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945화 (943/1,050)

945 화

황민성이 카스를 볼 때, 가족들 이 천천히 다가왔다.

“여기가 할아버지하고 같이 있 던 곳인가?”

“네.”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카스를 보았다. 카스는 할아버지가 앉아 있던 벤치 옆에 엉덩이를 붙인 채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그 모 습처럼 말이다. 그런 카스를 보 며 김성수가 미소를 지었다.

“기특하구나. 죽은 전 주인을 잊지 않고 이렇게 오고…… 네가 사람보다 낫구나.”

김성수는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 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소개해 준다는 애들 은?”

김성수의 물음에 강진이 쇼핑백 을 벤치에 올리고는 그 안에서

통을 꺼냈다. 통 안에는 사료가 담겨 있었다.

강진은 주위를 보며 통을 흔들 었다.

촤아악! 촤악!

사료가 통에서 부딪히며 소리를 내자 김성수가 물었다.

“그렇게 하면 오는 건가?”

“애들 귀가 좋아서 이 근처에 있으면 올 거예요.”

들으며?”

“그럼 정자가 있는 곳으로 가야 죠. 거기서는 부르면 언제든지 오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던 김성수는 어딘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애들이 정말 귀가 좋은 모양이 군.”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그가 보 는 곳을 보았다. 강아지 세 마리 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 런데 오는 것이 좀 특이했다.

이곳으로 서둘러 오다가 사람이 오면 바닥에 배를 깔고 누운 채 잠시 있다가 사람들이 지나가면 다시 일어나서 빠른 걸음으로 다 가왔다.

“애들이 어디 아픈 건가? 사료 소리 듣고 오는 거면 후다닥 뛰 어올 것 같은데?”

빠른 걸음으로 오기는 하지만 달리는 것은 아니어서 의아한 것 이다.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마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봐요.”

“사람?”

“아까 카스가 뛰어갈 때 사람들 이 놀랐잖아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줄을 잡은 사람과 함께 개가 뛰면 같이 운동하는 게 보기 좋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목줄 풀린 개가 미친 듯 이 뛰어온다면 자신한테 안 오고 옆을 지나쳐 가도 움찔하며 몸을

피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무서워할까 봐 저렇 게 오는 거라고?”

“그런 거 같아요.”

“하!”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작게 웃 었다. 그러고는 다가오는 개들을 보았다.

개들은 사람들을 피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앞에 와서는 김소희에게 인사를 하는 것처럼 상체를 숙이고는 몸을 쭈욱 폈

다.

그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 다.

“잘들 지냈느냐.”

멍!

세 마리 중 대장격인 강아지가 작게 짖자, 김소희가 재차 고개 를 끄덕였다.

“밥들 먹거라.”

김소희의 말에 개들이 다시 고 개를 숙이고는 강진에게 다가와

그의 다리를 발로 긁었다. 어서 밥을 달라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애들 밥그릇으로 쓰는 큰 그릇에 사료 를 부어서는 밑에 놓았다. 그에 강아지 셋이 통에 머리를 박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애들이 정말 똑똑하군.”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똑똑한 아이들이죠.”

김성수는 벤치에 가서 앉았다.

그러고는 개들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안녕?”

김성수가 인사를 했지만 개들은 신경을 쓰지 않고 밥을 먹었다. 그 모습에 카스가 작게 으르렁거 렸다.

으르릉!

그 순간 밥을 먹던 개들이 먹던 것을 딱 멈추고는 고개를 들었 다. 그러자 카스가 한 발 앞으로 움직였다.

으르릉!

카스의 낮은 울음소리에 강진이 급히 나서려 했다. 그때 황민성 이 그를 잡았다.

“둬.”

“이러다가 싸우기라도 하면

“안 싸울 거야.”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개들을 가리켰다.

“꼬리 말았잖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개들을 보았다. 꼬리가 바짝 올라간 카 스와 달리 나머지 세 마리는 어 느새 꼬리를 다리 사이로 말고 있었다.

끼잉. 끼잉…….

끼잉!

강아지들이 작게 우는소리를 내 며 뒤로 물러나자, 카스가 작게 짖었다.

“멍!”

그러자 강아지들이 김성수를 보

며 다가왔다. 그 모습에 김성수 가 웃으며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 었다.

“내 인사를 안 받아줬다고 네가 혼을 내준 거니?”

김성수의 말에 카스가 혀를 내 밀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 의 손을 핥고는 다시 엉덩이를 땅에 붙였다.

그 모습에 김성수가 웃으며 기 특하다는 듯 카스의 머리를 토닥 이고는 개들을 보았다.

“그럼 다시 인사할까? 안녕.”

김성수의 말에 개들이 눈치를 보자, 카스가 작게 으르렁거렸다. 그에 개들이 김성수에게 다가와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킁킁킁!

킁!

개들이 냄새를 맡는다는 건 일 종의 인사였다. 냄새를 통해 상 대 몸 상태가 어떤지 알아가는 것이다. 변이나 소변 냄새를 맡 아서 확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개들의 모습에 김성수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듣기로는 너희들이 아주 똑똑 하다고 하더구나. 어떻게, 여기 생활은 할 만하니?”

멍!

가볍게 짖는 것으로 답을 하는 개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이 녀석들이 이 근처에서는 대 장이에요. 그리고 어르신……

“아버님이라고 해야지.”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아버님 물음에 답한 개가 이 녀석들 대장이고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호오.” 하고는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 다.

“이 동네 대장들을 카스가 한 번에 제압을 하고…… 우리 카스 가 이렇게 강한 녀석인 줄 몰랐 구나.”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카스를 보았다.

‘카스는 저승 사료를 꽤 오래 먹었으니…… 일종의 약발인가?’

여기 개 세 마리가 힘이 좋아진 건 저승 사료를 먹어서였다. 몸 이 약해서 늘 뒤처지는 녀석들이 안쓰러워서 저승 사료를 가져다 먹였는데, 그 후로 건강해지고 힘이 좋아져서 이 일대 대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카스는 이 녀석들보다 더 먼저 저승 사료를 먹었고, 강 진이 가끔 가져다주는 저승 뼈다

귀나 간식들을 먹었다.

그러니 이 녀석들보다 더 건강 하고 기운이 좋은 것이다.

웃으며 카스를 보던 김성수가 문득 개들을 보았다.

“그런데 이 녀석들 눈썹도 은색 이구나.”

“맞아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웃었다.

“백미는 사람만 해당하는 줄 알 았는데, 짐승도 백미가 똑똑한가

보군.”

삼국지에서 유래된 ‘백미’란 특 출난 사람을 의미했다. 강아지들 의 흰 눈썹을 보고 그 단어를 떠 올린 모양이었다.

“일단 밥부터 먹거라.”

김성수의 말에 개들이 카스의 눈치를 보았다. 그에 카스가 작 게 고개를 끄덕이자 개들이 그릇 에 머리를 박고는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아드득! 아드득!

아득!

사료를 요란하게 먹는 개들을 보던 김이슬이 안쓰러운 듯 말했 다.

“애들 배가 많이 고팠나 봐요.”

김이슬의 말에 김성수가 애들을 보며 말했다.

“배가 고픈 것보다 관심이 좋은 거 겠지.”

“관심요?”

“사람한테 길러진 애들이니 사

람이 주는 밥이 좋은 게다. 사랑 받고 관심받는…… 배보다는 마 음이 굶주린 게야.”

말을 하던 김성수가 한숨을 쉬 며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하다 보 니 애들이 안쓰러웠던 것이다. 잠시 강아지들을 보던 김성수가 몸을 일으켰다.

“밥 다 먹었으면 이 할아버지하 고 같이 산책이나 하겠니?”

“애들 목줄을 안 해서 산책은 무리예요.”

강진과 식구들은 이 녀석들이 똑똑해서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 치지 않을 것을 알지만, 공원에 나들이 온 사람들에게는 목줄을 안 매고 산책하는 개들일 뿐이었 다.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비서를 보았다. 그 시선에 비서가 고개 를 숙이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 었다. 그러고는 김성수에게 다가 와 작게 말했다.

“공원 앞에서 제가 받아오겠습 니다.”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 가 공원 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강진과 식구들은 벤치 뒤에 있 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는 그 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인원이 인원이다 보니 벤치에 서서 있기 보다는 돗자리를 사다가 깔은 것 이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 그 렇죠?”

담요 위에 누워 있는 아이들에

게 말을 걸던 김소희는 애들 이 마에 흐르는 땀을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아이구! 우리 애기들, 지금 너 무 더운가 봐요? 고모가 조금 시 원하게 해 줄게요.”

김소희는 아이들에게 손부채질 을 해 주었다.

휘익! 휘익!

손으로 부채질을 한다고 해도 딱히 시원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손부채질을 하는

게 김소희라면 이야기는 달라졌 다.

살짝 냉기가 돌면서 시원한 바 람이 아이들을 스치며 지나갔다.

“꺄하!”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은 듯 웃는 투희의 모습에 김소희가 손 부채를 한 보람이 있다는 듯 웃 었다.

“고모가 더운 줄도 몰랐네. 고 모가 미안해.”

웃으며 아이들을 쓰다듬는 김소

희를 보며 미소를 짓던 강진에게 김이슬이 사과 한 조각을 내밀었 다.

“과일 좀 드세요.”

“감사합니다.”

강진은 사과를 받아먹으며 카스 를 보았다. 카스는 여전히 벤치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가끔 씩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카스야, 사과 먹어라.”

강진의 말에 카스가 이쪽을 보 고는 다가왔다.

‘그래도 먹을 건 먹고 싶은가 보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반쪽 먹은 사과를 내밀자, 카스가 고 개를 젓고는 김이슬에게 다가갔 다.

가만히 자신을 보는 카스의 모 습에 김이슬이 웃었다.

“남이 먹던 건 안 먹겠다는 거 야?”

김이슬이 웃으며 사과 한 조각 을 내밀었다. 그것을 조심히 앞 이빨로 문 카스는 다시 원래 있 던 자리로 가더니 벤치 위에 물 고 온 사과를 조심히 올려 놓았 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모두 똑같 이 탄성을 토했다.

“아!”

“ 와.”

“어쩜.”

사람들이 탄성을 토하며 서로를

보았다.

“세상에, 지금 할아버지 먹으라 고 자기 안 먹고 사과 가져다 놓 은 거예요?”

“카스가 똑똑한 줄은 알았지만 저건 완전 사람이네.”

강상식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웃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효자네 요.”

“그러게. 정말 효자네.”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이 문득 카스를 보았다.

‘설마 할아버지 줄 거라서 내가 먹던 거 말고 새 거를 가져간 건 가?’

사람도 제사상에는 가장 좋은 것을 올리는데, 카스도 할아버지 에게 좋은 음식을 올리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강진이 대견하다는 듯 카스를 볼 때, 카스가 다가와서는 그의 손을 뚫어지게 보았다.

주르륵! 주르륵!

카스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침을 본 강진이 피식 웃었다. 입으로 물고 가져다 놨으니 사과의 단맛 이 혀에 닿았을 것이다.

그러니 먹고 싶을 것이었다. 그 리고 포도처럼 개들이 먹으면 절 대 안 되는 과일도 아니고 말이 다.

사과는 가운데 심과 씨만 빼서 주면 개에게도 좋은 과일이었다. 물론 많이 주면 안 좋지만 말이 다.

카스를 보던 강진은 들고 있던 사과를 입에 넣었다. 그에 카스 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자기 줄 줄 알았는데 강진이 먹 어버리니 말이다. 그 모습에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먹던 거 말고 너도 깨끗 하고 좋은 거 먹어야지.”

강진이 손을 내밀자 김이슬이 사과 한 조각을 건네주었다.

강진은 그것을 카스에게 내밀었 다. 그에 카스가 반색을 하며 조

심히 앞 이빨로 사과를 물었다.

그리고…….

“아얏!”

강진이 사과를 놓치며 손가락을 잡았다.

“어머? 물렸어요?”

“ 괜찮아?”

김이슬과 강상식이 놀라 보자, 강진이 살짝 윙크를 하고는 손가 락을 움켜쥐었다.

“아야! 아파!”

강진의 행동에 카스가 눈을 크 게 뜨고는 그를 보았다.

투욱!

입에 넣은 사과를 뱉은 카스는 강진의 손가락을 향해 혀를 날름 거렸다.

마치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 으며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장난이야, 장난. 안 물렸어. 어 디 우리 카스가 사람 무는 그런 개인가.”

강진의 말에 카스가 왕! 짖고는 그를 향해 뛰어들었다.

“야! 야! 무거! 아파!”

몸통 박치기로 자신의 몸을 뒤 로 밀어버리고는 위에서 발로 계 속 찍는 카스의 행동에 강진이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스 아까 많이 놀란 것 같더 라. 카스야, 더 뛰어. 더 아프게. 아니다. 확 그냥 진짜로 물어버 려.”

강상식의 말에 카스가 “왕!” 하

고는 강진의 손을 입으로 물었 다. 물론 아프지 않게 살짝 입만 댄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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