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72화 (870/1,050)

872화

고개를 깊이 숙이는 아저씨 귀 신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음식 장사하는 사람이 손님 반 갑게 맞이하는 건 당연한 거죠.’’

“그래도…… 정말 고마워.”

재차 감사 인사를 하는 아저씨 귀신의 몸이 천천히 옆으로 움직 였다. 수호 대상인 딸이 멀어지 자 그녀에게 딸려가는 것이다.

아저씨 귀신이 가는 것에 강진 이 손을 흔들다가 “아.” 하고는 급히 그 뒤를 따라갔다. 아가씨 가 천천히 걸어가는 중이라 강진 은 아저씨 귀신에게 바로 다가갈 수 있었다.

“혹시 좋아하는 음식 있으세 요?”

“음식?”

“딸도 좋아하는 음식 먹는데, 아저씨도 좋아하는 음식 먹어야 죠.”

강진의 말에 아저씨 귀신이 웃 으며 말했다.

“그럼 순대나 좀 해 줘.”

“순대요?”

“길거리에서 파는 찰순대 있잖 아.”

“당면 들어 있는 거요?”

“그거 떡볶이 양념에 찍어 먹으 면 맛있더라고.”

“아저씨가 아니라 따님이 좋아 하는 메뉴 같은데요?”

“딸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고. 어쨌든 난 그거면 돼.”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은 그거 준비할게요.”

“그래. 고마워. 그리고 어서 들 어가. 자네도 좀 쉬어야지.”

아저씨 귀신은 손을 흔들어 주 고는 앞에 가는 딸의 뒤를 쫓아 가기 시작했다. 그런 아저씨 귀 신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

다.

‘딸을 두고 가시기 참 어려웠겠 다.’

몸 멀쩡한 자식을 두고 가는 것 도 힘든 게 저승 가는 부모의 마 음인데…… 눈이 안 보이는 딸을 두고 가려니 정말 힘들었을 것이 다.

잘 사는 자식보다 못 사는 자식 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것처럼 말 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이승 에 남은 것이다.

멀어지는 아저씨 귀신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가게로 걸 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장대방, 장대방, 장대방.”

강진의 부름에 의경 장대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를 보 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기다리셨죠?”

“아닙니다.”

“여기가 저희 가게예요.”

강진이 한끼식당을 가리키자,

장대방이 가게를 보았다.

“들어오세요.”

장대방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나 위에 올라가서 씻고 내려올 게. 대방 씨 먹을 것 좀 챙겨 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주방에서 나와 장대방을 보고는 웃으며 말 했다.

“어서 와요.”

“안녕하세요.”

“그럼 음식을 뭘 준다...... 아! 어제 보니 초코파이 좋아하시던 데 달달한 과자 좋아하세요?”

“네.”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는 소에서 사 온 초코과 자와 초콜릿, 그리고 커피를 가 지고 나왔다.

“달달한 음료도 있는데, 여기 커피가 향이 좋아요. 그리고 달 달한 과자랑 씁쓸한 음료 같이

먹으면 더 맛도 있고.”

“감사합니다.”

간식을 챙겨주고 2층에 올라간 강진은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음식 장사를 하고 난 후라 몸에 서 음식 냄새가 나니 씻은 것이 다.

씻고 나온 강진은 옷도 간단한 걸로 갈아입고는 1층으로 내려왔 다.

“천천히 먹어요.”

“너무 맛있어요.”

“귀신들 먹는 음식이니 더 맛있 죠.”

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배용수 와 장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 진이 밑으로 내려왔다.

“대방 씨, 가죠.”

“근데 저 혼자 가도 되는데요.”

“아니에요. 저도 학교에 볼 일 이 있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 다.

“반찬 챙겼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식탁에 놓여 있는 아이스박스를 가리켰 다. 그에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들고는 말했다.

“대방 씨, 가죠.”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남은 과 자들을 입에 털어 넣고는 커피를 마셨다.

꿀꺽! 꿀꺽!

과자와 음료를 순식간에 처리한 장대방이 서둘러 다가오자, 강진

은 그와 함께 뒷문으로 나왔다.

트렁크에 아이스박스를 넣은 강 진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

“타세요.”

“네.”

장대방이 조수석에 타자 강진도 차에 올라탔다.

“자, 그럼 일단 신림으로 갑니 다.”

* * *

강진은 신림의 한 빌라 단지 근 처에 차를 세우고는 장대방을 보 았다.

“여기예요?”

“네. 여기서 저 골목으로 들어 가면 됩니다.”

그러고는 장대방이 강진을 보았 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웃으며 답한 강진은 조수석 글 러브 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서 향수를 꺼낸 강진이 장대방을 보 았다.

“장례식장에서 JS 직원들이 사 람들 몸에 뭐 뿌리는 거 보셨 죠?”

“방향제 같은 거요?”

“아시겠지만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사람의 곁에 귀신이 가까이 가면 귀기로 인해 몸에 안 좋은 영향이 생겨요.”

“알고 있습니다.”

“이걸 뿌리면 하루 정도는 귀기 가 지워져서 가까이 가도 괜찮습 니다.”

“아……

강진이 그에게 향수를 뿌려 주 었다. 그렇게 향수를 두른 장대 방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저 이만 갈게요.”

“그래요. 좋은 시간 보내시고 오늘 저녁에 봐요.”

문을 뚫고 나간 장대방이 골목 으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강진의 부름에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왜 불러?”

“나 혼자 심심하잖아.”

“드라마 한창 재밌게 보고 있었 는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글러브 박스에서 비닐장갑을 꺼 내 주고는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걸로 봐.”

그에 배용수가 장갑을 끼고는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검색해 보 기 시작했다. 그런 배용수를 보 던 강진은 다시 액셀을 밟았다.

서신대 심리학과 건물 앞에 차 를 세운 강진은 아이스박스를 들 고는 임상옥 연구실로 걸음을 옮

겼다.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간 강진 은 임상옥 교수가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교수님.”

강진이 고개를 숙이자, 임상옥 이 그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뜸했습니다. 잘 지내셨 어요?”

“나야 잘 지내고 있지.”

임상옥은 강진이 들고 있는 아 이스박스를 보았다.

“그건 뭐니?”

“반찬을 좀 가져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피식 웃 었다.

“애들 좋아하겠다.”

강진은 아이스박스를 탁자 위에 놓고는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없네요?”

“애들은 수업 들어갔고, 광현이

는 지금 경찰서 갔는데……

임상옥이 시계를 보고는 말했 다.

“곧 올 때 됐다.”

“경찰서는 왜요?”

“호철 씨가 찾은 단서들을 전해

줘야 그쪽에서 수사하지.”

“그렇죠.”

최광현이 직접 범인들 잡으러 다닐 수는 없으니 말이다. 말을 한 임상옥이 피식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광현이 이제 경찰에서 월급 받 는다.”

“ 월급요?”

“그전에는 고문료 정도 받았는 데……

임상옥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요즘 호철 씨가 가져다준 정보 로 사건 여럿 해결했잖아.”

“그래서 경찰에서 광현 형한 테?”

“맞아. 정식 경찰은 아니지만, 고문으로 정식 고용한 거지.”

“그럼 교수님은요?”

“월급 얼마나 된다고…… 나는 건당 받는 것이 좋아.”

임상옥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도 웃었다.

‘묶이기 싫은 거겠지.’

고문료만 받을 땐 하다가 마음 에 안 들면 안 해도 된다. 하지 만 월급을 받으면 그 일에 묶이 게 되는 것이니 하라면 해야 했

다.

최광현이야 묶여도 직장이 생기 는 것이니 괜찮지만, 임상옥에게 는 이미 직장도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으니 경찰 월급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건 많이 해결하셨어요?’’

“귀신 형사들이 여러 정보 가져 오고, 때로는 범인 있는 곳도 바 로 짚어 주는데…… 못 잡으면 나나 경찰들 다 접시 물에 코 박 고 죽어야지.”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우리가 하나? 귀신 형 사들이 하고 있지.”

임상옥은 책상에 놓여 있는 두 툼한 서류철을 들어서는 강진에 게 내밀었다. 그에 서류철을 받 은 강진이 그것을 열어 보았다.

서류철 안에는 종이들이 들어 있었다. 필체가 여럿인 것을 보 아 여러 사람이 쓴 것 같은데 다 연필로 쓴 것이었다.

“이건 귀신들이 쓴 건가 보군

요?”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종이 하나하나가 다 귀신들 이 잠복하고 다른 귀신들한테 물 어서 얻어 온 정보들이야. 그거 보면 경찰 귀신들이 얼마나 고생 하는지 감이 오지.”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다시 종 이들을 보았다. 한 종이엔 시간 대별로 피시방과 찜질방을 조사 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20분 간격으로 피시방과 찜질방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면, 하 루 종일 피시방과 찜질방을 돌아 다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걸로 어떻게 범인들 을 잡는 거예요? 경찰들이 움직 이려면 그들이 믿을 만한 정보가 있어야 할 텐데?”

이 정보들을 어디서 얻었냐고 하면 할 말이 없을 테니 말이다. 강진의 물음에 임상옥이 웃었다.

“아주 간단하지.”

“뭔데요?”

“프로파일링 해 보니 범인은 여 기에 있을 것 같다고 하면 돼.”

“그렇게 간단하게요?”

강진의 물음에 임상옥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네가 일 억짜리 시계를 사람들 한테 자랑을 했어. 그럼 사람들 이 믿을까?”

“안 믿을 것 같은데요?”

평소 친하게 지내는 황민성이나

강상식이라고 해도 일 억짜리 시 계를 보여주면 그저 농담을 한다 생각할 것이다. 강진 성격상 돈 이 있고 능력이 있어도 일 억짜 리 시계를 사지는 않을 테니 말 이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시계를 가리 켰다.

“이 시계가 오백만 원짜리거 드 ”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시계를 보다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증거보다 말하는 사람이 중요 하다는 거군요.”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자가 오만 원짜리 가짜 시계 를 차고 있어도, 누구도 그게 오 만 원짜리란 생각을 안 해. 대신 동네 친구가 정말 비싼 시계를 차고 있으면 짝퉁이냐고 묻지.”

“그래서 교수님 말을 의심 안 한다는 거군요.”

“최호철 씨 도움 받기 전에도 내 프로파일링으로 범죄자들 잡 기도 했고, 최호철 씨와 경찰 귀 신들 도움을 받은 후 검거율이 더 올라갔잖아. 경찰들이 보는 건 이때까지 내가 가져온 증거로 생긴 성과들인 거야.”

임상옥은 손을 내밀어 강진이 들고 있던 서류철을 받아 책상에 놓으며 말했다.

“그래서 좀 편해. 전에는 광현 이하고 나하고 이 종이 보면서 프로파일링 한 것처럼 소설을 좀

써야 했거든.”

“소설이라…… 하긴, 프로파일 링 한 것처럼 내용을 좀 꾸미기 는 해야겠네요.”

“맞아. 범인이 있는 피시방을 찾았으면 그 위치에 맞게 상황 짜서 프로파일링 소설을 만들어 야 하니까.”

웃으며 서류철을 토닥이는 임상 옥을 보며 강진이 말을 하려 할 때, 연구실 문이 열리며 최광현 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 강진이 왔네.”

최광현이 들어오는 것이 강진이 웃으며 책상을 가리켰다.

“반찬 좀 가지고 왔어요.”

“오! 그렇지 않아도 식당에서 김치 퍼 오는 거 눈치 보였는데 잘 됐다.”

학생식당에서 메인 반찬은 베]식 을 해 주지만, 김치와 밥은 자율 로 가져갈 수 있었다.

그래서 연구실 학생들은 밥을 풀 때 김치를 좀 많이 퍼서 미리

가져온 통에 따로 담곤 했다. 라 면 먹을 때 같이 먹으려고 말이 다.

임상옥이 연구실 생활비를 따로 챙겨 주지만, 이것도 대학의 재 미라면서 최광현이 후배들하고 그러고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최광현 또한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었고 말이다. 최대한 아끼고 아껴서 술 마실 돈을 만 든다는…… 그런 팁이었다.

최광현은 아이스박스를 열어 반 찬들을 꺼내 냉장고에 집어넣었

다. 그런 최광현을 보던 강진이 문득 물었다.

“형 얼굴이 좀 안 좋네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았다.

“요즘 좀 피곤해.”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던 최광 현이 문득 강진을 보았다.

“아! 형 경찰에서 월급 받는다.”

“교수님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웃으며

말했다.

“형 자취방 구했다.”

“이제 연구실에서 안 자세요?”

“경찰에서 월급 주는 반직장인 인데 언제까지 연구실에서 먹고 자겠어. 나도 사람답게 살아야 지.”

최광현이 웃으며 손으로 브이를 그렸다.

“그래서 작지만 나만의 보금자 리를 만들었다.”

“잘 됐네요. 학교에서 먹고 자 는 것보다야 작지만 자기 집이 있는 것이 좋죠.”

“온 김에 형 집 보고 갈래?”

“그럴까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임상옥을 보았다.

“자료들 넘겼습니다. 최 팀장님 이 대전하고 세종 쪽 관할에 연 락하셔서 형사들 바로 파견됐습 니다.”

“잘 됐네.”

“그럼 저 강진이 데리고 집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해.”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이자, 최 광현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 가자.”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임상옥에게 고개를 숙였다.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다음에 또 보자.”

인사를 마친 강진은 함께 연구실을 나왔다.

최광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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