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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896화 (894/1,050)

896화

손님들을 살피던 강진은 주방 뒷문으로 나왔다. 그리고 잠시 있자 택시가 골목으로 천천히 들 어왔다.

사람들을 조심히 살피며 다가오 는 택시를 보고 강진이 손을 흔 들었다.

“여기요.”

그에 택시가 천천히 와서는 푸 드 트럭 옆에 차를 바짝 가져다

댔다. 뒤이어 조수석 문이 열리 더니 택시 기사가 내렸다.

“다음에도 이렇게 오세요.”

“알겠습니다.”

“들어......"

들어오라고 말을 하려던 강진이 급히 말을 바꿨다.

“여기 뒷문이 주방과 연결이 되 어 있어서요. 죄송한데 이쪽으로 해서 앞문으로 들어와 주시겠어 요?”

“하긴, 외부인이 주방에 들어가 면 위생 문제가 있죠.”

“선생님이 위생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닙니다.”

강진이 급히 손을 저으며 하는 말에 아저씨가 웃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앞으로 해서 들어갈게요.”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한쪽을 가리켰다.

“여기 옆 건물 골목으로 나가시 면 거리입니다.”

“알겠습니다.”

아저씨가 골목으로 나가자, 강 진이 한숨을 쉬고는 뒷문으로 들 어갔다.

사실 뒷문으로 들어가도 되지만 주방이 보이니 못 들어오게 한 것이다. 주방에선 배용수가 음식 을 하고 여직원들이 핸드폰을 보 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처음이 힘들지, 두 번은 쉬운 법이다. 이번에 같이 뒷문 으로 들어가면 다음에도 뒷문으 로 들어올 수 있으니 그것을 방

지한 것이다.

혹시라도 아무 생각 없이 뒷문 으로 들어왔다가 주방을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저씨가 말한 대로 위 생 문제도 있었다.

다 깨끗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식당 주방은 더 청결을 중시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식당 주방에 는 외부인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 는 것이고 말이다.

뒷문으로 들어간 강진은 손님들

을 살피고는 정문을 보았다. 곧 그 문이 열리며 아저씨와 아주머 니 귀신이 들어왔다.

“편하신 곳에 앉으세요.”

“그럼 저는 여기에 앉겠습니 다.”

아저씨가 자리를 가리키고는 말 했다.

“여기 화장실이?”

“저쪽입니다.”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 손 좀 씻고 오겠습니 다.”

“그러세요.”

아저씨가 화장실로 가자 강진이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그녀는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방에서 나오는 직원 귀신들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여기서 이렇게 만나니 좋네 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에 아주머니 귀신이 천천히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리가 살짝 불편한 듯 좀 끌며 가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안쓰러움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아주머니가 주방에 들어가 귀신 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때, 손님들이 일어났다.

“사장님 잘 먹고 갑니다.”

손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맛있게 드셨어요?”

“늘 맛있게 먹죠. 여기 돈 넣을 게요.”

아크릴 통에 돈을 넣은 손님이 강진에게 슬며시 말했다.

“저기 계신 분 L그룹 오택문 회 장님 아닙니까?”

오택문 얼굴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더 많 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한두 번은 봤 을 법한 유명인이었다.

손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대 답했다.

“글쎄요. 저는 그냥 손님으로만 알아서 요.”

강진의 말에 무슨 말인지 알겠 다는 듯 손님이 고개를 끄덕였 다.

“아!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손님이 웃으며 강진에 게 말했다.

“사장님 집이 맛집은 맛집인 모 양입니다. 저런 분도 식사하러 오시고요.”

“다들 맛있게 드셔 주시니 감사 할 뿐입니다.”

“그럼 또 올게요.”

“안녕히 가세요.”

손님들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그들이 먹던 자리를 정리하기 시 작했다.

그릇들을 정리해 주방으로 옮긴 강진은 귀신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뭐라도 좀 드리지?”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이따가 아저씨 먹을 때 같이 드시겠대요.”

“왜요?”

강진이 보자, 아주머니가 웃으 며 말했다.

“혼자 먹으면 심심하잖아요.”

아주머니는 홀을 보며 말을 덧

붙였다.

“식탁에 밥만 한 그릇 더 놔 주 세요.”

“밥을 옆에 한 그릇 더 가져다 놓으면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

“아…… 그것도 그러네요.”

아주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 다.

“귀신이 식사를 하는 곳이라고 해서 먹을 수 있다고만 생각을 했네요.”

아주머니가 아쉽다는 듯 하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이런 경우 많이 겪어 봐서 괜 찮습니다. 제가 슬쩍 한 그릇 미 리 서비스로 드리는 거라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 안 하실 겁니다.”

“그럼 다행이에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주방 벽을 보았다.

“그런데 아저씨가 늦게 나오네 요.”

“일 보시나 보지.”

배용수의 말에 아주머니가 고개 를 저었다.

“세수하고 양치하고 있을 거예 요.”

“세수하고 양치요?”

손을 씻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 는데 양치에 세수까지 한다니 의 아한 것이다.

“하루 종일 차에 있다 보면 얼 굴에 기름도 끼고 입에서 냄새도 나고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씻 을 수 있을 때 얼굴도 씻고, 양

치도 자주 하라고 했어요.”

말을 하던 아주머니가 웃었다.

“저 살아 있을 때는 그렇게 얼 굴에 기름 질질 흘리고 다니더 니…… 죽고 나니까 씻을 때만 있으면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네 요. 심지어 지금은 손수건도 들 고 다니더라고요.”

“손수건요?”

“사장님은 손수건 들고 다녀 요?”

“아뇨.”

“그럼 손에 물 묻으면 어떻게 해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배용수 몸에 손을 닦는 시늉을 했다.

“이게.”

배용수가 눈을 찡그리며 몸을 피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보통 옷에 닦죠.”

“보통 남자들은 다 그러죠. 그 래도 손수건 가지고 다니라고 했 어요. 옷에 물 묻히고 다니면 그

게 또 보기 싫거든요. 그런데 지 금은 우리 남편 말 안 해도 알아 서 손수건 챙겨서 일 나가요.”

기분 좋다는 듯 미소를 짓는 아 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이런 말 좀 그렇지만…… 철드 셨네요.”

“그러게요.”

아주머니가 기분 좋게 웃는 것 을 볼 때,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저씨가 나왔

다.

그는 손수건으로 손과 목에 흐 르는 물을 닦으며 자리로 가고 있었다. 그런 아저씨를 보던 강 진이 그에게 다가갔다.

“오늘 날씨가 덥지요?”

“차에서 에어컨 틀어 놓고 달리 면 더운 줄 모르죠.”

웃으며 아저씨가 손수건을 접어 옆에 놓고는 휴대용 칫솔 케이스 도 그 위에 올려놨다.

“후우!”

가볍게 숨을 토한 아저씨는 물 을 마시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메뉴를 적어 놓은 아크릴 판을 보더니 아저씨가 웃으며 말 했다.

“먹고 싶은 음식을 해 주신다고 적혀 있네요.”

“점심에는 정해진 메뉴로 하는 데 저녁에는 손님이 드시고 싶은 음식을 해 드립니다. 다만 특이 한 식재로 만들어야 하는 음식은 재료가 없어서 좀 어렵습니다.”

“아까 태운 아가씨들한테 들었

습니다.”

웃으며 아저씨가 메뉴판을 보다 가 말했다.

“그럼 혹시 멸치 김치찜 됩니 까?”

“됩니다.”

“그럼 그걸로 좀 주시겠습니까? 아! 계란 프라이도 되나요?”

“물론이죠. 계란 프라이는 서비 스로 드릴게요.”

“그러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계란 프라이는 어떤 스타일로 해 드릴까요?”

“그냥 되는 대로 주세요.”

“계란 프라이가 간단해 보여도 좋아하는 스타일도 다 제각각이 더라고요. 어떤 분은 앞뒤로 바 짝 굽는 거 좋아하시는 분도 있 고, 어떤 분은 수란처럼 부드럽 게 익히시는 거 좋아하는 분도 있고요. 이왕이면 좋아하시는 스 타일대로 해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그를 보 다가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들이 추천해 준 이유가 있네요.”

“손님이 최대한 맛있게 드셨으 면 하는 마음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계란 익히다 가 한 번 휙 뒤집어서 그대로 주 세요.”

“한 번 휙 뒤집어서 드리는 거 면 반숙으로 드시겠네요.”

계란 프라이를 익히다가 뒤집어 서 바로 내면 앞면이 살짝만 익 고 속은 덜 익으니 말이다.

“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멸치 김치찜 김치 익힘은 어느 정도로 해 드릴까요?”

“흐물흐물하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김치가 익을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립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아저씨의 답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

어갔다.

“멸치 김치찜. 김치는 흐물흐물 하게.”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었 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시켰 네요.”

“그러세요?”

“오늘 저 사람이 맛있는 거 먹 으러 가자고 하더니…… 내가 좋 아하는 음식 시켰네요.”

아주머니가 기분 좋게 웃으며 홀을 보는 것에 배용수가 말했 다.

“멸치 김치찜 아주머니가 좋아 하는 음식이면 자주 해 드셨나 보네요?”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꺼내서 먹어도 맛있잖아요. 그래서 한 번 하면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이삼일 동안 먹었던 것 같아요.”

“이삼일이나요?”

“집에서 밥을 아침밖에 안 먹으

니 한번 하면 여러 날 먹게 되 더라고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배용수가 말했다.

“뭐 특별한 레시피 있으세요?”

“레시피? 아! 요리하는 방법 요?”

“네.”

“별거 없어요. 그냥 멸치 육수 내서 김치 넣고 푸욱 끓이는 거 죠. 아! 다시다 조금 넣고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어머니 손맛의 완성은 다 시다죠.”

강진은 배용수를 보았다.

“시작.”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냉장고에 서 멸치 육수 만들어 놓은 것을 꺼내 냄비에 넣고는 거기에 꽁다 리만 자른 김치를 통째로 넣은 뒤 끓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팬에서 익

고 있는 고기와 돼지껍데기들을 보았다.

“이건 다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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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은 접시에 고추장 삼겹살과 돼지껍데기, 그리고 닭발을 담았 다.

그 사이 배용수가 따뜻한 계란 말이를 썰어 담고, 계란찜이 익 어가는 뚝배기를 보았다. 그 뚝 배기 위에는 또 뚝배기 하나가 뚜껑처럼 뒤집혀 있었다.

행주로 위에 있는 뚝배기를 조 심히 들어 올리자 당근과 파로 색감을 낸 활화산 계란찜이 모습 을 드러냈다.

배용수가 계란찜이 담긴 뚝배기 를 쟁반에 올리자, 강진이 그것 을 들고는 홀로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이 웃으며 음식들을 놓자, 이강혜가 웃으며 고추장 삼겹살 구이와 김밥을 보았다.

“추천 메뉴가 이거구나.”

“누나 좋아하시잖아요.”

“맛있으니까. 끼니도 되고.”

이강혜는 웃으며 오택문을 보았 다.

“이건 전주에서 먹는 음식이에 요. 이걸……

이강혜는 상추를 집어 그 위에 살짝 겉이 탄 흔적이 있는 고추 장 삼겹살을 올렸다. 그리고 그 위에 김밥을 올려서는 오택문에 게 내밀었다.

“이렇게 드시는 거예요.”

“김밥을 상추에 싸 먹는 거니?”

“네. 드셔 보세요.”

이강혜의 말에 오택문이 손을 내밀어 쌈을 받으려 하자, 오혁 이 웃었다.

“쌈은 손으로 받는 게 아니라 입으로 받아야죠. 아 하세요. 아.”

오혁의 말에 오택문이 잠시 있 다가 입을 벌리자, 이강혜가 웃 으며 그의 입에 상추쌈을 넣었 다.

상추쌈을 받아먹은 오택문은 티 슈를 꺼내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쌈을 씹었다. 그러더니 작게 웃으며 말했다.

“처음이구나.”

“저도 상추에 밥 대신 김밥 넣 어서 먹는 건 처음이라 신기했어 요. 그런데 맛이 좋아요. 김밥에 별로 들어간 것도 없는데 말이에 요.”

이강혜가 웃으며 김밥을 들어 보이자, 오택문이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이 아니다.”

그에 이강혜가 의아해하자, 오 택문이 웃었다.

“자식들이 내 입에 상추쌈을 넣 어 준 것이 말이다. 어릴 때 어 머니가 내 입에 상추쌈을 넣어 준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구 나.”

“영감님 이런 거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제가 좀 해 드릴 것을 그랬네요.”

오혁은 상추에 고기와 김밥을

올리고는 마늘도 하나 올렸다.

“고추도 올려 드려요?”

“그래.”

오혁이 고추도 하나 올려서는 손을 내밀었다.

“아 하세요.”

오혁의 말에 오택문이 피식 웃 고는 입을 벌려서 상추쌈을 받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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