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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41화 (939/1,050)

941 화

강진이 김이슬에게 만 원을 받 는 것을 보던 강상식이 말했다.

“너 경마는 할 줄 알아?”

“모르는데요.”

“그럼 같이 가자.”

“형도 하시게요?”

“경마가 알면 쉬운데 모르면 좀 복잡해.”

그러고는 강상식이 문지나를 보 았다.

“당신도 같이 가서 몇 게임 해 볼래?”

“나는 됐어. 그리고 당신 지갑 줘.”

“지갑? 뭐 사게?”

강상식이 지갑을 꺼내 주자, 문 지나가 그 안에서 돈을 꺼내려다 가 눈을 찡그렸다.

“무슨 현금을 이렇게 많이 가지 고 다녀?”

“ 많나?”

강상식이 모르겠다는 듯 하는 말에 문지나가 한숨을 쉬고는 지 갑을 보았다.

지갑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없고, 오만 원 권과 수표들이 가 득 들어 있었다.

그런 강상식의 지갑을 보던 문 지나가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지 갑에서 만 원짜리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당신도 이걸로만 해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피식 웃었다.

“당신이 하라면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

웃으며 만 원을 받는 강상식을 보며 문지나가 물었다.

“그런데 당신 경마 자주 해요?”

걱정스럽게 묻는 문지나를 보며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자주는 아니고 사업차 사람 만 날 때 가끔 오지.”

“무슨 사업을 경마장에서 해?”

“중국하고 일본 사람 중엔 경마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 그 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상 대도 좋아한다고 하면 호감이 생 기니까.”

그러고는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 다.

“그리고 나 도박은 안 좋아해. 걱정하지 마.”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히만 해.”

“알았어. 그럼 다녀올게요.”

강상식이 웃으며 황민성을 보 자, 그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식이는 자주 온 것 같으니 까, 강진이가 혹하는 것 같으면 잘 타일러서 데리고 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저보다 상식 형을 더 믿는 거 예요?”

“너는 처음이잖아. 처음 하는 애들이 빠지는 거야.”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제가 잘 알려주겠습니 다.”

“아냐. 잘 알려주라는 소리가 아니고, 그냥 룰만 알려줘. 그리 고 만 원만 해.”

“알았습니다.”

강상식이 자신의 어깨를 치고는 몸을 돌리자 강진이 그 뒤를 따

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뒤를 귀신들이 우르르 따 라왔다.

“다 같이 가시게요?”

“정숙이는 경마 해 봤는데 우리 는 안 해 봤잖아요. 우리도 재미 로 해 볼래요.”

이혜미의 말에 임정숙이 웃었 다.

“내가 돈 따 드릴게요. 내가 찍 어 주는 것만 사세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잘하시나 봐요?”

“그럼요. 아빠 따라서 경마장 자주 와서 보고 들은 것이 많아 요.”

“에이, 돈 따려고 하나요. 그냥 재미로 하는 거죠.”

“그래도 잃는 것보다는 따는 것 이 좋죠.”

임정숙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 자, 강진이 웃으며 그 뒤를 따랐 다.

강진과 함께 걸음을 옮기던 강 상식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지금 직원분들 다 같이 가는 거지?”

“네.”

“혹시 저승 음식 뭐 가져온 거 없어?”

“드시게요?”

강진이 보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옆에 계시는데 인사도 못 하고

그냥 이렇게 가는 것도 이상하잖 아. 저숭 음식 자주 먹으면 안 좋다고 하지만…… 자주 먹는 것 도 아니고.”

강진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 덕이며 주머니에서 향수를 꺼냈 다. 지금 저승 음식이라고 할 것 은 없고 있는 건 향수뿐이니 말 이다.

“입에 대고 치익 하세요.”

향수를 받아든 강상식은 그것을 받아 입에 대고는 치익 뿌렸다. 그러고는 입맛을 몇 번 다시더니

말했다.

“딱히 별 맛은 없네.”

“물 같은 그런 느낌이니까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상식이 흠칫했다. 피를 홀리고 있는 배용수가 보이자, 살짝 심 장이 철렁한 것이다.

귀신인 모습을 몇 번 보기는 했 지만…… 갑자기 보이니 놀란 것 이다. 자주 봤다고 해도 익숙해 지기에는 쉬운 모습이 아니니 더 더욱 그랬다.

강상식은 머쓱하게 웃으며 배용 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는 봐도 봐도 좀 무섭다.”

“제가 좀 정통 귀신 스타일이기 는 하죠.”

강상식이 가볍게 농처럼 한 말 인 것을 알기에 배용수도 웃으며 가볍게 말을 받았다.

모르는 사람이 자기를 보고 이 렇게 놀라면 마음에 상처가 되겠 지만, 강상식은 자신을 보려고 향수까지 먹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무섭게 생긴 건 사실이었다.

강상식이 여직원들에게도 인사 를 하자, 강진이 말했다.

“정숙 씨가 경마 박사랍니다.”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급히 말 했다.

“박사는 아니에요.”

“왜요? 돈 따게 해 준다면서 요?”

“그건......" 그냥......"

수줍음이 많은 그녀이다 보니 강상식이 보는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런 임정숙의 모습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디 정숙 씨 믿고 한 번 가 봅시다. 아! 그리고 경마장에 군것질거리 파는데 그거 맛있 어.”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만 원을 꺼냈다.

“저희 지갑 봉인인데 이걸로 간 식 먹으면 경마는 어떻게 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피식 웃 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요즘 누가 현금으로 물건 사 냐?”

“아…… 근데 그거 써도 돼요? 형수님이……

“형수가 하지 말라는 건 경마 지, 뭐 사’ 먹지 말라고는 안 했 잖아. 사람이 유도리가 있어야지. 가자.”

그러고는 강상식이 직원들을 보 았다.

“오늘은 제가 쏩니다.”

강상식의 말에 이혜미가 웃었 다.

“어머, 오빠 최고!”

“ 오빠?”

“돈 많으면 오빠죠.”

이혜미의 말에 강상식이 웃었 다.

“하하하! 그 말이 맞습니다. 오 빠라고들 부르세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사실…… 이혜미와 다른 여자 귀신들의 죽은 모습은 아주 섬뜩 한 편이었다.

저승식당 시간에야 생전 모습이 니 괜찮지만, 귀신일 때는…… 살해당한 모습 그대로이니 말이 다.

그것도 욕실에서 살해를 당해서 물에 축 젖어 있는 모습이라 더 무서웠다.

몇 번을 봤다고 해도 놀랄 모습 인데 강상식이 웃으며 농을 하니 강진은 그가 고마웠다.

귀신들도 자신들의 모습이 무서 운 것을 알지만 상대가 대놓고 무서워하면 상처를 받는다. 그리 고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고 말이다.

웃으며 경마장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강진을 배용수가 툭 쳤다.

“응?”

그에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입 맛을 다시며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서성식이 서 있었다.

멍하니 자판기 같은 것을 보고 있는 서성식의 옆에는 어느새 이 충만이 가서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아, 죽어서도 이러면 어떻게 해.”

이충만이 답답하다는 듯 말하고 있었지만 서성식은 여전히 자판 기를 보고 있었다.

그 근처에는 다른 귀신들도 있 었다. 강진과 같이 온 귀신들이 아니라 원래 여기에 있는 귀신들 인 모양이었다.

“저 양반이라고 여기 다시 오고 싶어서 왔겠소? 그냥…… 오게 되는 거지.”

“에휴! 적당히 합시다. 여기 오 고 싶어서 다시 오는 귀신들이 어디 있는 줄 아나.”

다들 도박에 빠져 죽은 귀신들 인 듯, 이충만에게 적당히 하라 하고는 서성식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도 당신은 팔자가 좋네. 당신 말려 주러 여기까지 쫓아오 는 친구도 있고 말이야.”

“오늘 처음 본 것을 보면 여기 는 처음인 것 같은데, 오늘은 구 경이나 하고 가요. 여긴 자주 올 곳이 못 돼.”

“에휴 자네도 참……. 죽었으면 그냥 승천하지, 뭐 먹을 것이 있 다고 여기를 기어 오나?”

동병상련이라 그런지 귀신들은 서성식을 위로했다. 그 모습을 강진이 볼 때, 강상식이 슬며시 옆에 서서는 말했다.

“저분 찾으러 왔던 거구나.”

향수를 먹어서 귀신을 볼 수 있 게 된 강상식이 서성식을 알아본 것이다. 김성수와 함께 있던 것 을 전에 병원에서 한 번 봤으니 말이다.

“네.”

“그런데 저분 도박 중독이야?”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귀 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 대 충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상식 이 입맛을 다시며 서성식을 보았

다.

“거참…… 도박이 무섭네. 귀신 이 되어서도 여기에 홀린 듯이 온 것을 보면 말이야.”

강상식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입 맛을 다시며 말했다.

“도박만 무섭나요? 모든 중독이 다 무섭죠. 알코올 중독, 담배 중 독, 스릴 중독……

“스릴 중독?”

“위험한 스포츠 즐기는 분들요. 그런 분들이 많이 죽잖아요. 좀

더 위험한 걸 하고 싶어서 무리 하게 되니까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동감이라 는 듯 말했다.

“더욱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법이죠.”

“그럼 약으로는 치료 못 하나?”

“그래서 심한 사람들은 정신과 에서 약 처방받잖아요. 근데 어 디까지나 보조적으로 도움이 되 는 것뿐이지, 해결책은 아니라서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죠.”

말을 하며 강진이 배용수를 툭 쳤다.

“오늘 너의 역할이 크다.”

“내 역할?”

배용수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보 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저분들한테 언제 다 이야 기를 하냐.”

“ 무슨......"

‘무슨 이야기?’라고 하려던 배용 수가 한숨을 쉬었다. 무슨 말인

지 이해를 한 것이다.

자판기 같은 곳 주위에는 귀신 도 있지만 사람들도 많았다. 그 런 곳에서 강진이 귀신들과 대화 를 하긴 어려웠다.

배용수를 보며 웃은 강진이 주 머니에서 무선 이어폰을 꺼내 귀 에 꽂았다.

요즘 나오는 무선 이어폰은 귀 에 쏘옥 들어가는 형태라 잘 안 보였지만, 강진이 귀에 꽂는 것 은 조금 사이즈가 컸다.

이유는 간단했다. 귀신들하고 대화를 하는 것을 통화하는 것처 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좀 사이즈가 큰 걸로 산 것이다.

게다가 색깔도 빨간색으로 해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도록 했고 말이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강진이 서 성식에게 다가갔다.

“여기 계셨네요?”

서성식은 강진을 보고는 고개를 푸욱 숙였다. 부끄러운 것이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서 성식을 보던 강진이 자판기를 보 았다. 이제 보니 이건 자판기가 아니라 경마 발권 기계였다.

“발권 기계가 자판기처럼 생겼 네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도 의아한 듯 기기를 보았다.

“나 다닐 때는 이런 거 없었는 데..

임정숙이 자판기를 보는 사이 배용수는 손뼉을 치고 있었다.

“자, 주목해 주세요. 여기 이 친 구는……

다른 귀신들이 여러 번 묻는 것 을 방지하기 위해 배용수는 귀신 들 시선을 모아서는 한 번에 설 명을 하고 있었다.

“이 친구가 귀신을 본다고?”

“그럼 혹시 우리 집에 연락

“딸이 보고 싶은데.”

“내가 친구한테 빌려준 돈이 있

는데 그 자식이 안 갚……

강진이 자신들을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말에 귀신들이 각 자의 사정을 빠르게 이야기했다. 그에 배용수가 다시 손뼉을 쳤 다.

짝! 짝! 짝!

“주목! 주목해 주세요.”

귀신들이 말을 멈추고 자신을 보자, 배용수가 말했다.

“강진이가 귀신을 보지만, 귀신 들 사연을 듣고 그 사연 다 풀어 드릴 수는 없어요. 애초에 사연

을 다 풀 수 있었으면 저희가 강 진이하고 계속 있겠어요? 진작 승천을 했겠죠.”

“그건......"

귀신들이 입맛을 다시자, 배용 수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하는 말대 로 이승에 있는 가족들에게 사연 을 전하는 것도 어려워요. 예를 들어서 전화할 때 통화비가 들 죠? 여러분들 소식을 가족들에게 전하려면 마찬가지로 통화비가 들어요.”

“얼마나 듭니까?”

“JS 돈으로 엄청 듭니다. 그래 서 어려워요. 그러니…… 죄송하 지만 그냥 강진이라는 애가 있구 나 정도로 생각을 해 주세요. 그 리고 각 지역마다 저승식당이 있 으니 거기 가서 식사를 하세요. 귀신한테는 저승식당 음식이 최 고로 맛있습니다.”

배용수의 말에 귀신 중 하나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그쪽은 가족들하고 연락 을 한 적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배용수의 말에 귀신이 멈칫했 다. 있다고 하면 당신들은 되고 왜 우리는 안 되냐고 말을 하려 고 했던 것이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귀신이 다른 여자 귀신들 을 보았다.

그 시선에 서로를 보던 여자 귀 신 중 이혜미가 말했다.

“저희는 집에 가서 부모님을 봤 어요.”

“그럼 우리도……

귀신이 급히 말을 하려 하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럼 가서 만나세요.”

“그……

귀신이 뭔가 말을 할 듯 말 듯 입을 우물거리자, 강진이 말했다.

“보니 지박령도 아니신 것 같은 데, 가족이 보고 싶으면 가서 보 시면 되죠.”

강진의 말에 귀신이 작게 한숨 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됐습니다.”

귀신이 터벅터벅 다른 곳으로 가자, 다른 귀신들도 한숨을 쉬 며 흩어졌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내가 말을 심하게 했나?”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으며 그 어깨를 툭 쳤다.

“네 말대로 가족이 보고 싶으면 가족한테 가야지, 여기 죽치고 있는 저 사람들이 잘못이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귀신들을 보았다.

저들은 지박령이 아니라서 언제 든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었 다. 그런데도 그들은 여기에 있 었다.

죽어서도 도박 중독에 빠져 벗 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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