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6화
자신의 손을 입에 물고 있는 카스를 보며 피식 웃은 강진 이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까 그 애들 있잖아.”
강진의 말에 카스가 그의 손 을 입에 넣은 채 그를 보았 다.
“일이 잘 되면 할아버지 집 에서 같이 살 수도 있어. 집
은 다르지만 가까이 있고 자 주 보는 사이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게 되면 네가 많이 가 르쳐 주고, 애들 때리지 마.”
멍!
카스가 알았다는 듯 짖는 것 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 강진과 카스를 보던 김이슬이 사과 한 조각을 더 주고는 주 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산책을 어디까지 하
시는 거야?”
김이슬의 말에 문지나가 말 했다.
“방금 전에 여기 앞 지나가 셨으니…… 한 이십 분 정도 면 다시 앞에 오시겠네요.”
“그럼 세 바퀴나 도시는 건 데?”
“애들하고 산책하니 재밌죠.”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말 했다.
“민성 형한테 전화해서 오시 라고 할까요?”
“아니에요. 오랜만에 사위하 고 산책하면서 이런저런 이야 기도 하실 텐데…… 그냥 두 세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시간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가서 음식 준비 먼저 하 고 있을게요.”
“이따 같이 가지 그래?”
“산책하고 오시면 어르신 배 고프실 거예요.”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그를 보았다.
“그냥 같이 가요. 그리고 저 녁은 간단하게 라면 어때요?”
“ 라면요?”
강진이 보자 김이슬이 웃으 며 말했다.
“가끔은 라면도 괜찮잖아요. 그리고 민성 씨 라면 좋아하 고.”
황민성이 라면을 좋아한다는 말에 강진이 쓰게 웃었다. 사 실…… 황민성은 라면을 안 좋아하니 말이다.
예전에 어머니가 치매에 걸 려 음식을 못 해 줄 때, 어머 니가 해 준 라면이 생각이 나 서 人} 먹던 것이었다.
김이슬의 말에 강상식이 말 했다.
“우리야 괜찮은데 어르신은 어쩌죠?”
“우리 아빠도 가끔 라면 먹 는 거 좋아해요. 아!”
김이슬이 강진을 보았다.
“집에 오동통 라면 있어요?”
“아버님이 오동통 라면을 좋 아하세요?”
“일단 기본은 그거 좋아하시 는데, 아버지는 라면 여러 브 랜드 섞어서 먹는 거 좋아하 세요.”
“여러 브랜드요?”
“매운 라면하고 오동통을 섞 어 끓이는 걸 가장 좋아하고, 안심탕면에 해물 라면 섞어서 끓이는 것도 좋아하세요.”
“호오! 라면을 여러 브랜드 섞어서 끓이는군요.”
“이렇게 하면 색다른 맛이 나거든요.”
그러고는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여기에 포인트가 있 어요.”
“포인트요?”
“면 두께가 조금 다르잖아요. 오동통은 두껍고, 일반 라면은 적당하고, 안심탕면은 좀 얇 고. 그래서 같이 넣으면 얇은
건 퍼져 버려요.”
“그럼 두꺼운 걸 먼저 넣고 조금 있다가 얇은 면을 넣어 야겠네요.”
“역시 음식 하는 사람이라 잘 아네요.”
김이슬은 품에 안긴 황소희 를 살며시 흔들며 말을 이었 다.
“라면 섞어서 드셔 보세요. 나한테 맞는 스타일의 라면
조합을 찾아내는 것도 재밌어 요.”
“하긴, 시중에 나온 라면 브 랜드 생각하면 색다른 라면 조합을 찾아서 섞어 먹는 것 도 재밌겠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 를 끄덕였다.
“라면 브랜드만 해도 엄청나 니까.”
“그럼 그렇게 해요. 저녁에는
라면 끓여서 밥 말아 먹죠.”
그렇게 저녁은 라면으로 메 뉴를 정한 강진이 편하게 앉 아서는 햇살을 받았다.
‘광합성이라…… 역시 사람은 햇살을 받으며 살아야지.’
기분 좋게 햇살을 받던 강진 이 천천히 몸을 눕혔다.
‘좋구나.’
산책을 하고 온 김성수가 애 들 목줄을 풀어 주었다.
“내일 또 보자꾸나.”
멍!
김성수의 말에 애들이 카스 에게 가서 그 냄새를 몇 번 맡고는 후다닥 어딘가로 달려 갔다. 달려가다가도 사람들이 보이면 천천히 걷고, 사람이 없으면 다시 뛰어가는 모습에 김성수가 웃다가 고개를 저었
다.
‘저렇게 사람 잘 따르고 똑똑 한 아이들이……
그런 김성수에게 강진이 물 었다.
“아이들 마음에 드세요?”
“똑똑하고 사람 잘 따르고 좋더군.”
“그럼 데려가시지?”
김이슬의 말에 김성수가 웃
으며 말했다.
“밥도 뜸을 들여서 먹는데 가족을 들이는 일을 하루 보 고 하면 되겠니. 그리고 저 아이들 입장에선 생판 처음 보는 노인네가 자기들을 데려 가려 하고…… 후! 내 마음에 든다고 오늘 데려가면 그게 납치와 뭐가 다르겠니?”
“그럼요?”
“앞으로 자주 오면서 애들하 고 친해지고, 애들이 내 곁에
있고 싶어 할 때 데려가야겠 지.”
말을 하던 김성수가 강진을 보았다.
“아침 몇 시에 애들 밥 주러 오나?”
“보통 여덟 시쯤에 와서 애 들 밥 줍니다.”
“그럼 내일부터는 나도 같이 하도록 하지.”
“아침인데 괜찮으시겠어요?”
“나이 먹으면 일찍 일어나는 법이네.”
괜찮다는 듯 웃어 보인 김성 수가 강진이 들고 온 쇼핑백 을 보았다.
“애들 사료 줄 때 가지고 다 니는 건가?”
“네.”
“좀 보세.”
강진이 쇼핑백을 건네주자 김성수가 내용물을 보았다.
“사료하고 밥통…… 그리고 물도 가지고 오는군.”
“밥 먹었으면 물을 마셔야 죠.”
“그렇군.”
김성수는 고개를 들어 비서 를 보았다. 그 시선에 비서가 핸드폰을 꺼내더니 거기에 메 모하기 시작했다.
〈강아지 사료, 물통, 밥
통....〉
강아지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적는 비서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비서님이 아버님 마음을 잘 아시네요.”
“내 밑에서 오래 있기도 했 고…… 저 친구 아버지도 나 하고 같이 오래 일을 했었지.”
“그렇군요.”
“내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좋을 텐 데……
작게 고개를 저은 김성수가 손을 내밀자 어느새 카스가 와서는 그의 손에 자신의 머 리를 가져다 댔다.
그에 김성수가 웃으며 쓰다 듬고는 말했다.
“이 녀석이 나를 왜 이리 좋 아하나 했더니…… 전 주인이
나처럼 노인이라 그런가 보구 나.”
“그런 것 같아요.”
김이슬의 말에 김성수가 고 개를 끄덕이며 카스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런 김성수를 보 던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김이슬이 깎아 놓은 사과를 먹고 있었다.
“형.”
강진의 부름에 황민성이 그
를 보았다.
“꽃 피어나다 소희 아가씨 아역으로 어울리는 애가 있는 데 한 번 만나실래요?”
“누구? 아역 배우야?”
황민성이 김소희를 힐끗 보 고는 묻는 것에 강진이 고개 를 저었다.
“배우는 아니고 지금 초등학 생이에요.”
“연기해 본 적은?”
“없어요. 근데 애가 똑똑해서 배우면 잘할 수 있어요.”
“소희 아가씨 역할이야. 잘못 되면……
황민성은 슬쩍 김소희를 보 았다. 김소희는 투희를 보며 웃고 있었다.
김소희에게 무척 큰일을 당 할 거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 었지만, 김이슬은 잘못되면 드 라마가 망할 거라고 알아들었
는지 웃으며 말했다.
“강진 씨가 이렇게 추천하는 걸 보면 뭔가 봐서 아니겠어 요?”
김이슬이 웃으며 강진을 보 았다.
“하지만…… 민성 씨 말도 맞아요. 재능이 있다고 해서 다 잘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건…… 그렇죠.”
“일단 오디션에 참석하라고
하세요.”
“오디션요?”
“오디션 봐서 뽑기로 했잖아 요. 그럼 오디션을 봐야죠. 그 리고 저희 같은 일반인들 눈 에는 잘해 보여도 전문가들 눈에는 또 다를 수 있으니까 요. 그리고…… 이 배역 원하 는 아역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죠.”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자 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강진이하고 이야기 좀 할게.”
“그래요.”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자, 그 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진과 강상식을 데리고 벤 치가 있는 곳으로 간 황민성 이 뒤돌아서며 물었다.
“어떤 애인데? 그 애도 수호 령이 있어?”
“어머니 귀신이 있어요.”
강상식이 말을 하자, 황민성 이 그를 보았다.
“너도 아는 애야?”
“오늘 아침에 강진이 가게에 있더라고요.”
“아침에?”
황민성이 의아한 듯 보자, 강 상식이 박혜원에 대해 이야기 를 해 주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황민성 은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
니 고개를 끄덕였다.
“똑 부러지는 아이네.”
“강한 아이에요. 소설 속 어 린 시절 소희 아가씨하고 많 이 닮았어요. 그리고 소희 아 가씨도 혜원이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결정적인 한마디였다. 김소희 이즈 뭔들은, 김소희를 아는 사람에게는 모두 통하는 말이 니 말이다.
“그럼 그 이야기를 먼저 했 어야지. 아가씨 마음에 안 들 면 어쩌나 걱정했잖아.”
황민성은 결정을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칫하더 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아직 연기는 해 본 적 없다는 거지?”
“네.”
“그럼 연기 학원 등록시켜 줄 테니까 일단 연기 배우게
하자.”
“알았습니다.”
“그 애한테 연락해서 학교 후에 연기 학원 가라고 해. 내가 연기 학원 등록해 놓을 테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말 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기획 사 대표 있는데 그쪽에 연락 해 볼까요?”
“기획사?”
“기획사가 케어해 주는 것이 연기 학원 딸랑 넣어두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그리 고 기획사면 배우들이 직접 연기 지도를 해 줄 수도 있 고.”
“그런가?”
“그럼요.”
“근데 배우들도 바쁘지 않겠 어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고 개를 저었다.
“그거야 인기 있는 배우들이 고, 인지도 없으신 분들은 연 기 지도도 하고 그러더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입맛 을 다셨다.
“좀 서글프네요. 배우가 연기 를 하지 않고 연기 지도를 한 다니.”
“배우들이 한둘도 아닌데 그
배우들 다 인지도 있을 수는 없지. 괜히 스타를 하늘의 별 이라고 하겠냐.”
황민성이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지혁도 연기를 잘했지 만…… 무명으로 하늘의 별이 됐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역이라도 드라마 시작하면 배우인데 케어해 줄 매니저가 필요할 겁니다. 그것 도 애라서 더 케어해 줄 사람
이 필요할 거예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말했 다.
“하지만 아직 오디션도 통과 못 했는데 기획사에 넣어도 될까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이상 한 말을 한다는 듯 그를 보았 다.
“소희 아가씨가 혜원이 마음 에 들어 하셨다며.”
그럼 이야기 끝난 것 아니냐 는 듯 보는 강상식에게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오디션이 남았잖아요.”
“그러니까. 소희 아가씨가 마 음에 들어 하셨으면 그게 오 디션 끝이잖아. 소희 아가씨도 오디션에 참가해서 자기가 마 음에 드는 애로 뽑으신다고 했으니까.”
그러고는 강상식이 황민성을
보았다.
“형은 아가씨가 마음에 든다 고 뽑은 애를 반대하실 거예 요?”
“그럴 리가 있나.”
황민성이 무슨 그런 무서운 소리를 하느냐는 듯 강상식을 보았다.
“그럼 감독이나 다른 스태프 가 반대하면요?”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눈
을 찡그렸다.
“감독님 의견은 수용해야겠 지만…… 아가씨가 뽑은 자기 아역이면 그 애가 우선이지.”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 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 다.
“드라마 제작비를 민성 형이 다 내는데 어떤 감독이 반대 를 하겠어? 게다가 감독도 형 이 뽑은 건데.”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 개를 저었다.
“꽃 피어나다 감독님 모시기 힘들었어. 내가 아무리 돈을 냈어도 감독님 의견 무시 못 해.”
“그래요?”
강상식이 의아한 듯 보자, 황 민성이 웃으며 그 어깨를 툭 툭 쳤다.
“세상에는 돈보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일하는 사람 들이 꽤 많아.”
“그래요?”
정말 그러냐는 듯 보는 강상 식을 보며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이거 사람 된 줄 알았는 데…… 사람 되려면 앞으로 더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