결과 나와서 오게 되면 인섭이도 좀 오라고 해 줘. 나도 그때나 인섭 엄마 다시 보
겠구먼.”
술을 마시면서 친해졌는지, 두 수호령은 서로 말을 편하게 하고 있었다.
“저도 그때나 오빠를 다시 볼 수 있겠네요.”
홍진주의 말에 최고진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그나저나 어린 아가씨한테 오 빠란 소리 들으니 기분이 좋네.”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역시 남자는 젊으나 늙으나 오 빠라는 소리를 좋아하는 건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홍 진주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젊을 적에 죽어 그렇지. 저 나이 많아요.”
“하긴, 인섭이가 스무 살이 니…… 살아 있었으면 나하고 몇 살 차이 안 날 수도 있겠네?”
“무슨…… 그래도 그렇게 나이 가 많지는 않아요. 오빠 아들은 스물 후반이잖아요. 내 아들은
스무 살이고. 그것만 해도 나이 차이 꽤 나죠.”
나이 차이가 몇 살 안 날 것 같 다는 말에 단칼에 고개를 저어 버리는 홍진주의 모습에 강진이 작게 웃었다.
‘나이 많다는 소리 듣기 싫어하 는 건 귀신도 똑같구나. 하긴 사 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는 거니 까.’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가 게 문이 열렸다.
띠링!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최동해 일 행이었다.
“형, 라면 먹으러 왔어요.”
말과 함께 들어온 최동해가 가 게 안을 보고는 웃었다.
“와! 단체 손님이 거하게 드시 고 가셨네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가리켰다.
“일단 앉아 있어. 좀 치우고 라
면 끓여 줄게.”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정인섭이 웃으며 그릇들을 정리 하려고 하자, 만류하려던 강진은 멈칫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동해와 친구들이 와 있어서 귀신 직원들이 홀을 정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국그릇에 남은 음식들 다 넣고, 그릇들을 포개서 놔. 치우 기는 내가 할 테니까.”
강진의 말에 최동해와 친구들이
남은 음식들을 국그릇에 모으고 그릇들을 포갰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쟁반에 그 릇들을 올리고는 주방으로 옮겼 다.
조금 서투르기는 해도 애들이 도와준 덕에 금방 홀을 정리한 강진은 그릇들을 싱크대에 담았 다.
“어! 인섭이 들어오려고 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급히 몸 을 돌려 주방 입구를 막았다.
“왜? 필요한 거 있어?”
강진의 말에 정인섭이 웃으며 말했다.
“설거지 도와드리려고요. 저 설 거지 잘해요.”
“아니. 괜찮아.”
“혼자 하기 힘드시잖아요.”
정인섭의 말에 탁자를 행주로 닦던 최동해가 웃으며 말했다.
“주방에 들어가면 안 돼.”
“네?”
“주방에 일하시는 분이 있는데 쑥스러움이 많으셔서 사람하고 안 만나시거든. 그리고 원래 식 당 주방은 외부인들 들어가면 안 돼.”
“아……
“그래서 나도 아직 주방에 못 들어가 봤어. 어쨌든 들어가지 마라.”
최동해의 말에 정인섭이 고개를 숙였다.
“들어가면 안 되는 거 몰랐어
요. 그냥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죄송해요.”
“아니야. 앉아 있어. 금방 라면 끓여 줄게.”
“네.”
정인섭이 자리로 돌아가자, 강 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싱크 대를 보았다.
싱크대 앞엔 여자 귀신들이 놀 라 굳어져 있었다. 강진이 가져 다주는 그릇들을 설거지하다가 갑자기 정인섭이 다가와서 놀란
것이다.
“됐어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 했다.
“깜짝 놀랐네.”
“남의 부엌에는 왜 들어와.”
투덜거리는 여자 귀신들의 모습 에 강진이 웃으며 이혜미를 보았 다.
“나이스, 형수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홀을 보았다.
“경계 근무 이상 무.”
이혜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끓고 있는 라면을 보았 다. 배용수가 라면에 김치 국물 을 넣고 있었다.
“맛있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홀을 한 번 보고는 말했다.
“애들한테 계란 풀 건지 아니면 민성 형 먹는 것처럼 수란처럼
먹을 건지 물어봐.”
“그걸 뭘 물어봐. 그냥……
강진은 그릇에 계란을 툭툭 깨 서 넣고는 젓가락으로 휘저으며 말했다.
“혼자 먹는 것도 아니고 여럿이 먹을 때는 한 번에……
강진은 끓고 있는 라면을 보다 가 그 위에 계란을 부었다.
“이렇게 먹는 거지.”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
를 보았다.
“가끔은 맛보다 사람으로 먹을 때가 있는 법이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라면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라면 여럿이 먹을 때는 그냥 우르르 넣고 우르르 떠서 먹는 거지.”
라면을 맛있게 먹으려면 하나씩 끓여야 한다. 그래야 불과 물도 알맞게 조절하고 면발도 취향대 로 익혀서 먹을 수 있으니 말이
다.
하지만 여럿이서 먹을 땐 그냥 큰 냄비에 한꺼번에 넣고 끓인 다.
강진이 계란을 풀어서 넣자, 배 용수가 불을 끄고는 뚜껑을 닫았 다. 그러고 잠시 있다가 뚜껑을 열어서는 그 위에 파 썬 것을 솔 솔 뿌렸다.
배용수가 라면 마무리를 다 하 자, 강진이 쟁반에 그릇과 김치 를 챙겼다.
“다 됐다.”
배용수가 쟁반에 라면 냄비를 올리자 강진이 그것을 들고는 홀 로 나왔다.
“라면 먹어라.”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입맛을 다시며 라면을 보다가 한숨을 쉬 고는 물을 마셨다. 그 모습에 강 진이 안쓰럽다는 듯 그를 보았 다.
“한 젓가락만 할래?”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한 젓가락이 두 젓가락이 될까 봐…… 무서워서 안 되겠어요.”
최동해의 말에 정인섭이 그를 보았다.
“형 정말 대단해요. 먹고 싶은 거 참는 것이 정말 힘든 건데. 막 드시고 싶지 않으세요?”
노래방에서 술 마시고 노래하다 가 잠시 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를 하다 보니 정인섭도 최동해가 살을 뺀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
다.
정인섭의 말에 최동해가 쓰게 웃었다.
“괜찮아. 그전에 많이 먹었으니 까. 그러니 이제 조금 참아야지. 어서 먹어. 노래 부르느라 배고 프겠다.”
말을 한 최동해는 자리에서 일 어나 옆 테이블로 옮겼다.
“왜 거기로 가?”
“다이어트할 때 가장 힘든 것이 라면이나 국수 같은 거더라고요.
면발은 정말…… 후우!”
말을 다 하지 못하고 한숨을 쉬 는 최동해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 다.
“라면은 정말 참기 힘들지.”
강진이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최동해가 재차 한숨을 쉬었다. 한숨이 진한 만큼 라면 의 유혹이 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