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85화 (883/1,050)

885 화

장대방의 아버지를 모시고 평상 으로 오는 강진을 보며 할아버지 가 웃었다.

“이거 나는 여기로 올라가야겠 네.”

할아버지가 평상 위로 올라가 앉자 강진이 아저씨를 보았다.

“안주가 라면이라 죄송하네요.”

“아니야. 아니야

고개를 저은 아저씨는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다가 최광현을 보 았다. 최광현은 어느새 서서 그 를 보고 있었다.

“이쪽은?”

아저씨의 말에 최광현이 웃으며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냈다.

“대방이하고는 경찰서에서 알고 지냈습니다.”

경찰서에서 함께 일한 건 아니 었지만, 그가 속한 귀신 수사대 와 같이 일했으니 알고 지낸 건

맞았다.

강진이 혀에 크게 벼농사를 지 을 정도로 거짓말을 했다면, 최 광현은 텃밭 정도를 지을 거짓말 을 하고 있었다.

‘혀에 농사 좀 짓겠네.’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아 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러세요?”

지금이야 아니지만, 어떻게 보 면 최광현은 장대방의 직장 상사 이니 말이다. 아들이 죽었지만,

그래도 아들 직장 상사라고 하니 공손해지는 것이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제가 아 들뻘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카뻘 은 될 텐데요.”

“그래도 대방이 봐 주시던 분이 신데.”

“아닙니다. 아닙니다. 대방이하 고는 그냥 경찰서에서 몇 번 봤 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최광현이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였다.

“늦었지만...... 복을 빕니다.” 최광현의 말에 보다가 자세를 t 고개를 숙였다.

삼가 고인의 명

아저씨가 그를 로 하고는 마주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는 사 으진은 할아버지가 쓰던 그릇과 젓가락을 그의 앞으로 옮겼다.

그러고는 나무젓가락을 하나 뜯 어 놓고는 최광현을 보았다 드 에 최광현이 급히 자신의 잔에

담긴 막걸리를 쭈욱 마시고는 아 저씨 앞에 놓았다.

“한 잔 드세요.”

“그래요.”

아저씨가 양은그릇을 들자, 최 광현이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그 런 최광현을 보던 아저씨가 말했 다.

“그런데 두 사람이 어떻게 같 이?”

최광현은 경찰서에서 알던 사람 이고, 강진은 사적으로 알던 사

람인데 왜 같이 여기에 있나 싶 은 것이다.

“광현 형하고는 학교 선후배 사 이입니다. 마침 형이 여기에 이 사를 와서 이야기를 하다가 형도 대방이를 알고 있어서 같이 와 봤습니다.”

“그래요? 이거…… 두 분 다 대 방이와 인연이군요.”

“그러게요.”

강진의 대답에 아저씨가 웃으며 잔을 들었다. 그 순간, 옆에서 이

야기를 듣고 있던 할아버지가 말 했다.

“마침 내 술 다 먹었어. 가져 가.”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최광현 을 툭 치며 잔을 가리키자, 그가 잔을 들었다. 그 모습에 아저씨 가 미안한 얼굴로 강진을 보았 다.

“이거 내가 잔을 뺏은 모양이 군.”

“아닙니다. 저 운전해야 해서

요.”

“응? 그럼 저 잔은 누구 건가?”

그가 들고 있는 잔은 최광현이 준 것이고, 최광현이 지금 든 잔 은 옆에 놓여 있던 잔이었다.

즉, 술 마시는 사람은 최광현 한 명뿐이었다는 말인데 잔 두 개에 막걸리가 채워져 있었으니 말이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대방이 생각나서 따라 놨습니

다.”

오늘도 참 거짓말이 술술 나오 는 강진이었다. 어쨌든 강진의 말에 아저씨는 최광현이 든 잔을 보다가 자신의 잔을 내밀었다.

“그거 나하고 바꿔 주시겠습니 까?”

“그러시죠.”

최광현이 잔을 건네자, 아저씨 가 잔을 받아 보다가 웃었다.

“대방이한테 술을 올리는 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네요.”

아저씨는 막걸리를 단숨에 마시 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대방이가 나쁘게 살지 는 않았나 봅니다. 아직도 대방 이 기억하면서 이렇게 술 한 잔 따라주는 사람도 있고 말입니 다.”

씁쓸한 얼굴로 작게 중얼거리는 아저씨를 보던 강진이 주전자를 들었다. 그에 아저씨가 웃으며 잔을 들어 막걸리를 받고는 할아 버지가 있던 곳에 잔을 놓았다.

“대방아, 너도 한잔해라.”

잔을 놓은 아저씨가 피식 웃었 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아 들한테 술 한 잔 따라 준 적이 없네.”

아저씨는 잔이 놓인 곳을 지그 시 보았다. 그 시선에 할아버지 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방이 네가 와서 앉아야겠다. 여긴 내 자리가 아닌가 봐.”

할아버지가 일어나자, 장대방이 사양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 사이 아저씨는 강진 이 종이컵에 덜어 준 라면을 후 루룩 먹고 있었다.

“라면에 이것저것 많이 넣은 게 부대찌개라면 같네.”

“그런데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 세요?”

“날씨도 좋아서 공원에 산책 좀 하고 왔지.”

아저씨는 장대방 앞에 놓인 막 걸리를 보며 말을 이었다.

“대방이 수능 끝난 날…… 같이

한잔하고 싶었어. 수능 끝났으면 이제 어른이라고 할 수 있으니 아빠한테 술도 배우고 하면 좋 고. 나도 아들하고 같이 술잔 나 누고도 싶고.”

“나 그때 미성년자인데 술은 무

“근데 수능 끝났다고 친구들하 고 노느라 너무 늦게 들어와서 애 엄마하고 둘이서 반주를 하고 말았지.”

그때가 생각이 나는 듯 피식 웃 은 아저씨는 막걸리가 담긴 양은

그릇을 보며 말했다.

“얼마 뒤에 대방이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 그때도 너하고 소주 한잔하려고 술을 사서 들어왔는 데…… 친구들하고 축하한다고 나갔더라고.”

“엄마가 친구들하고 놀라고 돈 을 줬어.”

“너 대학생 되고 나서는 매일 술 마시고 들어오는데, 아빠하고 술 먹자고 하기도 그렇고……

“말을 하지. 그리고 설날에 한

잔 주지 그랬어. 그때 작은아빠 가 나한테 술 주려고 하니까 아 빠가 말렸잖아.”

장대방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슬 며시 말했다.

“설날에 같이 한잔하시지 그러 셨어요.”

강진의 말에 잠시 멍하니 있던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동생이 대방이도 이제 어른이 니 한잔하라고 부르더군. 근 데…… 아들놈하고 처음으로 하

는 술은 단둘이 의미 있게 하고 싶었어. 그래서 못 마시게 했지. 아들하고 조금은 무게 있는 이야 기를 하면서 한잔하고 싶었거 드 ”

“어떤 이야기요?”

“글쎄…… 아빠로서가 아니라 인생을 먼저 산 남자로서의 이야 기 같은 게 하고 싶었어. 남자로 살면서 조심해야 할 것과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그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 같아.”

“대학생 된 후에 자리 만드시지

그러셨어요.”

장대방이 하고 싶었던 말을 강 진이 대신 해 주자, 아저씨가 쓰 게 웃었다.

“대방이 이 녀석, 먹고 노는 대 학생이랍시고 술을 그렇게 먹고 취해서 오는데 나까지 한잔하자 고 하면 아내한테 등짝 맞게 생 겼더라고. 후!”

아저씨가 작게 웃고는 말했다.

“아내가 아침에 아들 먹을 해장 국 끓이면서 그리 투덜대더라고,

젊을 때는 남편 해장국 끓였는데 늙어서는 아들놈 해장국 끓인다 고.”

“아……

“휴가 나와서는 또 친구들하고 그리 술을 먹느라 같이 한잔하자 고 할 시간이 없었어. 얼굴 볼 시간이라고는 아침밖에 없는데 아침에 술 마시자고는 할 수 없 잖아.”

“아빠, 미안해. 난 아빠 그런 마 음도 모르고.”

장대방은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는 자신과 한잔하 려고 이렇게 몇 년을 기다렸는 데, 자신은 그 한 잔 나눌 시간 도 아버지께 드리지 못한 것이 다.

잠시 있던 강진이 웃으며 장대 방을 보았다. 그리고 눈짓을 하 자, 장대방이 막걸리 잔을 들었 다.

그에 강진이 장대방이 든 막걸 리 잔을 들며 말했다.

“제가 대방이 대신해서 한잔하

겠습니다.”

강진이 잔을 내밀자, 아저씨가 웃으며 잔을 가볍게 맞부딪혔다. 그에 장대방도 서둘러 자신의 잔 을 가져다 댔다.

그렇게 잔을 마주한 아저씨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차 가지고 왔으니 마시지는 않 아도 돼.”

“대리운전이 괜히 있나요. 저 같이 낮술 하는 놈도 있어야 대 리하시는 분들도 돈 버시죠.”

강진은 잔을 입에 가져다 대고 는 꿀꺽꿀꺽 마셨다.

“크으윽!”

강진이 작게 신음을 토하고는 잔을 내려놓자, 이번엔 아저씨가 잔을 입에 가져갔다.

꿀꺽! 꿀꺽!

아저씨도 막걸리를 마시자, 장 대방도 뒤를 이어 막걸리를 마셨 다.

“끄웅!”

작게 신음을 토하는 장대방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먹는 순간 취하는 느낌이네.’

상온에 보관 중이던 술이라 차 가운 술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더 맛이 진하고 텁텁한 느낌이 라고 할까? 소주도 차가운 것보 다 미지근한 소주가 더 알코올 향이 강하고 취기가 빨리 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이 딱 그랬다. 마시는 순간 막걸리의 알코올이 몸에 바로 흡

수되는 그런 느낌…….

그에 강진이 라면을 종이컵에 덜어서는 장대방의 앞에 놓았다.

“후! 그래. 안주도 먹으면서 마 셔야지.”

아저씨가 웃으며 장대방이 있을 곳을 지그시 보다가 핸드폰을 꺼 냈다. 그러고는 화면을 톡톡 두 번 두들기자 배경화면이 떠올랐 다.

배경화면은 가족사진이었다. 잠 시 사진을 보던 아저씨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내 아들…… 이렇게 너무 젊 고…… 잘생겼는데. 이제는…… 내 아들……

핸드폰 사진 속 장대방의 얼굴 을 보며 아저씨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렇게 잠시 사진을 보 던 아저씨가 핸드폰을 장대방이 있는 곳에 세웠다.

“아들, 한잔해.”

자신의 잔을 장대방의 앞에 놓 은 아저씨가 막걸리를 따랐다.

쪼르륵!

그런 아저씨의 모습에 할아버지 가 안쓰럽다는 듯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자네에 비하면 그래도 나는 행 복하고만……. 내 새끼보다는 내 가 먼저 갔으니. 부모가 돼 자식 장례 치르는 것보다 더 가슴 아 픈 일은 없지.”

할아버지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모든 죽음이 다 슬프고 애

잔하지만, 자식의 죽음만큼 가슴 이 아픈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자식이 죽으면 무덤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가 자식 무덤가에서 울기만 할까 봐 말이다.

라면에 막걸리를 마시며 아저씨 는 장대방의 사진을 물끄러미 보 고 있었다.

띠리링! 띠리링!

사진을 보던 아저씨는 전화가

온 것에 쓰게 웃으며 전화를 받 았다.

“여보세요.”

[공원을 몇 바퀴나 도는 거야. 왜 안 들어와?]

스피커 모드를 통해 나오는 조 금은 걸걸한 아주머니의 목소리 에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나 지금 할머니 슈퍼야.”

[거기서 뭐해?]

“당신도 이리 와.”

[왜?]

“일단 나와 봐. 아! 대진이는?“

[대진이는 방에 있어.]

“그럼 같이 와. 아! 올 때 김치 하고 좀 가지고 와.”

[김치?]

“가지고 와.”

그걸로 전화를 끊은 아저씨의 모습에 장대방이 입맛을 다셨다.

“또 혼나려고.”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지금 강진도 얼굴이 살짝 달아올라 있었다. 따뜻한 날씨에 상온의 막걸리를 마시니 술기운 이 금방 올라오는 것이다.

강진의 시선에 장대방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빠는 꼭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 버리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그러지 말라고 그렇게 화를 내 도…… 늘 혼나고 말더라고요. 엄마 또 화나서 오겠네요.”

말을 하며 장대방이 한쪽에 있

는 빌라를 보았다.

“크윽! 좋다.”

장대방이 걱정하는 사이, 기분 좋은 얼굴로 막걸리를 마신 아저 씨가 참치를 집어 입에 넣고는 주전자를 잡다가 웃었다.

“막걸리가 다 떨어졌네.”

“제가 따를게요.”

강진이 주전자 뚜껑을 열고는 막걸리를 부었다. 막걸리를 부우 며 슬쩍 손가락을 병 입구에 댔 다.

사람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지 금은 귀신들도 같이 마시니 말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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