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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48화 (946/1,050)

948화

강상식의 말에 김성수가 그 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은 회사가 힘들면 직원 들에게 고통 분담하자고 말을 하는데…… 잘 생각했네.”

“그런가요?”

“잘 될 때는 사장이고, 힘들 때는 가족이라고 하는 사장이 있는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없

지. 그럴 거면 잘 될 때도 사 장, 힘들 때도 사장인 곳이 나아. 최소한 사장으로서 고통 을 감당하려 할 테니까.”

김성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 을 이었다.

“예전에 서성식이라는 사장 이 있었지.”

서성식이라는 이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김성수를 따라다 니다가 오늘 승천을 한 귀신 이었으니 말이다.

“작은 공장을 하던 사람인데 돈을 빌리러 왔더군.”

“작은 공장인데 아버님이 직 접 만나셨습니까?”

김성수가 거물인 만큼, 작은 공장 사장을 일일이 상대하지 않고 그 밑에 사람들이 상대 할 것이었다.

“내 밑에 있던 친구가 만나 고 나한테 보고가 올라왔지. 그래서 만났지.”

“액수가 컸나 보네요.”

“액수는 그리 크지 않았어. 한 일억?”

일반인에게는 큰돈이었지만 , 김성수에게는 가벼운 거래 금 액이었다.

“그 정도 금액이 왜 아버님 에게?”

밑에서 충분히 결정할 내용 인데 왜 보고가 갔나 싶은 것 이었다.

“공장을 담보로 일억을 빌리 러 왔는데, 직원이 알아보니 회사 대출이 가득하더라고. 일 억은커녕 천만 원도 대출받기 힘든 상황이었어.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이 있었는 데……

김성수는 그때를 떠올리는지 잠시 허공을 보고 웃으며 말 했다.

“직원들 월급이 밀리지를 않 았더군.”

“ 월급요?”

“일이 줄어드니 일하는 시간 도 줄어서 월급이 줄기는 했 지만…… 그래도 월급이 밀리 지 않고 계속 지급이 됐어.”

김성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 을 이었다.

“그동안 내가 본 사업하는 이들은 회사가 어려우면 인건 비를 가장 먼저 줄이거나 아 예 지급을 멈췄어. 줄일 수

있으면 줄이고, 미룰 수 있으 면 미뤘지. 한 달 밀리고 두 달 밀리고…… 반년 넘게 밀 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러 지. 회사가 살면 바로 다 정 상 지급하겠다. 지금 그만두면 회사 망하고 그럼 그동안 밀 린 월급을 받을 수 없다고 말 이야.”

“반 협박이네요. 월급 받고 싶으면 그만두지 말고 일하라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 를 끄덕였다.

“그렇지.”

김성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 고는 입을 열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어. 공장을 담보로 여기저기서 대출을 받 아서 가동하면서도 직원들 월 급은 미루지 않고 계속 지급 을 하는 것이 말이야.”

“그래서 밑에 직원이 보고를

했나 보군요.”

강진의 물음에 김성수가 고 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내가 돈만 보는 사람인 줄 알지만…… 나는 돈보다 사람을 쫓아. 제대로 된 사람이면 돈을 가져다가 알아서 가져오고, 못 쓸 사람 이면 돈을 가져다가 먼지로 만들어 버리지.”

김성수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가끔 그런 것을 파고드는 사기꾼들이 꼬이기는 하지 만…… 후!”

“그 사기꾼들 뒤끝은 딱히 안 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웃었 다. 그 말대로 가족들 있는 곳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 다. 그런 사기꾼들 뒤끝은 딱 히 안 좋으니 말이다.

“어쨌든 좋은 마인드시네요.

돈보다 사람을 보시는 것이 요.”

“그런 이야기 나한테 돈 빌 려 간 사람들한테 하면 미친 놈 보듯이 볼 게야.”

김성수의 말에 황민성이 고 개를 저었다.

“아버님에게 저도 돈을 빌렸 지만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 하지 않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성수가 그

를 보았다. 그러고는 피식 웃 었다. 생각해 보니, 황민성도 자신에게 돈을 빌려 갔던 사 람이 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이자로 가져온 사람이기 도 했다. 바로 황소희와 황희 였다.

‘이 녀석에게 투자하기를 잘 했어.’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단 생각을 하며 김성수가 입을

열었다.

“어쨌든 서성식 그 친구도 그때 위기 넘으니 직원들과 똘똘 뭉쳐서 공장을 잘 키워 내더군.”

“그러셨어요?”

“능숙한 숙련공 하나가 신입 열 명 몫을 해 내는데…… 그 친구 공장은 어지간하면 이직 을 하지 않고 정말 가족처럼 돌아갔거든. 그러니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지. 신입 열 명

이 겨우 해낼 일을 숙련공 한 명이 해결하니 말이야.”

“직원들 생각하는 분이 잘 돼서 좋네요.”

옆 테이블에 있다가 이야기 를 들은 문지나가 웃으며 말 을 하자, 김성수와 남자들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김성수는 서성식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서였고, 다른 남 자 셋은 사후 서성식을 알아 서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남자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에 문지나가 의아한 듯 그 들을 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니다.”

작게 고개를 저은 김성수가 차를 한 모금 마시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상식 형은 걱정 안 해 도 되는 건가요?”

아까 하던 자금 이야기를 꺼

내는 강진의 모습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당연하지. 그리고 이번 기회에 은행을 바꿔버려야겠 어.”

“은행올요?”

“이것들이 오성 돈만 돈이고 우리 회사 돈은 돈이 아닌 줄 알아. 우리 회사에서 예치해 놓은 돈이 얼마고 직원들 월 급 통장까지 해 놨는데 이렇 게 내 뒤통수를 때리면 안 되

지.”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피 식 웃었다.

“그 말이 맞다. 옮겨 버려.”

오성화학 같은 기업이 주거 래 은행을 옮긴다고 하면 달 려들 은행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번에는 오성화학과 거래하 는 은행이 큰 실수를 한 셈이 었다. 오성화학이 돈이 없었다

면 숙이고 들어갔겠지만, 회사 돈 말고도 강상식에게는 아버 지가 남긴 막대한 비자금이 있으니 말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도 고 개를 끄덕였다.

“당하고만 살 수는 없죠.”

“맞아. 이 바닥이 약해 보이 면 잡아먹으려고 하는 놈들 투성이거든. 오성도 네가 약해 보이니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뜯어가려고 하는 거지. 이번

기회에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가게 문이 흔들렸다.

띠링! 띠링!

손님을 받지 않으려고 닫아 놓은 가게 문이 흔들리자 사 람들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 다.

“가끔 문 닫은 줄 모르고 오 시는 손님들 계세요.”

강진은 손님을 되돌려 보내 기 위해 가게 문을 열었다.

“ 아.”

가게 문을 연 강진은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을 의아한 듯 쳐 다보았다. 서 있는 사람은 다 름 아닌 박신예와 매니저였 다.

“오늘 영업 안 하세요?”

매니저의 물음에 강진이 그 를 보다가 일단 몸을 돌렸다.

일반 손님이라면 되돌려 보내 겠지만, 박신예는 ‘꽃 피어나 다’ 주연 배우이니 말이다.

“일단 들어오세요. 박신예 씨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입구 를 보고는 일어났다. 그 모습 에 매니저와 박신예가 안으로 들어오다가 멈칫했다.

“안녕하세요.”

박신예가 고개를 숙이자, 황

민성이 웃으며 다가왔다.

“강진이 가게가 마음에 드셨 나 보네요.”

황민성의 말에 박신예가 고 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을 보 며 말했다.

“가족 모임 하시는 중이신가 봐요?”

“네. 아! 제 장인어른이세 요.”

황민성이 김성수를 소개해

주자, 박신예가 고개를 숙였 다.

“안녕하세요.”

박신예의 인사에 김성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TV 에서 보던 것보다 미인 이시네.”

“감사합니다.”

황민성은 다른 가족들도 마 저 소개해 주었다. 한 명씩 인사를 하던 박신예가 강상식

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지혁 오빠 일 감사합니다.”

“뭘요. 형님 일인 걸요.”

“친하셨나 보네요.”

박신예의 말에 강상식이 문 지나의 손을 잡았다.

“제 아내 오빠 일인 걸요.”

“아내?”

의아한 듯 문지나를 보던 박 신예가 얼굴에 ‘아.’ 하는 표

정이 떠올랐다.

“문지나 씨죠?”

“저를 아세요?”

문지나가 의아한 듯 보자, 박 신예가 웃으며 말했다.

“지혁 오빠 장례식 날에 봤 는데……

“아…… 문상을 오셨군요. 기 억 못 해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그날 정신없으셨

을 텐데 기억하는 것이 무리 죠.”

문지혁 장례식 날 문지나는 정말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세상에 한 명밖에 없는 오빠 가 죽었으니 말이다.

웃으며 문지나를 보던 박신 예가 강상식을 보았다.

“두 분이 이렇게 좋은 인연 이 되신 줄 몰랐어요.”

박신예의 말에 강진이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런데 식사하러 오신 거세 요?”

박신예는 생전 문지혁과 여 기 멤버들이 친분이 있는 줄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문지혁 이야기가 나오다가 그것을 말을 하게 되면 난감해질 터였다.

“네.”

박신예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영업 안 한다고 말을 해야 하지 만…… 여기까지 왔는데 가라 고 하기도 그랬다.

게다가 꽃 피어나다 김소희 역을 연기할 사람이니 말이 다.

“그럼 식사 어떻게 해 드릴 까요? 다이어트 식단으로 해 드리면 되나요?”

강진의 말에 박신예가 고개 를 저었다.

“그냥 맛있는 걸로 주세요.”

“맛있는 걸로요?”

“‘꽃 피어나다’에 액션 장면 이 많아서 얼마 동안은 음식 안 가리고 먹어도 될 것 같아 요.”

박신예의 말에 강진이 물었 다.

“그럼 식단 관리는 안 하세 요?”

“무술 훈련하면서 식단 관리

까지 하면 정신병 와요. 이런 액션 많은 역할 할 때는 차라 리 먹고 싶은 거 먹고 훈련하 는 게 더 좋아요.”

“맞습니다. 몸도 고생하는데 식단으로 스트레스까지 받을 수는 없죠.”

황민성이 웃으며 말을 하고 는 강진을 보았다.

“지금 음식 되지?”

“물론이죠.”

답을 한 강진이 박신예를 보 았다.

“그럼 음식은 어떻게 해 드 릴까요?”

“김밥전 될까요?”

“김밥전요?”

“여기 맛집이더라고요.”

박신예의 말에 매니저가 웃 으며 말했다.

“오늘 무술 아카데미에서 훈

련하면서 여기 가게 검색 많 이 했습니다.”

“그래요?”

“검색해 보니 음식 사진들 많더라고요. 신예가 그거 다 먹어 보겠다고 오늘 훈련 정 말 열심히 했습니다.”

매니저의 말에 황민성이 문 득 물었다.

“그런데 벌써 훈련을 하십니 까?”

“벌써라뇨. 이야기 들어 보니 촬영 팔월이면 시작한다고 하 던데 그럼 준비할 시간이 한 달 정도밖에 없잖아요. 지금부 터 해도 촬영 시작 생각하면 훈련할 시간 빠듯해요.”

“그 무술 대역 쓰면 되지 않 습니까?”

황민성의 말에 박신예가 웃 으며 고개를 저었다.

“김소희 역에 저를 꼭 집으

신 분 치고는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 네요?”

“네?”

“저는 연기할 때 대역 안 써 요. 절벽 매달리는 신도 안전 장치 하고 제가 직접 해요.”

“위험한데 대역 안 하세요?”

“너무 고난도는 어쩔 수 없 지만 합만 맞추면 가능한 액 션 신은 제가 해요.”

“대단하시네요.”

“돈 받고 연기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연기는 제가 해야 죠.”

박신예의 말에 황민성이 웃 으며 강진을 보았다.

“우리 배우님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배고프시면 안 되 지. 어서 음식 준비해 드려 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김 밥전 하고…… 라면 드실래 요? 김밥전하고 얼큰한 라면 이 잘 어울리는데.”

“라면은 좀……

매니저가 급히 말을 하자, 박 신예가 말했다.

“라면도 주세요.”

“얼굴 부으면 어쩌려고?”

“내일 아침부터 훈련하니까 괜찮아.”

박신예는 다시 강진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

“역시 김밥에는 라면이죠. 주 세요.”

“음식 드실 줄 아시네요.”

웃으며 강진이 주방에 들어 가자, 황민성이 문득 박신예를 보았다.

“아직 결정 난 건 아닌데 소 희 아가씨 아역을 하면 좋을 아이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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