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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04화 (902/1,050)

904화

저녁 장사 시간에 강진은 정학 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친구들 합격했다고 하더군 요.”

“인섭이한테 들으셨나 보네요.”

기분 좋게 웃는 정학봉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 친구들이라면 좋은 소방관 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야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 강진이 음식을 가리켰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저야 늘 맛있게 먹죠.”

정학봉이 웃으며 밥을 국에 말 자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 들을 살폈다.

손님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고 나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홀을

정리했다.

최동해 일행이 일곱 시에 온다 고 했으니 슬슬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던 것이다.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자, 배용 수가 이미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 다.

“준비는?”

“손님들 오면 드실 다과는 준비 됐고, 오시면 바로 음식 시작하 면 돼.”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가

게 문이 열렸다.

띠링!

풍경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최동해가 노부부와 함께 가게 안 으로 들어왔다.

“형 저 왔어요.”

그들을 맞이하러 주방에서 나온 강진은 노부부를 보고는 살짝 의 아해했다.

‘동해가 늦둥이였나?’

그런 생각을 할 때, 어머니가

웃으며 다가왔다.

“강진 씨죠?”

“네. 안녕하세요.”

“저 동해 엄마예요.”

그녀는 돌연 강진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고개를 숙였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갑자기 너무 진지하게 감사 인 사를 하는 동해 어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말했

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강진의 말에 동해 어머니가 고 개를 들었다. 그러자 강진은 또 당황했다. 동해 어머니가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놀란 강진이 급히 티슈를 가져 오려고 손을 떼려 했지만, 동해 어머니의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정말 강하게 손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힘으로 떼려고 하면 뗄

수 있겠지만, 강진은 손을 떼지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동해 어 머니의 마음이 손에서 느껴진 것 이다. 너무 감사해하는 마음이 말이다.

그에 강진이 동해를 보자, 그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어머니에게 내밀 었다.

“ 엄마.”

최동해가 손수건을 주자, 어머

니가 그것을 받아 눈가를 닦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차 감사 인사를 하는 동해 어 머님의 모습에 강진이 정말 당황 스러운 눈으로 최동해를 보았다. 그 시선에 최동해가 머리를 긁었 다.

“저 사람 됐다고 그래요.”

최동해는 어머니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 주었다.

“나 살 빼서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좀 일찍 다이어트 할걸 그랬네.”

최동해의 말에 어머니가 그를 한 번 보고는 등짝을 후려쳤다.

짝!

“아야!”

갑자기 등짝을 때리는 모습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보자, 어머 니가 눈을 부라렸다.

“그걸 아는 놈이 내가 살 빼는 약 사다 주면 입맛 없어진다고 안 먹고 다 버렸어?”

“그때는…… 그거 먹으면 정말 입맛이 너무 없었어. 그리고 한 약 먹고 살 빼는 건 부작용으로 빼는 거라 몸에 안 좋대.”

최동해가 중얼거리는 것에 강진 이 피식 웃었다. 그런 강진에게 어머니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웃으며 눈가를 닦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 니다.”

“제가 뭐 한 거 있나요. 동해가 독하게 마음먹고 살을 뺀 거죠.”

“아니에요. 이놈 그동안 다이어 트 시도만 수십 번을 했는데 강 진 씨 만나서 이번에 성공을 한 거예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 다.”

동해 어머니가 다시 감사 인사 를 하는 것에 강진이 그녀를 보 다가 최동해의 등짝을 후려쳤다.

짝!

신음을 토한 최동해가 왜 때린 거냐는 듯 보자 강진이 말했다.

“어머니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진작 좀 빼지.”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입맛을 다시며 손을 뒤로 돌려 등을 쓰 다듬으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어디 쉽나요.”

“그래도 이렇게 했잖아.”

“아이고, 정말 힘들었어요.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것 같아 서……

최동해가 입맛을 다시며 쇼핑백 을 들어 보였다.

“오늘도 닭 가슴살 가져왔어 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 어깨를 두들겼다.

“그래. 빼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가 더 중요해. 그리고 네가 정말 힘들게 살 뺀 것을 아니, 어머니도 이렇게 좋아하시는 거 야.”

웃으며 강진이 동해 어머니 손 을 잡았다.

“동해 살 빼서 너무 좋으시죠?”

“그럼요. 전에는 내 자식이지만 이래서 결혼은 할 수 있을까 걱 정이 많이 됐는데……

그녀는 최동해의 등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산에 살 빼러 간다고 했을 때 걱정 많았어요. 이제 취업 준비 도 해야 하는데 갑자기 살 뺀다 고 산에 들어가서요. 그런데 몇 달 있다가 집에 한번 왔는 데……

동해 어머니는 그때를 떠올린 듯 다시 눈물을 홀렸다.

주르륵!

“애가 반쪽이 돼서 왔더라고요. 처음에는 못 알아봤어요. 웬 외 간 남자가 집에 있어서 비명 지 르면서 경찰 부르려고 했는 데…… 우리 아들이더라고요.”

“비명만 질렀나. 그때 망치 들 고 나 때리려고 했잖아. 아들 잡 을 뻔했어.”

“모르는 남자가 팬티만 입고 방 에서 나왔을 때 엄마 얼마나 놀 랐는데.”

동해 어머니는 그날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때…… 우리 아들 보면서 너 무 좋아서 펑펑 울었어요.”

동해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인사하러 오고 싶었는데, 동해 가 형 바쁘다고 못 가게 해서 이 제야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동해 어머니가 고개를 다시 깊 숙이 숙이려 하자, 강진이 급히

그녀를 잡았다.

“어머니 그러지 마세요.”

“그래도 너무 감사해서.”

“아니에요. 일단 앉으세요. 계속 이러시니 제가 어쩔 줄 모르겠습 니다.”

강진의 말에 동해 아버지가 고 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만 앉지. 동해 친한 형 이면 우리한테도 아들뻘인데…… 당신이 그렇게 고개를 계속 숙이 면 강진이가 불편해.”

동해 아버지가 강진을 보았다.

“편히 말 놔도 되지?”

“그럼요. 아버님 말씀대로 동해 형이면 제가 아버님 아들이나 마 찬가지 인데요.”

그러고는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 다.

“일단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동해 아버지와 어 머니가 자리에 앉았다. 탁자 세 개를 붙여 놓은 곳에 자리를 한 동해 어머니는 다시 강진을 보았

다.

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 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다과를 좀 내올게요.”

강진이 주방에 들어오자 배용수 가 웃으며 말했다.

“동해 어머니가 너를 구명지은 으로 아시네.”

“그러게 말이야.”

“어머니 입장에서는 정말 구명

지은이죠. 살 빼서 보기 좋아진 것도 있지만, 그렇게 살이 찌면 건강에도 문제가 있잖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홀을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최동해의 살찐 모습을 보면 아무 리 고슴도치 어머니라고 해도 속 이 터졌을 것이다.

그런 아들이 누군가를 만난 이 후 살을 뺐으니 어머니로서 정말 고맙고 감사한 것이다.

이혜미가 홀을 보며 말을 이었 다.

“동해 씨 살 빠진 모습 처음 보 셨을 때 얼마나 좋으셨을까. 이 새끼가 내 새끼가 맞나 싶었을 거예요.”

살짝 농을 섞어 말을 하는 이혜 미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못 알아보셨다잖아요.”

“하긴, 못 알아볼 만하죠. 사람 하나가 몸에서 빠져나온 건데.”

이야기를 나눌 때, 배용수가 쟁

반을 가리켰다.

“가져가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쟁반을 보았다. 쟁반에는 전에 운암정에 서 식사할 때 먹어 봤던 작은 떡 들과 두부 과자였다.

배용수가 떡과 두부 과자를 직 접 만들어낸 것이다.

쟁반을 든 강진이 홀로 나왔다.

“다과 나왔습니다.”

강진은 떡과 두부 과자들을 식

탁에 올리고는 오미자차를 따랐 다.

쪼르륵!

하얀 도자기 사발에 따라지는 붉은 오미자차가 무척 예뻤다.

“색이 너무 곱네요.”

동해 어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도자기가 하얀색이라 색감이 있는 음료를 담으면 색이 더 예 쁘게 보이더라고요. 한 잔씩 하 세요. 새콤해서 식전에 드시면

입맛을 돋워 줄 겁니다.”

강진의 말에 동해 어머니가 고 개를 끄덕이고는 오미자차를 마 셨다.

“정말 새콤하고 너무 맛이 좋아 요.”

“저희 가게에서 직접 담근 겁니 다.”

“이런 것도 담가요?”

“그럼요. 술도 담그는 걸요. 이 따가 제가 좋은 술 대접해 드릴 게요.”

이야기를 나눌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띠링!

이번에 들어온 건 최창수와 아 주머니였다.

최창수가 들어오는 것에 최동해 가 일어나자, 동해 부모님도 자 리에서 일어났다.

“어서들 오세요.”

강진의 인사에 최창수 아버지, 최고진이 웃으며 자신과 같이 들 어온 아주머니를 가리켰다.

“제 아내입니다.”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창수 어 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이강 진입니다.”

강진의 인사에 창수 어머니가 고개를 숙였다.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저는 창수 엄마예요.”

창수 어머니의 인사에 최동해가 웃으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 창수 친구 최동해입니다.”

“그래. 네가 동해구나. 창수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 살을 엄청 많이 뺐다고?”

“앞으로도 더 빼야죠.”

“왜, 지금도 무척 보기 좋은데.”

창수 어머니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 를 소개해 주었다.

“저희 부모님이세요.”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저 동해 아버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저 창수 엄마예 요.”

동해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동해가 창수 이야기를 많 이 했습니다. 이렇게 창수 어머 니 뵙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동해 어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하자, 창수 어머니도 웃으며 말 했다.

“우리 창수도 동해 이야기 많이

했어요.”

어머니 둘이 인사를 나누는 것 을 보던 동해 아버지는 기분 좋 은 얼굴로 최동해의 손을 슬쩍 잡았다.

그 모습에 최동해가 보자, 동해 아버지가 작게 웃어 주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동해 아버 지도 오늘 기분이 좋았다. 최동 해가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고 말 썽은 피우지 않았지만, 친구라고 누구를 집에 데려온 적은 없었 다.

아들이 친구 없이 지내는 것 같 아 마음이 많이 좋지 않았는 데…… 이제는 친한 친구와 친한 형이 생겼으니 기분이 좋은 것이 었다.

아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좋 지만, 친구들과 잘 지내기 바라 는것이 부모의 마음이니 말이 다.

“일단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창수 어 머니에게 자리를 권하자, 창수 어머니가 자리에 앉았다.

그에 강진이 오미자차를 따라주 고는 최고진을 보았다. 최고진은 흐뭇한 얼굴로 창수 어머니 뒤에 서서 아내와 아들을 보고 있었 다.

‘아들이 합격을 해서 정말 기분 이 좋으시겠다.’

소방관이 되고 싶은 아들에게 지지를 해 주지 못했던 아버지로 서, 아들이 이번에 소방관에 합 격을 했으니 여러모로 애틋할 것 이었다.

기분 좋은 얼굴을 한 채 아들과

아내를 보던 최고진은 자신을 보 는 강진의 시선을 느끼고는 그를 보았다.

그러고는 최고진이 미소를 지었 다.

“우리 아들이 소방관에 합격을 했어.”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을 해서 너무 좋으시죠.’

강진이 눈빛으로 말을 하자, 최 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좋아. 그리고…… 너무 미안해.”

최고진은 최창수의 머리를 쓰다 듬었다.

“아빠가 우리 아들 믿어주고 응 원을 했어야 했는데…… 우리 아 들 이렇게 할 수 있는 아들이었 는데 말이야. 아빠가 너무 미안 하고 너무 고맙다.”

최고진은 최창수를 지그시 바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들 너무 장하다. 너무

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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