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7화
화아악! 화아악!
저승식당 영업시간이 끝이 나며 현신이 풀리자 귀신들이 아쉬운 얼굴로 음식을 보다가 일어났다.
“오랜만에 봐서 기분 좋았는데 또 이별이네.”
살아서 알던 경찰들이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 남원 가서 모실 테니 너 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내일도 불러 주는 겁니까?”
“그럼요. 내일도, 그리고 내일모 레도 계속 불러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경찰 귀신들이 기 분 좋게 웃으며 고마워했다. 다 만…… 경찰 귀신이 아닌 이곳 토박이 귀신들은 아쉬운 듯 강진 을 보고 있었다.
자신들도 좀 불러주면 안 될까 하는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강
진이 미안해할 때, 배용수가 웃 으며 말했다.
“저승식당 음식도 좋지만, 여러 분들은 어서 승천해서 저승밥 드 세요. 저승 음식도 맛있고 좋아 요.”
“저희는…… 불러 주기 어렵겠 죠?”
한 귀신의 물음에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게…… 저희 식당도 크기가 정해져 있어서요. 제가 출장 영
업을 하는 이유가 멀어서 오지 못하는 귀신분들 한 분이라도 더 식사를 시켜 드리고 싶어서거든 요.”
“그러시 겠죠.”
말을 하며 귀신이 슬며시 경찰 귀신들을 보았다. 그 모습에 강 진이 고개를 숙였다.
“경찰분들만 부르신다고 서운하 시겠지만…… 죄송합니다.”
뭔가 변명을 할까 하던 강진은 그냥 솔직하게 말하며 사과를 했
다. 그 모습에 귀신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희도 술 마시면서 여기 있는 분들이 죽어서도 나쁜 놈들 잡으러 잠복하고 수사한다 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죽어서도 나쁜 놈들 잡겠다고 일하시는 분 들이니 음식이라도 더 챙겨 드셔 야죠.”
“저희야 그냥 멍하니 돌아다니 기만 하는데…… 저희보다는 고 생하시는 분들 챙겨 주는 것이 맞죠.”
귀신들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충청도에도 저승식당이 있으니 가실 수 있으면 그곳에서 맛있는 식사 하세요. 물론 가장 좋은 건 거기 가기 전에 빨리 승천하는 것이겠지만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 니다. 저희도 어서 승천을 해야 죠.”
강진이 귀신들과 이야기를 나누 는 사'이, 이혜미와 직원들이 의
자와 그릇들을 정리하기 시작했 다.
설거지를 해야 할 그릇들을 아 이스박스에 담는 배용수를 보던 강진은 푸드 트럭에서 조립식 문 을 꺼냈다.
“대방 씨.”
장대방이 다가오자, 강진이 웃 으며 조립 문을 들어 보였다.
“이게 아까 말한 마법의 문이에 요.”
“이게요?”
별다를 바 없어 보이는 작은 문 에 장대방이 의아한 듯 문을 보 자, 강진이 웃으며 그것을 바닥 에 놓고는 펼쳤다.
탁! 탁! 탁!
이음새들을 고정한 강진은 지갑 에서 명함을 꺼내 앞에 대고는 문을 열었다.
덜컥!
화아악!
그러자 으의 내부의 모습이 보 였다.
“와!”
문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보이 는 것에 장대방이 놀란 눈으로 안을 보았다.
“신기하죠?”
“네.”
“여기가 JS, 저숭이에요.”
“여기 가요?”
엎드려서 문 안의 세상을 보는 장대방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았
다.
“가 보신 적 없어요?”
“네.”
“운이 좋네요.”
“네?”
장대방이 보자, 강진이 웃으며 안을 가리켰다.
“귀신들이 여기 가는 건 두 경 우거든요. 승천해서 가는 것과 벌금 내러 가는 경우.”
“안 좋은 일 하면 JS 금융에 대
출 신청하러 가야 한다는 이야기 는 들었어요.”
“그거 가면 정말 힘들어요.”
“줄을 오래 서야 한다고 하던 데.”
“줄 서는 것이 안 어려워 보이 지만 막상 서 보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뛸 거예요. 괜히 여탕 같은 데 가지 말아요.”
“저 그런 사람…… 아니, 그런 귀신 아니에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JS 내부를 바라보았다.
“여기하고 많이 다르지 않죠?”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문 안을 보았다.
“그러네요. 다들 그냥 사람들 같고.”
장대방이 신기함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문 안의 세상을 보는 것 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승도 별다를 것 없는 곳이에 요.”
강진은 배용수를 보았다.
“나 들어가면 아이스박스 넣어 줘.”
“알았어.”
강진은 발부터 천천히 문 안에 집어넣었다. 발이 땅에 닿자 조 심히 몸을 더 밀어 넣은 강진은 으에 들어오자 배용수를 보았다.
“아이스박스 넣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아이스박 스를 천천히 넣자, 강진이 그것 을 받아 옆에 놓았다.
음식 쓰레기와 설거지할 그릇들 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옆에 놓은 강진이 소리쳤다.
“호철 형!”
강진의 외침에 최호철이 문에 다가왔다.
“내일 저희 올 때까지 푸드 트 럭 옆에 꼭 있으셔야 해요.”
“차 누가 훔쳐 갈 것도 아닌데 옆에 있어야 해?”
“불법 주차로 차 견인해 가면 어떻게 해요. 딱지를 뗄 수도 있
고.”
말을 하던 강진은 주위에 있는 경찰 귀신들을 보았다.
“혼자 있지 말고 경찰분들하고 수사 이야기라도 하세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입맛을 다셨다.
“이거 꼼짝 마라네.”
“미안해요. 제가 주차 문제를 생각을 못 했어요. 내일부터는 술 안 마시고 영업 끝나면 주차 장에 옮길게요.”
“됐어. 하루 정도 여기서 사람 구경이나 하고 동료들하고 사건 이야기도 좀 하면 도]]. 그리고 내 일 모이는 곳은 차 안 옮겨도 되 는 곳으로 정해야겠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 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하면 좋죠. 공터 같은 곳으로 해요.”
“알았어.”
“그럼 제가 내일 한 열 시쯤에 와서 주차장으로 옮길게요.”
“됐어. 나하고 형님들 여기 있 으면서 차 잘 볼게. 우리가 있으 면 딱지 뗄 일도 없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법 주차 딱지를 떼 려면 차를 봐야 하는데, 귀신들 이 모여 있으면 차를 볼 수가 없 으니 말이다.
“그래도 차는 옮겨야죠. 지나다 니는 차들이 불편하기도 하고.”
“그래. 알았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뒷정리 좀 부탁해.”
“설거지하지 말고 도착하면 씻 고 불러.”
“ 알았다.”
강진은 이번엔 장대방을 보았 다.
“그럼 내일 봐요.”
“오늘 감사했습니다.”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닫았다.
철컥!
문이 닫히자, 배용수가 문을 다 시 분해해서는 푸드 트럭에 실었 다. 그러고는 푸드 트럭 내부를 정리한 뒤 캡을 닫고는 최호철을 보았다.
최호철과 귀신들은 푸드 트럭 지붕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나누 고 있었다. 그에 배용수가 지붕 에 올라가려 할 때, 그의 귀에 강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용수, 배용……』
“강진이가 부르네요. 내일 봐……
화아악!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배용수 의 몸이 사라지자, 최호철이 웃 으며 이혜미를 보았다.
화아악!
그녀 옆에 있던 강선영이 사라 지는 것에 최호철이 웃으며 말했 다.
“강진이가 여기 지키라고 했으 니 여기 있어야겠어. 오늘 외박
이야.”
“그럼 내일 봐요.”
임정숙도 사라지자 이혜미는 자 신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꽤 오래 기다렸는데도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 았다. 그에 이혜미가 의아해하자 최호철이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강진이가 눈치는 있네.”
최호철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럼 우리 신혼부부 연애 이야 기 좀 들어 봅시다.”
한 경찰 귀신이 웃으며 말을 하 자, 최호철이 말했다.
“우리 이야기 스토리는 정말 많 죠. 어디부터 이야기를 풀어야 하나.”
최호철이 이혜미와 있었던 이야 기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하자 경 찰 귀신들이 흥미진진하다는 듯 눈빛을 빛내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놈이 도박에 미친 놈이라고 하니 도박장에 죽치고 있으면 나 타날 것 같지 않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놈 도 어지간히 멍청한 거 아니면 경찰이 거기부터 뒤질 걸 모르겠 어?”
“하긴…… 전에도 도박장 근처 에서 잡혔다고 하던데.”
“지금도 경찰들 도박장 근처에
잠복하고 있더라. 불쌍한 놈들.”
“그래도 겨울이나 한여름이 아 니니 잠복하기 힘들지는 않죠.”
“맞아. 겨울은 너무 춥고, 여름 은 너무 덥고 밀■이야.”
경찰의 말에 장대방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런데 그 도박장 누가 뒤 봐 주는 겁니까? 형사님들이 잠복해 있으면 불법 도박장을 안다는 건 데 왜 거기를 안 털어요?”
장대방의 말에 최호철이 웃으며
말했다.
“그거 하나 턴다고 도박장이 사 라지냐?”
“그건 아니겠지만, 거기 도박장 은 사라지겠죠.”
“그리고 다른 곳에 또 생기겠 지.”
“그래도 안 잡을 수는 없잖아
요.”
장대방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 그런 놈들 잡으라고 경
찰이 있는 거 니까. 그래서 질 나
쁜 곳은 바로 잡아 들여. 대신 우
리가 관리할 만한 곳은 그냥 두
는 거야.”
“관리요?”
“영화 같은 데 보면 경찰들이 소매치기나 도둑놈들한테 정보 얻고 그런 거 봤지?”
“네.”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돼. 몰 이사냥하는 그런 곳인 거지.”
“그렇군요.”
“그래서 보통 그런 곳 사장이 그쪽 바닥 이야기도 해 주고, 경 찰이 찾는 놈 오면 슬쩍 알려주 기도 하고. 그리고 그런 말 통하 는 놈들은 선을 지켜서 영업을 하거든. 최소한 초짜들은 들이지 않으니까.”
“영화에서만 봤는데 진짜 그런 일이 있군요.”
덜컥!
푸드 트럭 위에서 경찰 귀신들
과 이야기를 하던 최호철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숙여 밑을 보았다.
푸드 트럭에서 강진이 내리고 있었다.
“일찍 왔네?”
“열 시에 온다고 했으니까요.”
강진이 고개를 숙여 트럭 위에 있는 경찰 귀신들에게 인사를 하 자, 그들이 하나둘씩 차에서 내 렸다.
“그럼 이제 우리 가도 되나?”
“잠복하러 가시는 거죠?”
“그래야죠.”
“이미 늦은 김에 식사하고 가세
요.”
“식사?”
“일단 위에 다시 올라가세요. 주차장에 차 세워 두고 식사하게 해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물었다.
“이 시간에도 현신을 할 수 있 어요?”
“현신은 못 해요. 대신 제가 맛 있는 도시락을 싸 왔습니다.”
강진이 웃으며 챙겨 온 쇼핑백 을 들어 보이고는 말했다.
“그럼 일단 주차장으로 이동할 게요.”
귀신들이 다시 트럭 위로 올라 가자 강진도 차에 올라타고는 주 차장으로 이동을 했다.
인근에 있는 공용 주차장에 차 를 세운 강진이 경찰 귀신들을 보자, 그들이 내려왔다. 모두 내
려오자 강진은 푸드 트럭 옆쪽 캡을 열어서는 선반을 만들었다.
그 선반 위에 도시락을 올린 강 진이 말했다.
“간단하게 김밥하고 과일을 좀 싸 왔어요.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경찰 귀신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현신 안 하고 먹으면 그냥 제 삿밥 아닌가?”
말을 하며 귀신이 김밥을 손으 로 집다가 깜짝 놀라 강진을 보
았다.
“김밥이…… 들리네?”
자신의 손에 김밥이 들려 있는 것이다.
“저승 식재로 만들어서 그래요. 드셔 보세요. 아주 맛이 있습니 다.”
강진의 말에 귀신이 김밥을 맛 보고는 놀란 눈을 하자, 최호철 이 웃었다.
“저승 음식이라 귀신한테는 최 고로 맛있죠. 드세요. 대방아, 너
도 먹어.”
최호철의 말에 장대방이 김밥을 집었다. 장대방도 신기한 듯 자 신의 손에 잡힌 김밥을 보다가 입에 넣고는 환하게 웃었다.
“너무 맛있어요.”
장대방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그 어깨를 두들겼다.
“많이 먹어요.”
장대방이 김밥을 더 집어먹으며 웃을 때, 강진이 말했다.
“저희 가게 점심 영업 끝나면 제가 서울로 부를게요.”
“감사합니다.”
장대방이 환하게 웃는 것에 강 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찰 귀 신들이 밥을 다 먹기를 기다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