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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889화 (887/1,050)

889화

태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는 최향미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럼 오늘 식사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오늘 메뉴가 순두부찌개하고 고기볶음 정식이죠? 그거 일 인 분씩 주세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에 게 주문을 넣었다.

“순두부찌 개 하고 고기볶음 정 식

“ 알았다.”

배용수가 바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자, 강진이 시원한 오미자 차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나도 뭐 좀 줘.”

오종철이 주방에 들어와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냉장고에서 초코과자를 꺼냈다.

“초코과자 어떠세요?”

“입에 들어갈 수 있으면 뭐든 좋지. 저승 음식이야?”

포장지에 그려진 혓바닥 그림을 보며 오종철이 묻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맛있더라고요.”

“좋네.”

웃으며 오종철이 손을 내밀자, 강진이 초코과자를 내밀었다.

“그런데 오늘은 지민 씨 친구분 하고 같이 오셨네요?”

“우리 딸 친구이자 제자야.”

“제자요?”

강진의 물음에 오종철이 과자 봉투를 보며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앞이 안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지민이처럼 멀쩡히 보다가 어느 날 안 보이 는 사람들도 있어.”

오종철은 초코과자를 뜯어 입에 넣으며 홀을 보았다.

“향미도 우리 딸처럼 원래는 앞 을 보다가 사고로 시력을 잃었

어.”

“그렇군요.”

“그래서 지민이가 향미한테 이 런저런 도움이 되는 것을 이야기 해 주고 가르쳐 줬어. 원래 안 보이던 사람과 보이다가 안 보이 던 사람은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다르니까.”

“그렇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종 철을 보았다.

“아저씨는 음식 뭐 해 드릴까

요?”

“딸이 먹는 걸로 줘. 아! 옆에 차려 주면 더 좋고.”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식탁에 차려 드릴 테니 같이 드세요.”

“오케이.”

말을 하며 오종철이 홀로 나가 려 하자, 강진이 급히 그를 잡았 다.

“과자 들고 어디를 가세요.”

“아차! 미안, 미안.”

귀신인 그는 안 보여도 과자는 보이니 급히 저지한 것이다.

물론 두 아가씨의 눈이 보이지 않아 들고 나가도 문제가 없었지 만, 혹시라도 문을 열고 다른 손 님이 들어오면 큰일이 나는 것이 다.

오종철이 초코과자를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은 홀로 나와서는 가게 문을 잠갔다.

찰칵!

그러고는 강진이 오종철에게 눈 짓을 하자 그가 웃으며 홀로 나 왔다.

와사삭! 와삭!

과자를 씹으며 홀에 나온 오종 철을 지순이가 올려다보았다.

헥 헥 헥!

지순이가 먹고 싶다는 듯 보자, 오종철이 웃으며 말했다.

“아빠가 먹으니 너도 먹고 싶

어? 그런데 안 도H. 이건 초코과 자라서 네가 못 먹어. 지순이한 테 초코는 몸에 아주 나쁜 거 야.”

오종철의 말에 지순이의 귀가 아래로 축 처졌다. 그것을 보고 오종철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처럼 내가 살아있을 때 식 사 시간만 되면 내 옆에 착 하니 앉아서 빤히 쳐다봤지. 고기 먹 을 때 무릎에 고기 하나 올려놓 고 ‘기다려’ 하면 그것만 빤히 쳐 다보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여자에게 다가갔다.

“음식은 곧 나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오지민의 답에 최향미가 오미자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오미자차가 맛이 좋네요.”

“식사하기 전에 드시면 입맛도 돌고 좋습니다. 그런데 친구분하 고 같이 오신 걸 보면 오늘은 어

디 다녀오시는 길이세요?”

강진의 물음에 오지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향미하고 오늘 보기로 했거든 요. 저희도 가끔 친구 만나서 이 야기도 하고 바람도 쐬고 해요.”

“그러시군요. 그래서 오늘은 어 디 다녀오셨어요?”

질문을 하던 강진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 혹시 제가 말을 거는 것이 불편하시면 이야기 안 하셔도 됩

니다. 그냥 혼자보다 둘이 오신 것이 기분 좋아서 여쭤본 겁니 다.”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좋은 의도로 묻는 거 다 알아요.”

오지민은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곤 말했다.

“오늘 밥 먹으러 온 것도 있지 만 사장님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서 왔거든요. 그래서 오늘 여기

서 만나기로 한 거고 목적은 사 장님과의 담소와 맛있는 밥이에 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오셨습니다.”

“그 리고 여기처럼 애들 데리고 와도 반갑게 맞이해주는 곳이 별 로 없거든요.”

“그래도 없지는 않지.”

최향미의 말에 오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생각보다 좋은 분들도 많아.”

거절을 당하기도 하지만, 허락 을 해 주는 식당 주인들은 모두 아주 친절하고 반갑게 맞이해 주 었다.

게다가 일부 손님이 항의를 하 면 내 자식 일처럼 나서 주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오지민이 나 최향미도 밥을 먹으러 나올 결심과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거절만 당했다면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날 용기도 사라졌을 것이었다.

“게다가 음식도 맛있고요. 그래 서 제 친구에게도 여기 소개해 주고 싶었어요.”

“이거 지민 씨가 손님 한 명을 소개해 준 거네요.”

“그러니 앞으로 제 친구에게 잘 해 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두 분 을 포함한 어떠한 손님에게도 잘

해 드립니다.”

강진이 웃으며 답하자, 오지민 또한 웃으며 말했다.

“밥 먹고 전에 간 공원에도 가 려고요.”

“오늘 날씨 좀 뜨거운데.”

“여름이니까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하긴, 여름에 뜨거운 것이 당 연하네요.”

“뜨겁다고 집에만 있을 수 없잖

아요. 그리고 저희처럼 집에 오 래 있는 사람들은 따스한 햇살도 자주 맞아 줘야 해요.”

“하긴, 덥고 춥다고 집에만 있 을 수는 없죠.”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생각을 해 보니 비 오고 추운 날보다는 햇살 뜨거워도 화창한 날이 더 나을 것 같네요.”

“맞아요. 비 오는 날은…… 으! 꼼짝 마라죠.”

오지민이 하는 말에 강진이 그 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인도 비 오는 날은 나가기 싫을 테지만, 앞이 안 보이는 사 람은 비 오는 날이 더 힘들 것이 다.

일단 빗소리에 주변 소리가 묻 히다 보니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부딪힐 수 있고, 사람들의 우산 을 피하기도 어려울 테니 말이 다.

“그럼 공원 저도 같이 가도 될 까요?”

“안 바쁘세요?”

“저도 쉬면서 해야죠.”

“그래도 저희 때문에 시간 내시 는 건……

“그런 생각 마세요. 그리고 사 실.... ”

강진은 웃으며 지순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 분 때문이 아니라 이 두 아 이 때문에 같이 가고 싶네요.”

“지순이요?

“지순이하고 태호요. 제가 강아 지를 좋아하는데 식당을 하다 보 니 아이들을 데려다 키울 수가 없거든요. 이렇게 애들하고 있으 니 기분이 좋고 힐링되는 것 같 습니다.”

강진은 지순이 볼을 만지며 말 을 이었다.

“식사 다 하시면 제가 시원한 아이스커피 드릴 테니 그거 가지 고 공원 가서 바람 쐬고 애들 볼 일도 많이 보게 하시죠.”

“그럼 저희야 좋죠.”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지순이 얼굴을 마저 쓰다듬다가 미소를 지었다. 지순이 눈썹에 은색 털들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 었던 것이다.

‘너도 영물이 되어가는 거야? 소설 속 영물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던데……. 너도 영물이 돼서 언니하고 오래오래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오지 민을 보았다.

“제가 준 사료 다 먹었죠?”

“네. 얘가 사장님이 준 사료를 엄청 잘 먹어요.”

전에 강진이 사료를 검은 봉투 에 따로 담아서 준 것이다. JS 사료로 말이다.

“그런데 그 브랜드가 어디예요? 제가 시켜서 먹이려고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건 사람이 시킬 수 있는 것 이 아닌데.’

JS 사료이니 말이다. 그에 속으 로 웃으며 강진이 말했다.

“그건 제가 만드는 거라 살 수 는 없어요.”

“사료를 만드셨다고요?”

“공원에 사는 애들이 몸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제가 몸에 좋은 걸로 좀 만들었습니다. 물론 강 아지 몸에 좋은 것만 들어간 건 강식이에요.”

“그래서 순이가 그렇게 맛있게 먹었나 봐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배용수가 외쳤다.

“밥 다 됐어!”

그에 주방에 들어간 강진은 지 순이를 만진 손을 씻었다. 지순 이가 더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동물 만진 손으로 손님 음식을 낼 수 없으니 말이다.

손을 씻은 강진은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다시 홀로 나왔다.

음식들을 조심히 세팅을 하고 오지민의 옆에 오종철의 밥을 놓 은 강진은 음식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강진의 말에 최향미가 말했다.

“저…… 음식 사진 좀 찍어 주 시겠어요?”

최향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지민 씨는 다 먹은 음식 사진 찍던데 향미 씨는 먹기 전 사진 을 찍으시네요?”

“엄마가 음식 사진 찍어 보내는 거 좋아해서요.”

“딸이 밖에서 뭐 먹는지 궁금하 신가 보네요. 주세요.”

최향미는 핸드폰을 꺼내 내밀었 다. 손의 위치가 자신이 있는 쪽 이 아니었지만, 강진은 웃으며 핸드폰을 받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려 할 때, 오종철이 말했다.

“음식만 나오게 찍어.”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말했다.

“음식만 나오게 찍으면 됩니까?

아니면 두 분도 나오게 찍어드릴 까요?”

강진의 말에 최향미가 아차 하 고는 말했다.

“음식만 찍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옆에 과자 드 시는 분 계신가요?”

최향미의 말에 오종철이 놀라 급히 먹던 것을 삼켰다.

“저희 애들 귀엽다고 과자 주시

면 안 돼요. 그게 조금 걱정이 되어서요.”

최향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직원도 사람이 먹는 과자 동물 먹이면 안 되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최향미가 웃는 것을 보던 강진 은 음식 사진을 찍은 뒤 핸드폰 을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최향미가 핸드폰을 받자, 강진 이 말했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 리고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언제 든 말씀해 주시고요.”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오 종철이 과자 봉지를 들고는 따라 들어왔다.

“깜짝 놀랐네.”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자신 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 것 에 상당히 놀란 듯했다. 그런 오

종철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보이지 않는 것만 생각했지, 들리는 건 생각을 못 했네요.”

“그러게 말이야.”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다가 문득 홀을 보았다.

“그런데 왜 음식 사진만 찍어 요? 친구하고 같이 밥 먹는 거 찍어서 보내 주면 아주머니 좋아 하실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오종철이 웃으며

말했다.

“친 엄마가 아니야. 아니.. 그

냥 얼굴도 모르는 생판 남이지.”

“얼굴도 모르는 남요?”

얼굴도 모르는 남을 엄마라고 부르며 음식 사진을 찍어서 보낸 다니 무슨 말인가 싶었다.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오 종철이 말했다.

“향미가 눈 다치기 전에는 번역

쪽 일을 했어.”

“번역요?”

“외국 책 번역도 하고, 외국 드 라마도 번역하고…… 처음에는 외국 책이나 드라마 자기가 보려 고 했는데 하다 보니 재미가 있 어서 진로가 된 거지.”

“그렇군요.”

“그러다가 눈 다쳐서 일을 접었 는데, 드라마나 영화 번역은 대 사 들으면서 할 수 있는 거잖 아.”

“그렇죠.”

“그래서 그 일을 다시 시작했 어. 그런데 핸드폰 하나로 일과 사적인 통화를 해야 하니 불편했 는지 핸드폰을 하나 더 개통했 어.”

“하긴, 요즘은 사적인 핸드폰과 일할 때 쓰는 핸드폰을 따로 쓰 시는 분들 많으니까요.”

물론 한 대로 다 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따로 쓰면 좋기는 할 것이다. 전화 오 는 것을 구분할 수 있을 테니 말 이다.

강진의 말에 오종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핸드폰 한 대 더 개통 을 했는데…… 어느 날 문자가 한 통 오더래. 잘 지내냐고,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냐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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