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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861화 (859/1,050)

860화

김소희 손가락을 잡은 채 웃고 있는 황소희를 보던 강진이 물었 다.

“그런데 아이들 이렇게 나와 있 어도 돼요?”

아직 백일도 되지 않았는데 나 와 있으니 말이다.

“어머니가 좀 걱정을 하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삼촌이 결혼 을 하는데 안 올 수 있나요. 그

리고 지금은 옛날도 아니잖아요. 애들 건강해서 이 정도는 괜찮아 요.”

“그런가요?”

“그럼요. 그리고……

말을 하던 김이슬이 한쪽을 보 았다. 그곳에는 구급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상식 씨가 세심해요. 이렇게 앰뷸런스도 있고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구급차를 보았다. 구급차에는 의사 한 명

과 간호사, 그리고 운전자 한 명 이 의자를 가져다 놓고 멀거니 이쪽을 구경하고 있었다.

오늘 진행되는 결혼식에 참석하 는 사람은 황민성 가족과 강진이 전부였다. 물론 귀신들도 같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하객 중엔 노약자라고 할 수 있는 갓난아이 둘과 조순례가 있 었다. 그래서 강상식이 혹시 몰 라서 의료진들을 대기시켜 놓은 것이다.

김이슬이 구급차를 보자, 강진

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참 세심하게 쓰네요. 확실 히…… 부자는 달라.’

보통은 환자가 의사를 찾아가는 데, 부자는 의사를 데려오는 것 이다.

구급차를 보던 강진이 조순례를 보았다. 조순례는 품에 안긴 황 희를 천천히 좌우로 흔들며 다독 이고 있었다.

“어머니 오늘 날씨가 무척 좋 죠?”

“아주 좋네.”

웃으며 답한 조순례가 하늘을 보다가 말했다.

“생각해 보니 오늘이 우리 희, 소희 두 아이 첫 나들이인 셈이 구나.”

“병원에서 집으로 간 것 외에는 첫 외출이기는 하네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미소를 지으며 황희를 쓰다듬다가 걱정 스럽게 말했다.

“아이는 돌이 되기 전에는 집밖

에 나가게 하면 안 되는데……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김소희를 보았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예요.”

조선 제일의 무신이 있으니 건 강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무신 의 축복은 몸을 건강하게 하니 말이다.

물론 술과 담배를 하면 그 축복 이 있어도 건강이 망가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최소한 술

과 담배를 즐길 어른이 되기 전 까지는 건강하게 잘 자랄 것이 다.

‘그나저나 술은 그렇다 쳐도 담 배는…… 알려 주는 놈은 정말 큰일 나겠다.’

어른이 되면 사람들과 만나고 친해지는데 술만 한 것이 없다. 과하면 독이 되지만, 적당하면 친해지는 데 그만한 것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담배는 아니었다. 담배 는 백해무익이니 말이다.

게다가 담배는 독학보다는 주위 형이나 친구의 권유로 피우게 된 다.

그러니 황희나 황소희에게 담배 를 권하는 형이나 친구들은 김소 희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것이었 다.

사랑하는 조카에게 담배를 가르 쳐 준 것에 대한 귀신 고모의 분 노를 말이다.

‘뭐…… 그래도 죽이지는 않으 시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한쪽에서는 결혼식 슈트 를 입은 강상식이 황민성과 이야 기를 나누고 있었다.

햇살을 받아 더 빛나는 외모의 강상식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결혼하기 참 좋은 날씨네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 에 따스하게 닿는 햇살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조순례가 말 했다.

“그러게 말이야. 날씨가 좋은 것을 보니 앞으로 잘 살겠어.”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문득 그 녀를 보았다.

“그 비 오는 날 결혼하면 좋다 는 말도 있지 않아요?”

강진의 물음에 조순례가 웃으며 말했다.

“날이 궂으니 그렇게라도 말을 하는 게지. 결혼이든 행사든 날 씨가 좋은 날에 해야 제일 좋 지.”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을 보았다.

“어쨌든 오늘 날씨가 좋아서 정 말 좋네요. 사진도 잘 나오겠어 요.”

강진이 파란 하늘에 떠다니는 하얀 구름을 볼 때, 강상식이 웃 으며 다가왔다.

“어머니, 어디 불편하신 것은 없으세요?”

“ 괜찮아.”

조순례가 웃으며 강상식을 보았

다.

“상식이 이렇게 입으니 멋지 네.”

“감사합니다. 아! 혹시라도 몸이 불편하거나 호흡 불편하시면 바 로 말씀해 주세요.”

“요즘 나 몸 많이 좋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희 와 소희 결혼하는 것도 보셔야 죠.”

“그러면야……

조순례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품에 안긴 황희를 보았다.

‘너무 좋지.’

황희를 가만히 쓰다듬을 때, 펜 션에서 여자 도우미 두 명이 나 와서는 말했다.

“식 시작하겠습니다.”

가족들끼리 조용히 결혼식을 하 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신부 화 장이나 옷 같은 것을 챙겨줄 사 람이 필요하기에 웨딩 도우미 두 명을 섭외한 것이다.

“이제 결혼식 시작하려나 보네 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나 장가간다.”

강상식이 웃으며 도우미에게 다 가가자, 그녀들은 그가 서야 할 곳을 알려주었다.

그에 강상식이 자리에 서자, 강 진이 펜션 입구로 가서 섰다.

강진이 옆에 서자 도우미가 그 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오늘

주례는 없지만, 식 절차나 진행 은 누군가가 해야 하기에 강진이 사회자로 나선 것이다.

뒤로 살짝 물러난 도우미들은 신랑과 몇 안 되는 하객들을 살 피고는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펜션 문이 열리 며 하얀 드레스를 입은 문지나가 나왔다. 그런 문지나의 뒤에는 문지혁이 웃으며 따라 나오고 있 었다.

환하게 웃는 문지나와 그녀보다 더 즐겁고 환한 얼굴로 웃는 문

지혁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와 동시에 웨딩 축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딴따다단…… 딴따다단…….

음악 소리에 맞춰 문지나의 옆 으로 걸어온 강상식이 심호흡하 고는 입을 열었다.

“너무 예뻐요.”

강상식의 목소리에 문지나가 웃 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강 상식이 잡자, 문지나가 미소 지 었다.

“당신도 오늘 너무 멋져요.”

“오늘 두 분 다 멋지세요.”

강진이 웃으며 말을 하고는 마 이크를 잡았다.

“신랑 신부에게 우렁찬…… 박 수를 보내기에는 모인 분들이 적 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과 김이슬이 웃었다. 강진의 말대로 이곳엔 우렁차게 손뼉을 칠 만한 사람들 이 몇 없기는 했다.

“그럼 우렁찬 박수 대신 두 사

람의 앞날이 밝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박수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 J

강진이 먼저 박수하자, 황민성 과 김이슬도 같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짝짝짝!

사람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강상식이 손을 들어 보였다. 그 런 강상식을 보며 문지나도 같이 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

“자, 그럼 신부 신랑 입장!”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문지나의 손을 잡고 꽃으로 장식 이 된 단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강상식을 보던 황민성이 슬 쩍 강진에게 물었다.

“결혼식 많이 안 가 봤어?”

“지인 결혼식은 몇 번 안 가 봤 지만, 결혼식장 알바는 많이 해 봤죠.”

“보통 신랑이 먼저 아니야? 신 랑 신부 입장! 이렇게 하잖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두 사람을 딱 보면…… 신부가 먼저여야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피식 웃고는 고 개를 끄덕였다.

“오늘 지나 씨 아름다우시네.”

“세상 신부는 다 아름답죠.”

웃으며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마이크를 잡았다. 신랑 신부가 단상 앞에 자리를 하고는 하객들

을 향해 몸을 돌린 것이다.

“신부 신랑의 인사가 있겠습니 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사람들을 보았다.

식에 참석한 사람은 강진, 황민 성, 김이슬, 조순례 이렇게 네 명 과 두 아이가 전부였다. 이강혜 부부도 오늘 참석하려고 했지만 회사에 일이 있어서 올 수가 없 었던 것이다.

하객들을 보며 강상식이 입을

열었다.

“오늘 저와 지나 씨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살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신랑이 결혼식 빨리 끝내고 싶 나 보네요. 인사가 짧아.”

김이슬의 농담에 강상식이 웃었 다.

“본론이 가장 중요한 법이죠.”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웃으며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강상식보다 더 짧은 말에 사람 들이 웃었다.

“급한 건 신부도 마찬가지인가 보네.”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많은 말이 뭐가 중요하겠습니 까. 말 한마디에 진심이 담겨 있 으면 충분한 거지요.”

그러고는 강진이 강상식과 문지 나를 보았다.

“이제 신랑은 신부에게, 신부는 신랑에게 언약을 해 주시기 바랍 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과 문지나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나 강상식은 앞으로 오래오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당신의 옆 에서 살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나 문지나도 아프지 않고 오래 오래 건강하게 당신의 옆에 있겠 습니다.”

두 사람의 언약은 건강이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 다 가족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두 사람의 언약 은 더 진실되게 느껴졌다. 정말 건강하게 오래 살 것 같은 그런 맹세 같았다.

문지나를 보던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끝?’

강진이 입 모양으로 말을 하자, 강상식이 웃으며 사람들을 보았 다.

“저희 결혼에는 주례가 없습니 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가 아니라 서로에게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그 말을 마음에 담아두려 합니다. 그래서…… 결 혼식은 짧고 결혼 생활은 길게 하려고 합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결혼식이 었지만, 가장 진실한 결혼식이라 는 생각이 듭니다. 두 분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멘트를 치던 강진은 문지혁을 보았다.

문지혁은 미소를 지은 채 강진 을 보고 있었다. 그런 문지혁을 보던 강진이 도우미에게 눈짓을 하자, 그녀가 음악 플레이어에 손을 댔다.

“두 분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분 께서 보낸 메시지가 준비되어 있

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과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그런 두 사람의 시 선을 받으며 강진이 도우미에게 재차 눈짓을 보냈다.

그에 도우미가 재생 버튼을 눌 렀다.

[꿈요?]

스피커에서 홀러나온 목소리에 문지나가 놀란 눈으로 그쪽을 바 라보았다.

“ 오빠?’’

스피커에서는 문지혁의 목소리 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꿈이 있으세요?]

[제 꿈은…….]

*  * *

결혼식으로부터 며칠 전, 강진 은 이혜미와 문지혁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했다.

-지나 씨 결혼에 지혁 씨가 축

전을 보내 줬으면 좋겠어요.

강진의 말에 문지혁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야 좋지만…… 그거 저승 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요?

-돈만 내면 상관없어요.

-그럼 하고 싶습니다.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실 줄 알고 제가 최대한

할인받는 방법도 알아왔습니다.

-할인요?

-죽은 사람의 음성이라는 걸 사람이 모르면 할인이 된다고 해 요. 그래서 말인데…… 지금부터 녹음하는 건 지혁 씨가 살아생전 에 한 인터뷰처럼 만들 거예요.

- 인터뷰?

-제가 미리 사람 목소리로 인 터뷰 내용을 따 왔거든요. 거기 에 지혁 씨 음성을 넣을 거예요.

강진은 문지혁을 보며 말을 했

다.

-그래도 돈은 좀…….

-돈은 괜찮습니다. 우리 지나 결혼식에 제가 한마디 할 수 있 다면 돈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 다.

환하게 웃는 문지혁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녹음 버 튼을 눌렀다. 그러자 문지혁이 차분하고도 다정한 목소리로 말 하기 시작했다.

-제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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