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911화 (909/1,050)

911 화

강진이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를 들을 때, 창가에 간 차종석이 웃 으며 말했다.

“강진아.”

차종석의 부름에 강진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창밖 너머로 소방서를 빠져나가는 소방차와 앰뷸런스가 보였다.

어느새 출동 준비를 마친 대원 들이 출발을 하는 것이었다.

“사이렌 울린 지 얼마 안 됐는 데 벌써 가네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밥 먹다가 도, 똥 싸다가도 사이렌 울리면 바로 튀어나가. 일 분 빨리 출동 하느냐, 마느냐로 죽고 사는 게 갈리니까.”

차종석은 사이렌을 울리며 소방 서를 빠져나가는 소방차를 보았 다.

“저 모습을 보면 뭔가 마음이 이상해.”

“왜요?”

“저들이 가는 곳은 불이 났거나 사고가 난 위험한 현장이야. 그 러다 보니 우리 은미가 다치면 어쩌나 하고 걱정되는데…… 한 편으로는 은미가 사람을 구하러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 그래서 묘해.”

차종석은 창가에 올라가서는 멀 어지는 소방차를 보았다.

“소방차는 사람을 구하는 차 야.”

잠시간 소방차를 보던 차종석이 강진을 보았다.

“나 소방차 사 줘.”

“갑자기요?”

왜 말이 이런 쪽으로 튀나 싶어 강진이 보자, 차종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고 싶어.”

“진짜 소방차 말하는 건 아니 죠?”

“그야 장난감 소방차지. 진짜야

차고에 가면 있는걸.”

“근데 그걸 어떻게 가지고 노시 려고요?”

“그냥 구경만 하지 뭐.”

“그럼 제가 소방차 사서 여기에 다 가져다 놓을게요.”

“그래!”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최 동해와 최창수가 강진에게 다가 왔다.

“출동하는 거 보고 왔어?”

강진의 물음에 최동해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장난 아니었어요.”

“뭐가?”

“웃으면서 이야기하던 선배님이 사이렌 울리니까, 뭐라고 말도 안 하고 번개처럼 뛰어나가더라 고요. 그러고는……

최동해는 격앙된 듯 평소보다 빠르게 말을 했다.

“순식간에 방화복 입고 장비 챙 겨서는 소방차에 올라타더라고

요. 와, 그거 한 일 분 걸렸나?”

최동해가 보자, 최창수가 고개 를 끄덕였다.

“모르겠다. 정신없이 뛰어서.”

“근데 너희는 왜 뛰었어?”

“그게 선배님들이 다 뛰니 우리 도 덩달아 막 뛰었어요.”

최동해는 연신 웃으며 말했다.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방금 전 까지 웃던 분이 순식간에 전장에 뛰어드는 군인처럼 날카롭게 변

하는데……

최동해가 정말 감동을 받은 듯 말을 멈추지 않자, 강진이 웃으 며 말했다.

“그만 이야기하고 정리하자.”

강진의 말에 두 사람이 주방에 들어와 아이스박스에 물건들을 넣기 시작했다.

강진은 최동해와 최창수를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 주었다.

“형이 데려다주지 않아도 되겠 어?”

“저희가 애들도 아닌데요 뭐. 여기서 지하철 타고 갈게요.”

“맞아요. 형 들어가서 쉬세요.”

두 사람의 말에 강진이 문득 물 었다.

“너희 소방서 또 갈 거지?”

“내일도 갈 건데요.”

“내일도?”

“소방학교 갈 때까지 봉사한다

는 마음으로 청소라도 하려고요. 그리고 선배님들이 오라고도 했 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생각했네. 너희는 청 소하고 선배들은 소방학교 팁을 알려주면 나름 괜찮겠다.”

“그러게요. 아! 그리고 소방서에 운동할 수 있는 헬스장도 있더라 고요.”

“헬스장이 있어?”

“기구가 많은 건 아닌데 필수 기구들은 있어서 거기서 운동하 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소방관 에게 필요한 근육이 또 따로 있 을 테니 그런 쪽으로 운동 좀 배 우려고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직업마다 필요한 근육이 다르니까. 가서 너무 귀찮게는 하지 말고.”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거기 출 동 걸리면 정신없던데 걸리적거

리면 안 되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지갑을 꺼냈다.

“형 저희 돈 있어요.”

최동해가 급히 손을 젓자 강진 이 웃었다.

“너희 주려는 거 아니야.”

“아……

“왜, 아쉬워?”

“아니에요. 민망해서죠.”

최동해가 머리를 긁자 강진이

웃으며 오만 원짜리 두 장을 꺼 내 내밀었다.

“미안한데 장난감 소방차 한 대 만 사 주라.”

“소방차요?”

“그거 사서 구내식당 한쪽에 가 져다 놔.”

“그걸 왜요?”

다른 것도 아니고 소방서에 소 방차 장난감을 가져다 놓으라니 의아한 것이다.

“누구하고 약속을 했어.”

“소방관 선배들하고요?”

“그런 셈이지. 그럼 부탁한다.”

“알았습니다.”

강진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 어 주고는 액셀을 밟았다. 그렇 게 강진이 먼저 떠나자, 차를 보 던 두 사람도 곧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사이드 미러로 본 강 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강진의 부름에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냥 집에 오지, 왜 불렀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광현 형 동네 좀 들렀다 가려 고.”

“거기는 왜?”

“이왕 푸드 트럭 끌고 온 거 가 서 송화 씨 음식도 좀 해 주고, 대방 씨 부모님도 좀 해 드리려

고.”

운전을 하며 강진이 말을 이었 다.

“가는 길에 마트에서 재료 좀 사서 가자.”

“이왕이면 그 할머니 슈퍼에서 사지그래?”

“거기서?”

“조금 비싸기는 하겠지만……

좀 팔아드리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

각을 하다가 말했다.

“거기 고기도 팔려나?”

“요즘 작은 슈퍼에서도 대패 삼 겹살 정도는 팔잖아. 그리고 안 팔면 동네 정육점 가서 좀 사면 돼지. 보니까 골목에 정육점도 있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광현 형한테 전화 좀 걸어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최광현에 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스피커 모드로 돌리 자, 잠시 후 최광현의 목소리가 홀러나왔다.

[어.]

“저 지금 형네 동네 가는데 집 에 있으세요?”

형 지금 부산이야.]

“부산요?”

[부산 경찰청에서 요청이 와서 교수님 모시고 왔어. 여기 급한 사건이 터졌거든.]

“부산이면 호철 형 못 가실 텐 데?”

[그래서 다른 경찰 귀신분하고 같이 왔어. 호철 형한테는 미안 하지만…… 연필 있으면 다른 분 들하고도 대화 가능하니까.]

“그건 그렇죠.”

[그래서 우리 동네는 왜…… 아! 송화 씨 보러?]

“송화 씨도 보고 대방 씨 집에 도 들르려고요. 오늘 소방서 음 식 봉사 하느라 푸드 트럭 끌고

나왔거든요. 이왕 나온 거 음식 좀 해 드리려고요.”

[겸사겸사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거 죠.”

[그럼 내가 집 비번 알려줄 테 니까 일단 송화부터 밥해 줘.]

“비번 알려줘도 되는 거예요?”

[훔쳐 갈 것도 없고, 훔쳐 갈 놈도 아니잖아. 그리고 집에 송 화 씨 있는데 집에 물건 건들게 하겠어?]

“그것도 그러네요. 그럼 비번 문자로 찍어 주세요.”

[알았다. 아! 그리고 송화 씨 햄 버거 좋아하더라. 재료 사다가 그것 좀 해 줘.]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배 용수를 보았다.

“슈퍼에서 파는 식재로 햄버거 가능해?”

“어려울 것이 있나? 햄버거 빵 은 없을 테지만 모닝빵이나 식빵 있으면 그거 쓰고 고기 패티는

없겠지만 햄하고 맛살 섞어서 계 란 옷 입혀서 속 만들면 돼. 아 니면 고기 다져서 패티를 만들어 도 되고.”

“그건 햄버거가 아니라 샌드위 치 아니냐?”

“햄버거나 샌드위치나 별 차이 있냐. 햄버거 빵이냐 식빵이냐 그 차이지. 안에 들어가는 거 보 면 비슷비슷해.”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휘젓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비슷하네.”

“소스만 맛있게 만들면 돼. 햄 버거는 소스 맛이거든.”

강진은 햄버거에 대해 배용수와 대화를 마저 나누며 신림으로 향 했다.

슈퍼 앞에 도착한 강진이 차를 세웠다.

“일단 식재부터 사자.”

“그래.

배용수가 차에서 내리자 강진이 뒤따라 내리며 입을 열었다.

“장대방, 장대방, 장대방.”

강진의 부름에 장대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우리 동네네요.”

장대방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가 슈퍼 평상에 앉아 있는 할아 버지 귀신을 보고는 웃으며 고개 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그래, 왔어?”

할아버지 귀신이 웃으며 손을 흔들자, 강진도 할아버지에게 고 개를 숙이며 다가갔다.

“잘 지내셨어요?”

“나야 뭐 잘 못 지낼 일이 있 나?”

그러고는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 했다.

“광현인가? 그 친구 참 착한 것 같아.”

“왜요?”

“집에 들어갈 때 막걸리 한 병 씩 사서 이 앞에 따 놓고 한 이 십 분 정도 앉아 있다가 가거든. 나 먹으라고 막걸리 따 놓으니 너무 고맙지.”

“그러셨구나.”

“그래서 우리 할망구 그 총각 자주 혼내.”

“혼내요?”

“그렇게 술 마시다가 죽는다고 말이야. 앞으로는 안 팔겠다고

화도 냈다니까.”

“하긴, 젊은 사람이 매일 막걸 리를 사서 가니 할머니가 걱정하 실 만하네요.”

“그러게 말이야. 이러다가 할망 구 때문에 내 낙이 없어질 것 같 아.”

할아버지는 웃으며 말을 이었 다.

“그 친구한테 고맙다고 이야기 좀 해 줘. 그리고 앞으로는 이삼 일에 한 번씩만 사라고 해. 이러

다가 동네에 술꾼이라고 소문나 겠어.”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래. 들어가서 물건 사.”

강진은 고개를 숙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계산대 앞엔 할머니가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래요.”

가볍게 웃으며 대답을 한 할머 니가 TV로 시선을 돌렸다. 딱 한 번 들러서 그런지 기억을 못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할머니를 보던 강진이 진 열된 물건들을 살폈다. 한쪽 야 채 칸에는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양한 식재들이 진열이 되어 있 었다.

‘하긴, 동네 슈퍼에 물건 많이 사러 오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정말 급하게 써야 할 식재들이 나 동네 슈퍼에 와서 사지, 많이

사야 할 때는 큰 마트로 갈 테니 말이다.

‘트럭에 양념은 있으니……

강진이 재료를 볼 때, 배용수가 말했다.

“여기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대 패 삼겹살 있다. 주재료는 이거 로 하면 되겠어. 그리고……

배용수가 장대방을 보았다.

“부모님 뭐 좋아하세요?”

“이것저것 다 좋아하시죠.”

“특히 좋아하는 거 없어요?”

배용수의 물음에 장대방이 생각 하다가 말했다.

“아! 아버지는 김칫국 좋아해 요. 콩나물 넣고 한 김칫국요.”

“음…… 근데 김치가 없네.”

“저희 부모님께 요리해 주시려 고요?”

“푸드 트럭 가지고 왔잖아요. 푸드 트럭에서 식사 만들어 드리 려고요. 물론 강진이가요.”

“그럼 엄마한테 김치 좀 가져다 달라고 하면 되죠.”

“아하!”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 진을 보았다.

“콩나물 골라라. 그리고 두부랑 매운 고추하고……

배용수가 재료들을 말하자, 강 진이 아이스크림 냉동고를 열어 대패 삼겹살을 꺼내고는 말했다.

“김칫국에 들어가는 식재 정도 는 나도 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슈퍼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또 뭐 없어요?”

“대패 삼겹살 구울 거 아니에 요?”

“네.”

“그럼 그거 굽고 김칫국만 끓이 면 좋아하실 거예요. 아! 그리고 아버지 콩나물 좋아하세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며 말했다.

“콩나물 좋아하면 대패콩나물찜 하자.”

“오! 그거 좋네. 그거 맛있지.”

배용수의 말에 장대방이 그 둘 을 보았다.

“대패콩나물찜이 뭐예요?”

“콩나물 깔고, 그 위에 대패 삼 겹살 깔고 그 위에 다시 콩나물 깐 거를 쪄서 먹는 거예요. 아주 맛이 좋죠.”

배용수가 설명을 하자, 장대방 이 웃었다.

“처음 들어 보는 음식인데 정말 맛있겠네요.”

“어머니는 뭐 좋아해요?”

“저희 엄마는 골뱅이 좋아하세 요.”

장대방이 한쪽에 있는 골뱅이 캔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비싸서 자주 먹지는 못 해요. 저게 양에 비하면 비싸잖 아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골뱅이 캔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렇다면 골뱅이.”

강진은 고른 식재들을 들고 할 머니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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