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957화 (955/1,050)

957화

김성수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오던 강아지 삼총사가 공원 경계선에 멈췄다.

“배웅을 해 주러 온 거니?”

김성수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 었다. 그것을 보던 개 두 마리가 가운데에 있는 개를 보았다.

눈썹이 유난히 더 은색으로 반 짝이는 개는 대장 격인 녀석이었 다. 유난히 허약해서 밥도 잘 못

얻어먹던 녀석이 지금은 이들의 대장이 된 것이다.

대장 강아지는 좌우에 있는 개 를 한 번씩 보고는 천천히 뒷걸 음질을 하며 물러났다.

대장이 작게 짖자, 좌우에 있던 개가 대장을 보다가 슬금슬금 걸 음을 옮겼다.

멍! 으르릉!

대장이 재차 짖고는 이빨을 드 러내자 그에게 다가가려던 두 녀

석이 움찔해서는 뒤로 물러났다.

멍!

다시 한 번 짖은 대장이 몸을 돌렸다. 그 모습에 두 녀석이 대 장의 뒷모습을 계속 지켜보았다. 그런 강아지들을 보던 김성수가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기는 남고 동생들은 보내주 려나 보구나. 그리고…… 동생들 은 대장을 떠나기 싫고 말이다.”

끼잉.

작게 우는 카스의 머리를 만지

던 김성수가 개들의 옆으로 가서 는 소리쳤다.

“이보게!”

김성수의 외침에 공원 한쪽으로 사라지던 대장이 고개를 돌려 그 를 보았다. 김성수가 이리 오라 는 듯 손짓하자, 대장이 잠시 머 뭇거리다가 다가왔다.

김성수는 근처에 다가온 대장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지 모 르겠지만, 아마도 자네는 동생들

이 고생스러운 거리 말고 나를 따라가서 편하게 살라고 보내려 는 듯하군.”

김성수의 말에 대장이 물끄러미 그를 보았다.

“마치 아빠의 마음 같군. 나는 힘들어도 가족은 편했으면 하는 마음이 말이야.”

멍!

대장이 작게 짖자 김성수가 개 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자네 혼자 이 길거

리에 남으면 저 녀석들의 마음이 편하겠나?”

김성수의 말에 대장이 친구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개들이 헥헥 거리며 대장을 바라보았다.

“자네만 저 애들을 생각하는 것 이 아니라 저 애들도 자네를 생 각하네. 자네가 저 둘을 가족으 로 생각하는 것처럼, 저 둘에게 도 자네가 가족이 아닌가.”

멍!

멍!

김성수의 말에 두 개가 크게 짖 었다. 그런 김성수의 말에 대장 이 공원 쪽을 한 번 보다가 사람 처럼 고개를 작게 저었다.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이 다.

그런 대장의 모습에 김성수가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힘들어도 가족이고, 즐거워도 가족이니…… 너도 같이 갔으면 좋겠구나.”

김성수는 공원을 보며 말했다.

“공원이 그립고, 공원에 있는 다른 친구들이 보고 싶으면 할아 버지하고 같이 아침마다 와서 산 책도 하고 애들도 보면 되지 않 겠니?”

김성수의 말에 대장이 그를 지 그시 보았다. 그런 대장을 보다 가 몸을 일으킨 김성수는 승용차 뒷좌석 문을 열었다.

“나하고 같이 살자꾸나.”

김성수의 말에 대장이 친구들과 공원을 잠시 번갈아보다가 천천 히 다가왔다. 그러더니 뒷좌석으

로 뛰어 들어갔다.

멍!

대장이 짖자 부하 둘이 급히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스가 김 성수의 발을 살짝 긁고는 뒷자리 에 뛰어 올라갔다. 그에 김성수 가 웃으며 비서를 보았다.

“애들한테 마음 얻는 것이 여자 마음 얻는 것보다 더 어렵구먼.”

김성수의 말에 비서가 뒷좌석에 탄 개들을 보고는 말했다.

“애들은 어디에서 키우실 생각 이십니까?”

김성수가 보자, 비서가 말을 이 었다.

“집 안에서 키우실 생각이시라 면 방 하나에 애들 자리를 만들 고, 마당에서 키우실 생각이면 마당 한쪽에 집을 만들도록 사람 을 부르려 합니다.”

“집이라……

김성수는 뒷좌석을 보았다. 애 들을 데려갈 생각만 했지, 어디

에서 키울지는 생각을 하지 않았 던 것이다.

잠시 애들을 보던 김성수가 웃 으며 말했다.

“그거야 얘들이 살아 보고 결정 을 하겠지. 내가 결정할 일이 아 닌 것 같군. 얘들이 집안에서 지 내는 거 좋아하면 집 안에서 살 고, 마당이 좋다고 하면 마당에 집을 마련하면 되겠지. 일단 집 안과 마당에 애들 지낼 곳을 마 련해 봐.”

“알겠습니다.”

김성수의 말에 비서가 고개를 숙이고는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에 김성수가 차에 타자, 비서 가 문을 닫고는 운전석에 탔다.

차가 출발을 하자, 김성수가 웃 으며 뒷좌석에 있는 애들을 보았 다. 개들 네 마리는 뒷좌석에 엉 덩이를 붙인 채 헥헥거리며 앞을 보고 있었다.

의젓한 강아지들의 모습에 김성 수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나하고 같이 잘 살아 보자꾸나.”

기분 좋게 웃은 김성수는 작게 한숨을 쉬며 앞을 보았다.

‘나도 나를 반겨주는 식구가 생 겼구나.’

저녁에 딸 집에서 밥을 먹고 집 으로 들어올 때, 자신을 반겨주 며 다가와 줄 가족이 생긴 것이 다.

미소를 짓던 김성수가 비서에게 말했다.

“수의사 좀 집으로 오라고 하게 나. 애들이 밖에서 오래 살았으

니 진찰을 한 번 받는 것이 좋겠 지.”

“알겠습니다.”

길가 한 쪽에 차를 세우고 내린 비서가 전화 통화를 하기 시작했 다. 운전 중에 통화를 하는 건 위험하니 말이다.

점심 장사를 마무리할 즈음에

강진은 시계를 보았다. 1시가 가 까운 시간이었다.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 네.”

강진이 시계를 보는 것에 배용 수가 홀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 다. 그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전화해 보지. 어떻게 됐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손님들이 있는데 배용수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으니 말이다.

“괜히 했다가 안 좋은 소식 들 으면 신경 쓰일 것 같아.”

강진이 손을 씻으며 하는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잘 됐다는 소식이면 몰 라도, 안 됐다는 이야기 들으면 괜히 혜원이한테 바람 넣은 격이 니……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국수 준비는?”

화제를 돌리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작게 어깨를 으쓱이고 는 말했다.

“준비라고 할 것이 있나? 육수 만들어 놨으니 주문 들어오면 국 수 삶고 말아서 내기만 하면 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에 김성수가 잔치 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던 터라 준비를 해 놨다.

그리고 점심 손님 중에 잔치국 수 먹고 싶다는 분들에게 이미

여러 주문을 받았던 터라 준비는 다 돼 있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강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에 강진이 급히 핸드폰을 보았다.

〈황민성 형님〉

“어떻게 됐어요?”

바로 결과를 묻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안 좋은 소식

들으면 신경 쓰일 것 같다고 하 더니 전화 오자마자 바로 묻는 걸 보고 웃음이 터진 것이다.

[이야…….]

“왜요?”

[혜원이가 난놈•… •• 아니, 여자

애한테 놈은 좀 그런가? 어쨌

든…… 와! 대본을 다 외워 왔더

라.]

“ 대본을요?”

[오디션 봐야 하니 대본을 줬거

든. 근데 필요 없다는 거야. 그

대본을 통째로 다 외워 왔더라 고. 자기 대사뿐만 아니라 상대 대사까지 말이야.]

“그래서 결과는요?”

[결과는 잘 됐지. 근데…… 소 희 아가씨는 좀 마음에 안 들어 하시더라.]

“왜요?”

김소희의 마음에 안 들었다는 말에 강진이 긴장을 하자, 황민 성이 웃으며 말했다.

[자기는 어릴 때 저렇게 애교를

많이 안 떨었다고 말이야.]

“그래요?”

[그래도 드라마라 픽션이 좀 있 다고 내가 잘 설득했지.]

“그럼?”

[아가씨도 오케이 하셨어.]

“잘 됐네요. 그럼 감독님이나 박신예 씨는요?”

[두 사람도 마음에 들어 했어.]

감독과 박신예도 마음에 들어 했다는 말에 강진이 안도의 한숨

을 토했다.

[지금 너희 가게로 밥 먹으러 가는 중이야.]

“그렇지 않아도 음식 준비했어 요.”

[준비를 했어?]

“아버님이 오디션 구경하고 점 심에 우리 가게에서 잔치국수 드 신다고 하셨거든요.”

[아버님이 그러셨어?]

“네.”

[그럼 점심은 잔치국수야?]

“아버님은 잔치국수 드시고 싶 다고 했지만 다른 음식도 가능하 죠. 그리고 지금 시간이면 다른 손님들 거의 없으니 드시고 싶은 걸로 주문해도 됩니다.”

[아니야. 잔치국수도 맛있지. 근 데 아버님은 안 가신다.]

“왜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 공원 강아지 삼총사…… 오

늘 아버님 따라서 집에 왔어.]

“그래요?”

[그래서 아버님 애들한테 필요 한 물건들 사고 마당에 집 짓는 다고 오디션 보러 안 오셨어. 아! 점심 먹고 아버님 집에 들러 서 애들 살 곳 좀 보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

“그럼 좋죠. 친구들 생겨서 카 스도 좋겠네요.”

[친구는 무슨. 부하들이지. 한 이십 분쯤 걸릴 거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시계를 보고는 말했다.

“점심이 늦었네요?”

[오늘 오디션 보러 온 애들이 많아서 그거 보느라 좀 늦었어.]

“그럼 애들은 점심도 안 먹고 오디션을 본 거예요?”

[무슨……. 어른들이야 굶어도 애들을 굶길 수 있나. 애들 밥 먹이면서 오디션 보게 했어. 자 세한 이야기는 가서 할게.]

“네.”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웃 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혜원이 잘 됐네.”

대화 내용을 짐작한 듯한 배용 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러게. 정말 잘 됐어.”

“그럼 점심에 박신예 씨도 오는 건가?”

뜬금없는 박신예라는 말에 강진 이 그를 보았다.

“왜?”

“오디션에 박신예 씨도 보러 간 다고 했잖아. 오디션 끝났으니 같이 밥 먹으러 오지 않겠어?”

“하긴, 오디션 보느라 밥 못 먹 었을 테니 같이 올 수도 있겠 다.”

말을 하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 며 웃었다.

“박신예 씨 자주 봤는데도 또 오나 기대를 하냐?”

박신예는 바쁘면 매니저를 통해

음식을 주문해 갔고, 시간이 되 면 와서 음식을 자주 먹었다. 강 진이 할 수 있는 음식은 다 먹어 보겠다는 듯 메뉴도 바꿔 가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한끼식당 식구들은 박신예를 자주 보게 되었다.

“예쁘잖아. 그리고 천하의 톱스 타 박신예 아니냐.”

“너 연예인 자주 봤다며?”

“자주 봤어도 안 보고 싶은 건 아니지. ……근데 너는 아닌 것

처럼 말한다?”

“나야 그저 손님이지.”

“어쭈! 박신예 씨 온다고 하면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오는 놈이 누구더라?”

“그야…… 여름이라 더워서 그 렇지.”

강진이 홀을 향해 후다닥 걸음 을 옮기자, 배용수가 웃으며 말 했다.

“세수하러 가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손님들을 살폈다. 그러다 손님들이 가자 강진이 화장실로 들어가서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강진아, 형 왔다.”

황민성의 말에 주방에 있던 강 진이 웃으며 밖으로 나왔다.

“오셨어요?”

강진은 황민성의 뒤를 따라 들 어오는 박혜원을 보았다. 아주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박혜원 의 모습에 강진이 엄지를 치켜세 웠다.

“잘 했어.”

“저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박혜원의 말에 같이 들어오던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혜원이가 정말 열심히 했어 요.”

“이야기 들었습니다. 자기 대사

뿐만 아니라 상대 대사까지 다 외웠다면서?”

강진의 말에 박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대사만 외우는 건 어렵더라 고요. 상대가 무슨 대사를 할지 알아야 내 대사도 자연스럽게 연 결이 되니까. 그래서 같이 읽다 보니 저절로 다 외워졌어요.”

“그래. 수고했어.”

웃으며 박혜원을 칭찬한 강진은 슬쩍 그녀 뒤에 있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아주머니 귀신도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의 딸이 드라마 오디션에 합격하니 정말 기특하고 장한 것 이다. 그런 아주머니 귀신을 보 며 강진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딸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니 말이다. 살아 있었으면 동네방네 다 소문을 내고 다닐 정도로 기 쁜 일이었을 것이다.

강진의 시선에 아주머니 귀신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깊이 숙였 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는 아주머니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쓰게 웃었 다.

‘그거 아세요? 저한테 정말 여 러 번 고맙다 하고, 고개를 숙이 신 거 말이에요.’

1