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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16화 (914/1,050)

916화

푸드 트럭 선반 앞에 앉은 아주 머니와 장대진이 웃으며 대패 콩 나물찜을 먹고 있었다.

“이거 정말 맛있다.”

아주머니가 맛있다며 감탄을 하 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입에 맞으세요?”

“아주 맛이 좋네. 대패삼겹살은 되게 부드럽고, 콩나물은 돼지기

름 때문인지 고소해.”

아주머니는 양념간장을 젓가락 으로 찍어 입에 넣고는 웃었다.

“게다가 이 양념간장…… 너무 맛있다. 나중에 만드는 방법 좀 알려줘.”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었 다.

“어머니가 만드는 양념간장하고 별 차이 없어요.”

“그래?”

“간장, 매실액, 고춧가루, 거기 에 매운 고추 다져서 넣은 것뿐 이에요.”

“그런데 맛이 좋네.”

“대패 콩나물찜하고 궁합이 맞 아서일 거예요.”

강진은 앞에 놓인 대패 콩나물 찜을 보며 말했다.

“이게 콩나물 덕에 느끼함이 덜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돼지기름 코팅된 거 먹는 거라 안 느끼할 수는 없잖아요.”

“맞네. 그런 느끼함을 이 양념 이 잡아주는구나.”

아주머니가 붉은 양념간장을 보 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매콤함과 느끼함이 어 우러져서 더 맛있어지는 거죠.”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네.”

아주머니는 웃으며 콩나물과 대 패삼겹살을 소스에 찍은 뒤 입에 가져갔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평상 쪽을 보았다.

평상 쪽에는 아저씨와 친구들이 소주를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 다. 그 모습을 잠시간 보던 강진 이 푸드 트럭에서 내려왔다.

“강진이도 이리 와서 같이 먹 자.”

아주머니가 옆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를 가리켰다. 강진이 가지고 다니는 목욕탕 의자가 아니라 일 반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플라스틱 의자였다.

할머니가 가게에 있는 의자들을 내어 준 것이다.

“저 할머니 좀 모시고 올게요.”

“어르신 안에서 는데?”

장대진의 말에 끄덕였다.

“음식은 여럿이

니까.”

드신다고 하셨

강진이 고개를

먹어야 맛있으

“하긴 그것도 그러네. 그럼 가 만히 있어. 내가 가서 모셔 올 게.”

“어머니가요?”

“강진이보다는 내가 어르신하고 더 안면이 있으니 내가 권하는 것이 더 나오기 편하실 거야.”

아주머니가 웃으며 일어나서는 슈퍼로 들어가자, 강진이 다시 푸드 트럭 위로 올라갔다. 그러 고는 아저씨를 보았다.

“입에 맞으세요?”

“그래. 아주 맛이 좋아.”

“음식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 요.”

“그래. 알았다.”

정말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며 아저씨가 소주를 마시는 것에 장 대방이 웃었다.

“저희 아버지 정말 기분이 좋아 보이 네요.”

강진이 보자 장대방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깨만 봐도 알겠어요. 저렇게 잔뜩 올라가 있잖아요. 아버지 기분 좋을 때 나오는 버릇이거든 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아저씨를 보다가 웃었다.

‘그런 것도 알고 있어?’

앞에 장대진이 있어서 말은 하 지 않았지만, 장대방이 아버지가 기분 좋을 때 나오는 버릇을 알 고 있다는 게 뜻밖이었다.

보통 아들과 아버지는 그런 것 을 알 정도로 친하게 지내지 않 으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배 용수가 말했다.

“자장면 시작하자.”

‘벌써?’

눈으로 묻는 강진을 보며 배용 수가 말했다.

“어르신들이 음식 많이 드시는 것 봤어? 나이 먹으면 위도 쪼그 라들어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 르고, 많이 먹으면 속이 거북해. 그러니 배부르기 전에 자장면 해 드려야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스레인지 불을 켰

다.

화르륵!

그 위에 웍을 올린 강진은 기름 을 넉넉히 둘렀다. 뭘 이리 많이 넣나 싶을 정도로 기름을 두른 강진은 불이 잘 올라오는지 손바 닥으로 열을 확인했다.

손바닥이 화끈거리자 됐다 싶은 강진이 야채를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야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름 속에 들어가자 강진이 웍을

돌리며 빠르게 볶기 시작했다.

그렇게 야채를 볶던 강진은 물 이 끓고 있는 냄비에 미리 잘라 놓은 칼국수 면발을 넣었다.

휙휙휙!

집게로 면이 붙지 않도록 휘저 은 강진이 웍에 볶아 놓은 춘장 을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춘장이 재료와 잘 섞이게끔 빠 르게 문지르는 강진에게 장대진 이 의아한 듯 말했다.

“형 자장 만드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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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형 자장도 만들 줄 알 아요?”

“자장이 뭐가 어렵나. 그냥 춘 장 볶고 거기에 야채 넣어서 볶 고, 나중에 면 삶아서 소스 올리 면 끝인데.”

“그래도 손질할 재료가 한둘이 아닐 것 같은데요?”

“재료 손질을 할 게 좀 많기는 하지.”

웃으며 답한 강진은 자장 재료 들을 확인하고는 면을 확인했다.

“면도 잘 익은 것 같다. 찬물에 잘 씻어서 올리면 되겠어.”

이미 재료 손질이 다 된 상태로 볶기만 했던 터라 순식간에 자장 소스를 완성한 강진이 슈퍼 쪽을 보았다.

슈퍼에서는 아직 할머니가 안 나오고 있었다.

“안 나오시려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슈

퍼 문이 열리더니 할머니와 아주 머니가 같이 웃으며 밖으로 나왔 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새 그 릇과 젓가락을 장대진에게 내밀 었다.

“할머니 나오신다.”

강진의 말에 장대진이 뒤를 돌 아보고는 젓가락과 새 그릇을 어 머니 옆자리에 놓았다.

“어서 오세요.”

“이거 나는 안에서 먹어도 되는

데.”

“음식은 여럿이 먹어야 더 맛있 죠. 어서 앉으세요.”

할머니가 웃으며 자리에 앉자, 강진이 말했다.

“그리고 의자 정말 감사해요. 아니면 목욕탕 의자에 쭈그려 앉 아서 먹거나 서서 먹어야 했을 텐데요.”

“있는 거 내놓은 게 다인데 뭘.”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접시에 콩나물과 대패삼겹살을 올려서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아주머니가 할머니 앞에 놓자, 강진이 말했다.

“그럼 드셔 보세요. 안에서 혼 자 드시던 것보다 더 맛있을 거 예요.”

“안에서도 맛있게 먹었어.”

웃으며 답하던 할머니는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자장 하는 건가?”

“자장면이요.”

“자장면? 총각이 자장면도 해?”

“그럼요.”

“야, 면. 면.”

말을 하던 강진을 배용수가 툭 툭 쳤다. 대화하느라 면을 잊은 것이다. 그에 강진이 아차 하고 는 급히 가스레인지 불을 다 껐 다.

자장 소스야 이미 다 완성이 됐 으니 더 볶을 필요 없고, 면만 전분을 씻어내서 내놓으면 되었 다.

“제가 자장면 맛있게 말아드릴 게요. 일단 식사하고 계세요.”

강진이 면이 담긴 냄비를 들어 서는 조심히 푸드 트럭 밖으로 옮기자, 장대진이 급히 차 뒤로 와서는 손을 내밀었다.

“형, 주세요.”

“아니야. 뜨거워.”

말을 한 강진이 냄비를 들고는 수돗가로 향했다.

수돗가에 도착한 강진은 체에 국수를 부은 뒤 물로 전분기를

씻어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할머니가 지그시 보자, 할아버지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손주들 생각해?”

자신의 말에 답이 없는 할머니 를 보고 할아버지가 재차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녀석들이라고 당신 안 보고 싶어서 자주 안 오겠어? 그 녀석 들도 다 자기 일이 있고 가족이 있다 보니 자주 못 찾아오고 그 러는 거지. 그러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마.”

할아버지의 말에 장대방이 입맛 을 다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가족이잖 아요.”

“가족은 가족이지. 그런데 좀 사이가 떨어지잖아.”

“할아버지와 손주가 뭐가 사이 가 떨어져요?”

장대방의 말에 할아버지가 쓰게 웃었다.

“가까이 없으면 떨어진 거야.”

할아버지는 강진을 보고 있는 할머니를 보며 말했다.

“우리야 손주들이 온다고 하면 기쁘고 좋고, 언제 오나 기다려 지지만 손주들은…… 우리를 보 러 오는 것이 귀찮은 일일 수도 있지.”

말을 하던 할아버지가 피식 웃 었다.

“애들 어렸을 때는 용돈 받는 재미로라도 좋다고 따라오고는 했는데…… 이제 애들도 돈 벌고 하다 보니 바쁘면 못 오고 일 있

으면 못 오더라고.”

“그건......"

장대방이 뭔가 말을 하려 할 때,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대방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잘 찾아갔어?”

“저요? 저야 명절마다 찾아갔 죠.”

“명절 아닐 땐?”

“그야…… 음……

장대방이 말을 하지 못하자, 할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명절이라도 잘 찾아오 는 게 어디야. 손주들 결혼하고 그러면 명절에도 얼굴 보기 힘들 어.”

할아버지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애들도 자기 집에 갔다가, 다 시 처가도 가야 하고 시댁도 가 야 하니까.”

“자주 못 보시나 보네요?”

“그래도 나 장례식 때는 다 봤

지.”

할아버지의 말에 배용수와 장대 방은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손주 손녀들 잘 못 보다가 자기 장례식 때 봤다 니…….

그런 두 귀신의 반응에 할아버 지가 웃었다.

“내 개그가 너무 셌나?”

할아버지가 농담이라는 듯 웃는 것에 배용수가 한숨을 크게 토했 다.

“와…… 이거 귀신이나 가능한 농담이에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무슨 장례 농담을 그렇게 하세 요.”

“하하하! 내가 귀신이니 이런 농담도 가능한 거지.”

귀신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면 을 씻은 강진이 그것을 체에 올 리고는 다시 푸드 트럭 위로 올 라왔다.

“면이 참 잘 삶아졌네.”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면을 한 가닥 집어 후루룩 먹어 보고는 말했다.

“생각보다 조금 오버쿡 된 것 같네요.”

“오버쿡?”

“조금 더 익었다는 거예요.”

말을 한 강진이 면을 몇 가닥 집어 할머니와 아주머니에게 내 밀었다. 그에 두 사람이 한 가닥 집어 입에 넣었다.

“형 저도요.”

장대진의 말에 강진이 그의 입 에도 면을 한 가닥 넣어 주었다.

“이 정도면 잘 익었지.”

“그러게요. 면이 참 부드럽네. 그런데 면 여기서 직접 만든 거 야?”

면의 모양을 보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장면 수타를 하려다가 그건 조금 과한 것 같아서 칼국수로 만들었어요.”

“면도 직접 만들고 대단하네.”

“두 분 다 드실 거죠?”

“그럼. 먹어야지.”

아주머니의 말에 할머니도 고개 를 끄덕였다.

“나도 자장면 좋아해.”

두 사람의 말에 장대진도 말했 다.

“저도 먹을래요.”

“그래. 너는 당연히 먹어야지. 아! 아저씨에게도 여쭤봐. 드실 거면 한 그릇 해서 보내 드리겠

다고.”

“한 그릇만요?”

“저분들 한 그릇씩 드리면 다 드실 것 같아서. 한 그릇 드릴 테니 덜어서 드시라고 해. 다른 먹을 것도 있는데 자장면으로 배 채우면 안 되지.”

고개를 끄덕인 장대진이 아버지 에게 걸어가자, 강진이 두 사람 을 보았다.

“이것도 드시고 나중에 골뱅이 무침도 드셔야 하니 조금씩만 담

아 드릴게요.”

자장면을 담은 그릇을 건넨 강 진이 슬며시 할머니를 보았다.

“전에 대방이가 여기 할아버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대방이 가?”

“옛날에 할머니가 아프셨을 때 할아버지가 자장면을 사다 주셨 다는 이야기요.”

“자장면?”

할머니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 강진을 보다가 문득 미소를 지었다.

“아…… 그 자장면 말하는 거구 만.”

“어르신 아프실 때 할아버지가 자장면을 사다 주셨어요?”

아주머니의 물음에 할머니가 고 개를 끄덕였다.

“어느 날 몸이 좀 아파서 누워 있는데 자장면이 너무 먹고 싶더 라고. 자장면 한 그릇 먹었으면 하는데 시골에 중국집이 어디 있

나? 읍내나 나가야 중국집 있는 데 거기서 우리 동네까지는 배달 도 안 와.”

할머니가 이야기하는 人}이, 돌 아온 장대진의 답을 들은 강진은 큰 접시에 면과 소스를 덜어서 그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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