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909화 (907/1,050)

909화

“우와! 이게 산삼입니까?”

건장한 체격의 소방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이끼에 쌓여 있는 산삼을 보았다.

“그렇습니다. 이게 바로 삼계탕 에 들어간 산삼입니다.”

“인삼하고는 확실히 다르게 생 겼네요.”

“생긴 건 인삼이 더 예쁘게 생

긴 것 같은데요? 인삼은 더 토실 토실하고 말끔하게 생겼잖습니 까? 이건... 좀 비실비실해

보이네?”

다른 소방관의 말에 먼저 말을 했던 소방관이 웃었다.

“확실히 모양은 인삼이 더 통통 하니 영양가 있어 보이기는 하 네.”

웃으며 말을 하던 소방관은 “아 차” 하고는 강진을 보았다. 일부 러 산삼을 넣어서 끓였다는데 그 앞에서 인삼이 더 맛있어 보인다

는 말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인삼하고 산삼하고 비 교할 수 있겠어? 인삼, 산삼. 이 름부터가 급이 다르잖아.”

덩치에 안 맞게 자신의 눈치를 보며 말을 하는 소방관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제가 보기에도 튼실한 건 인삼 이죠. 인삼이 정말 두툼하잖아 요.”

강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 하자 소방관이 안도를 하며 산삼

을 보았다.

“이건 몇 년이나 된 겁니까?”

“듣고 깜짝 놀라실 것 같아서 말 안 할게요.”

“왜요? 오래된 녀석이에요?”

소방관의 말에 강진이 웃을 때 뒤에 있던 소방관이 나섰다.

“이런 것도 모르십니까?”

“넌 뭘 알고?”

“자, 보십시오. 여기 산삼 머리 위에 보면 테가 있잖습니까. 대

충 이 테 하나가 일 년이라고 보 면……

산삼을 유심히 보던 소방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뭐가 이렇게 길어요?”

산삼의 머리 위로 길게 자란 줄 기 같은 것을 보며 소방관이 의 아해하자, 강진이 웃었다.

“좋은 거라니까요.”

그러고는 강진이 주위를 보았 다. 식당에는 소방관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오늘은 점심에 비상 안 터지네.’

하지만 강진은 이걸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소방관 사이의 불문율이 ‘오늘은 한가하네.’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란 걸 알았 으니 말이다.

사건 안 터지고 조용하다가도 누가 무심코 한가하다는 말을 하 면 바로 비상이 터진다는 것이 다.

물론 백 번 하면 한 번 맞을까 하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그 한

번의 임팩트가 크다 보니 다들 한가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저희 보여주려고 가져오신 건가요?”

덩치 큰 소방관이 산삼을 보며 입맛을 다시자, 강진이 웃었다.

“뭐가 들어갔는지 아셔야죠. 그 리고 이건 식사 후에 술을 담글 겁니다.”

“술요?”

“사실 이거 하나 조금씩 나눠먹 으면 가장 좋겠지만, 산삼은 먹

을 때 절차가 있거든요.”

“그냥 우걱우걱 먹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럴 리가요. 귀한 약은 먹는 방법도 따로 있는 법이죠. 궁금 하시면 핸드폰으로 산삼 먹는 방 법 검색해서 봐 보세요.”

강진의 말에 한 소방관이 핸드 폰을 꺼내 산삼 쪽으로 들이밀었 다.

“사진 찍으시게요?”

“내가 언제 또 산삼을 보겠어.”

찰칵! 찰칵!

소방관은 산삼을 찍고는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잘 먹고 갑니다.”

“잘 먹었습니다.”

소방관들은 웃으며 인사를 하고 는 몸을 돌렸다.

“그나저나 산삼을 먹어서 그런 지 몸이 후끈하네.”

“어떻게, 족구라도 한 판 하시 겠어요?”

“그러다 사진 찍히면 소방관들 땡보들이라고 뉴스 나온다.”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옛날에는 선배들하고 점심시간 에 족구도 했는데…… 지금은 안 된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이 구내식당을 나서자, 강진은 아직 식사를 하는 소방관들을 보았다.

산삼이 들어갔다는 말을 해서 그런지 소방관들은 국물 하나 남 기지 않고 후루룩후루룩 잘 먹고

있었다.

50인분 삼계탕에 산삼은 한 뿌 리밖에 안 들어갔지만, 그래도 삼계탕마다 좋은 인삼이 한 뿌리 씩 들어가 있으니 몸보신은 될 것이었다.

‘그냥 산삼을 팔아서 소고기를 왕창 사서 구워 줄 것을 그랬 나?’

산삼 한 뿌리 넣고 끓인 삼계탕 이라 어떻게 보면 산삼 목욕물이 라고도 할 수 있으니 조금 미안 해진 것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차 은미와 대원들이 식당에 들어섰 다.

“안녕하세요.”

차은미가 웃으며 인사를 하자, 강진도 마주 웃으며 고개를 숙였 다.

“식사가 늦으시네요?”

“출동이 하나 있어서요.”

“그래서 사람 돕고 오셨어요?”

“그럼요. 그러려고 출동하는 건

데요.”

차은미가 웃으며 줄을 서자, 강 진이 슬며시 말했다.

“오늘 삼계탕에 들어간 산삼입 니다.”

강진이 산삼을 가리키자, 차은 미와 직원들이 그것을 보았다.

“정말 산삼이에요?”

“그럼요. 가짜 산삼을 넣고 진 짜 산삼을 넣었다고 하는 그런 나쁜 봉사자 아닙니다.”

팔려는 것도 아니고 봉사하러 왔는데 가짜를 가져왔겠냐는 말 이었다. 그에 차은미가 웃으며 말했다.

“저 산삼 처음 봐요.”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죠. 아! 그리고 이건 시중에서 파는 것하고는 달라요. 강원도에 가서 산 잘 타는 동생한테 직접 받아 온 겁니다.”

‘돼랑이가 사람은 아니지만 동 생인 건 맞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말을 이었다.

“구경하실 분은 하시고 배식 받 으실 분은 이쪽으로 오세요.”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산삼을 더 보다가 김치와 반찬들을 담았 다.

“삼계탕하고 어울리는 반찬만 두 개 해 와서 찬은 몇 개 없어 요.”

“왜요. 깍두기도 있고 제육볶음 도 맛있어 보이는데요.”

“아! 제육은 많이 담지 마세요.”

강진의 말에 제육을 듬뿍 담으 려던 남자 직원이 그를 보았다.

“어? 모자라나요?”

“모자라기는요. 저를 어떻게 보 시고요. 거기 담아 놓은 거 말고 도 한 통 챙겨 왔으니 저녁에도 충분히 드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왜요?”

“산삼 들어간 삼계탕을 드셔야 하는데 평범한 제육으로 배를 채 우시면 되겠어요? 삼계탕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드셔 야 하는데, 그러고 나면 배불러 서 제육 다 못 드실 거예요. 반 대로 제육을 먼저 먹어 버리면 삼계탕 국물이 남아 버리던가 요.”

강진은 옆에 끓고 있는 삼계탕 과 산삼을 보며 말했다.

“삼계탕 국물 남기면 안 됩니 다. 저게 들어갔으니까요.”

“하하! 알겠습니다.”

남자 직원은 듬뿍 펐던 제육을

덜어 조금만 담았다. 그런 직원 을 보던 강진은 따뜻한 물에 담 겨 있던 뚝배기를 집어 삼계탕을 담았다.

식판에도 국을 담는 칸이 있지 만, 이왕이면 삼계탕 먹는 기분 이 제대로 나게 뚝배기도 챙겨온 것이다.

“조금 오래 삶아서 좋게 말하면 닭이 좀 많이 부드럽고, 나쁘게 말하면 흐물흐물할 거예요. 죄송 합니다.”

“가게에서 직접 먹는 것이 아닌

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 잘 먹 겠습니다.”

차은미가 뚝배기를 식판에 올리 고 자리로 가자, 강진이 다른 대 원들에게도 삼계탕을 올려주었 다.

“은미한테 산삼 넣어 줬어?”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차종석이 산삼 한 뿌리만 들어간 것을 알고는 차은미 줄 거 잘 챙 겨 놓으라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 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잘 보이지도 않는 산삼 잔뿌리를 구석에 잘 놔뒀다가 차 은미 그릇에 따로 담아 주었다.

“잘 찾아서 넣어줬습니다.”

“그래? 잘 했어.”

차종석이 웃으며 차은미가 있는 곳을 보자, 강진이 작게 웃었다.

‘진이 다 빠져도 산삼은 산삼이 니까.’

“그런데 형은 왜 동생 안 따라 다녀요?”

강진의 말에 차종석이 배식대에 팔을 얹고는 머리를 기댔다.

“우리 은미는 아픈 사람들 구하 러 자주 나가서 같이 있으면 안 좋아.”

“그래서 같이 안 다니시는 거예 요?”

“그것도 있는데……

차종석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은미 하는 일 보면 짜증나서 같이 못 있겠어.”

“왜요? 좋은 일 하시잖아요.”

강진의 말에 차종석이 투덜거렸 다.

“처음에 몇 번 따라갔는데 이상 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술 마시 고 집에 가려고 구급차 부르는 놈들도 있고, 은미한테 토하고 화내고 소리 지르는 놈들도 있 어. 자기가 토해 놓고는 냄새난 다고 화내는 놈도 있었고.”

말을 하던 차종석이 재차 고개 를 저었다.

“그런 거 보면 내가 살아 있었 으면 이 녀석들 다 때려줬을 텐 데,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안 따라다녀.”

“이상한 사람들이 구급차를 많 이 타는 모양이네요.”

“그렇지도 않아. 이상한 사람들 은 어쩌다 한둘이야. 대부분은 119가 빨리 와 줘서 우리 엄마, 아빠, 가족이 살았다고 다들 감 사해하고 고마워해.”

차종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정말 한둘이 나쁜 놈들이고 싸 가지가 없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은미 보면 좋아들 해. 전에 는 은미가 응급조치해서 숨을 쉬 었던 환자가 아내랑 같이 통닭도 여러 마리 사 오고 그랬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이 야기했다니까.”

차종석이 정말 기분 좋은 웃음 을 보이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정말 기분 좋으셨나 보네요.”

« "응."

차종석은 밥을 먹고 있는 차은 미를 보며 미소 지었다.

“우리 은미가 사람을 살렸고, 그걸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거잖아. 우리 은미는 정말 대단해. 방금도 아마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고 왔을 거야.”

“그러시겠죠.”

“감사 인사를 받으려고 사람을 구하는 건 아니지만, 고맙단 말 들으면 은미하고 대원들 모두 기 분 좋게 웃으며 들어오더라. 아 까도 우리 은미 웃으면서 들어온

것을 보니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 나 봐.”

웃으며 차은미를 보던 차종석이 눈을 찡그렸다.

“그런데 가끔 있어. 아까 말을 한 개자식들 말이야. 자기 구해 주러 온 사람들한테 욕하고…… 전에는 어떤 놈이 은미 따귀를 때렸다니까.”

“따귀를요?”

“내가 누군지 아냐고, 왜 이리 늦게 오냐고 말이야. 너희 때문

에 나 죽으면 책임질 거냐고.”

“와…… 그런 놈이 다 있네요.”

“그러니까.”

“그래서 누구였는데요?”

“모르지. 은미가 상대가 누군지 알고 구하는 것도 아니고. 나였 으면 ‘그래서 너 누군데.’하면서 그걸 동영상 찍어서 인터넷에 올 리겠다. 검人}, 판사든 그런 영상 돌면 바로 잘리지 않겠어?”

“검사 판사만 잘리겠어요? 국회 의원이나 대통령도 그런 영상 돌

면 바로 난리 나는 거죠.”

“그런 놈들 보면…… 달라붙어 있고 싶어.”

“그러지 마세요. 달라붙으면 형 한테 안 좋아요.”

“그래서 안 붙었어. 나 힘들어 지면 은미가 싫어할 테니까.”

차종석은 차은미를 지그시 보았 다.

“은미가 하는 일 참 힘들더라. 한편으론 우리 은미가 참 대단한 것 같아.”

“다들 대단하시죠.”

“ 맞아.”

고개를 끄덕인 차종석이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 식당 네 거지?”

“식당?”

“너 일하는 식당.”

“그런 셈이죠.”

“그런 셈이 뭐야?”

“음, 일단은 제 거기는 한데 아

직 명의는 제가 아니거든요. 앞 으로 이 년 정도 더 해야 제 거 예요.”

“그 건물 비싸지? 거기 땅값 비 싸다고 하던데.”

“형이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나도 신문 같은 것도 봐.”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신문 보는 귀신이라……. 하긴, 드라마 보는 귀신에 인터넷 하는 귀신도 있는데.’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차 종석이 물었다.

“그래서 비싸지?”

“그렇죠?”

왜 이런 걸 묻나 싶어 강진이 보자, 차종석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리 은미 예쁘지?”

“예쁘시기는 하죠.”

“그럼 우리 은미하고……

“에이, 은미 씨는 더 좋은 사람

만나야죠.”

“왜, 너도 좋은 사람인데.”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삼계탕을 한 그릇 떠서는 앞에 놓았다.

“삼계탕이나 한 그릇 드세요. 중매하려고 하지 마시고요.”

“생각은 해 봐.”

웃으며 말을 한 차종석은 삼계 탕에 든 닭다리를 손으로 잡고는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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