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6화
후배가 박혜원이 물어보는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것을 보던 임경 호가 최광현을 보았다.
“교수님한테 허락받았습니다.”
임경호의 말에 최광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잘 했네.”
“형이 말하기 전에 제가 교수님 한테 연락하는지 보려고 아무 말
안 하신 거죠?”
임경호의 물음에 최광현이 그냥 웃었다. 그 말대로였다. 여기에 머무는 시간은 학생들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여기 책임자는 임상 옥 교수였다.
그러니 박혜원이 연구실에 오가 며 공부를 배우려면 임상옥의 허 락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한 번 지켜본 것이다. 왕고로서 연구실 문제를 교수님 에게 잘 보고하고 대처하는지 말 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둘을 보던 강 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김소희는 박혜원을 지그시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강진의 시선을 느꼈는 지 고개를 돌렸다.
강진을 바라보며 김소희는 말없 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작게 미 소를 지었다.
‘역시…… 아가씨는 알아보셨구 나. 혜원이가 어떤 아이인지.’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김소희 가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럼 공부 열심히 해. 나는 이 만 가 봐야겠다.”
“오늘 고맙습니다.”
박혜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내가 뭐 한 것이 있나.”
‘그저 열심히 살려는 애한테 길 을 알려 준 것뿐이지.’
강진이 한 일은 그저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을 하나 더 알려 준 것뿐이었다.
감사 인사를 받을 사람은 연구 실 후배들이었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 박혜원 스스로에게 고마워 해야 할 일이고 말이다.
웃으며 강진이 연구실을 나서 자, 최광현이 말했다.
“나 없어도 가끔 와서 애들 먹 을 것 좀 챙겨줘라.”
최광현의 말에 후배들이 눈을 반짝이며 강진을 보았다.
“형 김치 진짜 맛있어요.”
“맞아요. 깍두기만 있으면 라면
세 개도 먹을 수 있습니다.”
후배들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으며 말했다.
“그래. 형이 다음에 올 때 김치 하고 깍두기 가져다줄게.”
“고맙습니다.”
“또 놀러 오세요.”
후배들의 인사에 강진이 연구실 문을 열고는 나왔다. 그러고 잠 시 있자, 김소희가 문을 뚫고 나 왔다.
스르륵!
밖으로 나온 김소희는 강진을 보았다.
“자네가 무슨 의미로 저 아이를 나에게 보였는지 알겠군.”
“마음에 드십니까?”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연구실 문을 보며 입을 열었다.
“강한 아이더군. 특히 의지가 강해.”
김소희는 다시 강진을 보았다.
“자네가 왜 저 아이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알겠어.”
“그럼 아가씨께서도 마음에 드 십니까?”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아이이니 마음만 봐서는 알 수 없지. 그리고 연기라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지 않나?”
“저 녀석도 배우는 건 빠릅니 다.”
‘그리고 저 애는 그냥 자기 하 던 대로 하면 소희 아가씨의 어 릴 적 그 자체가 될 것 같고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소설 속 의 어린 김소희와 박혜원 성격이 조금 비슷하니 말이다.
애교 있는 성격에 잔정도 있고 속은 강한 것이 특히 닮았다. 물 론 지금의 김소희와는 성격이 많 이 다르지만, 어렸을 때 김소희 는 애교가 있는 성격이었다.
“일단 황민성에게 이야기하게 나.”
“알겠습니다.”
김소희가 다시 연구실 쪽으로 들어가려 하자, 강진이 물었다.
“혜원이 옆에 더 있으시게요?”
“좀 지켜볼 생각이네.”
스으윽!
김소희가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 자 강진이 웃으며 몸을 돌렸다.
“혜원이가 한복이 어울리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은 심리 학과 건물을 나왔다.
‘상식 형은 공원 도착했나?’
걸음을 옮기며 강진은 강상식에 게 전화를 걸었다.
[강진 씨.]
반갑게 전화를 받는 문지나의 목소리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은요?”
[형하고만 통화하려고요?]
“그건 아닌데 형 전화를 형수님 이 받으니까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작게 웃
으며 말했다.
[지금 운전 중이에요. 아! 그리 고 김밥 고마워요.]
“상식 형이 특별히 주문하신 거 예요.”
[맛있게 잘 먹었어요.]
[너희 형수가 그거 먹고 화 풀 었어. 고마워.]
[뭐야, 우리 싸운 거 이야기했 어?]
[어.]
[미쳤어? 그런 이야기를 왜 해.]
[뭐 어때.]
문지나와 강상식이 투닥거리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 아직 있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전화 끊지 마라. 너 전화 끊으
면 나 죽어.]
[강진 씨 오해하게 그런 말 하
지 마.]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의 웃음소 리가 뒤이어 들려왔다.
[형 운전 중이다.]
“아직 경마 공원 도착 안 하셨 나 보네요?”
[민성 형 집에 들러서 오느라 늦게 출발했어.]
“민성 형 집에요?”
[나들이 가는데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 물어보니까 같이 가자
고 하더라고. 그래서 거기 들러 서 애기들하고 같이 출발했어.]
“그렇군요.”
[너는?]
“저는 지금 서신대에서 출발하 려고요.”
[오케이. 공원 오면 전화해.]
“아! 그런데 경마공원 가면 말 볼 수 있는 거예요?”
[너 말 좋아해?]
“좋아한다기보다는 경마 공원이
면 말 정도는 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네가 보고 싶다면 봐야지.]
“볼 수 있는 거예요?”
[강진이가 보고 싶다면 봐야지. 형 그 정도 능력은 있다.]
“무리하는 거면 안 하셔도 돼 요.”
[아니야. 네 말대로 경마 공원 가서 말 정도는 봐야지. 그럼 거 기서 보자.]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은 심 리학과 건물을 보았다.
“아가씨가 말을 좋아하려나? 김 소희, 김소희, 김소희.”
강진의 부름에 김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방금 전에 봤는 데 왜 다시 자신을 청하나 해서 말이다.
“아가씨 말 좋아하세요?”
“말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가?”
“저 지금 말 보러 갈 건데 같이
가시겠어요?”
“말이라……
김소희는 심리학과 건물을 보았 다. 말을 보고 싶기는 하지만 박 혜원을 지켜보고 싶은 생각도 드 는 모양이었다.
“민성 형도 말 보러 가시는 모 양이에요.”
“황민성이?”
강진을 보던 김소희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아이들도 가겠군.”
말을 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더 보고 싶은 건 말을 보고 좋아 할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말을 보면 참 좋아할 것 같아요.”
“후! 아직 갓난아기들이 말을 보고 무슨 생각이나 하겠는가? 그저 큰 짐승이구나 하겠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이들이 보일 반응이 궁금하고 보고 싶은 지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떠 있
었다.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동물원 을 가는 이유는 자기가 동물을 구경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이 동물을 보고 좋아하는 것을 보고 싶어서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하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자신의 차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제가 차 가지고 오겠습니다.”
“나는 아이들과 같이 갈 것이니 자네나 안전하게 오게나.”
그러고는 김소희가 걸음을 옮겼 다.
스르륵!
순식간에 김소희의 모습이 사라 졌다. 그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알아서 잘 가시겠지.’
늘 그렇듯 김소희 이즈 뭔들이 니 말이다. 강진은 자신의 차에 타고는 입을 열었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 진이 말했다.
“뭐 하고 있었어?”
“드라마 보고 있었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학교네.”
“이제 경마 공원 가려고. 이 혜……
강진이 이혜미를 부르려고 하 자, 배용수가 그를 툭 쳤다.
“지금 드라마 재밌게 보고 있 다. 문자 보내놔. 드라마 끝나면 문자하라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드라마가 그리 좋은가?’’
“나도 원래 드라마 안 좋아했는 데 보다 보니 재밌더라. 다음 내 용도 궁금하고. 이것도 중독성이 있어. 보다 보면 계속 보게 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으며 말했다.
“그럼 옛날 드라마도 봐. 옛날 드라마도 재밌는 거 많잖아.”
“그렇지 않아도 혜미 씨가 추천 해 주는 드라마 보고 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그에게 내밀었다.
“톡 보내. 미리 문단속하고 기 다리고 계시라고.”
배용수는 조수석 문 밑에 있는 수납 칸에서 비닐장갑을 꺼내 끼 었다. 배용수가 가끔 차에 타다 보니 JS 비닐장갑을 챙겨 다니는
것이다.
비닐장갑을 낀 배용수는 이혜미 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경마 공원을 향해 차를 움직였다.
부르릉!
* * *
경마공원에 도착한 강진은 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을 보며 작은
감탄을 내뱉었다.
“와, 사람 진짜 많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말했다.
“도박하는 곳에는 사람들이 많 은 법이지.”
“ 도번]'?”
“공원이지만…… 말이 좋아서 공원이지, 경마면 도박하는 곳이 잖아.”
배용수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주위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곳에 공원을 즐기러 오는 사 람들이 얼마나 되겠냐? 대부분 경마 공원에서 경마를 즐기러 오 는 거지.”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 그 래도 공원에 나들이 삼아 온 연 인들도 꽤 보인다.”
강진이 어딘가를 가리키자, 배 용수가 피식 웃었다. 강진이 가 리킨 곳에는 황민성과 강상식이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 연인?”
“민성 형한테는 비밀이다.”
“후! 그래. 네가 죽으면 우리 식당 어떻게 하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둘에게 다가갔다.
“저 마중 나오신 거예요?”
u "응."
“저 오는 건 어떻게 알고요?”
“아가씨가 너 온다고 여기로 가 서 데려오라고 하더라.”
“아가•씨가•요‘?”
“내 눈에는 보이잖아.”
“아……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용수도 볼 수 있으면 좋은데 말이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늘 이야기하지만 귀신 자주 봐 서 좋은 건 없어요.”
“알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몸을 돌렸 다.
“가자. 형수들 기다린다.”
“어디에 계세요?”
“아가씨께서 애들 말 보는 거 보고 싶다고 해서 지금 말 보러 갔어.”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물었 다.
“경마 공원 좋네. 말도 보여주 고.”
“경마 공원이니 말을 보여주지 않을까? 동물원처럼 말이야.”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지금 가는 곳은 일반인은 못 들어가는 곳이야.”
“그래요?”
“상식이 친구 중에 마주가 있어 서 그 말 보러 가는 거야.”
“형 친구 중에 말 있는 사람도 있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었다.
“말 좋아하면 탈 수도 있어.”
“저 말 탈 줄 모르는데.”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소희 아가씨가 말 잘 타신대.”
“하긴, 소희 아가씨는 전장을 누비신 분이니 말 잘 타시겠네 요.”
“소희 아가씨도 그러더라. 자기 가 타던 흑풍이라는 녀석은 험한 산도 내달린다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원 한쪽으로
걸어가던 강진은 슬쩍 주위를 둘 러보았다.
주위에는 귀신들이 꽤 많이 보 이고 있었다. 멍하니 경마 공원 을 배회하는 귀신들을 볼 때, 황 민성이 말했다.
“저쪽은 보지 마.”
“네?”
“저쪽은 경마 배팅하는 매표소 있거든.”
“매표소요?”
“응. 처음 도박을 하는 사람들 이 다 재미로 시작을 해. 그리고 이상하게 초심자의 행운인지 처 음 하는 사람들이 돈을 좀 따더 라.”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이 경마 표를 사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 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 재미로 한두 번 더 하다 보 면 중독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재미로도 시작을 하지 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저런 거 할 시간도 없고……
강진이 슬쩍 배용수를 보았다.
“도박하면 마누라가 바가지를 얼마나 긁겠어요.”
마누라라는 말에 강상식과 황민 성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생각을 해 보니 강진이 도박을 하는 순간 달려들 귀신들이 한둘 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