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950화 (948/1,050)

950화

“음식 고맙습니다.”

박신예 매니저의 말에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을 대량으로 사 주시니 저야말로 고맙죠.”

강진은 매니저의 양손에 들 린 쇼핑백을 보았다. 쇼핑백에 는 오늘 박신예가 와서 먹기 로 한 김밥 쌈이 들어 있었

다.

“여름이라 금방 식지는 않겠 지만…… 혹시 전자레인지 있 나요?”

“무술 아카데미에서 밥 해먹 고 해서 주방 있습니다.”

“그럼 프라이팬에 살짝 데워 서 드세요. 전자레인지로 해도 되지만 프라이팬에 넣고 한 번 가열해 주는 게 더 맛있어 요.”

“알겠습니다.”

매니저가 고개를 숙이고 나 가자, 강진이 그를 배웅하고는 가게 문을 닫았다.

“신예 씨 못 본 거 아쉬워서 어쩌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나보다 네가 더 아쉬운 것 같은데?”

오늘 오기로 한 박신예는 검

술 훈련 때문에 오기 힘들 것 같다면서 매니저를 보내 포장 을 해 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먹을 음식 외 에 스쿨 사람들이 같이 먹을 음식 20인분을 말이다.

두 남자의 대화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두 사람 다 아쉬워하 는 것 같은데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과 배용

수가 서로를 보고는 피식 웃 었다.

“아쉽다.”

“그러게. 아쉽다.”

두 남자의 중얼거림에 이혜 미가 고개를 저었다.

띠링!

“뭐가 아쉬워?”

황민성이 가게 안으로 들어 오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

다.

“박신예 씨 점심 먹으러 온 다고 했는데 안 왔거든요. 그 래서 강진이가 엄청 아쉬워하 네요.”

웃으며 말을 하던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자신의 말에 황민성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반응에 자신이 귀 신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고 말이다.

배용수의 표정이 안 좋아지 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신예 씨 점심 먹으러 온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안 와서 용수하고 저하고 둘이 좀 많이 엄청 아쉽네요.”

“온다고 했는데 안 왔어?”

“먹고 싶은 음식 있다고 예 약했는데 무술 훈련 때문에 올 시간이 없다고 포장해 가

셨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배용수가 있는 곳을 보았다.

“여기 있지?”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 민성이 말했다.

“우리 용수가 연예인들 이렇 게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내 가 좋은 자리 데리고 다닐 걸 그랬다.”

“좋은 곳요?”

“연예인들 오는 행사장에 갈 일 많거든.”

황민성은 배용수가 서 있을 곳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다음에 갈 일 있으면 나하 고 같이 가자.”

“그럼 저야 좋죠.”

배용수의 말을 전해 준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저도 데려갈 거죠?”

“당연하지. 자, 그럼 가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이혜 미를 보았다.

“정리 좀 부탁드릴게요.”

“알았어요. 혜원이 잘 설득하 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황민성을 보았 다.

“가시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데리고 식당을 나섰다.

“자! 우리 작은 소희 아가씨 를 만나러 가자.”

“작은 소희 아가씨요?”

“꽃 피어나다 아역 배우니 작은 소희 아가씨 맞잖아.”

“하긴 그것도 맞네요.”

황민성이 차에 타며 강진을

보았다.

“ 타.”

강진은 조수석에 타다가 문 득 물었다.

“그런데 오 실장님하고 경수 씨는요?”

“너하고 개인적인 볼일 보러 가는데 두 사람까지 갈 필요 있나. 두 사람은 퇴근시켰어. 가끔은 이런 행운 같은 일이 있어야 일할 맛 나지 않으시

겠어?”

“그건 그렇죠.”

강진이 타자, 황민성이 물었 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인천 희망공원요.”

“공원 이름 좋네. 아주 희망 차.”

황민성은 내비에 희망공원을 입력하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그런데 왜 공원이야? 어디 빵집이나 그런 데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지?”

“공원에서 공부하면 잘 된대 요.”

“공원에서? 안 덥나?”

“나무 밑에서 하면 그늘도 있고 바람 불면 시원할 거예 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운전에 집중했

다.

인천 희망공원에 도착한 강 진은 황민성과 근처 커피숍에 들어갔다.

“음료 사 가시게요?”

“우리 배우님한테 뭐라도 뇌 물 좀 드려야 이야기가 잘 되

지 않겠어?”

황민성은 메뉴를 보다가 말 했다.

“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지?”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하 고 바나나 주스 주세요. 그리 고 여기 조각 케이크……

황민성은 진열장에 있는 조 각 케이크를 보다가 말했다.

“그냥 하나씩 다 주세요.”

“ 전부요?”

직원이 놀란 듯 보자, 황민성 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조각씩 종류 별로 주세 요. 아! 그리고 포장해 주세 요.”

황민성이 카드를 주자, 직원 이 결제를 하고는 진동 벨을 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이리 오라고 할까요?”

“아니. 우리가 가. 어떤 모습 으로 공부를 하는지 보고 싶 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창밖을 보았

다. 공원 옆에 그런지 통유리

있는 카페라

너머로 밖이

훤히 보이고 있었다.

“인천이 공원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도시에 공원이 있으면 좋지. 사막의 오아시스 같잖아.”

황민성은 창밖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인천이 다른 곳보다 이런 공원이 좀 더 많지.”

“살기 좋은 도시네요.”

두 사람이 창밖을 보며 이야 기를 나누던 중 벨이 울렸다.

그에 강진이 직원이 주는 음 료와 조각 케이크들을 챙겨

들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아역 소희 아가씨 보러 가 시죠.”

강진이 문을 열고 나가자 황 민성이 그 뒤를 따라 나오며 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근데 오늘 좀 덥네.”

황민성이 정장 상의를 벗으 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황민성을 가리켰다.

“형님 더우시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 며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우리 형님 더우시면 안 되 지.”

배용수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자, 황민성이 웃었다.

“용수 내 옆에 있어?”

“용수가 형 덥다고 손부채 해 주네요.”

“호오! 그래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구나.”

“좀 괜찮죠?”

배용수의 말을 강진이 해 주 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 다.

“용수 있는 것만으로도 온도 가 몇 도 내려간 것 같네.”

“저희 가게가 괜히 에어컨을 안 틀어놓는 것이 아니에요.”

황민성이 주위를 두리번거리 자, 강진이 배용수가 있는 곳 을 가리켰다. 그에 황민성이 배용수가 있는 곳을 보다가 말했다.

“형 그냥 귀신 보고 살고 싶 다.”

“네?”

갑작스러운 말에 강진이 놀

라 묻자, 황민성이 말했다.

“귀신 보면 안 좋다고 하는 데, 너도 귀신 보고 살고 나 도 뭐 이제 귀신 익숙하고.”

“그래도 귀신 보면……

“모르는 귀신 보면 가끔 무 섭기도 하겠지. 근데……

황민성은 웃으며 말을 이었 다.

“내 동생 볼 수 있으면 나는 귀신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

아.”

내 동생이라는 말에 배용수 가 웃었다.

“제가 그렇게 보고 싶으세 요?”

배용수의 목소리를 듣지 못 하는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톡으로 용수하고 이야기는 해도 실제 보고 이야기하는 건 다르잖아.”

“그건 그렇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주머 니에서 향수를 꺼냈다.

“그래서 그냥 용수 보고 살 련다.”

강진이 급히 말리려 할 때, 황민성이 향수를 입에 대고는 치익 뿌렸다.

“아......"

말릴 사이도 없이 향수를 뿌 리는 모습에 강진이 흠칫하 자, 황민성이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런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충동적으로 하시면 안 되는 데…… 저승 음식……

향수를 음식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어쨌든 강진이 말을 이었다.

“많이 먹으면 귀신을 계속 보게 될 수 있어요.”

“네가 누누이 강조한 건데 내가 모르겠……

말을 하던 황민성이 배용수 를 보았다. 향수 때문에 이제 배용수가 보이는 것이다.

배용수를 보던 황민성이 웃 으며 말했다.

“내가 계속 생각해 봤는 데…… 귀신 좀 보면 어때. 그냥 용수 보고 살련다.”

그러고는 배용수의 어깨를 툭 쳤다.

“용수도 언제까지 여기 있을

지 모르고. 날씨 좋고 기분 좋은 날 승천해서 하늘 가야 지.”

“그래야죠.”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는 것 에 황민성이 그 어깨를 두들 겼다.

“그때 가서 용수 자주 못 본 거 후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보다 지금 옆에 있을 때 자 주 보고 살래.”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 귀신이라고 해도 소 희 아가씨처럼 대단하신 분들 만 판타지하지, 보통 귀신들은 그냥 일반 사람하고 같잖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 민성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 놀라게 하는 이 상한 놈들은……

황민성이 주먹을 들어 보였 다.

“패 버려야지.”

“귀신을 패요?”

강진이 황당하다는 듯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저승 음식 먹으면 귀신 보 고 만질 수도 있잖아. 그럼 당연히……

황민성이 주먹으로 배용수 배를 살짝 쳤다.

투욱!

“허억!”

배용수가 과장되게 허리를 숙이자, 황민성이 말했다.

“팰 어?”

수도 있는 거

아니겠

“하!

형이

귀신을 팬다는

처음이네요.”

사람은

“사람이고 귀신이고 잘못했 으면 맞아야지. 나는 평등한

사람이니까.”

우두둑!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어 보 이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형한테 깝죽거리는 귀신이 없기를 바라야겠네요.”

“그래야 할 거야. 이 형의 주 먹은 귀신이라고 봐 주지 않 거든.”

웃으며 말한 황민성이 배용 수를 보았다.

“그리고 더 좀 붙어라. 형 덥

다.”

“네. 형님.”

배용수가 옆에 찰싹 붙자 황 민성이 만족스레 웃으며 걸음 을 옮겼다.

“용수하고 다니면 여름에 덥 지 않아서 좋겠다.”

“그래도 용수는 못 드려요.

제 겁니다.”

“용수 네 거냐?”

“그럼요. 용수는 제 겁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

을 쉬며 말했다.

“얘가 이럽니다. 이상해요.”

두 동생의 말에 황민성이 피

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친하게 지내.”

“그럼요. 우리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황민

성을 보았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드시 려고요?”

“계속은 아니더라도 너희 식 당 갈 때나 용수 볼 때는 먹 으려고.”

황민성이 향수를 흔들자 강 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 덕였다.

“형이 그렇게 정하셨으

면…… 알았어요.”

강진은 향수를 보며 말을 이 었다.

“대신 향수 말고 제가 다른 걸로 가져다드릴게요. 먹어도 이상은 없지만, 그래도 먹으라 고 만든 건 아니니까요.”

“다른 거 뭐? 사탕?”

“이왕이면 몸에 좋은 걸로 드시는 것이 좋겠죠. 형도 이 제 나이가 있으니 영양제 하 나 드시는 것도 좋잖아요.”

“저승에 영양제도 있어?”

“거기에 없는 것이 있나요. 어디 몸 안 좋은 곳 있으세 요?”

“딱히 나는 없지.”

“그럼 피로 회복제나 유산균 으로 좀 살까요?”

“그럼 피로 회복제.”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평소에는 차에 넣어 두세요. 괜히 형수 먹고 하면 안 되니 까요.”

“알았어. 아! 혹시 모르니까 용기는 다른 걸로 바꿔서 줘.”

“알겠어요.”

이야기를 나누며 공원에 들 어선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언덕인가 보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언덕

으로 걸음을 옮겼다.

잔디가 깔린 작은 언덕 위에 는 꽤 큰 정자가 있었다. 그 리고 거기에 박혜원이 정자 기둥에 등을 기댄 채 책을 보 고 있었다.

쏴아악!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 익 !

박혜원은 여전히 책을 읽은 채 바람에 휘날리던 머리카락

을 귀 뒤로 넘겼다. 그 모습 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으 며 황민성을 보았다.

“이렇게 보니 단아하기도 하 네요.”

황민성은 작게 고개를 끄덕 였다. 기둥에 등을 대고 무릎 을 세운 채 거기에 책을 놓고 보는 박혜원의 모습은 단아했 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