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947화 (945/1,050)

947화

황민성이 두 사람을 보며 말 했다.

“그럼 상식이는 기획사 사장 한테 전화하고, 강진이는 그 애한테…… 내일쯤에 얼굴 한 번 보자고 해.”

“내일요?”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고 했 으니 그 애도 일찍 보고 연기

연습도 일찍 해야지.”

황민성은 핸드폰을 꺼내 달 력을 보다가 말했다.

“신예 씨 도장 곧 찍을 거거 든? 그러면 다른 배우들 캐스 팅도 빠르게 마무리될 거야. 그러면…… 팔월에는 촬영 시 작할 거야.”

“그렇게 빨리요?”

벌써 6월 말이니 8월이면 한 달 정도밖에 시간이 남지 않

았다.

“빨리 만들어야 아가씨 보실 거 아니겠어? 그리고 대본은 벌써 육 회까지 나왔으니 팔 월까지는 팔 회? 그쯤 나올 거야.”

“대본이 빨리 나오네요.”

“소설 기반으로 나온 대본이 니까.”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 인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

했다.

“그럼 저도 그 애 설득할 준 비를 해야겠네요.”

“설득?”

“그 애가 아직 연기에 관심 이 없거든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하!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우리 마음만 앞섰네.”

당연히 박혜원이 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 할 생각 이 없다니 말이다.

“그럼 기획사도 그 아이가 허락을 하고 난 후에 할까 요?”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 개를 저었다.

“아가씨가 그 아이가 마음에 든다고 했으니 설득해야지.”

“그럼?”

“일단 연락해 놔. 박신예도 설득했는데 아이 하나 설득 못 할까.”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 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들 고 한쪽으로 걸어가서 통화를 시작했다.

“그럼 내일 애는 볼 수 있는 거야?”

“제가 가서 데려와야죠.”

“하긴, 인천이면……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말 했다.

“그럼 내일 인천에 같이 가 서 보자.”

“형도 같이 가시게요?”

“그 애 데려와서 보고, 다시 데려다주고 너는 다시 오는 것보단 차라리 같이 가서 보 고 오는 게 빠르지. 그리고 사람 설득하는 건 내가 더 잘 하기도 하고.”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 다.

“그런데 형 시간 되시겠어 요?”

“내 일은 대부분 저녁에 하 니 괜찮아. 그럼…… 점심 장 사 끝나고 두 시쯤에 만나서 같이 넘어가기로 할까?”

“일단 혜원이한테 전화해서 내일 약속 좀 잡고요.”

“그래. 그 아이 생각이 중요 하니까. 내일 안 된다고 하면 다른 날, 그 아이 편한 날에 한 번 보자고 해.”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황민성을 보았다.

“그 출연료는 어떻게 나와 요?”

“출연료?”

“혜원이는 일반 아이처럼 천 진난만하기보단 여우처럼 영

악한 기질이 있거든요. 혜원이 는 현실적인 조건을 말해 줘 야 더 설득이 잘 될 것 같아 요.”

정말 현실적인 아이니, 현실 적인 조건을 먼저 말해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터였다.

“그거야 알아보면 되겠지. 그 래도 드라마 주연급인데 출연 료가 낮지는 않겠지.”

“돈이 좀 된다면 그 아이도 잘 할 거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래도 다른 아역들에 비해 더 많이 줄 수는 없어.”

“그건 알죠.”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 민성이 강상식을 보았다. 그는 통화를 하면서 이쪽을 보다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였다.

곧 끝난다는 의미였다. 그리 고 그 의미대로 금방 통화를

끝낸 강상식이 다가왔다.

“어떻게 됐어?”

“잘 됐어요. 꽃 피어나다 작 품에 들어갈 아역 오디션 보 게 연기 트레이닝 해줄수 있냐고 하니 좋다고 하더라고 요.”

“그리고?”

뭔가 더 있지 않겠냐는 황민 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이 조건 걸은 건 어 떻게 아셨어요?”

황민성이 말해 보라는 듯 고 개를 까닥이자, 강상식이 말했 다.

“혹시 형 꽃 피어나다 다음 에 또 드라마 하게 되면 자기 회사 배우들 좀 써달라고요.”

“드라마는 이게 마지막인 것 같지만…… 왜, 이번에는 안 꽂아 주래?”

“네.”

“보통 눈앞에 있는 이익을 뽑는데……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잠 시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었 다.

“감독을 잘 뽑아서 그런지 귀찮은 일이 줄어드네.”

“네?”

“감독님이 그랬거든. 드라마 하나 찍을 때 조연 하나에도

이 배우 써 달라, 저 배우 써 달라 하는 청탁 많이 들어온 다고. 그런 청탁 일일이 들어 줄 거면 나는 안 한다고. 내 드라마 배우는 내가 선택한다 고.”

“그래요?”

“성격 세시더라고. 아마 그 기획사 사장도 감독님 성격 알아서 자기 배우들 안 들이 밀었나 보네.”

웃으며 황민성이 말을 이었

다.

“그래서 마음에 들더라. 자기 일에 그런 고집이 있으면 그 고집만큼 일을 잘하는 법이거 드 싸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다가 문득 말했다.

“그런데 주연 배우들은 이미 소희 아가씨가 선택을 했잖아 요.”

감독이 자기 드라마 배우는

자기가 고른다고 했다면 문제 가 생기는 것이다.

“다행히 주연 배우들 캐스팅 은 감독도 마음에 들어 하더 라고. 그래서 그건 패스.”

“그런데 혹시 감독이 혜원이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어쩌 죠?”

“괜찮아. 감독님 의견 존중은 하겠지만, 소희 아가씨 아역만 큼은 내 결정을 존중해 달라 고 미리 이야기해 놨어.”

그러고는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오디션에서 보고 결정을 한 다고 말은 했지만 거절 안 한 것 보면 내 의견 존중해 줄 거다. 물론 혜원이가 연기를 너무 못하면…… 감독이랑 심 각하고 오랜 이야기를 나눠야 겠지.”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 었다.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 하셨 다면 잘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연기는 또 다른 이야기니 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말했 다.

“연기를 너무 못하면 그냥 연기 잘하는 다른 애로 뽑으 세요.”

“소희 아가씨가 원하시잖아.”

“제 생각인데 오디션 볼 때, 혜원이보다 아가씨 아역 시절 을 더 잘하는 애가 있으면 소 희 아가씨는 그 아이를 뽑으 실 것 같아요.”

“그런가?”

“소희 아가씨는 공정하신 분 이니…… 자기가 마음에 드는 애라도 연기를 못하면 다른 애를 선택하실 거예요. 게다가 그 아이도 그만큼 노력을 해 서 연기를 하는 걸 테니...

소희 아가씨는 그런 노력을 사적인 감정 때문에 모른 척 하지는 않으실 거예요.”

공정이라는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가씨라면……

이야기가 어느 정도 끝나가 는 것 같자, 김이슬이 슬쩍 끼어들었다.

“이야기 끝났으면 우리 가요. 배고파요.”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가 족들을 보았다. 어느새 돗자리 는 정리가 되어 비서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일행과 함께 자신의 가게로 향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강남 유명 식당에 당일 예약 이 가능한 재력을 가지고 있 었지만, 그들은 모두 한끼식당 으로 가는 걸 당연하다 생각 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이 무슨 특별한 요 리가 아닌 라면이라고 해도 말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불편 한 사람과 있으면 맛은 없다. 하지만 라면에 김치 올려서 찬밥 말아먹어도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그게 또 꿀맛인 것 이다.

저녁에 라면을 맛있게 먹은 식구들은 과일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드라마 촬영은 언제 시작하는 거니?”

“팔월에 첫 촬영 하려고 합 니다.”

“뚝딱뚝딱 하는구나.”

김성수의 말에 황민성이 웃 으며 말했다.

“원래는 제 돈으로 드라마 하려고 했는데 제가 한다는 소문이 나서 투자를 한다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돈이 꽤 많이 들어와서 일 진 행은 쉽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성수가 고 개를 끄덕였다. 일이 힘든 건 돈이 부족해서지, 돈이 쌓여 있으면 일 진행하는 거야 어 렵지 않았다.

기계도 기름을 많이 치면 잘 굴러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방송은 어디에서 하는 거니?”

“지금 몇 곳과 이야기 중인 데…… 편성 잡기가 쉽지 않

네요.”

“자네가 잘 알아서 하겠지. 혹시 도움 필요하면 말하고.”

한국에서 현금이 가장 많다 는 말은, 한국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 중 하나라는 말과도 같았다.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김성수가 강상 식을 보았다.

“상식이 너는 요즘 일은 잘

되어가는 거니?”

김성수는 이곳에 지내는 동 안 강상식과도 연이 꽤 깊어 졌다. 하나뿐인 딸의 남편이 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의 아버지인 황민성이 형제처럼 지내는 강상식이니 말이다.

그리고 강상식이 예전처럼 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힘 있 는 사람에게는 잘 하는 구석 이 있고 말이다.

물론 지금은 김성수가 힘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형수님의 아버님이니 더 잘 하는 것이 었다.

“괜찮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김성수가 그 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소문에 자금 흐름에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김성수의 말에 황민성이 강 상식을 보았다.

“그래?”

황민성도 모르는 일인 듯했 다. 사실 황민성도 알아보려고 하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강상식과는 사업적인 관계가 아닌 지인, 그것도 친 한 형 동생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일부러 오성화학 쪽 관련 사업이나 소식은 듣지 않고 있었다.

사실 돈이라는 것이 다 엮이

고 엮여 있어서 오성화학 쪽 일을 차단하는 건 황민성에게 도 손실이 있는 일이었지만, 그런 손실을 감수하고 일부러 듣지 않고 보지 않았던 것이 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이야긴 황민성도 처음 듣는 것이었 다.

황민성과 김성수의 시선에 강상식이 웃으며 입맛을 다셨 다.

“아무래도 형이나 어른들이 제가 오성화학 가지고 있는 것 때문에 체한 것처럼 속이 답답하신 모양이에요.”

“그런 것 같더군. 오성그룹 입김 닿는 은행에서 오성화학 을 압박하는 것을 보면.”

김성수의 말에 황민성이 눈 을 찡그렸다.

“그 인간들 왜 그러는 거 야?”

“제가 가지고 있는 오성 주 식이 가지고 싶은 모양이에 요.”

“가족끼리 돈 문제로 싸우는 것 보면…… 강 회장이 일찍 가기를 잘 했군.”

김성수의 말에 강상식이 고 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설마?’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아는 건

가 싶어 강상식이 볼 때, 김 성수가 고개를 작게 저었다.

“오성화학이야 현금이 많은 회사이니 그 정도 압박은 문 제될 것 없어 보이는데, 소문 이 들리는 이유가 뭔가?”

김성수의 말에 강상식이 입 맛을 다시며 말했다.

“올해 상반기에 매출이 잘 나와서요. 특별 보너스를 좀 준비했습니다.”

“그래?”

“거기에 여름휴가 갈 때 주 는 휴가 보너스도 좀 있고. 거기에 월급도 있고……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그 를 보았다.

“월급 때문에 회사가 휘청한 다는 거야?”

“그럴 리가요. 다만…… 그거 준비해 놨는데 갑자기 은행에 서 자금 압박이 들어와서 그

렇죠.”

강상식은 웃으며 말을 이었 다.

“그래도 걱정들 하지 마세요. 은행 쪽 일은 아직 기한 남아 있고 또 이럴 때를 대비해서 회장님이 돌아가실 때 만들어 준 비자금 있으니까요.”

“그건 너 정말 위험할 때 쓰 라고 남기신 건데.”

황민성이 걱정스럽게 말을

하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직원들 월급 못 주는 것만 큼 위험한 것이 어디 있나요? 그리고 직원들도 이미 보너스 에 휴가 보너스까지 합쳐서 나오는 거 알고 그에 맞게 예 산 생각했을 텐데…… 후! 아 직 애를 낳지는 않았지만 크 리스마스에 선물 기다리는 애 들한테 ‘새해 선물로 줄게.’라 는 말은 못 하겠네요.”

강상식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덧붙였다.

“제가 좀 힘들고 말죠.”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기 특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