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66화 (864/1,050)

865 화

경찰 귀신이 초코파이를 뜯어서 한입에 넣는 것을 보던 최호철이 강진을 보았다.

“음식 다 된 거야?”

최호철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귀신들을 향해 말했 다.

“여기 앞에 식판들 있으니 음식 들 덜어서 식사하세요. 그리고 술은 요 앞에 있으니 드실 만큼

챙겨 가시면 됩니다.”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다가오자 직원들이 줄을 서게 했다. 귀신 들이 하나둘씩 음식과 술을 챙겨 자리로 가고, 마지막으로 음식을 챙기는 최호철을 보며 강진이 말 했다.

“초코파이 드시는 경찰분은 되 게 동안이시네요.”

초코파이를 먹는 경찰 귀신을 보며 묻자, 최호철이 그를 보고 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동안이 아니라 그냥 그 나이인 거야.”

“그 나이요?”

“21 살인가?”

“21살에 경찰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경찰 귀 신을 보며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합격 을 했나 보네요?”

“하긴, 요즘 수능 공부 안 하고 공무원 공부하는 고등학생들 많

다고 하던데…… 그런 케이스인 가?”

두 사람의 말에 최호철이 쓰게 웃었다.

“의경이야.”

“의경요?”

“의경이 뭔지는 알지?”

“ 알죠.”

“의경으로 죽었어. 그래서 동안 이 아니라…… 그냥 젊은 나이에 죽은 거지.”

최호철이 안쓰럽다는 듯 의경을 보는 것에 강진 또한 의경을 보 았다. 경찰들 옆에 앉아있는 그 는 큼지막한 고기쌈을 입에 넣고 있었다.

“아까 귀신일 때 보니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던데…… 사고였 나 보네요?”

지금은 현신을 해서 멀쩡한 모 습으로 앉아 있지만, 아까 귀신 으로 왔을 때에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음주 단속 나갔다가 단속 피해 도망가던 놈 차에 치였대.”

“이런 나쁜 놈.”

배용수가 욕을 하자, 강진도 눈 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주를 한 것도 모자라서 사람 까지 쳤어요?”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 이 눈을 더욱 찡그렸다.

“정말 나쁜 놈이네요.”

강진이 욕을 하자, 최호철이 재 차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놈이지. 술 먹고 운전했 으면 그냥 죗값 받으면 되는데 사람까지 치고 도망갔으니.”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되기는. 저 애는 저렇 게 되고, 그 도망치던 놈은 잡혔 지.”

최호철이 고개를 저었다.

“술에 취한 놈이 경찰들한테서 어떻게 도망을 치겠다고…… 멍

청하고 죽일 새끼. 그냥 음주 걸 려서 처벌을 받으면 될 것을 사 람을 쳐?”

최호철이 한숨을 쉬며 하는 말 에 강진이 중얼거렸다.

“잡은 놈 감옥 간다고 죽은 사 람이 돌아오는 건 아닌데.”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입맛을 다시고는 구워 놓은 삼겹살을 식 판에 올리며 말했다.

“죽은 사람은 안 돌아와도 죄 지은 놈은 죗값 치르게 해야지.

경찰이 범죄를 예방하기는 힘들 어도, 범죄를 저지르면 잡기는 해야 하지 않겠냐.”

“맞는 말이죠. 저승 가서 그 죗 값 다 받을 테지만…… 이승에서 도 죗값은 치러야 하니까요. 그 래야 피해자들 속이라도 편하 죠.”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하늘을 보았다.

“저승이 이승하고 같다고 했 지‘?”

강진은 가끔 직원들이나 귀신 손님들에게 저승 이야기를 해 주 었다. 혹시라도 저승이 두려워서 승천을 미룰까 싶어서, 최대한 친근하게 여기도록 말이다.

“이승하고 많이 비슷해요.”

“거기에도 경찰이 있을까?”

“글쎄요.”

“왜? 이승하고 비슷하면 경찰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저승에 남는 분들은 VIP고, 다 른 이들은 환생을 한다고 하더라

고요. 저승에서 VIP 될 정도면 착한 분들이니 경찰이 필요할 정 도로 범죄가 벌어지지는 않겠 죠.”

강진의 말에 최호철의 얼굴에 실망감이 어렸다. 그런 최호철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저승 가서도 경찰 하고 싶으세 요?”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성격이 나빠서 그런지 나쁜

짓 하고 잘 먹고 잘 사는 놈들을 보면 배가 아파. 그런 놈들 보면 합법적으로 두들겨 패고 싶고 잡 아서 죗값 치르게 하고 싶어.”

최호철은 식판에 있는 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고는 말했다.

“그래서 저승 가서도 경찰 할 수 있으면 하고 싶었는데…… 착 한 사람들만 사는 곳이면 내가 가도 할 일이 없겠다.”

“그럼 형하고 딱 맞는 직업이 있네요.”

“뭔데?”

“저승에 나쁜 놈들 잡는 경찰은 없을 거예요. 대신 지옥을 지키 는 옥졸이 있어요.”

“옥졸?”

“지옥에서 죗값 치르는 나쁜 놈 들 감시하는 직업이죠. 강두치 씨가 옥졸 출신이라고 했어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미소를 지었다.

“그거 좋은데? 교도관 같은 거 잖아.”

“그런 셈이죠.”

강진의 대답에 최호철이 웃으며 말했다.

“지옥이라고 하니 보기는 좀 그 렇겠지만…… 죄 지은 놈들 죗값 받는 거 보면 얼마나 재밌겠어.”

“그리 좋은 모습 아닐 텐데 그 런 게 보고 싶어요?”

저승이 이승을 많이 따라가기는 하지만, 형벌은 아직도 옛날 고 유의 것을 유지하고 있었다.

검수림은 말 그대로 검으로 된

숲을 걸어가야 하니 생살이 다 베이고, 발설지옥은 혀에다 쟁기 질을 하며 농사를 짓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잔인한 형벌은 이승에선 거의 없지만, 지옥에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그 잔인한 광 경을 그대로 보는 건…… 그것만 으로도 지옥일 터였다.

하지만 최호철은 생각이 다른 듯 고개를 저었다.

“나쁜 놈들한테 당한 피해자들 생각하면…… 그 열화지옥에서

튀겨지는 죄인들 보면서 난 옥수 수를 같이 튀길 거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물었다.

“형 혹시 범죄 피해 본 적 있어 요?”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없어.”

그런 최호철에게 이혜미가 소주 를 가져다 한 잔 따라 주었다.

쪼르륵!

그에 최호철이 소주를 마시고는 입맛을 다셨다.

“피해를 당하고 난 직후의 사람 들은 많이 봤지.”

그러고는 최호철이 경찰 귀신들 을 보았다.

“여러분들 생각에 가장 나쁜 범 죄가 뭐 같습니까?”

최호철의 물음에 경찰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범죄는 다 나쁘지, 경중이 있 나?”

“그래도 본 것이 있을 거 아니 겠어? 가장 나쁜 범죄 말을 해 봅시다.”

최호철의 말에 중년의 경찰 귀 신이 소주를 글라스에 따라 마시 다가 말했다.

“내가 본 것 중에는 사기가 제 일 심했어. 사기꾼들은 정말 나 쁜 놈들이야.”

중년 경찰의 말에 배용수가 의

아한 둣 말했다.

“살인 사건 같은 강력 범죄가 더 심한 것 아닙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기도 나쁜 범죄기는 하지만, 살인보다 더 심할까 싶 었다.

“당연히 살인도 나쁘지. 다 만…… 내가 본 사건 중에서는 사기가 가장 최악이었어.”

“피해자가 돈을 많이 날렸나 보 네요?”

배용수의 물음에 중년 경찰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돈도 돈이지만 사기를 당하면 속병이 생겨.”

“그러실 테죠.”

“그리고 그중에는 극단적인 선 택을 하는 분들도 있어.”

“극단적인 선택요?”

“말 그대로 극단적인 선택이지. 어떻게 보면 사기꾼 놈들은 손에 칼을 안 쥐고 입에 칼을 단 놈들 이야. 그 혓바닥으로 사람을 죽

이니까.”

중년 경찰의 말에 강진의 얼굴 이 굳어졌다.

“돈도 돈이지만 사기를 당하면 잠이 안 와. 속에서 열불이 나 고…… 내가 왜 그런 바보짓을 했을까, 그 돈을 내가 어떻게 모 았는데. 그렇게 계속 속이 타들 어가니 마음에 병이 생기고, 심 약한 분들은……

중년 경찰이 한숨을 쉬며 고개 를 저었다.

“게다가 사기 범죄 같은 경우 한 번에 여러 피해자가 생겨.”

중년 경찰의 말에 최호철이 고 개를 끄덕였다.

“별거 아닌 것 같은 곗돈 사기 도 한 번 터지면 적어도 스무 명, 많으면 수백 명까지 터져.”

“수백 명요?”

“피해자가 한 명이든 수백 명이 든 형벌이 달라지진 않으니까. 그래서 작정하고 사기를 치다 보 니 피해자가 많은 법이지.”

중년 경찰이 고개를 저었다.

“살인은 몸을 해치지만, 사기는 마음을 죽여. 사기당한 사람들 눈 보면……

중년 경찰이 뒷말을 삼키고는 소주를 마시자, 한 경찰이 입맛 을 다시며 말했다.

“나는 뒤치기.”

“뒤치기도 심하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뒤치기면 사람들 뒤통수 때리 고 금품 갈취하는 거죠?”

“ 알아?”

“저 예전에 술집에서 일할 때 근처 골목에서 그거 터져서 저희 가게에도 경찰들 와서 탐문하고 갔어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놀란 눈 으로 말했다.

“뒤통수 잘못 맞으면 죽기도 하 는데 그러다 사람 죽으면 어쩌려 고?”

“신경 안 쓰지. 특히 겨울은 더 위험해. 외진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 겨울에 쓰러지면 죽기 도 해.”

“어쩜……

“상대가 죽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쓴다는 점에서 더 흉악해.”

최호철의 말에 뒤치기를 말한 경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한 남자가 있었는데 회식하고 집에 가다가 뒤치기를 당해서 죽 은 사건이었어. 그런데 범인을

잡고 보니 학생들이더라고.”

경찰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죽을지 몰랐다고 하는 데 열이 확 그냥……. 죽을지 몰 랐다는 것이 말이 돼? 한 가족의 가장이자 남편, 아버지가 죽었는 데?”

경찰의 말에 다른 경찰들도 자 신이 제일 싫어하는 범죄들에 대 해 말했다.

그런 경찰들을 보던 최호철이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

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경찰이라는 직업도 할 것이 못 되네요.”

“왜 말이 그쪽으로 튀어?”

최호철이 의아한 듯 그를 보자, 강진은 재차 한숨을 쉬며 삼겹살 구운 것과 볶은 김치를 집어 내 밀었다.

최호철이 그것을 받아먹자, 강 진이 말했다.

“범죄 때문에 힘들어하는 피해 자와 가족들을 보는 것 힘들잖아

요.”

“ 맞아.”

최호철은 소주를 마시고는 말했 다.

“이 일 하다 보면 정말 안쓰러 운 분들이 많아. 저 형이 말한 대로 울면서 제발 사기꾼 잡아달 라는 가장도 있고, 묻지마 폭행 으로 실명된 아들 때린 놈 꼭 잡 아 달라고 우는 백발 할머니도 있고.”

최호철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나는 범죄자 놈들이 싫 어. 지들 잘 살겠다고, 아니면 지 들 꼴린 대로 살겠다고 다른 사 람 피눈물 흘리게 하는 놈들. 지 들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으면 어디 무인도에 혼자 살지, 왜 사 람들 속에 숨어 사는 거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푸드 트럭에서 내렸다.

“제가 저승 옥졸 신입사원 모집 요강이라도 하나 얻어다 드릴게 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웃었다.

“거기도 이승하고 같으면 취업 난도 있을 텐데, 여기서 미리미 리 준비하고 가야겠다.”

“그래도 형처럼 이승에서 경찰 하던 분들은 특채로 뽑을지도 모 르죠. 아니면 가산점이라도 더 주든가. 제가 강두치 씨한테 거 기 직원 뽑는지 물어볼게요.”

“그래. 잘 알아봐라. 형이 먼저 가서 자리 잡아 놓고 있을게.”

“알겠습니다. 저를 위해 먼저 가서 자리 좀 잡아 두고 계세 요.”

“그렇다고 너무 일찍 오지 말 고. 형 자리 잡으려면 한 칠십 년은 걸리니까 그때 와.”

“그럼 저 한 백 살까지는 살아 야겠네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혜미를 보았다.

“혜미 씨하고 좋은 날 같이 올 라갔으면 좋겠다. 아니면 그녀라 도 먼저 가든가.”

“왜요?”

“내가 먼저 올라가면 저 사람

외롭잖아. 내가 조금 더 고생하 는 것이 낫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웃었다.

“좋은 날에 같이 올라가실 수 있을 거예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식판을 들고 이혜미 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 에게 웃으며 말을 거는 최호철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두 분 정말 같이 갔으면 좋겠

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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