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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44화 (942/1,050)

944화

강진과 사람들은 공원에 들어서 고 있었다. 공원에 들어서는 사 람들 사이에는 카스가 있었다.

하으]'! 하으]‘!

공원에 들어선 카스는 이곳이 어디인지 아는 듯 꼬리를 좌우로 크게 휘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 다.

할아버지와 함께 자주 오던 공 원인 만큼 많은 추억이 있는 곳

이었다.

멍!

할아버지가 생각이 났는지 카스 가 크게 한 번 짖고는 앞장을 섰 다. 갑자기 앞으로 가려는 카스 의 모습에 황민성이 급히 목줄을 잡았다.

“어디 가려고. 우리 갈 데 있 어.”

경마 공원을 구경하고 주변 맛 집에서 점심을 한 사람들은 공원 의 유기견들을 보러 온 것이다.

그리고 유기견이 김성수의 마음 에 들고, 유기견도 김성수가 마 음에 들면 집에 데려갈 예정이었 다.

그래서 카스도 데리고 온 것이 다. 새 식구가 생길 수 있으니 카스에게도 보여주려고 말이다.

카스가 어딘가를 향해 기를 쓰 고 가려고 하자 황민성이 당황한 듯 강진을 보았다.

“얘 왜 이러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카스를

보았다.

하으]‘! 하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딘가로 가려고 이리저리 몸을 들썩이는 카스의 모습에 강진은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입맛을 다셨다.

“갈 곳이 있어서 그런가 보네 요.”

“갈 곳?”

강진은 슬며시 카스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스르륵! 스르륵!

강진의 손길에 카스가 그를 올 려다보았다.

끼잉! 끼잉!

자신을 올려다보며 작게 우는 카스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 할아버지 보고 싶지?”

강진의 말에 카스가 그를 보다 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강진이 머리를 마저 쓰다듬으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줄을 놓고 너 뛰어가라고 하고 싶은데…… 일 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아. 그래서 우리가 줄을 잡고 가야 해. 그러 니 천천히 가자. 할 수 있지?”

멍!

작게 짖은 카스가 몸에 힘을 빼 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카스가 가자는 곳으로 가 주세 요.”

강진이 카스에게 하는 말을 듣 고 황민성도 대충 상황을 짐작했

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황민성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카스가 자신이 갈 곳을 향해 나 아갔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일행들을 보았다.

“일단 카스 갈 곳부터 가야 할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의아한 듯 말했다.

“방금 무슨 이야기인가? 할아버 지라니?”

김성수의 물음에 강진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카스 전 주인 이야기 아세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저 황민성이 키우는 개라고만 알지, 그 사정은 몰랐 다. 그런 것에 관심을 주는 성격 도 아니고 말이다.

카스가 좋은 거지, 카스의 과거 까지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 강진이 슬쩍 카스 목줄을 김성수에게 내밀었다. 그에 김성 수가 목줄을 잡자, 강진이 이야

기를 해 주었다.

“어느 날 제가 여기 애들 사료 주고 산책을 하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카스하고 계시더라고요. 옆 에 놓인 박스에 ‘개 키우실 분’。] 라고 적혀 있었는데……

강진의 이야기에 김성수와 사람 들이 얼굴에 안쓰러운 빛이 떠올 랐다.

김이슬은 대충 알고 있기는 했 지만, 이렇게 다시 들으니 새삼 카스가 안쓰러웠다.

“허어…… 카스가 걱정되어서 죽을 몸 이끌고 새 주인을 찾아 주려 하다니……

김성수의 중얼거림에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그럼 지금 카스가 할아버지와 있던?”

“그런 것 같아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을 보았다.

저기 한쪽에 공원 벤치가 있었 다. 카스와 어르신을 처음 만났

던 곳이었다.

멍! 멍! 멍!

벤치를 본 카스가 크게 짖으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이런!”

갑자기 튀어나간 카스의 돌발행 동에 김성수가 줄을 놓쳤다.

타타타탓!

그러자 카스가 총알처럼 튀어나 갔다. 그에 강진과 황민성이 급 히 카스를 쫓아갔다.

카스가 왜 뛰어나가는지 알고 사람들을 물지 않을 것을 알지 만…… 사람들 눈에는 개가 달려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말 이다.

두 사람이 뛰어가자 길가에 있 던 사람들이 급히 좌우로 벌어졌 다.

“뭐야?”

“어머! 개가……

“매너 없게 공원에서 개를 잘 안 잡고.”

사람들이 질색을 하는 것에 강 진과 황민성이 서둘러 고개를 숙 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한 강진과 황민성이 카스에게 뛰어 갔다.

질풍처럼 달리던 카스는 언제 자신이 그렇게 달렸냐는 듯 벤치 옆에 서 있었다.

그 벤치엔 연인으로 보이는 남 녀 한 쌍이 서 있었다. 갑자기

진돗개가 달려오니 깜짝 놀라 벤 치 위로 올라간 것이다.

그에 황민성이 급히 다가와 카 스의 목줄을 잡고는 고개를 숙였 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깜짝 놀랐잖아요!”

황민성의 사과에 남자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그에 황민 성의 눈가가 살짝 꿈틀했지만 다 시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이 놀랐을 것을 생각하

면 이 정도 화는 당연한 일이었 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 는 황민성에게 남자가 뭐라고 하 려 할 때, 아가씨가 급히 그를 말렸다.

“그만해. 사과하시잖아.”

“아니, 그래도 위험했잖아.”

“좀 놀라기는 했는데 괜찮아. 그리고 이분 좋은 분이셔.”

아가씨가 황민성 옆에 있는 강 진을 보며 하는 말에 남자가 의 아한 듯 말했다.

“아는 분이셔?”

남자의 말에 아가씨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아침에 공원 유기견 밥 주시는 분이시죠?”

“저를 아세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아가씨 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에 공원에서 조깅하거든 요. 그때 여러 번 봤어요.”

“그러시군요.”

아가씨는 다시 황민성을 보며 말했다.

“애가 힘이 좋은가 봐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근데 줄은 잘 잡고 다니셔야겠어요.”

아가씨가 벤치에서 내려오자, 남자도 같이 내려왔다. 남자는

황민성과 강진을 번갈아보았다.

“안 데려가세요?”

두 사람이 강아지를 데리고 그 냥 그대로 있으니 말이다. 남자 의 말에 강진이 아가씨를 보았 다.

“혹시 여기에 할아버지 한 분이 ‘개 데려가실 분’하고 박스에 글 적어 놓고 있던 거 기억나세요?”

기억을 더듬어보던 그녀는 “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나요!

말을 하던 아가씨가 카스를 보 았다.

“그 애가 이 애예요?”

“맞습니다.”

“꽤 오래 데려가는 사람이 없었 던 것 같은데…… 그쪽이 입양하 셨군요.”

“그게 사실……

강진이 짧게 사연을 이야기해 주자 아가씨가 놀람과 애잔함이 담긴 눈으로 카스를 보았다.

“어쩜…… 너한테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그런 눈빛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스는 멍하니 벤치를 보다가 그 옆으로 가서는 엉덩이를 땅에 붙 이고 앉았다.

그러고는 물끄러미 옆을 보았 다.

“여기가 할아버지와 카스가 있 던 곳이거든요. 그래서 얘가 할 아버지 생각이 나서 이리로 뛰어 온 거 같아요.”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아.” 하 고는 카스를 보았다.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온 거구 나.”

아가씨의 말에 카스가 작게 끼 잉 거렸다.

마치 할아버지가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카스의 모습에 아 가씨가 작게 고개를 젓고는 남자 를 보았다.

“오빠, 우리가 다른 데로 가자.”

“다른 데?”

“우리가 먼저 오기는 했지만, 여기는 이 아이에게 추억이 있는 곳이잖아. 우리가 다른 곳으로 가자.”

그러고는 아가씨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얘는 여기에서 추억을 느끼라 고 하고, 우리는 다른 곳에서 추 억을 만들자.”

배려 넘치는 아가씨의 말에 남 자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러고는 남자가 황민성을 보았 다.

“방금 전에 화를 내서 죄송합니 다.”

“아닙니다.”

“그럼......"

남자는 카스의 머리에 손을 대 려다가 물었다.

“만져도 되나요?”

“만지셔도 됩니다.”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남 자가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

남자가 아가씨와 손을 잡고는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자 황민 성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황민성은 카스를 내려다보았다.

“네 녀석 때문에 이 아빠 허리 가 남아나질 않는다.”

돈 많고 힘 있는 사람한테도 잘

굽히지 않는 목과 허리를 방금 여러 번 굽혔던 것이다.

황민성의 말에 카스가 작게 짖 었다.

멍!

마치 미안하다는 듯 작게 짖은 카스가 그의 신발에 자신의 발을 올렸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 며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말했 다.

“그런데 사과 잘 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왜, 나는 사과 같은 거 잘 안 할 것 같아?”

“형은 상남자잖아요.”

“상남자라……

강진의 말에 작게 웃은 황민성 이 고개를 저었다.

“상남자는 진짜 남자라는 말인 데…… 진짜 남자면 자신이 잘못 했을 때 숙여야지. 자존심만 부

리고 주먹만 휘두르면 상남자가 아니라 말종이지. 그리고……

황민성은 저 멀리서 걸어오는 가족들을 보았다. 카스를 쫓아 뛰어오느라 일행과 거리가 꽤 벌 어졌던 것이다.

“지금은 애 아빠고 남편일 뿐이 야.”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피식 웃 으며 말을 이었다.

“아까 남자애가 화냈을 때 내가 성질대로 했어 봐. 싸움밖에 더

났겠어? 그놈도 여자친구하고 같 이 있으니 약한 모습 안 보이려 고 대들었을 테고 말이야.”

“그렇죠.”

“그럼 주먹까지는 안 가더라도 욕하고 하다 보면 기분 망치는 거지. 그리고 내가 그 남자애 때 려서 이긴다고 너나 이슬 씨, 그 리고 장인어른이 좋아할 것도 아 니고. 그냥 내가 한 번 참고 고 개 숙이면 지나가는 거잖아. 그 리고 우리 애가 실수한 거고.”

황민성은 웃으며 카스를 보았

다.

“어른이 됐든 애가 됐든 잘못했 으면 상대한테 사과를 해야지. 그게 당연한 거 아니겠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았다.

‘형은 정말 멋진 분이구나.’

시비가 붙었을 때 주먹을 휘두 르고 욕하는 것만이 남성성을 드 러내는 건 아니다. 특히 가족들 하고 있을 때…… 피할 수 있으 면 시비를 피하는 것이 나았다.

나들이 와서 기분 나쁘다고 시 비가 붙고 말다툼을 한다면 거기 에서 이기든 지든 기분이 상하는 건 가족들이니 말이다.

그리고 황민성이라면 가족을 지 키기 위해서 야생 사자가 달려들 어도 물러서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멋있었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라서 말이다.

강진이 멋지다는 듯 보자 황민 성이 멋쩍게 웃으며 카스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이 말썽을 일으켰는데 내가 허리를 숙여야지. 내가 이 녀석 아빠 아니냐. 자식이 잘못 했으면 아빠가 고개 숙여야지.”

“멋지세요.”

“그냥 보통의 아빠지.”

황민성이 카스 머리를 쓰다듬다 가 벤치를 보았다.

“여기에 계셨던 거야?”

“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빈

벤치를 보다가 하늘을 보았다.

“어르신, 카스 제가 잘 키우 고…… 아니, 같이 살고 있습니 다. 저희 가족하고 잘 지내고 우 리 투희 오빠처럼 형처럼 살다가 나중에 잘 보내겠습니다. 그러니 카스 걱정하지 마세요.”

황민성의 말에 카스가 그의 발 을 자신의 발로 톡톡 쳤다. 마치 고맙다는 듯이 말이다. 그런 카 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황민성 이 물었다.

“할아버지 생각나?”

멍!

대답하듯 짖은 카스가 코를 킁 킁거리며 벤치의 냄새를 맡기 시 작했다. 그런 카스의 모습에 황 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전 주인을 잊지 못하고 이렇게 기억하는 카스가 기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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