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91화 (889/1,050)

891 화

태호가 볼일을 보고 싶어 한다 는 것을 안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제가 데리고 가서 볼일 보게 할게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희 가게 뒤편에 인적 없는 곳 있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태호를 보았

다.

“태호야, 가자.”

강진의 말에 태호가 최향미를 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장님하고 가서 볼일 보 고 와.”

최향미의 말에 태호가 엉덩이를 떼자, 강진이 지순이를 보았다.

“지순이 너도 가서 볼일 보자.”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순이도 동생하고 같이 볼일 보고 와.”

오지민의 말에 지순이가 엉덩이 를 바닥에서 뗄 때, 최향미가 말 했다.

“그러지는 않을 건데 혹시 애가 큰 거 보면요.”

최향미가 목줄 손잡이를 가리켰 다.

“여기에 배변 봉투 있어요.”

지순이의 하네스 옆에 배변 봉 투 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이 봉투로 어떻게 치우 세요?”

애가 볼일을 봐도 그게 보여야 담아서 치울 테니 말이다. 강진 의 질문에 최향미가 웃다가 말했 다.

“오늘은 정말 특이한 경우고요. 보통은 밖에서 볼일을 잘 안 봐 요. 그래서 집에 오면 후다닥 볼 일부터 봐요.”

“그렇겠죠.”

“혹시 해서 봉투 말하기는 했는 데 큰 건 안 볼 거예요.”

아무래도 사람들 사이를 오고 가야 하니 볼일 보고 싶다고 아 무데서나 큰일을 보지는 않을 것 이다.

강아지한테는 미안하지만, 자리 를 비우는 순간 주인이 위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애들 볼일부터 보게 해.”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두 사람

을 보며 말했다.

“그럼 애들 볼일 보게 하고 올 게요. 식사하세요.”

강진은 두 강아지를 데리고 뒷 문으로 나왔다. 그러곤 구석진 곳으로 가자 아이들이 알아서 볼 일을 보기 시작했다.

두 마리 다 큰 것을 보지는 않 아서 배변 봉투를 꺼낼 일은 없 었다.

볼일을 본 지순이 머리를 오종 철이 쓰다듬는 것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배변 봉투를 가지고 있 는 건 치운다는 건데…… 눈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치우는 거예 요?”

강진의 물음에 오종철이 피식 웃었다.

“아까 향미가 말한 것처럼 애들 은 밖에서 일을 잘 안 봐. 그리 고 밖으로 나갈 일 있으면 미리 소변이나 대변 같은 거 보게 해 서 데리고 나와.”

그러고는 오종철이 강진을 보았 다.

“애들도 생명이라 가끔 급할 때 가 있기는 하지. 그래도 다행히 밖에서는 큰일을 잘 안 봐. 애들 도 아는 거지. 자기가 밖에서 볼 일 보면 주인이 힘들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계속 참고 또 참 다가 집에서 볼일을 보는 거야. 그래도 사람이나 동물이나 급똥 마려울 때는 애들도 어쩔 수 없 는 거지.”

웃으며 오종철이 지순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배변 봉 투를 챙겨 다니는 거야. 혹시라 도 애들이 큰 걸 보면 치워야 하 니까.”

조금 크게 짖으며 오종철의 손 길을 즐기는 지순이를 보던 강진 이 태호를 보았다. 볼일을 보고 나서 그런지 태호의 얼굴이 무척 이나 밝아 보였다.

물론 아까나 지금이나 웃는 얼

굴이기는 했지만…….

‘애는 참 얼굴이 웃상이네.’

강진이 태호를 볼 때, 오종철이 말했다.

“자네도 몸 관리 잘해.”

“네?”

“요즘 어떤 젊은이들은 오늘만 살 것처럼 마음껏 마시고, 놀면 서 몸 상하게 하는데 적당히 금 주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살아.”

입맛을 다신 오종철이 하늘을

보며 말했다.

“오늘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삶이라…… 오늘만 있는 것 처럼 살다가 오늘 안 죽으면 나 중에 남는 건 골골거리는 몸하고 배고프다고 우는 애들밖에 없거 든. 오늘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 면 내일 더 좋은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건강 챙기면서 열심히 살아야지.”

“맞는 말씀이네요.”

“몸이라는 게 건강할 때는 있으 나 없으나 한 것 같지만 사지 육

신,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라 도 없으면 참 불편한 게 한두 개 가 아니거든. 그러니 있을 때 잘 해.”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너무 나 때는 말이야 같은 말 이었나?”

자신이 너무 꼰대 마인드로 말 을 했나 싶어 웃는 오종철을 보 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저씨 하신 말씀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관통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

“있을 때 잘 해라…… 맞는 말 이잖아요.”

강진은 태호에게 주먹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했다.

킁! 킁!

지순이야 자주 보고 쓰다듬기도 했지만, 태호는 오늘 처음 보니 친해지게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이 다.

태호가 자신의 손 냄새를 맡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부모님도 계실 때 잘 해야 하 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때 잘 해야 하고…… 뭐든지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잘 해 주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나중에 후회하 지 않게요.”

“하!”

강진의 말에 오종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야.

뭐든지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이 었어. 부모님과 건강은 당연한 거고……

오종철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 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없지?”

물음이 아닌 확신에 가까운 말 에 강진이 가슴을 손으로 문질렀 다.

“아픈데요.”

“왜,어디 아파?”

“아뇨. 마음이요. 방금 푸욱! 하 고 들어왔어요.”

강진의 말에 오종철이 싱긋 웃 으며 말했다.

“연애도 젊을 때 해야 해. 나이 먹고 하면 그건 연애가 아니라 결혼을 전제로 하게 돼서 사랑도 자유롭지 않더라고.”

“제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분이 오시겠죠.”

“좋은 말이네. 보통은 좋은 사 람 생기면 그때 해야죠, 하는데

자기가 먼저 되려고 하네.”

“제가 안 좋은 사람인데 좋은 사람 만나기 바라면 안 되죠.”

“그런데 자네 정도면 좋은 거 아닌가?”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저와 친한 아저씨

생각이고요.”

강진은 지순이와 태호의 목줄을 잡고는 말했다.

“들어가자.”

가게 안으로 들어온 강진이 아 이들을 놓자, 아이들이 바로 오 지민과 최향미 옆에 가서는 척하 니 앉았다.

“혹시 애들 큰 거 봤어요?”

걱정스럽게 묻는 최향미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작은 것만 봤습니다.”

“다행이네요.”

“다행은요. 볼일 보면 치우면

되는 걸요. 음식 더 필요한 거 있으세요?”

“아니요. 정말 맛있게 먹고 있 어요.”

두 여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음식을 한 번 살피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강진이 주방에 들어오자 이혜미 가 주방 입구에 서서는 홀을 살 폈다. 혹시라도 두 손님이 필요 로 하는 것이 있으면 강진에게 바로 말을 해 주려고 말이다.

강진과 두 여인은 공원의 정자 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되게 시원하네 요.”

오지민의 말에 최향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아까는 되게 더웠는 데…… 신기하다.”

두 여자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웃으며 주위를 보았다.

주위에는 강진의 가게에서 일하 는 귀신 직원들과 오종철이 있었 다. 그래서 시원한 것이다. 귀신 들이 모여 있으니 말이다.

‘시원하면 된 거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문득 귀신 직원들을 보았다. 그들은 햇살을 받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 었다.

‘이분들 없었으면 여름에 전기 료도 장난 아니었겠어.’

그렇게 생각하던 강진은 옆에

놓아둔 커피를 들어 마셨다. 아 메리카노의 조금은 쓴맛을 즐기 며 강진이 말했다.

“나오니 좋으세요?”

“좋네요.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가 다른 것 같아요.”

“주위에 나무하고 잔디, 그리고 꽃 같은 것들이 많아서 그럴 거 예요.”

“꽃 향까지는 몰라도 나무 향은 나는 것 같아요.”

미소를 짓는 최향미를 보던 강

진의 눈에 한쪽에서 달려오는 세 마리 개들이 보였다. 전에 오지 민이 왔을 때 다가왔던 강아지들 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지민 씨 친구들 오네요.”

“ 친구요?”

“전에 놀러 왔던 강아지들요.”

“그래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 얘들아.”

“오른쪽이에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웃으며 오른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 얘들아.”

멍! 멍!

오지민이 아는 척을 하자, 그녀 에게 유난히 친근하게 붙어 있던 강아지가 뛰어와서는 그녀의 발 에 머리를 비볐다.

“어머!”

자신의 발에 닿는 감각에 오지 민이 웃으며 강아지의 머리를 손 으로 더듬어 만졌다.

“언니 기억하고 있었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오지민 의 손길에 강아지가 기분이 좋은 듯 짖었다.

멍! 멍!

우렁찬 울음에 오지민이 크게 웃었다. 그런 오지민을 보던 강 진은 자신에게 와서 친밀함을 드 러내는 다른 애들을 보았다.

“너희 요즘도 다른 애들 괴롭히 고 그러는 거 아니지?”

멍.

“그래. 사이좋게 지내야 해. 싸 우고 그러면 혼나.”

헥 헥 헥 I

자신의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 를 끄덕이는 강아지들을 보며 강 진이 말했다.

“너희는 건강하니까 배고프고 힘 약한 애들 좀 더 챙겨줘. 힘 있는 애들이 약한 애들 챙겨 줘

야 하는 거야.”

멍!

강진이 크게 짖는 강아지를 볼 때, 최향미가 말했다.

“얘들이 이 근처에서 제일 센 강아지들이 에요?”

최향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강아지들을 보았다.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되 는 거죠.”

강진의 말에 최향미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웃었다.

“선문답 좋아하세요?”

강진이 하는 말이 마치 스님들 이 하는 그런 말처럼 들린 것이 다.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되 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스 님들은 그런 말에 의미를 담으니 말이다.

마치 영원한 것은 없으니 힘 있 고 권력 있을 때 잘 하라는 것처 럼 말이다.

“그런 건 아니고요.”

강진은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으 며 말했다.

“강아지들도 그들만의 서열이 있더라고요.”

“원래 강아지들은 서열 생활을 하니까요. 어릴 때 친구 집에서 강아지를 키웠는데, 강아지가 아 빠를 서열 제일 밑으로 인식을 했는지 깔보더라고요.”

“그래도 가족으로는 인식을 하 겠죠.”

“그건 그렇죠.”

“얘들 몸이 약해서 사료도 가장 나중에 먹고는 했는데…… 건강 해지더니 순식간에 대장이 되더 라고요. 그러고는 자기 괴롭히던 애들 못살게 굴고. 얘들도 복수 를 하더라고요.”

말을 하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당한 것도 있고 해서 그냥 뒀는데 나중에는 그러지 말 라고 했죠.”

“그래서 다음부터는 그 애들 안 괴롭혀요?”

“밥도 다 같이 먹더라고요.”

“어머…… 말을 했다고 그렇게 하고 애들이 사람 말을 정말 잘 알아듣네요.”

“애들 정말 똑똑해요.”

“봤으면 좋겠다.”

씁쓸한 목소리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최향미는 눈이 보이다가 안 보여서 보는 것에 대한 그런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웃으며 강아지들 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는 최향미에게 강진이 말 했다.

“손 한 번 내밀어 보세요.”

강진의 말에 최향미가 슬며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강아지 한 마리가 그 손에 머리를 가져 다 댔다.

“정말 똑똑하네요.”

자신의 손에 바로 머리를 대는 강아지를 쓰다듬던 최향미가 물 었다.

“이름이 뭐예요?”

최향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름 안 지어줬어요.”

“왜요?”

유기견이라고 해도 밥을 주다 보면 친해지고, 친해지면 이름을 부르게 되는데 부를 이름이 있어 야 하니 말이다.

의아해하는 최향미를 보던 강진 이 웃으며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 었다.

“이름을 부르면 이 아이가 저를 너무 좋아할까 봐서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