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53화 (851/1,050)

852화

일요일 점심 무렵 강진과 직원 들은 운암정 주차장에 서 있었 다.

“와! 정말 좋다.”

주차장에서 보이는 운암정 잔디 와 조경에 여직원들이 감탄을 토 했다. 봄을 맞아 푸르러진 정원 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은 것 이다.

게다가 한쪽에 있는 연못은 햇

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으니 더욱 장관이었다.

“힐링되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웃 으며 말했다.

“우리 운암정 정원은 정말 보기 가 좋지.”

“정말 너무 좋아요. 와! 나 이 런 곳에서 살면 너무 좋겠다.”

이혜미의 말에 최호철이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저승에 가면 꼭 그런 집 지어서 같이 살아요.”

“그래요.”

두 귀신의 대화에 강진이 정원 을 보다가 말했다.

“저도 이런 마당 있고, 좋은 경 치 있는 곳이 좋은데…… 이런 곳 구해서 장사할까요?”

“ 진짜요?”

“밀폐되어 있는 가게보다 이런 넓은 정원이 있는 곳이 손님들도 편하실 것 같아요. 저녁에 밖에

서 바비큐도 할 수 있고.”

지금도 주방에서 고기를 구워 손님들에게 드리지만, 바비큐는 또 바비큐만의 느낌이 있으니 말 이다.

게다가 막혀 있는 실내 말고 야 외에서 음식을 먹을 때 느낌이 남다른 것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그런데 지금 가게 김복래 여사 님 가게고 그 추억이 있는데 팔

아도 되겠어? 신수호 씨나 다른 분들이 기분 별로 안 좋을 것 같 은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팔지는 않을 거야.”

“그럼 이런 곳을 어떻게 사려 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말 이 런 곳을 살 수 있겠어? 나 그렇 게 돈 많지 않아.”

강진은 정원을 보며 말했다.

“땅을 좀 사서 우리끼리 마음에 들게 조경해서 저승식당 분점을 낼 생각이야. 물론 여기보다는 엄청 작고 아담하겠지만, 잘 꾸 미면 괜찮지 않겠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와 직원들이 그를 보았다.

“분점?”

“분점이라고 해도 가끔 가서 저 승식당 장사하고 우리끼리 좀 쉴 수 있는 그런 곳으로 하려고. 이 를테면 한끼식당은 지금 식당에 서만 운영을 하고, 저승식당만

가끔 여는 그런 장소 말이야.”

“별장처럼?”

“그런 셈이지. 사실 우리 한끼 식당은 너무 도시 한가운데라 보 이는 건 콘크리트와 자동차뿐이 잖아. 우리도 녹색 좀 보고 살 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야, 근데 돈 있어?”

“내 생각엔 돈이 그리 많이 안 들 것 같아.”

“무슨…… 서울 땅값이 얼마나 비싼데.”

배용수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에 바늘 하나 꽂을 땅 없 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서울은 땅값이 비싸.”

두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사람이 살 수 있는 곳 이고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 그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을 찾겠다 는 거야?”

최호철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 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한끼식당 팔 것도 아닌데 돈이 어디 있어서 좋은 땅을 사겠어 요.”

피식 웃은 강진이 말을 이었다.

“서울에도 사람 안 살고 죽은 땅들 있어요. 그중에 적당히 싼 땅 하나 사서 우리가 잔디도 심

고, 청소도 하고……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면 되죠. 사람 손님 들은 오기 힘들겠지만, 귀신 손 님들이야 예약 받아서 내가 모시 면 되고요. 그냥 저희끼리 힐링 하고 귀신 손님들 편히 모시는 곳으로 하게요.”

“하긴, 사람이 오지 않는 곳이 면 아무리 서울이라고 해도 땅이 다 비싸지는 않겠지.”

“지금은 너무 모아 놓은 돈이 없어서 힘들고, 돈 좀 모은 다음 에 알아보려고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그런데 너무 멀면 오가기 힘들 지 않겠어? 너 한끼식당 영업도 할 거라면서?”

한끼식당 영업을 하고 저녁에 저승식당 영업을 하려면, 거기까 지 가야 한다.

그리고 저승식당 영업이 끝나면 다시 한끼식당으로 와야 하니 길 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았 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거기가 내 땅이 되기만 한다면 야 오고 가는 것이 뭐가 힘들겠 어.”

말을 하며 강진이 지갑에서 강 두치의 명함을 꺼냈다.

“나한테는 이게 있잖아.”

“아!”

배용수가 이해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곳이면

강진은 오를 통해서 빠르게 이동 을 할 수 있었다.

한끼식당에서 강진이 가서, 직 원들을 소환하면 될 일이었다. 식재들 옮기는 것이 좀 불편하기 는 하겠지만, 그것 역시 으를 통 해서 옮기면 되기도 하고 말이 다.

“거리 문제는 없는 거네.”

“맞아. 그러니 좋은 땅 잘 알아 보고, 가서 열심히 일을 할 생각 이나 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강상식의 차가 주차장에 들어 왔다. 멈춰 선 차에서 황민성과 강상식이 내렸다.

“두 분이 같이 오네요?”

“지나 씨 민성 형 집에 내려주 고 내가 태우고 왔지.”

“작은형수 민성 형 집에 있어 요?”

“여기 데려오기는 그래서 큰형 수 집에서 놀고 있으라고 모셔다 주고 왔어.”

“모셔다? 존칭을 쓰시네요.”

“당연하지. 내가 무척이나 존칭 을 써야 하는 분인데.”

강상식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끼리도 서로 존칭 쓰면서 살면 좋죠.”

말을 함부로 막 하는 것보다 조 금 거리감이 있더라도 존칭을 쓰 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잘 하셨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운암정을 보다가 말했다.

“들어가자.”

황민성이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 가자, 직원들도 그 뒤를 따라 안 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 들어가자 입구에 있 던 여직원이 다가왔다.

“황민성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황민성의 말에 여직원이 고개를

숙이고는 일행을 보다가 의아한 듯 물었다.

“오늘 예약 인원이 여덟 분이신 데…… 다른 분은 좀 늦으시는 건가요?”

“아닙니다. 저희끼리입니다.”

“아......"

여직원은 조금 난감한 듯 그를 보았다. 8인분으로 예약을 했는 데 셋만 왔으니 좀 난감한 것이 다. 이미 8인분으로 음식을 준비 중이니 말이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 했다.

“저희가 셋이지만, 음식은 예정 대로 팔 인분 준비해 주시면 됩 니다.”

“생일상이라 양이 많을 텐데 요.”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먼저 있던 직원이 일행을 안내 하려 걸음을 옮기자, 새로운 여 직원이 그녀가 있던 곳에 가서는

다른 손님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직원이 안내를 해 준 곳은 정원 이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방이 었다.

“이건…… 풍경화가 따로 없 네.”

통 창문 앞에서 정원을 내려다 보는 최호철의 말에 배용수가 웃 으며 말했다.

“저희 가게에서 경치가 가장 좋 은 룸 중 하나예요. 자, 앉으세

요.”

배용수의 말에 사람들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강진은 일일이 귀신들이 앉을 자리 의자들을 빼 기 시작했다. 그에 황민성과 강 상식도 의자를 빼기 시작했다.

의자를 모두 빼자, 황민성이 강 진을 보았다.

“사탕 가져왔어?”

“네.”

강진은 주머니에서 사탕을 두 개 꺼내 강상식과 황민성에게 내

밀었다. 그에 황민성이 사탕을 손에 올리고는 주먹으로 후려쳤 다.

꽈직!

사탕을 부순 황민성이 그중 한 조각을 입에 넣고는 나머지를 강 상식에게 내밀었다.

“다 먹지 말고 이거 먹어라.”

“네.”

황민성이 건네준 사탕을 입에 털어 넣은 강상식이 멀쩡한 사탕 을 강진에게 내밀었다.

“이건 남았다.”

강상식이 사탕을 주자, 강진이 그것을 받아 다시 주머니에 넣었 다.

두 사람 다 저승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안 좋다는 것을 알기에 자제를 하는 것이다.

탁자에 놓여 있는 떡을 하나 집 어 입에 넣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김봉남이 들어왔다.

그에 강진이 급히 일어나자, 황 민성과 강상식도 엉거주춤 자리

에서 일어났다.

원래 둘은 일어날 생각은 없었 다. 김봉남이 유명한 숙수라고 해도, 두 사람은 손님으로 온 것 이니 말이다. 하지만 강진이 일 어나니 같이 일어선 것이다.

“ 괜찮아.”

강진에게 말을 한 김봉남이 황 민성과 강상식에게 고개를 숙였 다.

“괜찮습니다. 앉으세요.”

김봉남은 세 사람을 앉히고는

말했다.

“오늘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 사합니다.”

김봉남이 고개를 숙이자, 황민 성이 고개를 마주 숙였다.

“그동안 뜸했습니다.”

“아닙니다.”

김봉남은 웃으며 황민성을 보고 는 말했다.

“그런데 오늘 주문하신 상이 저 희 직원들 생일 때 먹는 것처럼

차려 달라고 하셔서......" 좀 당황 했습니다.”

“생일상?”

배용수가 의아한 듯 중얼거리 자, 강진이 김봉남에게 말했다.

“예전에 용수가 직원들 생일상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서요. 용 수 생각도 나고 해서 먹어 보고 싶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수를 여전히 생각해 주니 고

맙구나.”

그러고는 김봉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용수가 쓸데없는 말을 해 서…… 생일상이라고 해도 그저 우리들 먹는 식사에 미역국만 올 린 건데.”

“그게 먹어 보고 싶었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봉남이 문득 그를 보았다.

혹시 저희 용수를 아십니까?”

“몇 번 보고 인사하며 지냈습니 다.”

“아, 용수가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는데……

김봉남이 의아한 둣 보자, 강상 식도 웃으며 말했다.

“저는 용수하고 형 동생 하는 사이입니다.”

“강 사장님과?”

“네.”

강상식의 말에 김봉남의 얼굴에

어려 있던 의아함이 짙어졌다.

‘강 사장하고 용수가 친할 그럴 것이 없을 텐데?’

김봉남이 알기에 강상식과 배용 수는 친해질 계기가 하나도 없는 그런 사이였다.

의아한 눈으로 강상식과 황민성 을 보던 김봉남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식사 지금 올릴까요?”

“그렇게 해 주세요.”

강진의 답에 김봉남이 황민성과 강상식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몸 을 돌려 룸을 나섰다. 그것을 본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갑자기 웬 생일상이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하고 지금 해로 따지면 삼 년인데…… 내가 너 생일을 한 번도 안 챙겨 줬잖아.”

“그야 나도 네 생일 안 챙겨 줬 는걸.”

“그래서 올해는 내 생일 챙겨 주라고 오늘 네 생일 챙겨 주는 거야. 우리 이제는 생일 정도는 챙기면서 살 형편은 되잖아.”

웃으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미안하다. 3월 14일에 네 생일 챙겨 줬어야 했는데…… 지금 챙 겨 준다. 그리고 생일 축하한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과 강상식도 웃으며 말했다.

“그래. 생일 축하한다.”

“생일 축하해.”

세 사람의 말에 배용수가 민망 한 듯 머리를 긁었다.

“이거 참…… 생일 그거 뭐 매 년 오는 그냥 날인데.”

민망해하는 배용수를 보며 웃은 강진이 직원들을 보았다.

“여러분들 생일도 올해부터 챙 겨 드릴게요. 제가 그동안 미처 신경을 못 썼어요. 죄송해요.”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웃다가 배용수를 보았다.

“용수 씨 생일 축하해요.”

직원들의 축하에 배용수가 정말 민망하고 쑥스러운지 입맛을 다 셨다.

“이거 참, 오늘 제 생일도 아닌 데……

“무슨 소리예요. 오늘이 바로 용수 씨 생일인데요. 오늘 3월 14일이잖아요. 맞죠?”

이혜미가 최호철을 보자, 그가 웃었다.

“그래. 오늘 3월 14일 화이트데 이잖아. 그래서 황민성 씨가 상

식 씨한테 사탕 준 거 아니야?”

최호철이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다.

“사랑한다는 표시로 말이야.”

최호철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화이트데이는 남자가 여자한테 주는 날 아닙니까?”

“하하하! 요즘 그런 걸 따져서 뭐 하겠습니까? 초콜릿 주는 날 이든 사탕 주는 날이든 먼저 좋 아한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한테

주는 거죠.”

최호철의 말에 황민성이 쓰게 웃으며 강상식을 보았다.

“내가 너 좋아하냐?”

황민성의 물음에 강상식이 웃었 다.

“좋아해 주면 좋기는 한데, 사 탕은 좀 그렇죠.”

두 형들의 대화에 작게 웃은 강 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래서 오늘은 3월 14일인 걸

로.”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망하기는 하지만…… 귀신이 되고 첫 생일상이라 기분이 좋기 는 하네요.”

자신의 생일을 챙겨 주겠다고 온 황민성과 강상식도 고맙고 말 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