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3 화
“누나 온다.”
배용수의 말에 팔굽혀 펴기를 하던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오혁과 이강혜가 다가오 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다시 고개를 숙여 서는 팔굽혀 펴기를 했다. 일단 하던 건 마저 하려고 말이다. 그 렇게 여섯 개를 하고 강진이 일 어나자, 배용수가 웃었다.
“열 개, 아홈 개, 여덟 개, 이제 는 여섯 개네. 일곱 개 해야 하 는 거 아니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오랜만에 해서 그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 었다.
“앞으로 너한테는 무거운 거 들 라고 하면 안 되겠다. 이렇게 허 약해서 어떻게 하냐? 장어라도 구워 줘?”
장어라는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장어란 힘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체력 떨어진 사람에게 권하는 음식이기도 하니 말이다.
“진짜 오랜만에 해서 그래. 나 현장 있을 때는 이십 킬로짜리 포대를 세 개 지고 오 층 계단을 오르고 그랬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나 현장에 있을 때는 팔십 킬 로 쌀 포대 들고 주방을 뛰어다 녔다.”
“거짓말하네.”
“진짜야. 요리사가 체력이 얼마 나 중요한데. 너 소갈비 한 짝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아냐?”
소갈비 한 짝이라는 말에 강진 이 잠시 그 무게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소갈비 한 짝을 본 적이 없으니 무게를 알 턱이 없었다. 대충 무 겁겠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고 개를 저었다.
“그래. 진짜라고 하자.”
배용수의 말을 허풍이라 생각한 강진이 다시 엎드렸다. 물론 배 용수도 강진의 말을 허풍이라 생 각했지만 말이다.
‘팔십 킬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믿어 주지.’
‘이십 킬로 포대 세 개? 육십 킬로는 무슨…… 그냥 드는 것도 아니고 계단을 어떻게 올라가?’
한 사람과 한 귀신이 속으로 중 얼거릴 때, 근처로 다가온 오혁 이 말했다.
“운동하는 거야?”
오혁의 목소리에 강진이 일어났 다.
“살이 좀 찐 것 같아서 오늘부 터 운동하려고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끄 덕이다가 말했다.
“아버지 어제 그 천사족 기사님 하고 합석하셨다며?”
“이야기 들으셨어요?”
“종범이한테 연락 왔었어.”
오혁은 정자에 앉으며 말을 이 었다.
“아버님 기분 많이 좋아 보이신 다고 종범이 좋아하더라.”
“제가 보기에도 어제 즐겁게 보 내셨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손을 내밀었 다.
“오만 육천 원요.”
“오만 육천 원?”
“어제 밥값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황당한 듯 그를 보다가 웃었다.
“뭐야? 우리 영감님 무전취식했 어?”
L그룹 회장님이 밥값을 안 내고 갔다는 것이 황당한 것이다.
“어제 어르신하고 천사족 아저 씨가 드신 밥값은 아저씨가 지불 하고 싶다고 하시면서 냈어요. 그리고 오만 육천 원은 일 차로 형님이 드신 음식값이에요.”
“그걸 따로 받아?”
“좋은 일 하느라 자기 시간 쓰 시는 분한테 다 받기는 그렇잖아 요. 그래서 돈 많은 형한테 받으 려고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피식 웃으 며 말했다.
“알았다. 핸드폰으로 보내 줄게. 핸드폰 계좌 연동되지?”
“네.”
오혁이 핸드폰을 꺼내 강진의 핸드폰 번호로 돈을 입금했다.
띠링!
입금을 알리는 문자 소리에 핸 드폰을 확인한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며 웃었다.
“앞으로도 자주 이용해 주십시 오.”
“그래. 아주 장사 잘한다.”
웃으며 고개를 저은 오혁이 강 진을 보았다.
“운동 더 해.”
오혁의 말에 강진은 팔을 좌우 로 벌렸다가 오므리고는 다시 팔 굽혀 펴기를 하려고 몸을 낮추다
문득 이강혜를 보고는 웃으며 자 세를 풀었다.
처음에 열 개, 그다음에 아홉 개…… 점차 수가 줄어서 지금은 다섯 개 정도 할 것 같은데 그걸 이강혜 앞에서 하자니 좀 창피한 것이다.
“많이 했어요. 여기서 더 하면 몸에 무리가 갈 거예요.”
“그래. 운동도 무리하게 하면 안 좋아.”
그러고는 오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운동 끝?”
“근력 운동 했으니 유산소 해야 죠.”
“그럼 가서 운동해. 형은 좀 앉 았다가 갈 테니까.”
“있다가 형 가면 할게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그 엉덩이를 툭 쳤다.
“운동하다가 흐름 끊기면 리셋 이야. 한 번 할 때 빡세게 해야
운동이 되는 거야. 가.”
오혁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 가 이강혜를 향해 손을 들었다.
“저 그럼 운동하러 갈게요.”
“그래. 열심히 뛰어.”
“운동할 때 조금 숨이 거칠어질 정도로 심박을 유지해서 해라. 그래야 운동 효과가 좋아.”
“알았습니다.”
강진이 뛰기 시작하자, 이강혜 가 그 뒷모습을 보다가 정자 밑
으로 고개를 숙였다.
정자 밑에는 강진이 가져다 놓 은 밥그릇과 물통이 깨끗하게 비 워져 있었다.
“애들이 이미 먹고 갔나 보네.”
“애들 부르면 잘 오더만. 얘들 아!”
오혁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어 디선가 개 세 마리가 뛰어왔다.
멍! 멍!
기분 좋게 소리를 지르며 뛰어
오는 개들의 모습에 오혁이 말했 다.
“ 봐.”
반갑게 뛰어온 세 마리 중 두 마리는 오혁과 이강혜의 발에 머 리를 비비고, 한 마리는 이강혜 의 무릎에 자신의 발을 착 하고 올리더니 일어났다.
그 모습에 이강혜가 웃으며 애 들 머리를 긁어주다가 말했다.
“애들 전에는 그렇게 약해 보여 서 걱정을 했는데 요즘은 이 애
들이 여기 대장 먹은 것 같아.”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너희도 형처럼 약해졌다가 튼 튼해진 모양이다.”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기도 하네.”
웃으며 애들 머리를 긁어 주던 오혁은 문득 개들 얼굴을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애들 눈썹이 원래 은색 이었나?”
오혁이 애들 얼굴을 손으로 잡 고 보는 것에 이강혜가 자신의 무릎에 발을 올린 개를 보았다.
“응? 그러고 보니 눈썹 색깔이 은색이 네?”
이강혜도 신기한 듯 개의 얼굴 을 손으로 감싸고는 들여다보았 다. 그에 개가 혀를 날름거리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았나
보다. 벌써 눈썹이 하얗게 변하 고 말이야.”
웃으며 개의 머리를 주물럭거리 는 이강혜를 보던 오혁은 한쪽에 서 뛰고 있는 강진을 보았다.
“야! 걷냐!”
그 외침에 강진이 오혁 부부를 보고는 웃으며 더 빨리 뛰기 시 작했다. 그것을 보며 오혁이 피 식 웃었다.
“형 몸 나으면 같이 운동하자. 형이 스파르타 전사처럼 몸 만들
어 줄게.”
강진이 원하는 건 다이어트였지 만, 이왕 운동하는 거 더 좋은 몸을 만들어 주고 싶은 오혁이었 다.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가게로 돌아온 강진은 2층에서 샤워를 하고는 밑으로 내려왔다.
“후우!”
내려온 강진을 보며 이혜미가 말했다.
“운동하니 어때요?”
“개운하네요.”
강진은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툭툭 치고는 말했다.
“가슴 좀 단단해진 것 같지 않 아요?”
힘을 잔뜩 준 가슴을 치는 강진 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었다.
“방금 운동하고 와서, 그것도 팔굽혀 펴기…… 몇 개 했더라? 이십 개?”
“이십 개는 무슨……. 삼십 개 는 넘게 했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속으로 계산을 해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래. 서른 몇 개 했네. 그래서 서른 몇 개 하니 가슴이 막 강철 같아?”
“만져 볼래?”
강진이 가슴을 내밀자 배용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됐다. 남자 가슴에 취미 없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 으로 가슴을 손으로 가렸다.
“그럼 너 설마 여자 가슴에? 너 취향이 그런 쪽이었냐?”
“야 이놈아, 좀……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너하고 말을 섞는 내가 제정신 이 아니지.”
그런 배용수를 보며 웃은 강진 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재료 준비나 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강진과 배용수가 들어간 주방에 서 칼질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 자,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은 피 식 웃으며 드라마를 보았다.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공원을 뛰고 있었다.
“헉헉헉!”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공원을 뛰던 강진의 옆에 최동해가 달라 붙었다.
“아침부터 운동이에요?”
강진은 갑자기 옆에 나타난 최 동해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살 좀 찐 것 같아서.”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그를 위 아래로 보다가 웃었다.
“저 살쪘을 때에 비하면 반쪽인 데요.”
“그 반쪽이 어지간한 사람 하나 이상이니 문제지.”
숨을 헐떡이던 강진이 최동해의 어깨를 툭툭 쳤다.
“합격 축하한다.”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멈춰 섰 다. 그러다가 뛰어가는 강진을 보고는 급히 그 뒤를 따랐다.
“어떻게 아셨어요?”
“네가 합격을 했으니 이렇게 아 침 일찍 나 보러 온 거 아니냐?”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형은 눈치가 빨라요.”
“그런데 뭘 이렇게 일찍 왔어? 점심때나 오지.”
“그럴까 했는데 형한테 일찍 와 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부모님한테는?”
“어제 이야기했죠.”
“좋아하시지?”
“좋아는 하시는데 조금 실망하 신 것도 같아요.”
“실망?”
“소방관 힘들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리고 네가 능 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최동해 스펙이면 태광 무역에 다시 원서 넣어도 합격할 수 있 을 것이었다.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이니 열심히 해서 부모님 마음에 들게 해야죠.”
“그래. 월급 많이 주는 곳이 어 쩌면 가장 좋을 수 있는데 자기 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강진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다른 애들은?”
“다행히도 우리 애들 다 붙었어 요.”
“이야, 정말 다행이네. 너 하나 붙든가 너만 떨어지면 마음 안
좋았을 텐데. 다 같이 붙어서 말 이야.”
“그렇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하려다가 숨을 크 게 토했다.
“일단 이야기는 운동하고 하자. 너하고 이야기하면서 뛰니 호흡 이 너무 달린다.”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런데 몇 바퀴나 도신 거예
요? 숨 되게 거친데…… 한 다섯 바퀴 도신 거예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강진을 보며 배용 수가 웃었다.
“지금 이제 한 바퀴하고 반 뛰 고 이러는데 다섯 바퀴면 강진이 피 토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재차 입 맛을 다셨다. 그 말대로 아직 두 바퀴도 못 돈 것이다.
“허억! 허억!”
정자에 선 강진은 물통을 꺼내 물을 마셨다.
꿀꺽! 꿀꺽!
물을 들이켠 강진이 물통을 최 동해에게 내밀었다. 뒤이어 최동 해가 물을 마시는 것을 보며 강 진이 말했다.
“그런데 나 여기 있는 거 어떻 게 알았어?”
“가게 갔는데 문 닫혀 있기에 애들 사료 주러 간 것 같아서 와
봤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웃었다.
“나에 대해 너무 잘 아는데.”
“형하고 오래 알았잖아요.”
“그래서, 아침 일찍 나한테 소 식 알려 주러 온 거야?”
“그것도 있고 부탁 좀 하려고 요.”
“부탁?”
일요일에 저 갔던 소방서에 음
식 봉사 좀 해 주세요.’’
“소방서?”
“거기 가서 제 인생관이 변했잖 아요. 그래서 저 합격했다고 인 사드리고 싶은데…… 혼자 가기 는 좀 그래서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쳤다.
“그렇게 해.”
“고맙습니다. 아! 그날 식재 비 용은 제가 낼게요.”
“그렇게 해.”
물통을 들고 강진이 공원 밖으 로 걸음을 옮기자, 최동해가 따 라오며 말했다.
“그리고 이따 저녁에 창수 어머 니하고 저희 부모님들 올 거예 요.”
“부모님들하고?”
강진이 보자, 최동해가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같이 공부하고 같이 합격했으니 앞으로도 친하게 지
낼 것 같아서 인사드리려고요. 다른 녀석들은 집이 지방이라 부 모님들 모시고 오기 힘들어서 일 단 저희 부모님하고 창수 어머니 만 모시려 해요.”
“그것도 잘 했네.”
자식들끼리 친구면 부모들끼리 도 친해지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 다.
“부모님들 좋아하는 음식 여쭤 보고 알려줘. 이왕이면 좋아하는 음식들로 대접하게.”
“그렇지 않아도 애들한테 부모 님들 좋아하는 메뉴 받아 왔어 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와 함께 가게로 걸 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