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2화
장대방이 웃으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근처를 지나가던 아주머니 몇 분이 다가왔다.
“대방 엄마.”
아주머니 한 분이 장대방의 어 머니를 부르자, 옆에 있던 아주 머니가 급히 그녀를 툭 쳤다.
“아……
그에 자신의 실수를 안 아주머
니가 어색하게 입을 막자, 장대 방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세찬 엄마, 어디 갔다 와?”
“목욕탕 갔다 와.”
“애들 밥은 어쩌고 지금 갔다 와?”
“밥하기 싫어서 오늘 저녁은 시 켜 먹으라고 했어. 목욕탕에서 목욕하고 거기서 비빔밥 먹고 왔 어.”
“맛있었겠네.”
“그런데 이건 뭐야?”
아주머니가 푸드 트럭을 보자, 장대방 어머니가 웃으며 강진을 가리켰다.
“우리 대방이하고 친한 형이 우 리 음식 해 주겠다고 가지고 왔 어.”
“음식? 이거 푸드 트럭 아니 야?”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식사들 안 하셨으면 음식 좀
드세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자신을 보자, 장대방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좀 앉아서 먹고 가.”
“그래도 되나?”
아주머니들이 머뭇거리자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 넉넉하니 앉으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푸드 트럭에 올라가자, 아주머니들이 슬며시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대방이가 제대로 살기 는 했나 보네. 자기 가족들 음식 해 주겠다고 형이 이렇게 푸드 트럭까지 가져오고 말이야.”
“우리 대방이야 그런 애지.”
장대방 어머니와 아주머니가 나 누는 대화를 들으며 강진은 대패 콩나물찜과 김칫국을 그릇에 담 았다.
“대패 콩나물찜은 간장 소스에 찍어 드시고요. 김칫국은…… 아
시죠?”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아주 머니들이 웃었다. 김칫국이야 그 냥 먹으면 되니 말이다.
“그럼요.”
“그런데 대패삼겹살을 콩나물 위에 올려서 찜을 했네?”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들이 음식 을 먹어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어머, 너무 맛있네.”
“그러게. 아주 부드럽고 좋네. 냄새도 하나 안 나고.”
두 아주머니의 말에 장대방 어 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남이 해 주는 음식이라 더 맛 있지?”
“그건 그렇지.”
아주머니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 는 것에 장대방 어머니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고마워.’
장대방 어머니가 작게 입모양으 로 말을 하는 것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많이 드세요.”
“정말 맛있게 많이 먹을게요.”
아주머니들이 웃으며 음식을 먹 자 강진이 그녀들 앞에도 소주잔 을 하나씩 놔 주었다.
“그럼 어머님, 아버님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오늘 고마워.”
“다음에 저희 가게 꼭 와 주세 요.”
“그래. 알았어. 다음에 꼭 갈 게.”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아주 머니들이 아쉬운 듯 말했다.
“조금 더 있다 가지.”
아주머니들의 말에 장대방 어머 니가 웃었다.
“강진이도 쉬어야지.”
그녀의 말에 아주머니들이 아쉽 다는 듯 푸드 트럭을 보았다. 맛 있는 음식에 술을 마시던 도중에 자리가 끝났으니 말이다.
아쉬워하는 아주머니들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대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들이 이건 무슨 소리인가 하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 셨다.
“그렇다고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이상하 다는 듯 보자, 옆에 있던 장대방 어머니가 말했다.
“잔치를 하루 종일 할 수 없다 는 말이잖아. 좋은 자리에도 끝 이 있다고.”
“아!”
그녀의 말에 아주머니들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어쨌든 오늘 잘 먹었어요. 아! 그리고 잠시만요.”
아주머니 한 명이 후다닥 슈퍼
에 들어가더니 피로 회복제 한 박스를 들고 나왔다.
“오늘 먹은 거 보답이라고 하기 는 그렇고, 잘 먹었어요.”
그에 강진이 웃으며 그것을 받 았다.
“한 번 거절을 하고 다시 권하 는 과정이 있어야겠지만, 정이라 생각하고 잘 받겠습니다.”
“총각이 말을 재밌게 하네. 다 음에 또 봐요.”
“네.”
강진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할 때, 아저씨가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고는 다가왔다.
“오늘 정말 잘 먹었다.”
웃으며 배를 두들기는 아저씨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드셨다니 잘 됐네요.”
강진의 말에 웃던 아저씨가 말 했다.
“아! 광현이 보증금 내가 깎아 준 이야기 들었어?”
“보증금요?”
“내가 부동산에 단호하게 이야 기해서 보증금 반절 돌려받았 지.”
아저씨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월세를 깎는 것이 아니 라 보증금을 깎으셨어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입맛을 다셨다.
“월세를 깎으려고 했는데 그 주 인이 이미 다른 데보다 많이 깎
았다고, 거기서 더 깎으면 차라 리 공실로 두고 말겠다고 하더라 고. 그래서 뭐라도 더 해 주라고 하니까 그럼 월세는 그냥 두고 보증금 반 돌려주겠다고 해서 보 증금 절반 돌려받았어.”
아저씨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한참 돈 들어갈 나이에 몇 백 만 원 여유 생긴 게 어디야.”
아저씨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었 다.
“광현이가 경찰이라고 하니까
믿고 돌려준 걸 가지고 뭘 자기 가 잘 해서 한 것처럼 말을 하 네.”
“어허! 그래도 말을 해야 주는 거지. 안 그래?”
“그럼요. 잠도 누워야 자는걸 요.”
강진이 편을 들어주자 기분이 좋은 듯 아저씨가 웃었다.
“봐. 사람이 서서 잠을 잘 수 있나.”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차를 보았다.
“기사님 기다리시니 저 이만 갈 게요.”
“그래. 조심히 가.”
“다음에는 우리가 가게에 한 번 놀러 갈게.”
“그러세요.”
인사를 마친 강진은 서둘러 차 에 올라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대리기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야 출근하자마자 같은 동네에서 손님 태우니 좋 죠. 그럼 갑니다.”
대리기사가 시동을 켜는 사이, 강진은 아주머니에게 받은 음료 수를 따서는 내밀었다.
“이거라도 하나 드시고 하세 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대리기사가 음료를 단숨에 마시 고는 빈 병을 내밀자 강진이 그
것을 받아 박스에 다시 넣었다.
차가 출발하자 강진은 사이드 미러로 장대방 가족을 보았다. 그러다 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장대방을 발견한 강진이 웃 으며 창문을 내리고는 손을 흔들 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대리기사에게 인사를 한 강진은 뒷문을 통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
다.
“어서 오세요.”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하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별일 없었죠?”
“별일 있을 것이 있나요. 아! 손님들 몇 분 왔다 가기는 했어 요.”
“손님요?”
“풍경 소리 들려서 나가 보니 ‘가게 문 닫았네.’ 하고는 가시더
라고요. 저희 일요일에는 쉰다는 거 모르고 오셨나 봐요.”
“평소 오시던 분들은 아닌가 보 네요.”
“소문 듣고 오셨나 봐요.”
직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일부러 찾아오신 분들에 게 죄송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일요일에 안 쉴 수는 없으니 말 이다.
“내일 단톡방에 쉬는 날에 대해 서 공지 한 번 해야겠네요.”
대부분 알고 방문하지만, 방금 온 사람들처럼 모르고 오는 경우 도 종종 있으니 말이다.
“나 먼저 올라간다.”
“벌써 올라가게?”
“왜, 같이 올라가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더는 말 을 하지 않고 자리에 가서 앉으 며 TV를 켰다. TV에서는 배용 수가 주말마다 보는 드라마가 방 영되고 있었다.
“드라마 제가 놓친 거 있어요?”
배용수의 물음에 이혜미가 의자 에 앉으며 말했다.
“여주인공이 선아인 걸 남자 주 인공이 알았어요.”
“어? 알았어요?”
“네.”
“이야, 남자 주인공 속 터지겠 네.”
배용수가 웃으며 TV를 집중해 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 이 한숨을 쉬었다.
“아줌마가 다 되어간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애들은 이런 드라마의 묘미를 모르는 법이지. 올라가서 자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 * *
“안녕히 가세요.”
강진은 웃으며 손님을 배웅하고 는 줄을 보다가 문득 맨 뒤를 보 았다. 맨 뒤에 여자아이가 가방 을 멘 채 서 있었던 것이다.
그 여자아이 뒤에는 아주머니 귀신 한 분이 서 있었다.
“사장님, 저희 들어가도 되나 요?”
강진이 말없이 줄을 보고 있자 앞에 서 있던 손님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럼요. 몇 분이세요?”
“저희 넷요.”
“네 분 들어오세요.”
강진이 가게 문을 크게 열자 손 님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다시 아이와 아주머 니를 보았다.
줄을 서 있던 아이가 강진의 시 선에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그런 아이에게 강진은 웃으며 손 인사를 했다.
“우리 가게 온 거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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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강진은 힐끗 아주머니 귀신을 보고는 물었다.
“그런데 혼자 왔어?”
“네.”
“정말 혼자 왔어?”
강진의 말에 여자아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시늉을 하고는 말 했다.
“네.”
여자아이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는 같 이 줄을 서 있던 사람들도 마찬 가지였다. 어른하고 같이 온 줄 알았는데 혼자 왔다고 하니 의아 한 것이다.
아이를 보던 강진이 가게를 보 고는 말했다.
“그럼 잠깐 줄 서 있어. 모르는 사람이 따라오라고 해도 가면 안 돼.”
“당연하죠. 안 돼요! 싫어요! 꺼 져요!”
여자아이의 말에 앞에 있던 아 가씨 한 명이 피식 웃었다.
“말 잘하네. 특히 마지므]' 마음 에 든다.”
“드라마에서 봤어요.”
여자아이가 웃으며 하는 말에 아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싫을 땐 단호하게 말을 해야 해. 안 그러면 튕기는 줄 안다니까.”
아가씨의 말에 여자아이가 웃었 다.
“언니는 단호해야겠어요. 안 그 러면 남자들이 막 다가오겠어 요.”
“어머, 네가 사람 볼 줄 아는구 나.”
“그럼요.”
아가씨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 다.
“제가 보고 있을게요.”
“감사합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강진은 방 금 들어간 손님들에게 메뉴를 받 아서는 주방에 들어갔다.
“혜미 씨.”
강진의 부름에 한쪽에 앉아 있 던 이혜미가 그를 보았다.
“네?”
“밖에 나가면 여자아이하고 같 이 서 있는 아주머니 귀신 있거 든요. 한 번 만나 볼래요?”
“여자아이하고요?”
“혼자 왔다던데…… 근데 아직 애들 방학 할 때 아니지 않아 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벽에 걸 린 달력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 다.
“아직은 때가 아닐걸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때가 아니지.”
“잘 아네?”
“방학 때면 가게에 어린이 손님 이 늘어나니까. 그래서 어린이들 이 좋아할 메뉴 한두 개 추가하 거든.”
“호오! 운암정에서 어린이 특선 요리도 준비를 해?”
“손님에게 최선의 요리를 대접 하는 곳이 우리 운암정이다. 어 린이든 어른이든 손님으로 왔으 면 손님 대우를 해 드려야지. 그 리고 손님 식성을 맞춰 주는 건 요리사의 기본이다.”
“그럼......"
뭔가 말을 하려던 강진이 고개 를 저었다.
“아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일단 손님 대접해 드려야 지.”
강진은 홀로 나와서는 손님들을 살폈다. 그러던 강진이 가게 입 구를 보았다.
‘흠…… 왜 애 혼자 왔지?’
어린아이를 보던 강진은 황태수 와 황미소를 떠올렸다.
전에 보육원에 갔을 때 둘은 아 주 밝은 모습이었다. 담임 선생 님이 잘 해 주지는 않지만 다른 애들하고 똑같이 대해 준다면서 좋아하던 것이다.
두 아이가 원한 건 다른 애들보 다 더 귀여움 받는 게 아니고 그 저 똑같이 대우받는 것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