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60화 (858/1,050)

859화

벽에 등을 기댄 채 멍하니 지나 다니는 차를 볼 때, 최강찬이 놀 라 말했다.

“우와! 람보르기니다.”

최강찬이 우렁찬 엔진 소리를 내며 가는 스포츠카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차를 보며 말했다.

“여기 있으면 저런 차들 많이 본다.”

“그래요?”

“논현 아니겠어. 돈 많은 부잣 집 애들 저런 차들 타고 많이 다 녀.”

강진이 한쪽을 보며 말했다.

“저쪽으로 가면 클럽 많은 거 알지?”

“몇 번 가 봤어요.”

“저런 데 가면 많은데 못 봤 어?”

“저는 못 봤는데.”

최강찬이 중얼거리는 것을 보며 강진이 신호등에 서 있는 스포츠 카를 보았다.

“한국에서 저런 스포츠카 달릴 곳이 어디 있다고.”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었다.

“스포츠카를 달리려고 타나요. 보여 주려고 타는 거지.”

“하긴…… 예전에 나 알바할 때, 같이 일하던 형도 벤츠 샀다 고 키 들고 와서 자랑하더라.”

“편의점 알바하시는 분이 벤츠

를요? 집이 부자인가?”

“보통 집이 부자인 사람들은 편 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안 하지.”

“왜요. 정신 잘 박힌 분이면 자 기 용돈은 자기가 번다고 알바할 수도 있잖아요.”

“정신 잘 박힌 사람이 알바하면 서 벤츠를 샀다고 자랑하지는 않 겠지.”

“아……

강진의 말에 최강찬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차 자랑할 거면 차를 보여 주면서 자랑해야지. 왜 차 키를 자랑해요?”

“차는 안 끌고 오더라고.”

“왜요?”

“기름값 많이 든다고 출근할 때 는 안 타더라.’’

“안 탈 거면 왜 사요?”

최강찬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그 어깨를 쳤다.

“그게 바로 카푸어의 삶이야.”

“카푸어?”

“집에서 라면 먹으면서 차는 외 제차 타고 싶은 그런 삶 말이 야.”

“아! 그럼 그 알바 형도?”

최강찬이 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지. 편의점 알바해서 번 돈 다 할부로 내더라.”

그러고는 강진이 피식 웃었다.

“한 번은 내가 그 형 차 탄 것

봤는데 번화가에 차 세워 놓고 음악 틀고 앉아 있더라. 창문 다 열어 놓고. 그것도 한겨울에 말 이야.”

“왜요?”

“왜기는. 보라는 거지.”

강진이 스포츠카를 보며 웃을 때, 그의 눈앞에 종이 한 장이 떨어져 내렸다.

스르륵! 스르륵!

종이를 손으로 잡은 강진이 잠 시 있다가 그것을 펼쳤다.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 덕에 20년 만에 정말 좋 은 음식 먹고, 20년 만에…… 아 들한테 엄마라는 소리를 들었습 니다.

정말 행복했고 깨기 싫은 꿈 같 은 순간이었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너무 행복했습 니다. 앞으로도 사장님 장사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고진 오빠도 어서 승천하세요. 아들하고 떨어지기 싫은 건 알지 만 가야 할 사람은 가야 하는 것 같아요.

고진 오빠 오시면 제가 여기에 서 맛있는 밥 해 드릴게요.

-홍진주〉

종이에 적힌 글을 보던 강진이 다른 종이를 보았다. 그것은 홍 진주가 보낸 수표였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마

음이 담겨 있는 수표에 강진이 미소를 짓다가, 몸을 일으켜서는 최창수 옆에 서 있는 최고진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이건 뭔가?”

강진이 말없이 종이를 재차 내 밀었다. 사람들 있는 곳에서 최 고진에게 말을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강진이 종이를 내밀고 있자, 최 고진이 의아한 듯 옆에 있는 사 람들을 보았다.

“이거 나 잡으면 사람들이 보는 거 아닌가?”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 개를 저었다.

“못 봐요.”

강진이 속삭이듯이 아주 작게 말을 하자, 최고진이 종이를 받 았다. 그러고는 내용을 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진주가 승천을 했구나.”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최고진이 웃으며 말했다.

“진주가 밥을 참 잘한다고 하던 데…… 후! 저승에서 밥 같이 먹 을 친구 하나 있으니 외롭지는 않겠네.”

최고진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을 보았 다.

“이제 들어가자.”

“인섭이 괜찮을까요?”

“괜찮아야지. 그리고 우리 밖에 오래 있었어. 너희 술도 다 깼겠 다.”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밥그릇에 꽂혀 있는 숟가락과 젓가락에 의아하기는 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무슨 일 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는 아니 말이다.

‘누구 아는 사람이 죽은 건가?’

‘그래서 네 기분이 그랬구나.’

그저 각자 생각을 할 뿐이었다.

강진의 가게에서는 아침 일찍 일어난 청년들이 강진의 지도하 에 미역국을 끓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희 자는 사이에 형이 재료는 꺼내 놨거든?”

그러고는 강진이 청년들을 보았 다. 청년들은 모두 강진의 옷을 입고 있었다.

술 마시고 자는 동안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가기에는 몸 에서 냄새가 날 테니 강진이 자 신의 옷을 내어 준 것이다.

“일단 미역국 끓일 때 가장 많 이 하는 실수부터 알려 줄게.”

강진은 미역이 담긴 봉투를 들 었다.

“이건 너희가 일반적으로 살 수 있는 미역이야. 그래서 이걸로 준비했어.”

그러고는 강진이 봉투를 가리켰 다.

“너희 가족들 수에 맞게 그릇에 미역을 덜어 봐.”

강진이 봉투와 냄비를 주자, 청 년들이 미역을 보다가 그릇에 자 기 가족들 인원에 맞게 덜었다.

“다 된 거야?”

“네.”

청년들의 말에 강진이 싱크대 물을 틀었다.

“자, 그럼 거기에 물 부어 봐. 그래야 미역이 불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말했다.

“야! 저거 양이 많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청 년들이 그릇에 덜은 미역들은 양 이 너무 많았다.

마른 것일 때야 얼마 안 되는 양으로 보이지만, 물을 먹으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며 양이 많 아지니 말이다.

“자! 그럼 너희 어머니들은 어 떤 미역국을 좋아해? 아! 인섭이

어머니는 닭 미역국을 좋아하시 니 말 안 해도 되고……

“어, 저 말 안 했는데?”

“너희 집에서 먹는 미역국 같다 며? 그럼 닭고기 미역국 좋아하 시는 것 아니야?”

“아......" 네.”

대답을 들은 강진이 청년들을 보자 그들은 자신의 어머니가 좋 아하는 미역국을 말했다.

조개나 소고기가 들어간 미역국 을 말하는 동생들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재료들을 꺼내서 미 리 손질부터 하자.”

강진이 조개와 소고기를 꺼내며 말했다.

“조개를 사면 전날에 물에 소금 좀 넣어서 짜게 한 후에 거기에 담가. 그리고 검은 봉지로 위를 덮어서 빛 안 들어가게 해. 그래 야 해감이 잘 돼.”

가게에 있는 조개들은 이미 해 감이 된 것들이지만, 강진은 과

정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그릇에 소금과 물, 조개를 넣었다.

“마지막으로!”

강진이 수저를 두 개 들고는 조 개 사이에 놓았다.

“수저를 넣어두면 해감이 더 잘 돼.”

“수저를 왜요?”

최동해의 물음에 강진이 멈칫하 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잘 몰라. 그냥 수능

처럼 외워. 공식 같은 거니까.”

강진도 수저를 넣어야 해감이 잘된다고 배용수에게 배워서 그 렇게 외웠을 뿐이니 말이다.

“아! 화학 반응 때문인가 봐요.”

“응?”

“철하고 소금이 화학 작용을 일 으 켜 ”

정인섭의 말에 강진이 손을 들 었다.

“수능 끝낸 지 오래라 형 화학

은 손 놨어.”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었다.

“고등학교 졸업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똑똑하네요.”

“원래 고등학교 졸업했을 때가 가장 머리가 쌩쌩한 법이지. 수 능 본 애들 데려다가 공무원 시 험 보게 하면 잘들 볼걸.”

최동해와 최창수가 하는 말을 들으며 강진이 재료 손질을 알려 주었다.

미역국에 쓸 소고기 부위와 써

는 방법들을 알려 준 강진은 애 들한테 직접 썰어 보게 하고는 미역을 가리켰다.

“자, 이제 미역 봐라.”

강진의 말에 미역을 본 청년들 은 깜짝 놀란 눈으로 서로를 보 았다.

“미역이?”

“이거 내 거 맞아? 왜 이리 많 지?”

불어난 미역을 보며 놀라는 동 생들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바짝 말라 있던 미역이 물을 먹으니 불어난 거야. 물 먹으면 너희 생각보다 더 많이 부풀어 오르니 양 조절 잘 해. 미역국 끓이려다가 어머니한테 등짝 맞 기 싫으면.”

“그럼 양은 어떻게 맞춰요?”

“처음에 조금 불려 보고, 양이 적다 싶으면 그때 더 넣고 물에 담가. 그렇게 미역 양을 맞추다 보면 알게 될 거야.”

“미리 이야기해 주시지. 이거 어떻게 해요?”

냄비 하나 가득 부풀어 오른 미 역을 들어 보이는 최동해의 모습 에 강진이 웃었다.

“어떻게 하기는. 먹어야지.”

“이걸 저희가 전부요?”

“이게 몇 인분이 나올 줄 알고 너희가 다 먹어. 너희가 먹을 만 큼만 미역국 끓이고 남은 걸로는 점심에 낼 미역국에 쓸 거야.”

강진은 미역을 건져서는 동생들

에게 쓸 만큼만 나눠 주고는 미 역국 끓이는 방법을 알려 주었 다.

“형 잘 놀다 가요.”

“그래. 또 오고. 아! 남은 시험 방심하지 말고 잘 봐.”

“알겠습니다.”

청년들이 가는 것을 보던 강진 이 최고진을 보았다. 최고진은 강진의 옆에서 아들과 친구들이 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꼭 합격할 거예요.”

“그래야지.”

웃으며 최고진이 걸음을 옮겼 다.

“이번에는 꼭 합격할 거야. 그 러면…… 나도 진주가 해 주는 밥 먹으러 가야지.”

최고진은 웃으며 최창수 뒤를 따라가다가 강진을 보았다.

“가기 전에 여기 와서 한 번 더 밥 먹었으면 좋겠어.”

“저승 밥도 맛있어요. 여기 밥 먹으려고 멈추지 마시고 부르 면…… 바로 올라가세요.”

“알았어. 부르면 바로 올라갈게. 그럼 가네.”

걸음을 옮기던 최고진이 문득 강진을 돌아보았다.

“혹시 또 못 올 수도 있으니 미 리 말해 두는데……

최고진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고마웠어.”

그러고는 최고진이 서둘러 최창 수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부끄러워하시기는.’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 갔다.

* * *

5월 5일, 강진은 경기도 외곽의 한 펜션에서 꽃 장식을 하고 있

었다.

강상식 결혼식에 쓸 꽃을 다듬 고 있을 때, 그것을 보던 김이슬 이 웃으며 말했다.

“강진 씨 거기 꽃이 좀 부족해 보여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품에 아이를 안 은 채 한쪽을 가리켰다.

“거기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뒤로 물 러나 앞을 보았다. 앞에는 꽃으

로 만든 단상이 있었다.

“충분한 것 같은데요?”

“안개꽃을 좀 놓으면 더 예쁠 것 같아요. 너무 장미하고 백합 들만 많은 것 같아요.”

“아!”

김이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한쪽에 쌓여 있는 꽃 중 에 안개꽃들을 양손 가득 들고는 단상에 장식을 했다.

장미와 백합들 사이사이로 안개 꽃을 꽂아 넣은 강진이 거리를

두고는 그것을 보자, 김이슬이 미소를 지었다.

“예쁘고 잘 됐네요.”

“좋네요.”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하늘을 보았다.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잔잔 하고…… 게다가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희네요.”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겨 있는 황소희를 다 독였다.

“우리 소희도 햇살이 너무 좋 죠?”

김이슬의 말에 황소희는 하품을 하며 꼼지락거렸다. 그리고 그런 황소희 옆에 김소희가 있었다.

김소희는 꼼지락거리는 황소희 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 다.

그런 김소희의 손길에 기분이 좋은 둣 황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바동거렸 다.

“고모 손을 잡고 싶은 게야? 어 디, 여기 있네.”

김소희가 손가락을 내밀어 아이 손 사이에 넣어 주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웃는 황소희의 모습에 김소희가 더 밝게 웃었다.

“그래. 고모도 소희하고 이렇게 손잡고 있으니 너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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