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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07화 (905/1,050)

907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채에 면 을 부어 물기를 뺀 강진이 미리 받아 놓은 찬물에 국수를 담갔 다.

촤아악!

냉수를 틀어 국수를 손빨래하듯 이 촥! 촥! 문댄 강진이 물을 쫘 악 짜서는 옆에 놓았다.

‘이렇게 내 손이 닿으니 아저씨 도 맛있게 드실 수 있겠지.’

귀신 아저씨 맛있게 먹으라고 국수를 씻는 단계에 관여한 것이 다.

창수 어머니가 한 국수야 물론 맛있을 테고 추억의 맛도 들어가 겠지만, 그래도 저승식당 사장의 손맛이 들어가야 귀신에게는 최 고이니 말이다.

전분기를 깨끗이 닦아낸 강진이 면발을 한 가닥 집어 입에 넣고 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삶아졌네요.”

“면발만 봐도 알겠어요.”

“그래도 맛은 보셔야죠.”

강진이 웃으며 국수를 둘둘 말 아 내밀자, 창수 어머니가 손을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국수를 슬쩍 들었다.

“아 하세요.”

강진의 말에 창수 어머니가 웃 으며 국수를 입으로 받아먹었다.

“맛있게 잘 삶아졌네요.”

창수 어머니는 국수를 큰 솥에

붓고는 양념장을 넣었다. 그러고 는 손을 넣으려 하자, 강진이 말 했다.

“비닐장갑 드릴까요?”

“괜찮아요. 이건 손맛이죠.”

창수 어머니는 국수에 양념을 넣고 썰어 놓은 오이도 넣은 뒤 비비기 시작했다.

양념이 골고루 배도록 면을 비 빈 창수 어머니는 한 가닥 집어 입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

“맛있으세요?”

“정말 맛이 좋아요. 조금 달달 하면서 새콤하고.”

창수 어머니가 웃으며 그릇에 비빔면을 담았다. 그러고는 양념 김치와 오이들을 부족해 보이는 그릇에 조금씩 더 담았다.

그렇게 비빔국수를 다 준비한 창수 어머니가 그릇들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그릇을 더 준비했네요?”

강진이 꺼내 놓은 그릇에 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여섯 그릇이 아니라 일곱 그릇을 준비한 것이 다.

“아버님이 비빔국수를 좋아하셨 다고 해서요.”

강진의 말에 창수 어머니가 국 수 그릇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이미 죽은 사람인걸요.”

“그래도요. 오늘 같은 날이면 저기에서 내려오지 않으시겠어 요?”

강진이 위를 가리키자, 창수 어

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아들 소방관 합격한 거 알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서 여기로 뛰어오고 있을 거예요.”

창수 어머니가 쟁반에 국수들을 올리자, 강진이 그것을 들고는 홀로 나왔다.

“국수 나왔습니다.”

강진이 비빔국수를 식탁에 하나 씩 내려놓자, 최동해가 그릇들을 각자 자리에 옮겨 놓았다.

“색이 너무 좋아요.”

“그러게 말이야. 이거 보자마자 입에 침이 고이네.”

동해 어머니와 아버지가 웃으며 국수를 보자, 최동해가 입맛을 다셨다.

“아…… 어머니 저 죽을 것 같 아요.”

최동해의 말에 창수 어머니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왜?”

“저 다이어트 중인데 이거 너무 맛있어 보여요.”

“지금도 충분히 보기 좋은데 다 이어트를 왜 더 해.”

“아니에요. 저 더 해야 하는 데…… 아…… 이 색 봐. 이 향 봐.”

연신 입맛을 다시는 최동해의 모습에 동해 어머니가 웃으며 말 했다.

“창수 어머니가 해 주신 거니 많이는 말고 조금만 먹어.”

어머니의 말에도 최동해는 비빔

국수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 모 습에 창수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 다.

“한 번 드셔 보세요.”

창수 어머니의 말에 동해 부모 님이 젓가락으로 국수를 휙휙 저 었다.

그것을 보던 창수 어머니는 힐 끗 빈자리를 보았다. 빈자리에도 비빔국수 한 그릇이 놓여 있었 다.

그것을 가만히 보던 창수 어머

니는 소주잔을 슬며시 그 앞에 놓았다.

쪼르륵!

빈자리에 놓인 잔을 채우는 창 수 어머니의 모습에 동해 부모님 이 슬며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창수 어머니가 무슨 마음인지 아는 것이다.

어느새 자신의 자리에 앉은 최 고진은 자신의 앞에 따라지는 소 주에 웃으며 아내를 보았다.

“당신이 따라주는 술 정말 오랜

만이네.”

당뇨 맞은 후에 건강 생각하라 고 면 음식도 금지시킨 아내다. 자신이 면 귀신인 것을 잘 아는 데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술은 꿈도 꾸지 못 했다. 당뇨에는 술이 정말 안 좋 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내가 따라주는 술은 당뇨 맞은 이후로 처음이었다. 죽어서는 저승식당에서 몇 번 마 셨지만, 살아서는 당 맞은 후로 전혀 못 마셨던 것이다.

면은 어떻게든 숨어서 먹었지 만, 술은 아내와 가족을 생각해 서 단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던 그였다.

최고진은 아내가 채워준 소주잔 을 보다가 웃으며 아내를 보았 다.

“당신이 따라주는 소주 한 잔이 이렇게 기분 좋을 줄 알았으면 우리 집도 제사를 지낼걸 그랬 어. 그러면 당신이 내 제삿날에 소주도 따라주고 비빔국수도 해 줬을 텐데 말이야.”

웃으며 최고진이 소주잔을 집었 다.

“살아서는 못 마시고 죽어서 여 기에서 몇 번 소주를 마시기는 했는데…… 당신이 따라주는 소 주를 보니 역시 허락받고 마시는 술이 최고인 것 같네. 어디 우리 마누라가 따라준 소주 마음 놓고 한 잔 마셔 봅시다.”

최고진은 소주를 단숨에 마시고 는 비빔국수를 크게 집어서는 입 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면치기를 하며 비빔국수를 먹은 최고진이 웃었다.

“역시 우리 마누라 비빔국수는 정말 최고야.”

싱긋 웃으며 아내를 보던 최고 진이 최창수를 보았다.

“아들 뭐 해. 엄마 한 잔 안 주 고.”

최고진의 말에 강진이 최창수를 툭 쳤다.

그에 최창수가 쳐다보자, 강진 은 자신의 술잔을 손으로 툭 치

고는 어머니 쪽을 가리켰다. 그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눈치챈 최 창수가 자신의 잔을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엄마도 한 잔 받으세요.”

“그래. 고맙다.”

창수 어머니가 잔을 들자 최창 수가 소주를 따랐다.

쪼르륵!

잔을 채우고는 최창수가 웃으며 사람들을 보았다.

“음식 보고만 있지 마시고 드세 요. 저희 어머니 비빔국수 정말 맛있어요.”

최창수의 말에 동해 부모님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그래요. 정말 잘 먹을게요.”

두 사람의 말에 창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창수 어머니의 말에 최고진이

웃었다.

“입에 맞고 말고. 봐, 저렇게 맛 있게 드시잖아.”

웃으며 이야기한 최고진이 아내 를 보았다. 아내는 비빔국수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을 아들과 주고받으며 웃고 있었다.

그런 아내와 아들을 지그시 보 며 웃은 최고진이 후루룩! 국수 를 크게 입에 넣었다. 그렇게 국 수를 먹던 최고진이 강진을 보았 다

“맛 어때?”

“아주 맛있습니다.”

“하하하! 우리 아내 비빔국수는 정말 맛이 좋아.”

최고진의 말과 함께 창수 어머 니가 웃으며 말했다.

“입에 맞다니 고마워요. 많이 드세요.”

최고진의 말에 대답한 것을 자 신에게 말했다고 생각한 모양이 었다.

창수 어머니는 기분 좋게 소주 를 한잔 마시고는 비빔국수를 후루룩 먹었다.

“내가 만들기는 했는데 정말 맛 이 아주 좋네요.”

“그러게요. 아주 맛이 좋습니 다.”

“엄마, 김하고 같이 드셔 보세 요. 김이 바삭해서 맛있어요.”

최창수가 김을 올려 주자, 창수 어머니가 비빔국수를 김에 싸서 먹었다.

“그래. 이렇게 먹으니 정말 맛 있다. 아들도 많이 먹어.”

창수 어머니의 말에 최창수가 그녀를 보다가 후루룩! 국수를 크게 먹었다. 그리고 최동해 부 모님도 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비빔국수를 입에 넣고 씹던 최 고진은 식사를 하는 아들과 아내 를 보았다.

“나 없다고 이 맛있는 비빔국수 먹으면서 우울해하지 마. 그냥 맛있게 먹어. 맛있는 건 그냥 맛 있는 거야.”

최고진은 비빔국수를 먹는 자식 과 아내를 보다가 강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시선이 마주쳤다. 최고진이 하는 말에서 뭔가를 느 낀 강진이 그를 보고 있었던 것 이다.

강진의 시선에 최고진이 웃으며 말했다.

“진주 만나면 안부 전해 주겠 네. 그동안 고마웠어. 그리고

뭔가 이야기를 더 하려던 최고 진은 희미한 빛과 함께 모습을 감췄다.

화아악!

최고진이 사라지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그가 말을 끝까지 하지 는 못했지만, 무슨 말을 하려 했 을지 감이 온 것이다.

‘창수하고 앞으로도 친하게 지 내겠습니다. 밥도 잘 해 주고요. 그러니 창수 밥 걱정하지 마세 요. 대신 진주 씨한테 제 안부 전해 주세요. 저 잘 지내고 있다

고요.’

“잘 먹고 갑니다.”

“다음에도 와 주세요. 맛있는 식사 해 드릴게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친구들하 고도 같이 한잔하러 올게요.”

최동해 부모님이 웃으며 택시에 타자, 최동해가 강진에게 말했다.

“일요일에 올게요.”

“그래. 조심히 가.”

최동해가 택시 앞좌석에 타서 출발을 하자, 강진이 최창수를 보았다.

“택시 안 잡아?”

택시가 지나가는데도 최창수가 가만히 있으니 말이다.

“엄마가 잠시 안에 들어갔다가 나온다고 해서요.”

“어머니가?”

최창수의 말에 강진이 창수 어 머니를 보았다. 그에 창수 어머 니가 웃으며 말했다.

“나 잠시 안에 좀 들어갔다가 나올게요.”

“뭐 놓고 오셨어요? 제가 마지 막에 확인했는데?”

“그건 아니고…… 잠시만 들어 갔다가 나올게요.”

창수 어머니의 말에 강진이 가 게를 보고는 말했다.

“그럼 잠시만요.”

강진은 가게 문을 살짝 열고는 안을 보았다. 주방에 있던 직원 들이 가게 문을 보고 있었다.

“가셨어? 치울까?”

혹시 최창수와 최동해가 다시 들어올까 봐 바로 정리를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 개를 젓고는 문을 닫았다.

“들어오세요.”

강진의 말에 창수 어머니가 말 했다.

“저기, 저만 잠시 들어갔다가 나올게요.”

창수 어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 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세요.”

강진이 옆으로 비켜 서자, 창수 어머니가 슬며시 가게 안으로 들 어갔다.

그리고…….

띠링!

풍경 소리와 함께 가게 문이 닫

혔다.

닫힌 문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미 가셨는데……

왜 창수 어머니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는지 감이 오는 것이다.

가게 안에 들어온 창수 어머니 는 자신들이 밥을 먹었던 자리에 다가갔다.

텅 빈 자신의 국수 그릇과 그

옆에 이미 불을 대로 불어서 한 덩어리로 보이는 비빔국수를 보 던 창수 어머니가 미소를 지었 다.

“여보, 우리 창수 합격했어. 당 신 우리 창수 마음 꺾일까 봐, 기죽을까 봐 그렇게 많이 걱정했 는데…… 창수 결국은 하고 싶은 일 해냈어. 당신 닮아서 하고 싶 은 일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나 봐.”

창수 어머니는 웃으며 빈자리를 보다가 여전히 가득 차 있는 소

주잔을 들었다.

꿀꺽!

소주를 마신 창수 어머니가 웃 으며 잔을 다시 채우곤 그 앞에 놓았다.

“귀신이 마시면 맛이 이상하다 고 하는데, 당신이 마셔서 그런 지 소주 맛이 이상하다.”

따라 놓고 한참 지나서 맛이 변 한 걸 수도 있지만 확실히 맛은 이상했다.

“당신이 걱정하던 우리 아들 합

격했으니까 더 이상 창수 걱정하 지 마. 앞으로 창수 건강 걱정, 여자 걱정, 결혼 걱정…… 손주 걱정은 내가 다 할게. “

창수 어머니는 최고진이 있었던 곳을 지그시 보다가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은 편하게 거기 서 나 기다리고 있어요. 애들 잘 키우다가 갈게.”

텅 비어 버린 남편의 자리를 잠 시 보던 창수 어머니가 입을 열 었다.

“오빠 나 보고 싶어도 참고 기 다리고 있어.”

그녀는 어머니가 아닌 여자로서 남편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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