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67화 (865/1,050)

866화

최호철이 이혜미와 소주잔을 나 누는 것을 보던 강진은 배용수를 보았다.

‘호철 형은 자기 마누라 챙기니 내 마누라는 내가 챙겨야지.’

강진은 배용수 쪽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음식 그거면 된 것 같아. 너도 내려와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음식을 정리하고는 푸드 트럭에서 내려 왔다.

“혹시라도 먹고 싶은 거 있으시 면 저나 강진이한테 말씀하세요. 저희 먹는 거 보고 미안해하고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배용수의 말에 아까 초코파이와 우유를 먹던 의경이 손을 들었 다.

“저 라면 하나 먹어도 될까요?”

“그럼요.”

배용수가 푸드 트럭에 다시 올 라가려고 하자, 강진이 그를 잡 았다.

“내가 할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바로 내 려왔다.

“그래. 네가 해라.”

“그…… 한 번쯤 사양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우리 사이에 무슨. 맛있게 끓 여 드려라.”

배용수는 한쪽에 모여 있는 경 찰 귀신들 사이로 자리를 잡았 다.

“합석 좀 하겠습니다.”

“그래요. 한잔해요.”

경찰 귀신이 반갑게 소주병을 들자, 배용수가 잔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 다.

“사양의 미덕을 모르는 놈.”

작게 중얼거린 강진은 푸드 트 럭에서 휴대용 버너와 라면을 꺼

내 와 의경 옆에 놓았다.

“야외에서는 역시 버너로 직접 끓여야 맛이 있죠. 잠시만요.”

강진은 큰 통에서 끓고 있는 물 을 냄비에 조금 옮겨 부은 뒤 그 것을 들고 의경 옆으로 돌아왔 다.

강진이 버너에 냄비를 올리자, 의경이 의아한 듯 말했다.

“저 라면 하나면 되는데요.”

강진이 받아 온 물이면 라면을 적어도 다섯 개는 끓일 정도로

많은 것이다. 의경의 말에 강진 이 불을 켜고는 웃으며 말했다.

“한국인이 못 참는 것 중 하나 가 뭔 줄 아세요?”

“뭔데요?”

“라면 먹는 사람 구경하는 거예 요.”

미리 끓여둔 덕분에 바로 끓어 오르는 물을 보던 강진이 라면 하나를 의경에게 건넸다.

“익을 때 되면 사람들이 올 거 예요.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

이 한 젓가락만 시전하면 우린 라면 다시 끓여야 해요.”

웃으며 강진이 다른 라면 봉지 를 뜯자, 의경이 고개를 끄덕였 다.

“하긴, 옆에서 라면 먹는 거 보 면 참기 힘들죠.”

의경이 라면 봉지를 뜯어 면과 스프를 넣기 시작하자, 강진이 소주병을 들었다.

“한 잔 드세요.”

강진의 말에 의경이 잔을 들어

소주를 받자, 강진이 자신의 잔 을 내밀었다. 그에 의경이 소주 를 따르려다가 문득 차를 보았 다.

“그런데 서울에 가시려면 운전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 음주운전 할까 봐 그러세 요?”

“음주운전은……

잠시 말을 멈춘 의경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위험하지만 타인을 더 위

험하게 해요. 그래서 더 하면 안 돼요.”

“그 말이 맞죠. 음주운전 하다 가 다치는 거야 자기 책임이지 만, 다른 사람이 사고 당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죠.”

“맞아요.”

의경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 의 술잔을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을 하시니 일단 말을 하자 면…… 저승식당 끝나고 서울로

갈 거지만 음주운전은 안 할 거 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차 두고 가시게요?”

“차 두고 내일 가지러 와야죠.”

“하긴, 일하고 피곤한데 운전하 는 건 위험하죠. 그런데 지금 서 울 가는 차 없을 텐데 택시 타고 가시려고요? 여기서 서울까지 택 시비 꽤 많이 나올 텐데.”

의경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젓 고는 말했다.

“저희 저승식당에는 마법의 문

이 있어요. 그걸로 서울에 뿅! 하고 갈 거예요.”

“마법의 문요?”

“저승에는 신기한 것이 참 많아 요.”

“그럼 여기 다시 오실 때는요?”

“그것도 마법의 문으로 와야 죠.”

강진의 계획은 영업 끝나고 난 후에 조립 문으로 한끼식당에 가 는 것이었다. 잠은 집에서 편히 자는 것이 좋아서 그런 것도 있

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강진은 이번에 전라남도까지 내 려갈 생각이었다. 지방에 내려왔 다가 다시 올라가고, 다시 더 내 려왔다가 올라오는 건 많이 힘들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 차를 여기에다 세워 두 고 조립 문을 이용해 가게로 돌 아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곳으로 올 때는 푸드 트럭을 통해 오고 말이다. 푸드 트럭은 강진의 명의라서 언제든 지 올 수 있었다.

강진의 말에 의경이 신기한 듯 물었다.

“마법의 문이라는 것이 진짜 있 는 건가요?”

“이따가 저 갈 때 보여 드릴게 요.”

강진은 젓가락으로 면발을 들었 다 놨다 하다가 의경을 보았다.

“그런데 그쪽 이름은 어떻게 되 세요?”

“장대방입니다.”

“제 이름은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이름이야 그가 처음 와 서 인사할 때 들어 알고 있기에 장대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철 형한테 이야기 듣고 언제 오시나 기대 많이 했는데, 이렇 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늦었죠?”

“아닙니다. 이렇게 와 주신 것 만 해도 감사하죠.”

장대방은 환하게 웃으며 라면을 보았다.

“사장님 안 오셨으면 제가 어떻 게 이런 라면을 먹어 보겠어요. 빨리 익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교통사고였다고 들었어요.”

강진의 말에 젓가락을 들던 장 대방이 멈칫했다가 쓰게 웃었다.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자신의 죽음을 남에게 들었다고 하는 장대방을 강진이 안쓰러운 눈으로 보았다.

“기억이 없으신가 보네요.”

“사고로 죽은 귀신은 죽음을 기 억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 고 기억이 온전하지도 않고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자신의 생전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귀신들 을 많이 봤으니 말이다.

최호철만 해도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 못했다. 다친 것 을 보면 두들겨 맞아 죽은 것 같 은데, 누가 자신을 그렇게 했는 지도 알지 못했다.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라면을 보았다.

“자! 라면 다 익었네요.”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웃으며 면발을 크게 떠서는 식판에 올려 놓았다. 그러고는 국자로 국물을 뜨는 장대방을 보며 강진도 식판 에 라면을 담았다.

후르르릅! 후르르릅!

장대방은 라면을 크게 떠서 입 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너무 맛있어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야외에서 먹는 라면은 맛있 죠.”

그러고는 강진이 하늘을 보았 다.

“날씨가 조금 더 추우면 더 맛 있을 텐데 아쉽네요.”

“겨울에 출동했다가 돌아와서

라면 먹으면 그게 정말 맛있었는 데.”

장대방이 라면을 후루룩 먹고는

웃었다.

“저 죽고 나서 처음 먹어서 그 런지…… 너무 맛있어요. 제가 다시 라면을 먹을 수 있을 거라 곤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장대방이 웃으며 다시 라면을 떠서 먹자, 강진이 소주병을 들 었다.

“라면에 소주 먹어 봤어요?”

“그걸 안 먹어 본 사람 있겠어 요? 저도 동아리 방에서 라면 끓 여서 소주하고 먹었어요.”

“그럼 한 잔 드세요.”

“고맙습니다.”

장대방이 술을 받는 사이, 근처 에 있던 귀신이 다가왔다.

“이야, 라면 냄새 좋네. 나 한 젓가락 해도 되나?”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라 면을 가리켰다.

“라면 먹고 싶어 하실 분들 있 을 것 같아서 많이 끓였어요. 드 세요.”

“고마워요.”

웃으며 귀신이 식판에 라면을 덜자, 다른 귀신들도 하나둘 와 서 라면을 덜었다. 그 모습에 장 대방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형 생각이 맞았네요. 하나만 끓였으면 저 한 젓가락만 했겠어 요.”

형이라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잔에 소주를 채워서는 내밀었다.

서로의 잔을 가볍게 맞댄 두 사

람은 소주를 마시고는 잔을 내려 놓았다.

“그런데 형 집은 서울이에요?”

“ 맞아요.”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웃으며 말했다.

“저도 집이 서울이에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의경들 고향 근처에서 근무할 수 있지 않아요?”

“성적이 잘 나오면 자기 지망하 는 곳으로 발령이 나는데…… 저 는 여기로 지망을 했어요.”

“집 근처에서 근무하는 게 좋지 않아요?”

“그게......"

말을 하던 장대방이 머리를 긁 었다.

“여자친구가 여기에서 대학을 다녀서요. 1지망을 여기로 했어 요.”

여자친구라는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부모님이 서운해했겠어요.”

여자친구하고 가까이 있으려고 집이 아닌 이곳을 지망했으니 말 이다.

“엄마한테는…… 서울 썼는데 떨어져서 여기가 됐다고 했어 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소주를 따라 주었다.

“그 나이에는 부모님보다 여자 친구가 더 좋긴 하죠. 그런데 서

울에서 살면서 여기 아가씨는 어 떻게 만난 거예요? 소개팅?”

“그 애도 서울 사람이에요.”

“아…… 그럼 학교만 여기로 다 녔군요. 그럼 자취?”

“네.”

“여자친구가 자취라……

강진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 자, 장대방이 민망한 듯 웃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나이 땐 부모님보다 친구, 친구보다 여자친구가 더 좋죠. 라면 퍼지겠네요. 드세요.”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라면을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라면을 흡입하는 장대방을 보던 강진은 소주를 마시고는 국물을 떠 마셨다.

라면을 다 먹은 장대방은 초코 파이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셨

다.

“초코파이를 좋아하나 봐요?”

“의경도 군인은 군인인지 초코 파이가 좋더라고요.”

“그런데 집이 서울이면…… 집 에 못 가겠네요?”

강진의 물음에 장대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 가고 싶으면 제가 서울 가 서 불러 드릴까요?”

“서울에요? 저 여기서 멀리 못

가는데요.”

“저기 있는 경찰분들 제가 불러 서 온 거 보셨죠?”

강진이 귀신들을 가리키자, 장 대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장대방에게 강진이 설명을 해 주 었다.

“귀신이 죽은 지 얼마 안 되면 죽은 곳이나 묶여 있는 곳에서 멀리 못 가요. 하지만 제가 부르 면 거리가 멀어도 몇 시간 정도 는 그곳에 있을 수 있어요.”

“몇 시간? 그럼 몇 시간 후에는 요?”

“묶여 있는 땅에 돌아온다고 해 요.”

“그렇군요.”

“집에 가고 싶으면 제가 서울 가서 불러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불러 주세요. 저도 집에 가 보고 싶네요.”

“집이 어디예요? 이왕이면 근처 지나갈 때 불러 드리면 좋을 것 같은데?”

“저희 집은 신림이에요.”

“아! 나 서신대 나왔는데.”

“좋은 대학 나오셨네요.”

장대방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서신대 갔으면 집에서 가깝고 얼마나 좋겠냐고 몇 번이 나 그랬는데……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신림이면 저도 익숙한 곳이니 제가 내일 데려다 드릴게요.”

“그냥 서울에 놓아 주시면 알아 서 가겠습니다.”

“아니에요. 간 김에 저도 학교 에 잠시 들러서 사람 좀 보려고 요.”

최광현을 안 본 지 꽤 된 만큼 이번 기회에 만나서 상태가 어떤 지 좀 보려는 것이다.

그는 최호철과 다니면서 본의 아니게 귀기의 영향을 받았다.

여전히 귀신을 보지는 못하지만, 기척을 느끼고는 했다.

그래서 강진이 산삼을 먹이기도 했었다. 양기를 돋워 귀신을 보 지 못하게 하려고 말이다.

잠시 최광현을 떠올리던 강진은 소주병을 들었다.

“자, 한 잔 받아요.”

장대방이 잔을 들자 강진이 소 주를 따라주었다.

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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